W. 시라사비

9번째 沒理解 : 큐토

1. 어느 날, 당신의 세상이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나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2. 세계가 멸망한 후, 큐는 히토와 2년 만에 조우하게 됩니다. 폐장된 아쿠아리움의 텅 빈 수조 앞. 공허한 어항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부유하는 시선. 당신이 이름을 부르면, 그는 아연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누구세요?」

3. 종말 이후 거처를 잃고 이리저리 방황하던 PC는, 도시 외곽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높게 솟은 폐건물들이 하늘을 가려 한낮에도 밤처럼 어두운 풍경. 치안이 나쁘다고 소문난 구역입니다. 최근 어떠한 괴이 현상이 마을의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병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전조나 증상은 없습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반드시 ──를 찾아 ──려는 행동을 취합니다. 그렇게 ──한 마을 사람이 벌써 ──명째라고 하네요. 게다가…….

GM
偽一
PC
偽九
2025-02-17
캐릭터 인장

9번째 沒理解
W. 시라사비
KPC 偽一
PC 偽九

캐릭터 인장

.
.
.
당신은 천천히 눈을 깜빡입니다.
시야가 검게 점멸하였다가 푸르게 물듭니다.
유리 속에서 정지된 물이 만들어내는 소리가 얼마나 고요했던지요.
어디선가 옅은 레몬 향이 풍겨와 물비린내와 섞입니다.
당신은 수조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집을 떠난다던 이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를 찾아 방황하던 당신은, 어느 섬의 작은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최근 어떠한 괴이 현상이 마을의 분위기를 어지럽히고 있다고 합니다.
새로운 병증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떠한 전조나 증상은 없습니다.
이 병에 걸린 사람은, 반드시 ──를 찾아 ──려는 행동을 취합니다.
그렇게 ──한 마을 사람이 벌써 ──명째라고 하네요. 게다가⋯⋯.
⋯⋯.

캐릭터 인장

관리할 사람이 없으니, 바닥에 물고기 주검이 쌓여 있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요.

캐릭터 인장

텅 빈 수조는 조명장치의 색으로 그저 한없이 파랄 뿐입니다.
언젠가 보았던 하늘의 파랑이네요.

캐릭터 인장

偽九

아쿠아리움은 많이 가봤는데, 여긴 쓸쓸하네⋯. (여기에도 없으려나? 긴 파이프로 땅을 짚는다.)

캐릭터 인장

바닥을 긁는 파이프의 소리가 쓸쓸하게 울립니다.
멸망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을 따지는 것은 그리 현명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히토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리는 것은 퍽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그와 만나지 못한 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건지, 무슨 이유로 연락 한 번을 안 하는 건지⋯.
살아는 있는지.
숨 쉬는 것이 불편하게 여겨질 무렵, 당신이 바라보고 있던 수조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칩니다.
뒤돌아보기 전, 유리 위에서 먼저 시선이 맞붙습니다.

캐릭터 인장

어느 날, 당신의 세상이 끝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캐릭터 인장

폐장된 아쿠아리움의 텅 빈 수조 앞. 공허한 어항처럼,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부유하는 두 사람의 언어.

캐릭터 인장

환각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형상.
마치 그를 떠올리고 있었기에 나타난 마냥. 그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일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는 당신에게 다가옵니다.

캐릭터 인장

한 걸음, 두 걸음.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습니다.
표현을 잃은 사람처럼.

말을 할 수 없는 인형처럼.
큐에게 할 말 따위 하나도 남겨두지 않았던 것처럼.
이름을 부르면, 히토는 무감한 표정으로 대답합니다.

캐릭터 인장

하지만 나의 삶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누구야?

캐릭터 인장


1. 湐
「얕은 물을」

캐릭터 인장

偽九

누구긴, 네 가족이지⋯. 정말, 엄청 걱정했는데!
이상한 소리 하지 마, 히토. 기억이라도 잃은 거 같이 구네⋯. (선뜻 히토를 끌어안는다.) 재미 없어.

캐릭터 인장

偽一

⋯가족? 내 가족?
(안아주는 상대를 밀어낸다.)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야.

캐릭터 인장

偽一

게다가 가족 같은 건 기억에 없어⋯. 있었구나, 그거.

캐릭터 인장

偽九

(이 클론은 첫번째, 포옹을 밀어낸 것에 충격받는다.) 거짓말. (손이 자연히 이마를 꾹 눌러본다. 열이라도 있나. 아니면⋯.)
사춘기 같은 거 이미 지날 시기잖니? (굉장히 낯선 걸 보듯 빤히 내려다보다가, 뒤에서 잡듯 다시 꼬옥.) ⋯다른 중요한 게 생긴 히토라니 새롭네⋯⋯.
뭔데, 그게?

캐릭터 인장

偽一

(이마는 열이 없다 못해 차갑다. 아픈 건 아닌 것 같은데. 멀뚱히 큐를 쳐다보다가 입 연다.) 그런 이름이었나. 아무튼, 그걸 찾으면 바로 돌아갈 생각인데⋯.
⋯⋯비밀. 말해줄 이유가 없잖아.
너에게 가족이라고 들었을 뿐, 나한테는 낯선 사람이라고. 이름이 뭔데?

캐릭터 인장

偽九

큐야. 니세 큐. 뭐야, 이름도 잊어버린 거니? 그거 나름 어렵게 받은 건데. (그런 말을 들어도 마이웨이로 히토의 머리에 턱을 얹거나 하며 2년을 충전하고 있다⋯.)
하지만 나한텐 여전히 히토고.
여기 추운데, 움직이려면 따뜻한 게 좋지 않아? 봐아, (옷깃 건드린다.) 교복인 채로 돌아다녔네! 감기 걸리게.

캐릭터 인장

偽一

⋯학생이니까. 아마. (옷을 내려다보면 군데군데 해진 구석이 있다. 고개 숙여서 큐 밑에서 빠져나온다.)
⋯⋯저기.
너무 붙지 마.

캐릭터 인장

偽九

왜? (파이프 잡은 손까지 들어 양팔을 벌린다.)

캐릭터 인장

偽一

솔직히 무서워. 난 너 같은 거 몰라.
혼자 친근하게 굴지 마.

캐릭터 인장

偽九

⋯⋯. (뭔갈 고심하듯 파이프와 히토를 번갈아 본다.)

캐릭터 인장

偽九

뭐어. ⋯⋯좋아⋯. 2년만이니까. (양 손 뒤로 숨긴 채 방긋 웃는다.) 조금은 괜찮겠지.
고생한 거 같으니까 여기는 어른스럽게 내가 참아야지.

캐릭터 인장

偽一

(고개 기울인다. 파이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래서 말인데, 정말 우리가 가족이면⋯.
무슨 관계야? 형제?

캐릭터 인장

偽九

만든 사람이 같다는 점이랑, 호적에서 그렇게 분류되었다는 점에서는 맞으려나⋯. (그리고 수조를 살피듯 자연스레 반걸음 가까워진다.)
정확히는 연인 같은 거야, 소유격. (빙긋 웃으며 봤다가 수조를 콩콩.) 종 이야기도 하면 히토는 머리 아파해서 안 되겠다~.

캐릭터 인장

偽一

⋯만든 사람? 연인? 소유격⋯?
뭐야? (이미 머리 아파졌다. 돌아서 수조 본다.)

캐릭터 인장

偽九

바보. (옆에서 볼 콕콕콕 찔러보다 눌러보고 갑자기 촉감놀이 시간을 가진다. 앗, 히토다⋯.)
저기, 맞춤으로 설명하면 말야, 일단 네가 내 거고 가족이라는 것만 이해하면 돼.

