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너
螺旋崩壞
당신이 어디서부터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눈을 뜨면 알콜냄새가 납니다. 위에서부터 작은 빛이 떨어져 옵니다. 작은 전등일까요. 정신을 차리고 나면 팔이 따끔한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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螺線崩壞
w. 너
KPC 黒粋奴藻
PC 大海原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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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디서부터 기억하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눈을 뜨면 알콜냄새가 납니다.
위에서부터 작은 빛이 떨어져 옵니다. 작은 전등일까요.
정신을 차리고 나면 팔이 따끔한 것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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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팔에 뭐가 붙어있는 거야? 손으로 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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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목에 붙어있던 게 거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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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즈를 뜯어내면 주사기 흔적과 살점이 떨어진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심지어 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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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병원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야. (살점이 떨어진 흔적? 그런 게 왜 있어. 어떻게 떨어진 건지 살펴보려고 팔을 얼굴 가까이 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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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인지, 흔적인지 모를 것을 가까이 두고 관찰하다 보면 익숙한 단어가 몇 떠오릅니다.
채취, 혹은 실험.
그러고 보니 환자복을 입고 있습니다.
大海原九
아무리 인생사 돌고 도는 거라지만 내가 이 처지가 되니 상당히⋯⋯.
그래, 감회가 다른걸?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본다. 그러고 보면, 앉아있던 걸까? 누워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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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기분에 살아온 기억을 되짚어봅니다만, 이상하네요.
이름, 나이, 사는 곳 정도를 제외하면 전부 흐릿합니다. 확실한 건 이치지쿠 자신에게 이 복장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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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있던 곳을 확인하면 높고, 딱딱한 이동식 철제 침대입니다.
또한 주변은 자신이 누워있던 이동식 침대만 하나 덜렁 놓여져 있는 빈 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싸늘하고, 소독약 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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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잠깐, 그럼 예전에 내가 뭘 하고 살았는지 같은 것도 전부 기억나지 않는다고? 가족이나 그런 것 전부? 움직이다 말고 멈칫한다.)
(그럼⋯⋯. 좋아. 여기는 아무리 봐도 병원은 아니고, 내가 살던 곳도 아니니까⋯.) 납치라도 당했나? (침대에서 일어나 그 아래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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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아래는 텅 비어있습니다. 먼지가 조금 쌓여있네요.
벽지도 발라져 있지 않은 완전한 콘크리트 방으로, 영안실이 떠오릅니다.
작은 방은 창문조차 없고, 앞에는 철제 문이 보입니다. 문 옆에는 스위치가 있습니다.
大海原九
죽었다가 살아나기라도 했나⋯. (침대에서 내려서서⋯옆으로 밀어 쓰러뜨려본다.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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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침대 답게 잘 밀려납니다.
옆으로⋯ 슝⋯.
大海原九
(침대가 쓰러지지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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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뭐야, 이동식이면⋯버튼 누르면 간다던가 하는 거 없어? (찾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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휑한 방에서는 흔한 리모컨 하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천장을 올려다보니, 위에 뚜껑 닫힌 환풍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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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여기로 나가야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어디 막대기 같은 게 굴러다니는 중이진 않을까? 나무든 쇠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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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행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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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60 행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3 > 13 > 어려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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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란 각목이 저 구석에서 굴러다닙니다.
상태가 영⋯ 조금 쓰면 바로 부러질 것 같네요.
大海原九
(에이⋯.) 여기 관리자 대체 누구지?
멀쩡한 게 없네, 사람을 데려다 놓고.
(침대를 환풍구 있는 아래까지 끌어와 다시 위에 올라서서 각목으로 쿡쿡, 찔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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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를 밟고 올라서니 높이는 충분합니다. 각목 끝으로 조금 건드리자, 뚜껑은 쉽게 열립니다.
사람 하나는 기어서 이동한다면 들어갈 수 있을 법한 구멍이에요.
大海原九
흐음⋯⋯⋯. (각목을 내려둔다.)
(다시 내려와 문 옆의 스위치를 꾹.) 이건 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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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누르면 방의 전등이 꺼집니다.
大海原九
⋯⋯. (두세번 더 눌러본다. 딸깍딸깍.)
그럼 문은.
문은? (딸깍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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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고리를 잡고 흔들면 덜컹거리기만 할 뿐, 열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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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문도 안 열리게 해 놓고 서비스 최악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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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문이 아닌 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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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짜증내며 문 밖으로 소리친다.) 있잖아? 문단속 좋지, 하지만 이건 문단속이 아니라 부주의잖아! 안에 사람이 있는데 방치하고 그냥 잠궈두다니 무슨 생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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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0 > 80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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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마냥 조용한 줄 알았으나⋯.
한껏 화를 낸 후 귀를 기울인다면, 돼지나 닭을 섞은 듯한 기이한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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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눈살을 찌푸린다. 이정도 난리면 누가 가둬둔 거라든 와볼만 한데.)
있~잖아~? (어린아이가 할 법한 하찮은 욕에서부터 공간에 대한 불평까지 내~리 말하면서⋯다시 침대 위로 올라간다.)
아무튼, 답변이 없다는 건 보통⋯전부 맘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지.
물론 환풍구로 나가야 하는 건 굉장히 별로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지?
(책임자 만나면 굉장히 뭐라 해 주도록 하자. 그런 생각과 함께 환풍구로⋯빠져나갈 수 있는 크기인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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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풍구 입구는 이치지쿠 한 사람이 들어가기에는 충분한 크기로 보입니다.
내부는 어둡고, 퀴퀴한 냄새가 납니다.
大海原九
정말로 누구지, 날 이딴 데에 이러고 가둬둔 녀석? (그러나 말과 달리 냉큼 환풍구를 통해 빠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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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먼지가 쌓여있는데다, 거미줄도 쳐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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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기어다니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두운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다행인 것 같아요.
환풍구를 통해 기어가는 시간은 영겁의 시간 같습니다.
⋯한참 지나가 보면, 저 앞으로 빛이 보입니다.
밖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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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냥 전등이라도 여기보단 낫지. 머리에 묻은 먼지만 가볍게 털어보고 빛을 향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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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풍구 밖
환풍구 밖은 양 옆이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담으로 둘러 싸인 정원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당신이 어떤 비일상적인 행위를 겪던 햇빛은 찬란하고 세상에는 별 문제가 없는 모양이네요.
해가 중천에 떠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낮 같군요.
높기 때문에, 뛰어내릴 경우 도약 판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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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아래에 나무나 풀숲은 없나?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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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잔디가 보이지만 누렇고 말라서, 발로 밟으면 금방 바스라져 버릴 정도입니다.
나무 역시 이치지쿠가 있는 곳에서는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있네요.
大海原九
여기도 관리가 안 되어 있다니, 무슨 뺀질이람?
(할 수 없지. 그냥 뛰어내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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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도약 판정.
大海原九
cc<=20 도약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 > 3 > 대단한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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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으로 멋지게 착지합니다.
내려와서 다시 살펴보니, 정원이라고 하기에 그다지 넓지는 않습니다.
앙상하고 마른 나무가 몇 그루 세워져 있을 뿐입니다.
뒤쪽을 바라 봤을 때 환풍구 외에 보이지 않는걸로 봐서는 아마 건물의 뒤 편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빠져나온 정원엔 대리석으로 된 복도가 마른 잔디를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大海原九
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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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끝에는 콘크리트 건물이 위치해 있으며, 철제 문이 하나 붙어있습니다.
大海原九
대리석으로 바닥을 깐 걸 보면 비싼 곳 같은데 이렇게 다 죽여놓다니. 망해서 이미 버려진 곳 아니야? (바닥을 쿡쿡 찔러보곤 으쓱이며 철제 문으로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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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만 해도 싸한 건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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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제 문은 쉽게 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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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문을 슥 밀어 열어본다.) 뺸질이 군~? 여긴 또 안 잠궈 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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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 안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장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딱히 머리를 굴릴 것도 없이 꽤 오래된 창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저분하고 정리도 안되어 있고⋯.
눈이 익숙해질 때까지 오래 걸릴 겁니다.
大海原九
(뺀질이라는 호칭은 점점 단단해져만 간다.) 분명 아까도 이쯤에⋯.
(벽을 더듬어 스위치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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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예상대로 문 옆의 스위치를 발견합니다.