캐릭터 인장

偽一

(ㅁ.ㅁ) 건들지 말라고 했⋯⋯.
네 거? 그럼 너는⋯ 나를 계속 '분실'하고 있었다는 게 되는데. (손길 빠져나와 중앙으로 걸어간다.)

캐릭터 인장

偽九

말하자면 그래. 소중한 걸 잃어버리면 엄청 상심하고 다시 찾으면 기쁘잖니? (발을 맞추듯 걸어간다.)
게다가 네가 무섭다면 나도 충격인걸.
네가 내 거라면 나도 네 거니까. 태그가 갑자기 사라진 거잖아?

캐릭터 인장

偽一

⋯⋯가지고 싶다고 한 적 없어. (충격 받을 소리의 향연.)

캐릭터 인장

아쿠아리움의 3층. 따라 움직이며 시선을 돌리면 중앙의 대형 수족관과 스탬프 테이블, 벽면의 수족관이 눈에 들어옵니다.
맞은편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이네요.

캐릭터 인장

偽九

이미 가진 거엔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서 어쩔 수가 없어. 학교에서 배웠지? (히토의 볼을 꼬집으며 대형 수족관을 같이 올려다본다.)

캐릭터 인장

偽一

몰라,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따위는. 것보다 뭐야⋯ 만지지 말라고 분명 말 했잖아.

캐릭터 인장

1층까지 연결된 높이 5m의 대형 수조에서 고래상어, 가오리, 꼬리줄나비고기 등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수조를 통해 아래층의 모습이 얼핏 보입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별거 없네, 아쿠아리움도.

캐릭터 인장

偽九

(멀뚱하게 보다가 어깨에 고개를 턱⋯.) 저기, 그래서 끌어안고 있지는 않고 있잖니? (이미 상식이 많이 잘못된 대답과 함께 말한다.) 진짜는 더 귀엽고 예쁜데. 수조도 여럿 있고.
펭귄은 기억에 있니?

캐릭터 인장

偽一

(포기한 건지 더이상 불평하지 않는다.) 펭귄? 뚱뚱하고 바보같이 생긴 그거?

캐릭터 인장

偽九

바보같이 생겼다고 하면 어떡해? 귀여운 거지. 히토랑 닮았는데.

캐릭터 인장

偽一

닮았다고⋯?
내가 아는 펭귄이 아닌 모양이네. (수조에서 한 걸음 떨어진다.)

캐릭터 인장

偽九

무슨 소리야? 펭귄은 세상에서 종이 하나 뿐인데. 뒤뚱뒤뚱 걷는 못 나는 새. 까맣고 하얗고⋯. (히토를 빤히.)
닮았잖아?
(그대로 어깨를 살짝 잡아 빙글 돌려 벽면의 수조를 같이 바라본다. 거울에 비춰보듯이.) 그치.

캐릭터 인장

偽一

나는 뒤뚱대면서 걷지 않아. 못 나는 건⋯ 너도 마찬가지면서!
그리고⋯⋯. (벽면 수조로 고개 돌린다.)

캐릭터 인장

이상하게도 수족관 유리 전면에 신문지가 덕지덕지 붙었습니다.
수족관 앞 이름 모를 물고기 주검들이 널브러져 있습니다.
살이 썩는 향이 짙게 풍겨옵니다.
희번뜩 떠오른 물고기의 눈들이 일순, 큐를 원망하듯 주시합니다.

캐릭터 인장

섬뜩한 기분이 들었을 지도 모릅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거울로는 못 쓰겠네⋯. (애석한 듯 중얼거리며 신문지를 눈으로 쫓는다.)
그거 말고, 귀엽다는 얘기야.
하지만 왜 여기서 죽어 있을까⋯. 여긴 너무 외로운걸. 추워서 이 사이에라도 끼고 싶었으려나.
히토, 춥니?

캐릭터 인장

偽一

귀엽기는 무슨. ⋯안 추워. (아니? 두 손으로 팔 감싸고 있다.)
그보다는, 저 수조⋯ 딱 맞지 않아. 불편했을 걸.

캐릭터 인장

偽九

(어깨에 턱을 괸 채,) 안아줄까? (그리고 수조를 빤히 바라본다.)
그렇네, 우리한테도 더 딱 맞는 게 있었는데.

캐릭터 인장

偽九

히토는 다시 조정해야겠다. 아직도 작긴 하지만 처음 나왔을 때보다는 커졌으니까.

캐릭터 인장

偽九

그런데 신기하네, 히토. 그건 기억하고 있는 거야? 처음 나올 때 같은 거?

캐릭터 인장

偽一

(안아주냐는 물음에는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즉, 거절도 하지 않았다는 것.)
처음 나올 때라니? 어디서?

캐릭터 인장

偽九

(흐~음, 하고 보다가 꼬옥 안는다.) 어디서? 그러니까⋯. 정확한 단어는 까먹었는걸. 배양기, 수조, 뭐라도 좋아. 알기 쉽게, 우리는 그냥 수조나 상자라고 불렀는데.

캐릭터 인장

偽一

⋯내가 수조에서 나왔다고?
아까 만들어졌다고 했지. 나는 정확히 뭐야?

캐릭터 인장

偽一

아니⋯ 그 수조라는 거, 어땠어?

캐릭터 인장

偽九

클론이야. 그러니까 형제 비슷한 거라고 했지? (고개를 기대고 옛날 이야기라도 들려주듯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글쎄⋯. 그땐 의식이 없었으니까.
나왔을 때 추웠다는 건 기억해.
그래서 말야, 이거 나쁘지 않지? (포옹을 말하는 듯 안은 팔에 약간 힘주었다가 다시 풀어준다.)

캐릭터 인장

偽一

⋯⋯그래, 그렇구나⋯ ⋯⋯안아주는 게 좋다는 소리가 아니라. 클론 말이지.
(스트레칭하듯 한쪽 어깨 돌린다.) 막연히 다르다는 느낌은 받았었는데. 있지, 나 얼마나 찾아다녔어?

캐릭터 인장

偽九

2년 정도⋯⋯. (그리고 물끄러미 바라본다.) 가족이라던가 뭐든 찾을 생각은 안 했었니?
(그리고 쿡 찔러보듯,) 뭐야, 안아주는 건 별로야?

캐릭터 인장

偽一

⋯싫지는 않아.
더 중요한 게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니까. 2년씩이나 찾아다닌 걸 보면 가족이라는 말은 아마 거짓이 아닐테고⋯ 연인은 여전히 믿을 수 없지만.
그럼⋯⋯ 클론도 진짜겠지. 그런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잖아?
싫지 않아?

캐릭터 인장

偽九

못 믿을 거 같으면 뽀뽀라도 해 줄까? (어디 해 줄까? 하듯 얼굴 여기저기를 보고 방긋 웃다가 내심 '히토가 엄청 길게 말하고 있어' 신기해한다.)
싫다니, 그건 또 특이한 질문이구나? 뭐가?

캐릭터 인장

偽九

클론이라는 점?

캐릭터 인장

偽一

⋯! 그건 관둬! (다시 한 발짝 물러선다.)
⋯⋯응, 클론이라는 점. 달리 뭐가 있어⋯.

캐릭터 인장

偽九

뭐야. (삐죽인다.)
(그리고 잠깐 킥킥대며 웃다가 손을 뻗어 신문지를 살짝 뜯어본다.) 처음부터 클론이었는데.
그렇지⋯, 너 혼자 학교를 가서 조금 얄밉기는 했지만.
그러고보니 히토는 클론이 아니었다가 클론이게 된 기분이겠네? (문득 신기한 듯.)
싫어? 네가 클론인 게?

캐릭터 인장

偽一

마음에 안 들어.
⋯클론과 인간의 차이는 뭐야? 학교는 왜 못 갔어?

캐릭터 인장

뜯어낸 신문지 너머로 흐물하게 녹아버린 사체가 지나갑니다.
틈새로 보이는 붉은 옷자락과 희멀건 살점이 춤추듯 흔들립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저런,) 자는데 깨웠나 봐. 미안해요? (신문지를 다시 눌러 창에 붙인다.)
차이는 말이야⋯. 원본이 있다는 점?
그리고 처음부터 다 자란 상태라서, 어릴 적이 없다는 점.
나는 처음부터 이렇게태어났으니까, 초등학교나 중학교나 가기는 어렵지?
게다가 너도 있었고. 고등학교에 가면 내가 히토보다 늦게 들어오잖아.

캐릭터 인장

偽一

상관 없잖아, 나보다 늦게 들어오는 건. 가고 싶었다면 가면 됐을 걸.
원본은 어떤 사람들인데?
(같이 꾹 눌러 신문지 도로 붙인다.)

캐릭터 인장

偽九

하지만 히토는 초등학생이었고⋯.
내가 키운 걸?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서로 키운 셈이다.) 세상에 적응도 해야 했고.

캐릭터 인장

偽九

네 원본을 알려줄까, 내 원본을 알려줄까? (손을 떼고 다시 머리에 턱을 꾸욱 기댄다. 따끈.)

캐릭터 인장

偽一

(머리 위는 내버려 둔다. 대신 다리 하나를 뒤로 접어 발로 정강이를 꾹 누른다.) 둘 다.

캐릭터 인장

偽九

불만은 말로 하는 거라고 배우지 않았니? 2년간. (머리 위를 꾹꾹⋯. 꾹꾹. 문득 웃는다.) 2년이나 지났는데 더 애가 되어 버렸어!
그러니까 말이야, 내 원본은⋯우리 둘이랑, 그 외에 또 형제를 이것저것 만든 사람이고. 난 무서운데⋯히토는 원래부터 그런 거엔 사양이 없었어서 감상은 다를까나?

캐릭터 인장

偽九

왜 만들기 시작했냐면, 네 원본이 갑자기 집을 나가서⋯. (문득 빤히 본다.)

캐릭터 인장

偽一

⋯⋯. (눈 깜빡. 음⋯⋯ 괜히 시선 피한다.)

캐릭터 인장

偽九

(유전이라는 건 행동도 그런 걸까, 생각하며 덧붙인다.) 나는 클론 더 안 만들었구.
그리고 흉터도 많고, 으음⋯.
나보다 작지만 너보단 커.
아, 네 원본 얘기. 흉터도 많고, 우리 중엔 제일 상식적이래.

캐릭터 인장

偽一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고 넘어가겠는데⋯ 상식적?
집도 마음대로 나가고, 클론을 만들어도 내버려두는 사람이? (오해중)

캐릭터 인장

偽九

그렇다고 했는데? 음⋯⋯원래 상식이란게 그래, 히토.
괜찮지, 그런 거 정도는. 덕분에 지금은 같이 있고.
참, 그렇지⋯.
도장 찍어 줄까? 그런 거 좋아하잖아.

캐릭터 인장

偽一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캐릭터 인장

偽九

어린애잖아? 자, 찍어 줄 테니까. (히토의 어깨를 잡고 도장 있는 쪽으로 꾹~민다.)

캐릭터 인장

偽一

아- 뭐 이런 형이 다 있어-.

캐릭터 인장

히토를 꾹꾹 밀어 스탬프 테이블 바로 앞까지 데려갑니다.
철제 테이블 위에 고래상어 모양 스탬프와 잉크판, 그리고 누군가의 외투 한 벌이 놓여 있습니다.
종이가 없으니 손등에라도 찍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손을 뒤집어 손등이 보이게 한 뒤 꾸욱 도장을 누른다.) 바보같이 생겼네!
나도 찍어줘.

캐릭터 인장

고래상어 캐릭터가 평범하게 귀엽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
(도장 뺏은 뒤 큐 손 당겨서 손등에 찍는다.)
잠깐. (더 가까이 와. 손짓.)

캐릭터 인장

偽九

(순순히 가까이 다가가서 허리까지 숙여준다.)

캐릭터 인장

偽一

(뺨에도 꾹.)

캐릭터 인장

偽九

(그대로 뺨을 히토 뺨에 붙여서 마주 꾸욱.)

캐릭터 인장

偽一

아!
뭐야, 다 번지잖아.

캐릭터 인장

偽九

그럴 리가 없는데? 이렇게 잘 붙이면 똑같이 찍혀나온다고 했어. (히토 볼 잡고 잘 살펴본다.)

캐릭터 인장

偽一

(이쪽이 움직인 탓에 조금 번져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으음⋯⋯.
이정도면 깨끗한걸. (번진 부분만 살짝 문질러주고 빙긋 웃으며 외투를 펼쳐 본다. 깨끗한가?)

캐릭터 인장

낡은 군청색 코트입니다. 주머니에 무언가 들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주머니에 든 걸 빼내고 외투는 히토의 어깨 위로 얹어준다.) 이러면 조금 더 따뜻할 걸.

캐릭터 인장

偽一

길어⋯⋯. (그래도 잘 걸치고 있다.)

캐릭터 인장

주머니에서 꺼낸 것은 두 사람이 도착한 마을을 나타낸 지도로, 물 공장의 위치에 붉은 펜으로 표시한 흔적이 눈에 띕니다.
표시 위에는 지금으로부터 일 년 전의 날짜가 쓰여있습니다.
뒷면에 무언가가 그려진 것 같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뒷면은 뭐지, 하고 뒤집어본다.)

캐릭터 인장

그림이 표현하는 것은 높은 받침대 위 올라앉은 기괴한 이형의 존재입니다.
세밀한 선화는 그 괴물의 크게 늘어진 물갈퀴 귀, 길다란 코, 사람과 닮은 손을 금방이라도 종이에서 튀어나올 듯 묘사하고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긴 코 끝의 둥근 원반 같은 부분엔 피를 흡수하는 빨판이 붙었고, 거대한 몸집은 인간의 덧없는 육체를 짓누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어디에서도 목격한 적 없는 끔찍한 형상입니다.
큐, 이성 판정

캐릭터 인장

偽九

cc<=70 이성체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9 > 89 > 실패

캐릭터 인장

偽九

1d3 (1D3) > 3

system

[ 偽九 ] SAN : 70 → 67

캐릭터 인장

偽九

(이 클론은 '끔찍함' 이라는 것은 처음 겪는다. 기준이 무뎌졌기 때문이건, 좁은 세상 때문이었건, 그런 것과 연관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캐릭터 인장

偽九

(예를 들면 히토가 사라졌을 때에도 클론이기 때문에 낙관적인 지점이 있었으므로.)

캐릭터 인장

偽九

(정말 처음으로 메슥거리는 얼굴로 인상을 찌푸리고 지도가 겉면으로 보이게 종이를 반으로 접는다.)
저기⋯⋯. 1년 전에 무슨 일 있었니?

캐릭터 인장

偽一

⋯이 마을에서?

캐릭터 인장

偽一

표정이 왜 그래? 어디 아파? 1년 전이면⋯ ⋯아니, 평소와 같았어.