불이 들어오자, 상상했던 그대로의 너저분한 창고가 보입니다.
원하는 물품이 있을 경우 찾아볼 수 있습니다.
大海原九
역시⋯.
또 문이 잠기면 귀찮으니까? (총이라던가, 목걸이 열쇠라던가 하는 거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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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행운 판정.
大海原九
cc<=60 행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9 > 29 > 어려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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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던 열쇠는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작동 가능한 것으로 추정되는 장총을 발견합니다.
大海原九
(총알도 들어 있나? 돌려보다가 손에 들고 다시 창고를 뒤진다. 담요라던가 겉옷 될 만한 거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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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다시 행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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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60 행운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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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부러져있던 담요를 발견합니다. 사이즈는 넉넉하네요.
조금 더 둘러보니, 창고 내부에 이상하게 시멘트 가루가 많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大海原九
(담요를 둘둘 둘러 따스함 및 안정감을 확보하고, 문득 시멘트 가루를 발견해 발 끝으로 슬슬 밟아본다.)
뭐야, 이건?
이런 게 여기 왜 있담. 세운지 얼마 안 된 건물도 아니고, 공사판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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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건 대강 챙긴 것 같습니다.
그 순간, 갑작스럽게 머리가 어지러워집니다.
흔들림이 심해지고, 창고에 있는 물건들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그 때 자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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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음이 깔린 듯한, 아주 탁하고 낮은 가래끓는 목소리입니다.
"어디에 있어?"
이치지쿠, 정신력 판정.
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 > 1 > 대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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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을 열고 들어가면 당장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딱히 머리를 굴릴 것도 없이 꽤 오래된 창고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저분하고 정리도 안되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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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에는, 망가진 장총이 떨어져 있습니다.
大海原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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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저 장총, 아까 내가 찾았던 거 아닌가?)
(다시 벽을 더듬어 불을 켠다.) ⋯⋯뭐야? (담요는 아직 두른 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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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요는 멀쩡히 어깨 위를 감싸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워 하고 있으면, 이치지쿠가 열고 들어왔던 문이 재차 덜컥입니다.
문 너머에서 얼굴을 비추는 건,
■■■■
⋯좋아, 이번에는 또 왜 여기에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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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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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 (빤히 바라본다.)
⋯뺀질이.
■■■■
⋯뺀질이?
大海原九
누군지는 몰라도, 온 건 너 하나 뿐이니까 여기 있는 다른⋯직원? (고개를 기울인다.) 은 너뿐인 거겠지.
그런데 사람을 영안실 같은 데에 가둬 놓고, 문도 잠겨 있고, 이불도 없고, 춥고, (보란듯이 담요를 한쪽 들었다가 다시 감싼다.) 환풍구는 먼지 투성이에 정원은 다 죽어 있고.
(그리고 다시 남자를 가리키며⋯.) 뺀질이잖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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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이마 한 손으로 짚는다.)
다른 건 그렇다 치자, 환풍구는 네가 멋대로 빠져나간 거잖냐? 문이라는 게 멀쩡히 달려있는데도.
게다가 돌아다니기나 하고 말이야. 아직 창고여서 다행이지.
大海原九
안 열렸는걸.
잠궈놓고 네가 까먹은 게 나빠.
■■■■
까먹은 거 아냐.
네가 못 기다린 거야. (안 진다.)
大海原九
엄청 불렀는데도 아무 반응도 없었는데? 완전히 까먹은 거 같은데?
알았다, 감독하는 사람 없다고 낮잠 잤지? 졸았지?
■■■■
있잖아, 나는 잊고 싶어도⋯⋯.
⋯됐다, 뺀질이인 걸로 하자. 더 토 달면 딱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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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뭐야? 그 내가 잘못했는데 넘어가 주겠다는 듯한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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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맞는데?
大海原九
저기 말야, 뺀질이 군.
네가 문을 열어놨으면, 아니면 안내문이라도 붙여놨으면 내가 환풍구로 굳이 나올 이유는 없었거든?
(여기저기 붙은 먼지를 보다가 척척 다가가서 옷 위로 문지른다.)
■■■■
(그 모습을 가만 지켜본다.) 여기서 나가자, 보다시피 그닥 깨끗한 장소는 아니거든. (바닥으로 떨어진 시선이 장총을 보더니 다시 이치지쿠를 향한다.) ⋯.
안내문 같은 걸 붙일 필요 없게 굴어봐.
大海原九
그럼 좀 그럴듯한 방으로 만들어 봐. (한쪽 발로 슥⋯⋯장총을 밀어 상자 사이로 숨긴다.)
여기 청소도 네 담당이지?
■■■■
어. (들어온 문의 맞은편, 또 다른 철제 문이 보인다. 그걸 연다.)
大海原九
뺀질이 맞네. (뒤를 따라간다.)
▸
흰색의 벽으로 이루어진 살풍경한 복도가 둘을 맞이합니다.
info
■■■■
1d4 (1D4) > 4
메인
system
[ ■■■■ ] SAN : 30 → 26
main
■■■■
⋯⋯ 자기소개, 필요해?
大海原九
(유심히 살펴보다가 시선을 내린다. 이름표 같은 건 없나?)
■■■■
(어딘가에 잠시 빼둔 건지, 본래 이름표가 있었을 것 같은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大海原九
(어쩔 수 없다는 얼굴이 된다.) 그럼 아무 설명도 안 하려고? 이제 익숙한 거 아니야?
보아하니 익숙한 것 같고, 그럼 내가 뭘 까먹은 것도 하루이틀 일은 아니겠지?
■■■■
머리 하나는 아직도 잘 돌아가는 모양이지.
大海原九
이 정도도 못하는 바보가 있어? ⋯⋯그보다 좀 씻거나 앉고 싶은데?
■■■■
⋯⋯.
앉을만한 곳이 있어. 배는? (고프냐고 묻는 것 같다.)
大海原九
⋯⋯. (고픈가? 새삼스레 생각한다.) ⋯⋯아마 고플걸.
■■■■
그럼 얌전히 따라와. (손가락 까딱이더니 먼저 복도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한다.)
大海原九
(그 말에 한 1분 정도는 말없이 따라가는 듯 싶더니) 너 친구 없지?
■■■■
새삼스러운 질문을 하네⋯ 만들고 싶어도 못 만든다? 보면 알잖아, 여기 나랑 너 둘 뿐인 거.
大海原九
평생 여기서만 살지도 않았을 텐데, 그래도 친구 없었을 거 같다고 한 건데, 나는. (얄미운 소리⋯.)
■■■■
아⋯ 그러셔. 질문의 저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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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날 고생시킨 너를 향한 귀여운 놀림 같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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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게다가 조용히 걸어가는 건 심심해. 여긴 정원까지 저 모양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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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림이라는 말은 가볍게 흘려듣는다.) 근처야. (저 앞 가리킨다.) 식당.
척 봐도 연구소인데, 이런 곳에서 놀 거리를 찾는 건 너 뿐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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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보아하니 나는 연구원 입장이 아닌 거 같은데⋯.
그럼 놀 거릴 찾아야지, 멍하게 가만히만 있겠어?
(식당 문을 열어본다.) 그나저나 이런 건 왜 굳이 또 나눠 놨대? 귀찮게.
■■■■
원래는 여기도 사람이 많았다던가. 굳이 나눈 걸 보면 그런 거 아니겠냐.
▸
◈식당
주방과 이어져 있는 평범한 식당입니다.
넓은 플라스틱 식탁과 의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기본적인 조리시설이 있으며 맨 오른쪽엔 냉장고 와 정수기, 생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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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우두커니 서서 보다가 냉장고 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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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료는 거의 떨어져 가는 중입니다.
■■■■
(냉장고 안쪽에서 토스트 하나 꺼내고, 먼저 의자 빼 앉는다.)
大海原九
(재료 뭐 있는데?) 잠깐⋯⋯. 이거 만들어서 먹어야 돼?
■■■■
⋯만들어둔 거야, 하나.
더 먹고 싶으면 그땐 만들어야겠지. 아니면 뭐, 냉동식품이라도 돌려줘?
大海原九
그건 좀 싫은데. ⋯⋯그거 내 거지? (그냥 냉큼 그 주변에 앉는다.)
■■■■
네 거다, 네 거⋯ 널 위해 내가 손.수. 만들어뒀으니 불평 말고 먹도록.