캐릭터 인장

偽九

⋯아픈지도 몰라. (입가를 손으로 잠시 가린다.)
그럼 제일 예전 기억이 뭐니?
그러고보니까, 다시 만난 게 좋아서 아직 안 물어봤네. 어떻게 지냈어?
친구라던가 생겼어?

캐릭터 인장

偽一

⋯눈을 떴을 때는 이 섬이었어. 다들 나랑 비슷한 것 같았고. (등이라도 쓸어줘야 할 것 같아 손을 높이 뻗는다.)
친구는⋯.
있었는데, 아마 그랬던 것 같은데, 줄어들었어.
⋯⋯내려가자. 여기 내가 찾는 건 없는 모양이야.

캐릭터 인장

偽九

등은 안 쓸어 줘? (지도를 다시 반 접은 채 뻗어진 손에 얼굴을 턱 기댄다.)

캐릭터 인장

偽一

⋯⋯⋯⋯.
(가만히⋯ 잠시 뒤 등에 손 텁 올리고 아래로 천천히 쓸기 시작한다.)
이게⋯ 도움이 돼?

캐릭터 인장

偽九

으음⋯⋯⋯. (기댄 채 눈을 감고 생각하다가.)
아니? 보통 안 되지.
하지만 나는 네가 해 주는 거라면 도움이 돼. (지도를 주머니에 넣고 다시 어깨만 감싸듯 안은 채 웃으며 계단으로 향한다.)
내려가자?

캐릭터 인장

偽一

그거⋯ 참 편하네.
날 너무 좋아하는 거야⋯. 어째서?
(계단 밟아 아래로 내려가며 묻는다.)

캐릭터 인장

偽九

내 세상엔 원본을 제외하면 너랑 나 뿐이니까.
(문득 소리내 웃는다.) 이런 걸 묻는다니, 정말 신기한걸⋯.
당연한 거라서 말야. 어쩐지 새로운 질문이야.

캐릭터 인장

偽九

눈을 떴을 때부터 봐 왔는걸⋯. 하지만 좋아하기만 하는 건 아니네. 그래⋯. (볼을 쿡 찌른다.)
네가 무서워하는 게 실은 맞을지도 몰라⋯?

캐릭터 인장

偽九

나는 널 아주 좋아하지만, 그만큼 괴롭히기도 좋아하고, 얄미워하기도 해서. 그래, 네가 내 현실이야.
(잠깐 생각한다.)
뽀뽀해도 돼?

캐릭터 인장

偽一

⋯⋯. (큐의 입을 제 손으로 막는다.)
아직 안 돼.
⋯내려간 뒤에는 괜찮아.

캐릭터 인장

偽九

그럼 좋아. (빙긋 웃으며 먼저 두세칸씩 계단을 내려가 아래층에 도착한다. 즐거워하는 표정으로 기다리듯 기웃⋯.)

캐릭터 인장

偽一

그렇다고 먼저 내려가버리는 게 어딨어⋯⋯. (한숨. 천천히 2층으로 내려온다. 마지막 계단까지 내려와서는 빤히⋯.)

캐릭터 인장

偽九

(웃는 얼굴로 내려오는 걸 보다가 허리를 살짝 숙여 볼에 뽀뽀한다.) 어라, 나는 그래도 배려한 건데. 볼에 했잖아⋯. 혹시 같이 내려오고 싶었니?

캐릭터 인장

偽一

⋯⋯. (뺨 문지르려던 손이 멈춘다. 이러면 도장까지 더 번지잖아⋯.)
마음대로 생각해⋯.

캐릭터 인장

偽九

그거 비겁한 말이야. (다시 지정석마냥 뒤에서 끌어안듯 팔을 걸치고 2층을 둘러본다.)

캐릭터 인장

2층의 테마는 해파리 은하. 3층에서 봤던 대형 수족관과, 마찬가지로 스탬프 테이블이 보입니다.
벽면의 수족관은 3층보다 조금 더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네요.

캐릭터 인장

내려가는 계단의 옆에는 수조가 두 개 놓여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벽면의 수족관을 바라본다.) 여기도 신문지가 붙어 있으려나?

캐릭터 인장

보름달물해파리만이 가득 찬 수조입니다.

캐릭터 인장

신문지를 대신해 잔뜩 찍힌 손 모양 핏자국이 듬성듬성 유리를 가리고 있습니다.
바짝 말랐네요.
해파리들은 모두 건강해 보입니다.
해파리의 건강 기준 같은 건 잘 모르겠지만, 불빛처럼 흩어졌다가 어둠처럼 모이는 형태에서 이상할 정도의 생명력을 느낍니다.
누군가 관리하고 있는 걸까요?

캐릭터 인장

偽九

좀비 영화 같아.

캐릭터 인장

偽九

여기 관리인 분이 계시니? 나, 그냥 들어온 거 같은데.

캐릭터 인장

偽一

여긴 너무 넓잖아⋯⋯.
나도 혼자 들어왔어. 문도 열려있었고.

캐릭터 인장

偽九

흐~음.

캐릭터 인장

偽九

넓으면 안 돼?

캐릭터 인장

偽一

⋯딱 맞을 정도가 좋아.

캐릭터 인장

偽九

네 몸에?

캐릭터 인장

偽一

응.
다들 이런식으로 찾아다녔어.

캐릭터 인장

偽九

'다들' 말이지⋯⋯. (계단 옆의 수조를 본다.)
저기, 그럼 돌아갈까?
거기엔 있을 거야. 너랑 잘 맞는 수조.

캐릭터 인장

偽一

⋯여기까지 왔으니 끝까지 찾아볼래.
게다가 '모두'는 이 근처에 있는걸. 떨어지고 싶지 않아.

캐릭터 인장

偽九

'모두'가 누구?
줄어들었다는 친구?

캐릭터 인장

계단 옆 첫 번째 수조 속에서는 꽃모자해파리들이 헤엄치고 있습니다. 마치 물속에서 나풀거리는 분홍빛 꽃잎 같습니다.
수조와 스탬프 테이블 사이 빈 공간에서 질질 끌린 자국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계단 아래까지 이어져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맞아, 친구.
그리고 아마⋯ 여기도 있을 거야.
나한테 맞는 게.

캐릭터 인장

偽九

흐음⋯⋯.
왜 찾아야 하는데? (어깨를 돌려 3층부터 이어진 대형 수조를 거쳐, 다시 도장 테이블로 향한다.)

캐릭터 인장

스쳐지나가는 대형 수조의 위쪽에서부터 3층의 조명이 희게 부서져 시야를 건듭니다.
다다른 철제 테이블 위에 해파리 모양 스탬프와 잉크판이 놓여 있습니다.
큐, 관찰력 판정

캐릭터 인장

偽九

cc<=85 관찰력 (1D100<=8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2 > 52 > 보통 성공

캐릭터 인장

테이블 아래에서 수첩 하나를 발견합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수첩을 펼쳐본다.) 찾아서 뭐에 쓰려고?

캐릭터 인장

偽一

말해야 해?

캐릭터 인장

수첩은 손바닥 크기의 작은 스프링 노트이며, 물에 푹 젖어 알아볼 만한 글씨가 얼마 없습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
'──에 돌아가야 한다. ──만이 안식이다.'
'물결.'

캐릭터 인장

偽九

그래, 궁금한걸. (히토의 글씨는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네가 하는 말을 들으면 꼭 거기 들어갈 것처럼 들리고⋯.
그건 싫은걸. (수첩을 몇 번 더 팔락이며 넘기다 손등에 도장을 또 꾹 찍어 준다.)
이런 귀여운 것도 못 보고, 재미있는 것도 못 보게 되고⋯. 자, 나도 찍어줘. (도장을 건넨다.)