(말 마치곤 가만히 지켜본다.)
大海原九
(눈을 가늘게 뜬 채 토스트와 남자를 번갈아 보다가 들어서 한 입 베어문다.) 요리 같은 걸 할 수 있어 보이진 않는데, 다른 사람이 해 준 걸로 말하는 거 아니야?
■■■■
다른 사람이 없다니까? (아예 식탁에 한쪽 팔 올리고 턱 괸다.)
大海原九
며칠 전에는 있었을 수도 있잖아? (음⋯맛있나? 우물우물 먹다가 삼킨다.)
⋯그래서, 자기소개?
내가 알기론 내가 사는 곳은 여기가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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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너도 여기 직원치고는 모르는 게 너무 많고 말이야. 혹시 너도 나랑 같이 실험체가 된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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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랬다면 상황이 좀 나았으려나⋯ 아무튼.
쿠로이키 야츠모.
(잠시 뜸 들인다.) ⋯이름이야. 부르는 건 네 마음대로. 내키지 않으면 '뺀질이' 고수하시던가.
main
大海原九
혹시 그런 취향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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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토스트 먹다 말고 손가락 가볍게 흔든다.) 이름보다 뭔가⋯별명이나 멸칭이 좋다던가⋯.
존중해줄 순 있는데.
黒粋奴藻
(단박에 어처구니 없다는 눈빛.) 전에는 단세포 바보였는데⋯.
내 취향보다는 네 취향에 가깝겠지.
⋯상황 설명이 필요한 거지? 네가 아는 네 정보부터 말해봐.
大海原九
(마지막 한 조각 입에 던져넣고 담요나 한 번 더 고쳐 잡는다. '와, 누가 그런 바보같은 별명을?' 같은 말을 내뱉기 전에 정보를 알게 돼서 다행이다 정도 생각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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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서른 넷에, 이름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고, 살던 곳은 이케부쿠로.
너랑은 여기서 며칠인가 둘이서만 본 사이에⋯.
이 옷, 마음에 안 들어. (고갯짓해 자기가 입은 옷을 가리킨다.) 왜 이렇게 된 건진 몰라도 전엔 너랑 비슷한 거였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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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언제 따라둔 건지, 앞에 놓인 물잔을 이치지쿠 앞으로 밀어준다.) 비슷했지? 너나 나나. 이런 곳에서 지낼 입장도 아니었고.
배경 설명부터 해야 한다고⋯ 귀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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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턱을 괴지 않은 손은, 검지가 규칙적으로 식탁을 두드린다.) 밖은 인류가 해결할 수 없는 바이러스 같은 게 창궐해있다. 난 그걸 연구하라는 사명을 받아 이 연구소에 보내졌고.
아무래도, 감염되지 않는 특이 체질이라는 놈인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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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흐음.
⋯⋯단세포 바보인데 연구직 사명? 그게 돼? 화학점수 몇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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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28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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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목소리가 부드러워진다.) 저기 말야⋯, 야츠모 군.
나쁘게는 말 안 하지. 그만두고 돌아간 다음 다른 사람 불러오는게 어때?
黒粋奴藻
마음 같아서는 그러고 싶다고~. 나도 연필 굴려서 문제 풀던 기억이 전부인데, 갑자기 보내져서는.
너는 말이지, 살아있지만 죽지 않은 보균자야. 귀한 샘플이라고들 부르지. 마찬가지로 연구를 위해 이곳에 들어와서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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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리고 넌 감염되지 않는 특이 체질이고. 좋겠네에⋯.
연구한다면 너와 나 두명을 다 하는 게 맞지 않나? 선정은 잘 했네! 네⋯⋯. 머리만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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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런데 그럼 난 아직 안 죽은 거야, 앞으로도 그 바이러스로 죽지는 않는 거야, 어느 쪽?
黒粋奴藻
(눈동자만 움직여 시선을 맞춘다.) 너는⋯ 아마 후자가 아닐까?
연구의 강도가 꽤 심하거든. 시작한지 1년 정도 됐는데도, 끝날 때마다 기억을 잃을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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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지금의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건 당연해. (가운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곧, 식탁 위에 접혀있던 종이 한 장을 펼쳐 올려둔다.)