캐릭터 인장

偽一

그치만, 큐⋯ (도장 받아서 손등에 찍어준다. 해파리가 귀엽다.) ⋯모두가 나처럼 생각해.

캐릭터 인장

偽九

나는 그 모두가 아니니까. (손등을 본다.) ⋯아하, 귀여워라.
게다가 수조에 들어간 너랑은 아무 이야기도 못하게 될 것 같은걸.
실제로 안 들렸어, 거기서는. (여기서 가리키는 '수조'는 서로 다른 것이지만, 의미는 통한다.)
수조 찾는 거 말고는 아무것도 하고 싶은 게 없어?

캐릭터 인장

偽一

⋯⋯아직은.
대화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통하지 않을 사이야?
큐도 찾으면 돼. 찾을 수 있을 거야.

캐릭터 인장

偽九

바보구나.
네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는 거야.
포옹은 네가 알려줘 놓고 못 하게 할 셈이니?

캐릭터 인장

偽一

녹음이라도 해두고 갈까. 포옹은⋯⋯. (잠시 말이 없다.)
⋯⋯⋯그건, 생각해둔 게 있어. (직전에 봤던 수조의 옆으로 향한다. 두 번째 수조.)
봐, 빨리 찾지 못하면 자리가 없어서 이렇게 될 거야. (가리킨다.)

캐릭터 인장

偽九

어떻게? (히토가 가리킨 수조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캐릭터 인장

좁은 수조에 기묘한 각도로 구겨져 녹아가는 익사체를 발견합니다.
스스로의 몸을 얼싸안은 채 하나의 덩어리처럼 굳은 시체는 얼핏 보면 여름 무더위에 녹은 싸구려 젤리 같습니다.
큐, 관찰력 판정

캐릭터 인장

偽九

cc<=85 관찰력 (1D100<=8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 > 8 > 대단한 성공

캐릭터 인장

살해가 아니라 자살이라는 직감이 듭니다.
웃고 있었는걸요.
마치 갓 세탁한 이불에 드러누워 꿈나라에 빠지기 전의 사람처럼 웃고 있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이건⋯ 좀 작아.

캐릭터 인장

偽九

(눈을 가늘게 뜨고 보다가 살짝 체중을 기댄다. 꾸~욱. 무겁다.)
⋯포옹은 어떻게 하게?

캐릭터 인장

偽一

아. (기울어진다. 한쪽 다리를 길게 뻗어 몸을 지탱한다.)
인형을 줄게.

캐릭터 인장

偽九

인형?
⋯무슨 인형?

캐릭터 인장

偽一

⋯글쎄.
나라고 생각하면 괜찮지 않을까?

캐릭터 인장

偽九

⋯⋯. (끌어안은 채 여기저기 확인하듯 꾹꾹 눌러본다.)
너는 네가 대체될 수 있는 존재라면 기쁘니?

캐릭터 인장

偽一

그건⋯⋯ 기분이 묘한데.
하지만 네 설명대로라면, 난 이미 누군가의 대체로 만들어진 존재야.
그것마저 실패하고 자리를 잡은 게 지금이겠지. (꾸욱⋯.)

캐릭터 인장

偽九

(신기한 듯 보다가 히토의 볼을 쭈욱 잡아당긴다.)

캐릭터 인장

偽一

아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그러니까 네 말은⋯.
나한테는 네가 원본이나 다름없어도 그걸로는 만족이 안 된다?
그래? 만족하게 만들어 줄까?

캐릭터 인장

偽一

⋯⋯어떻게?
할 수 있어?

캐릭터 인장

偽九

생명이 보장되지 않으면 작은 거에도 만족하게 된다는데⋯.
경험담이야. 나쁘지 않아.
내가 학교에 가고 싶어한 것도 그게 보장된 다음이었으니까!

캐릭터 인장

偽一

뭐⋯?

캐릭터 인장

偽九

농담이야. (가볍게 볼에 다시 뽀뽀한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생각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농담 맞아?

캐릭터 인장

偽九

거짓말 아니어도 히토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생각하듯 고개를 기댔다가,) 기뻐해도 좋을 거 같은데⋯.
그러니까, 그만큼 내가 널 옆에 두는데 열심이라는 거지?

캐릭터 인장

偽一

말만 그럴듯하게 했지, 결국 죽이겠다는 말이랑 뭐가 달라⋯.

캐릭터 인장

偽九

그보다 히토가 이렇게 생각하는 건 처음이라 어려운걸. 안 본 새에 우울해져선.
다른데?

캐릭터 인장

偽一

달라?

캐릭터 인장

偽九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괴롭힌다는 거야. 죽이면 수조에 갇힌 너랑 똑같잖아.
나는 말도 할 수 있고, 포옹도 할 수 있는 히토가 좋은걸. 수족관도 갈 거야.
물론 학교 단체 여행 갈 땐 조금 괴롭힐수도 있지만.

캐릭터 인장

偽一

어떻게⋯? 죽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레 시선이 파이프로 떨어진다.)
⋯그거 언제까지 들고 다닐 거지?

캐릭터 인장

偽九

히토 찾는 거 도와준 착한 애야. (살짝 뒤로 숨긴다.)
음⋯⋯⋯.
(다리 살짝 봄.)
조금 걷기 불편하거나 해도 괜찮지 않을까⋯.

캐릭터 인장

偽一

⋯⋯⋯⋯⋯.
내 다리로 직접 걸어다닐 거니까 꿈 깨! (앞장서 계단으로 돌아간다.)

캐릭터 인장

偽九

농담이라니까.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하지만 네가 자꾸 수조만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캐릭터 인장

偽一

⋯그것만 중요하게 생각한 적 없어.

캐릭터 인장

偽九

정말로? 그럼 또 뭐가 중요한데?

캐릭터 인장

계단은 무언가를 끌고 내려간 자국이 이어져 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돌아오는 대답은 기대와 다를지도 모른다.) ⋯.
물.

캐릭터 인장

偽九

(물끄러미 보다가 볼 잡는다.) 그리고.

캐릭터 인장

偽一

돌아가야 해.

캐릭터 인장

偽九

어디로?

캐릭터 인장

偽一

물 속으로.

캐릭터 인장

1층에는 3층부터 이어진 대형 수조와 간단한 해저 터널, 프론트와 출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계단에서 내려오면 바로 해저 터널이 이어집니다.
머리 위로 지나쳐가는 작은 상어와 열대어 떼, 수조 바닥의 색색의 산호가 인상 깊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해저 터널을 보다가 히토를 꾹 끌어안는다.) 저기 말야.
돌아갈 곳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히토?

캐릭터 인장

偽九

이제 알았는데도 왜 물 속으로 가겠다고만 해?

캐릭터 인장

偽一

⋯큐.

캐릭터 인장

偽九

왜?

캐릭터 인장

偽一

이제 그만 안아도 괜찮아.
춥지도 않고, 기분도 썩 나쁘지 않아.

캐릭터 인장

偽九

내가 안고 싶은 거야⋯.

캐릭터 인장

偽九

(시선이 대형 수조를 스친다.) 너에게 숨 쉬는 법을 알려주는 기분이네.

캐릭터 인장

偽九

그래서 어렵구나.

캐릭터 인장

偽一

⋯⋯좀 더 빨리 알려줬으면 지금쯤 능숙해졌을텐데.

캐릭터 인장

偽九

네가 늦은 것 때문이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그래서 지금이라도 알려주고 있잖니.
이제 1층이네. 돌아가자, 히토. (긍정의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 굳이 물어본다.)

캐릭터 인장

偽一

내가 돌아가지 않겠다고 한다면⋯.
아직 1층이야. 기다려.

캐릭터 인장

여전히 무언가 끌린 자국이 이어진 터널을 빠져나오면, 어디선가 혈향이 짙게 풍겨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이 동네는 왜 다 그 건물 같지?
이런 데를 혼자 헤메서 우울해진 거야, 분명. (카운터를 향해 걸으며 한탄한다.)

캐릭터 인장

긴 대리석 테이블 위에 수족관 안내 리플렛이 조잡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리플렛에 표시된 수족관의 이름은 〈sign 0〉.
테이블 너머로 돌아가면, 큐는 온 몸의 피가 빠져나간 시체를 목격합니다.
피부가 뼈에 까마득하게 달라붙어 검게 문드러져 있습니다.
사인은 과다출혈로 보이네요.
근처에 식칼 하나가 떨어져 있고, 시체의 가슴에 커다랗게 벌어진 상처가 있는 것을 보니 확실합니다.
상처에서 온갖 벌레가 들끓고 있어 꽤 역한 광경입니다.

캐릭터 인장

큐, 행운 판정

캐릭터 인장

偽九

cc<=40 행운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7 > 87 > 실패

캐릭터 인장

큐, 관찰력 판정

캐릭터 인장

偽九

cc<=85 관찰력 (1D100<=8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0 > 90 > 실패

캐릭터 인장

偽九

⋯⋯. (뭔가 있나? 아무튼 사건 현장 같아서 궁금함에 파이프로 시체 주변을 쿡쿡 눌러 옷깃 사이를 건드려 본다.)

캐릭터 인장

옷을 뒤적거리다가 열쇠 꾸러미와 휴대전화 하나를 발견합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열쇠 꾸러미? 이게 뭐지, 하고 보다가 주머니에 넣고 휴대전화를 켜 본다.)

캐릭터 인장

익숙한 폴더형 전화기입니다.
메모 하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 돌아왔다. 기억을 전부 잃은 것 같다. 다시 만나서 다행이야.〉
⋯ 짧은 일기 같네요. 배터리 표시 마크가 깜빡거리더니 전원이 꺼집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뭐야? (등 쿡 찌른다.)

캐릭터 인장

偽九

죽은 사람이 있어서⋯⋯. (고개를 살짝 기울인다.)
있잖아, 히토.
내가 이렇게 되면 슬플 거 같아?

캐릭터 인장

偽一

⋯⋯.
누가 그렇게 되어도 슬플 걸.

캐릭터 인장

1층은 조명이 가장 밝습니다.
문득 히토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그의 안색이 살아있는 사람의 것 같지 않고 무척이나 새파랍니다.
마치 여태 목격해왔던 시체들처럼요.

캐릭터 인장

偽九

완전히 평범한 사람들처럼 얘기하네⋯.

캐릭터 인장

偽一

그게 나빠?

캐릭터 인장

偽九

글쎄. 아쉬운 걸까⋯⋯.

캐릭터 인장

偽一

어째서?

캐릭터 인장

偽九

왜냐면 우리는 우리 둘이서 세상을 구성하고 있었으니까.
그건 평범하다는 거랑은 많이 다른 거지.
나⋯아니지, 그래, 히토도 그렇지만. 우린 그런 거 몰라. 상식이라던가, 당연한 것들 말이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그렇게 살아 왔거든. 그걸로도 충분했어. 하지만 너는 이제 아닌 것 같네⋯.
그럼 나랑 돌아가도 즐겁지 않을지도 모르지.
⋯⋯.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캐릭터 인장

偽一

⋯⋯그렇다면?
즐겁지 않다고 하면, 다른 것들이 중요해졌다고 하면⋯ 두고 갈 거야?

캐릭터 인장

偽九

몰라, 하지만 네가 그랬으면 좋겠는 것처럼 하고 있는걸. (목을 감싸듯 양팔을 올려 히토를 끌어안는다. 꾹 누르면 숨 쉬기 어렵겠지.)

캐릭터 인장

偽九

넌 돌아가기 싫은 거야?

캐릭터 인장

偽一

⋯⋯. 바다로 나가자.
바람 좀 쐬면 괜찮아 질 거야.
(목에 둘러진 팔 위로 손 얹는다.) 큐?

캐릭터 인장

偽九

⋯⋯⋯. (잠시 리플렛이 있는 곳을 가만히 보다가 대답한다.) 그래, 좋아.
바닷가 산책은 처음이고.
기회는 주는 게 좋겠지.

캐릭터 인장

偽九

가자, 히토. (끌어안은 채 히토에게 꾹 기대어 걸음을 재촉한다.)

캐릭터 인장

偽一

(기회라던가 하는 말들은 전부 흘려 듣는다. 먼저, 출입구로 향한다.)

캐릭터 인장

자물쇠가 달린 쇠사슬이 몇 겹으로 나 있어 열리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들어올 때는 누군가 억지로 비틀어 연 듯한 뒷문을 통했던 것 같습니다.
입구 옆 벽에 검고 질척거리는 무언가로 긴 문장이 가득 적혀있습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열쇠를 들어 자물쇠에 끼워 본다. 열릴까?)

캐릭터 인장

딱 맞게 들어갑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열어 본다.) 꼭 위험한 곳 격리하듯 잠궈 놨네, 여긴.

캐릭터 인장

열쇠를 사용한 뒤라면 조금만 힘을 줘도 쉽게 열립니다.
밖으로 나선다면, 문 옆의 문장들이 조언하듯 당신을 배웅해줍니다.
〈수조를 찾아 헤매는 자들에게. 이곳에 찾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타인에게서 비롯된 붉은 물이 당신을 구제할 것이다.〉

캐릭터 인장

偽九

(카운터 너머의 사람이 그렇게 되어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히토, 2년간 책은 많이 읽었어?

캐릭터 인장

偽一

⋯조금?
갑자기? 안 읽은 건 아닌데.

캐릭터 인장

偽九

책에서 말이야⋯.
호러라던가, 아무튼 그런 평소에 못 보던 상황이 발생할 때 말야.
그럴 때 필요한 대가는 대부분 목숨 하나씩이지.
이제 됐어. 가자. (등을 쿡 찌른다.)

캐릭터 인장

偽一

그건 그렇지만. 지금 그런 얘기를- (반쯤 떠밀려서 바닷가로 나간다.)

캐릭터 인장

偽九

지금이니까 필요한 이야기 아니야?
히토는 생각이 많아도 가끔 바보고. 사실 생각 많이 하는 거 처음 봤어.

캐릭터 인장

偽一

앞담이 심한데.

캐릭터 인장

偽九

사실인걸?
(조금 되돌아본다.)
사실 맞아.

캐릭터 인장

偽一

큐는 날 뭘로 보는 거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귀여운 히토.
하지만 이건 정말로 사실에 근거한 말인데⋯.

캐릭터 인장

바닷바람이 뺨을 스칩니다.

캐릭터 인장

偽一

분명 큐만 그렇게 생각할 거라고.

캐릭터 인장

偽九

(다른 사람에게 물어본 적이 없어 이건 대답이 늦어졌다.) ⋯아닐걸?
그보다 히토는 옛날 기억이 없으니까 내가 맞는 거잖아.
좋게 생각하면 말이야, 히토는 생각할 일이 없을 만큼 행복했다는 거 아니야?

캐릭터 인장

偽一

그건.
⋯그렇다면 지금은?

캐릭터 인장

2. 湐
「바다로.」

캐릭터 인장

검은 모래와 물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캐릭터 인장

偽九

처음부터 즐거워 보이지는 않았어⋯.
내가 없어서 그래. (바다를 본다. 이 모든 기준은 이전의 히토를 기반으로 한다.)
그랬던 적은 없지만. 내가 그랬으니까 비슷하겠지, 아마도.

캐릭터 인장

偽一

(옆에서 수평선 바라본다.) 큐, 사람은 변해.

캐릭터 인장

偽九

(잠시 멈춘다.) 하지만 우리는 동시에 클론이야.

캐릭터 인장

偽一

평범한 사람과는 다르다고 할 셈이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래⋯.
너는 혼자서 2년이나 살아왔고, 기억도 없으니까.
다를지도 모르지. 변했을 수도 있고.

캐릭터 인장

偽一

⋯다른 얘기를 하자.

캐릭터 인장

偽九

⋯어떤 얘기?

캐릭터 인장

偽一

어디서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파도라는 건⋯
아홉 번째마다 크게 밀려온다고 했어.
마침 눈앞에 바다가 있으니까.

캐릭터 인장

偽九

아홉 번째마다. ⋯물을 굉장히 좋아하게 됐네.
내가 욕조에 빠뜨렸던 것 때문일까?

캐릭터 인장

파도를 세면 과연 일곱, 여덟, ⋯아홉 번째에서 커다란 물결이 일더니, 거품이 두 사람의 발목을 적십니다.
얼어붙을 듯 차갑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고개를 듭니다.
눈앞에, 유리관이 하나 놓여 있습니다.
영화의 장면이 바뀌듯이, 무대의 막이 전환되듯이 자연스럽게⋯⋯.
원래 위치했으나 눈치채지 못했던 걸까요?
⋯.
자세히 보니, 관이 아니라 수조예요.
세로로 길고 폭이 좁아 한 사람이 누우면 딱 적당할 것 같습니다.
마치 히토를 위해 준비한 것처럼,
준비된 것처럼.

캐릭터 인장

偽一

바보야.
그 경험으로 좋아하게 된다니, 보통은 트라우마 감이지.
(수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캐릭터 인장

偽九

혹시 모르잖아. (그리고 팔을 꽉 잡는다. 다른 손에는 쭉 들고 있던 파이프가 들려 있고⋯.)

캐릭터 인장

偽一

⋯⋯. (잡힌 팔 내려다본다.)

캐릭터 인장

偽九

안으로 들어갈 거니?

캐릭터 인장

偽一

놔.

캐릭터 인장

偽九

그건 전부 포기하라는 말이랑 같은데.
(잠시 수조와 바다를 보다가 조금 웃는다.) 그래⋯. 많이 기다렸지.
말로는 안 되는 거 같아서 나도 슬퍼, 히토. (그리고 파이프를 들고 히토에게 내리친다.)

캐릭터 인장

偽一

cc<=65 민첩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1 > 71 > 실패

캐릭터 인장

偽一

(다리를 가격하는 둔탁한 소리. 다시 눈을 떴을 때 눈 앞에 보이는 건 검은 모래사장이다.)
(종아리가 아프다⋯만, 여기서 쓰러질 정도는 못 된다. 땅 짚어 아슬하게 몸 일으킨다.)
⋯맷집 좋아진 거 알아?
전처럼 바로 뻗지 않아. 포기해.

캐릭터 인장

偽九

꼭 전을 기억이라도 하는 것처럼 말하네. ⋯하지만 튼튼해졌구나, 기뻐. (볼에 손을 올려서 가볍게 쓸어주고 빙긋 웃는다.)
그래, 훨씬 잘 버티는구나.
하지만 아직 어리고 작아. (다시 한 번 파이프를 들고 내리친다.)

캐릭터 인장

偽九

우리 고집 부리는 건 처음이구나. 그렇지?

캐릭터 인장

偽一

이, 건! (맞은 다리 부여잡고 엎어진다.) 이건⋯ 고집이 아니야, 큐. 폭력이라고 하지⋯⋯.
보내줘. 이렇게 붙잡아봤자 변하는 건 없어⋯.

캐릭터 인장

偽九

그래⋯, 네 말이 맞아. (그 앞에 서서 히토의 한쪽 팔을 잡은 채 가만히 내려다본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게 없고, 변하는 게 없으면 부릴 수 있는 고집이라곤 이렇게 억지를 부리는 것 뿐이지? 헤메고 다니면서 많이 봤을 거야, 히토.
(무릎을 숙여 앞에 쪼그려 앉아 볼에 가볍게 뽀뽀한다.) 난 상냥한 사람이 좋아.
하지만 제일 바보가 뭔지 아니?

캐릭터 인장

偽九

그건 말이야, 상냥해진다고 나중에 후회할 짓을 하는 거지⋯.

캐릭터 인장

偽九

네가 날 싫어하게 될까? 어쩌면 이번엔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이 편이 나아. (다시 파이프를 든다.)

캐릭터 인장

偽九

시간이 지나도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원래 우리도 서로 이해하고 살아가진 않았지? 너는 기억나지 않겠지만.
아직 걸을 수 있어? (내리친다.)

캐릭터 인장

偽一

cc<=65 민첩 (1D100<=6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4 > 94 > 실패

캐릭터 인장

偽一

(비명을 지르는 대신 입술 깨문다. 오기를 부리는 셈이다. 기어갈 생각인가, 이번에는 배 깔고 누운 그 자세로 팔 뻗어 모래 잡는다.)
⋯기억해. ⋯⋯나는 이해하고 싶었어, 항상⋯.
항상. 다들 그랬어. 너는 우리랑 다르다고 그랬단 말이야. 그러니까 평생 이해할 수 없을 거라고, 다들, 수조를 찾고 있는데⋯.
인간이었으면 분명, 나도 똑같이 됐을 거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그 위를 누르듯 깔고 앉아 히토의 뒷목을 잡는다.) 아직 버티다니 정말 많이 튼튼해졌네, 히토⋯. 칭찬해 줄게. (그 위로 뽀뽀 한 번. 굿나잇 키스처럼.)
(그대로 속삭인다.) 하지만 넌 같은 클론인 나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인간을 어떻게 이해하지? 수조에만 들어가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해? 말해 봐, 히토. 그럼 도와줄 수도 있어.

캐릭터 인장

偽一

(깔고 앉아 무게가 더해지자 더이상 몸이 앞으로 나가지 않아, 축 늘어진다. 입에 모래가 들어간 것도 같아, 고개만 들어 퉤, 뱉어낸다.) ⋯적어도, 같은 꼴이되면⋯⋯알 수 있겠지.
이해할 수 있을 거야. 응. ⋯⋯.
더 빨리 왔어야지, 큐.
혼자서 2년은 너무했어. 나보고 평생 혼자일 거라고 했어. 그건 저주야.

캐릭터 인장

偽一

큐도 이해할 수 없다면, 정말 혼자여야 해. 나는.

캐릭터 인장

偽九

(그대로 위에서 고개를 숙여 잠시 히토의 온기를 느끼듯 가만히 눈을 감고 있었다.) 좋아, 똑같은 꼴이 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면⋯.
도와줘도 괜찮아. (일어나서 히토의 옷깃을 잡는다. 수조는 가까이 있다. 모래를 길게 끌면서.)

캐릭터 인장

偽九

(수조 앞에 서서 큐는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를 한 번 본다. 바람은 기분이 좋다.) 2년은 길지⋯. 그래, 알아. 길었지.
(시선이 히토로 옮겨간다.) 그걸 또 하고 싶진 않아, 나도.

캐릭터 인장

偽九

노크 소리에 조금 기뻐졌다가 다시 슬퍼지는 건⋯.
(웃는다.) 아니, 이제 그럴 일은 없겠구나. 어느 쪽이 더 나쁜 걸까? 노크가 들려도 아닌 걸 아는 거랑, 기대했다가 아닌 거랑 말이야.
(어깨 사이로 손을 넣어 번쩍 든다. 좀 더 어릴 때 높이높이 해 주던 것처럼.) 하지만 죽으면 이해도 못 하겠지. 너한테 어떻게 효과가 나타날지는 모르겠어⋯. 수조에 들어가서 네가 바로 그 익사체들처럼 될지도 모르고.
(입술에 가볍게 키스한다.) 정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선물을 하나 줄게, 히토. 방금 건 내가 받은 거고.
이해도 살아야 하는 거지.
수조에 넣어줄까?

캐릭터 인장

偽一

(끌려가는 내내 저항 한 번 하지 않는다.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상대는 내게 익숙한 사람이다. 그리고, 들릴 때가 되어서야 표정이 구겨진다.)
선물⋯ 무슨 선물. (맞닿은 입술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연인이라는 말은 이미 몇 년도 전부터 수긍하고 있었으니까.)
넣어주는 건 고맙지만. 큐가 하는 말은 항상⋯. (불안하게 한다.)

캐릭터 인장

偽九

아까 나올 때 말이야⋯. 말했지? 누가 그렇게 되어도 슬플 거라고.
가장 보편적인 건 수조가 아니라 슬픔일 거야, 히토.
2년 동안 널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실종 전단을 많이 봤어. 2년이 넘는 것도 있었지. 나는 그 감정만은 이해해. (그대로 팔을 당겨, 인형 끌어안듯 한 번 꼭 끌어안은 뒤 수조 안에 앉혀준다.)
그게 선물이야. 수조에만 있으면 히토도 죽을지도 모르잖아?

캐릭터 인장

偽一

(좀 전에 얻어맞은 자리가 아직도 욱씬거려 무릎 굽힌다.)
⋯⋯못 준 게 있어. 큐가 예전에 선물로 줬던 인형, 여기 와서 잃어버렸었는데⋯ 찾았거든. 뒷문 쪽 수조 옆에서.
포옹 대신이라고 했던 그거.

캐릭터 인장

偽一

돌려줄게.

캐릭터 인장

偽九

(물끄러미 보다가 갑자기 웃는다.) 괜찮아⋯. 난 따뜻한게 좋아서.

캐릭터 인장

偽九

히토가 좋아. 인형은 나중에 히토가 잘 묻어 주는게 좋겠네. 나는 크니까 묻기 어렵겠지.

캐릭터 인장

偽一

⋯. (손만 수조 밖으로 꺼내 찰랑이는 파도를 담는다.)

캐릭터 인장

偽九

(품 안에서 칼을 꺼내 수조를 가볍게 안듯 끌어안고 소매를 걷어 팔 안쪽을 긋는다.) 그러고 보니까 이걸 안 물어봤네⋯.
포옹 같은 건 이제 필요 없어?

캐릭터 인장

偽一

⋯⋯잠깐, 큐.
이런 거였어?

캐릭터 인장

偽九

혼자 돌아가서 잘 살 것 같지는 않아. (수조에 걸친 팔에 기대 떨어지는 피를 바라본다.)
그리고 기왕이면 수조를 쫓아 온 사람들만 이해하는 것보다는 세계의 반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쪽이 낫잖아.

캐릭터 인장

偽一

⋯⋯. (칼을 뺏으려 든다. 맨손으로 날을 쥔다.)
⋯⋯미안. 그래도 이건 아니야. 큐, 이건 아닌 것 같아.
나한테 다른 사람의 피 같은 건 필요 없어. 큐가⋯ 목숨을 바치는 게 큐여야 할 이유는 없어.

캐릭터 인장

偽九

그래? (수조 바닥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칼을 꽉 쥔다.) 알고 있어, 그건.
하지만 날 죽이지도 않고 혼자 남아서 떠나겠다니, 그건⋯⋯.
그건 너무한 거야, 히토. (조금 더 아래를 찌른다.)

캐릭터 인장

偽一

(끌어안는다.) 큐, 내가 전부는 아니잖아. 내가⋯⋯.
너도 못 지킨 사람이 되는 건 싫어⋯. 죽지 마, 미안해, 그치만-

캐릭터 인장

偽九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거지?
알아. 나도 그래. (가볍게 마주 끌어안는다.)
우리 둘이 똑같네, 히토.

캐릭터 인장

偽一

그치만⋯⋯. (기어코 울음이 터진다. 끌어안은 팔에 힘이 실린다.)
⋯차라리, 진짜 기절이라도 시켜서 끌고 나가지 그랬어⋯ 고집도 끝까지 못 부리네. 바보잖아.

캐릭터 인장

偽九

(팔이 축축하다. 고개를 히토의 어깨에 기댔다.) 히토가 말했잖아. 변하는 건 없을 거라고.
그럼 어차피 이렇게 될 거, 조금 덜 아프게 마무리하고 싶었을 뿐이야.

캐릭터 인장

偽九

(그대로 어깨에 머리를 가볍게 비빈다.) 뽀뽀해 줘.

캐릭터 인장

偽一

⋯. (짧게 뽀뽀한다. 다시 붙어 더 길게 맞댄다. 그 뒤는 모른다. 고개 숙인다.) ⋯여기서 같이 자는 걸로 하자.
좀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 둘 다.

캐릭터 인장

偽九

⋯흐음. (손끝이 차갑다. 처음 태어났을 때처럼 둔한 손끝을 구부려 움직여보다가, 큐는 좋아, 하고 먼저 작게 말했다.)
좋아⋯. 굿나잇 키스네. (말하고, 큐는 킥킥 웃으며 위로 덮이듯 웅크려 누웠다.)

캐릭터 인장

偽一

⋯⋯⋯응, 굿나잇 키스.

캐릭터 인장

偽九

만약 일어나면 한번 더 해줘.

캐릭터 인장

偽一

그땐⋯ 백 번도 더 해줄 수 있어.

캐릭터 인장

偽九

약속이야. (짠 소금 냄새, 비린 피 냄새에 어울리지 않게 빙긋 웃는다.)

캐릭터 인장

偽一

⋯약속이야. 잘 자. (사라지는 온기를 느끼며 얼굴 파묻는다.)

캐릭터 인장

흘러내리는 것이 뜨겁고 여전히 발목에 닿는 바닷물은 차가워서, 기묘합니다.
의식이 점점 희미해집니다.

캐릭터 인장

병세는 거짓이었습니다. 저주 역시 거짓입니다. 때문에, 의미 없는 희생이 될 지라도.
영원히 되찾을 수 없다고 하더라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마지막까지 끌어안을 수 있다면.
그래도 내일을 남겨줘. 너를 이루는 것들을 포기하지 마.
끝까지 살아남아.
내일 보자.
잘 자.
희게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마지막 말이 들린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Ending 2, 심해
「3, 난 당신을 너무 늦게 혹은 너무 일찍 만났던 거야.」

캐릭터 인장

偽一 로스트
偽九 로스트

캐릭터 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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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어있는 수조 내부에는 누군가의 붉은 피가 가득 묻어 있다.
뜨거웠던 그것은 차게 식은 지 오래다.
수조에서부터 바다까지 길게 이어지는 끌고 간 흔적, 그리고 한 명 분의 발자국, 옆을 따르는 혈액.
두 사람은 끝나지 않는 여행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