이건 서약서. ⋯너, 마지막으로 정신을 잃은지 한 달 정도 됐어.
main
大海原九
서약서. (신기한 듯 따라 말하곤 종이를 읽어본다.)
▸
연구의 내용이나 목적에 관한 내용들. 전부 야츠모가 말한 그대로입니다.
하단에는 이치지쿠의 사인⋯으로 추정되는 문자가 보입니다.
大海原九
(똑같이 써볼 수 있나? 손 내민다.) 펜 줘.
黒粋奴藻
⋯펜?
(앞 주머니에 꽂혀있던 걸 내민다.)
大海原九
(이건⋯이치지쿠인가? 따라 써본다.)
▸
형태를 따라 옮겨쓰는 그 과정이 손에 익습니다.
黒粋奴藻
⋯의심이라도 해?
네가 직접 허가했어.
大海原九
기억도 없는데 당연한 절차지.
실험은 번번이 기억을 잃을 정도라고 하고⋯보통은 제정신이라면 허가 안 해.
뭐, 내가 제정신이 아닐 경우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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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보통은 그렇지, 보통은.
동행하는 연구원이 나였으니까. 그리고⋯ 나도, 네 일이어서 흔쾌히 이런 곳까지 걸음한 거고.
게다가 사실상 우리에게 거부할 권한 같은 건 없었기도 해.
大海原九
죽는다고 협박이라도 당했어? (다시 펜을 내려둔다. "참, 이것 말이지⋯. 고마워.")
黒粋奴藻
(펜을 들어 원래 위치에 돌려놓기 전, 이치지쿠의 손등 위에 무언가 적는다. 자신의 이름이다.)
뭐어, 말하자면 인류의 마지막 희망~ 그런 느낌이었으니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보지만.
大海原九
거창한 일이네. 뭐어⋯. (이 이름은 왜 적는 거지, 생각하듯 손등을 빤히 바라본다.) 네 화학 점수를 들으니 확실히 어려워 보이지만 말야, 야츠모 군.
따로 여기서 공부한 적은?
黒粋奴藻
있어. 의외로. (펜 도로 꽂는다.)
시간이 넘쳐나는 바람에.
大海原九
⋯⋯아하, 하긴 한달동안 누워 있었다고 했지?
그 실험 말인데⋯. 또 바로 진행할 건 아니겠지, 야츠모 군. 문제가 많다고, 지금은. (턱 괸 채 물끄러미 본다.)
물어볼 것도 많고. 너 말야⋯.
한참 전부터 아는 사이?
黒粋奴藻
⋯⋯.
그래, 한참 전부터 아는 사이야. 이 안에 들어오기 전에도, 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냈다고 생각해.
무슨 관계냐고 물을 건가?
大海原九
너라면 안 물어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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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부모님⋯
⋯을 죽인 원수. (농담.)
main
大海原九
(과장되게 양손으로 입을 막는다.)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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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럼 너는 부모님의 원수인 날 아프게 하려고 지원했다고?! 그래도 이렇다면 받아들여야 하는 거겠지. (우는 척 담요로 눈가 닦는다.) 그래, 야츠모 군, 원하는 대로 해⋯⋯.
main
黒粋奴藻
뭘 원하는 대로 하라고? (먼저 말 꺼내놓고도 혀 찬다.) 복수라도 할까? 지금?
大海原九
뭐야, 네가 말한 대로라면 기쁜 이야기 아닌가. (다시 담요를 내린다.) 뭐가 불만이야?
黒粋奴藻
완전 틀린 말은 아니지⋯ 원수는 맞다고 해둘까? 내가 네 덕에 고생을 얼마나 했는데.
main
黒粋奴藻
그래서 너는 매일 내게 가혹한 실험을 당하며 몸으로 갚고 있었어⋯⋯.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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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럴 수가⋯! 너무해⋯⋯!
어쩐지 거즈 아래 살이 너덜너덜하더라니! 이것저것 수상한 약물이나 주입하며 허송세월을 보낸 거겠지, 분명!
main
大海原九
(안타까운 듯 욕하는 듯 모르겠는 소릴 하며 '흑흑.' 같은 말을 내뱉고, 문득 이치지쿠는 빈 그릇을 다시 야츠모 앞으로 내민다.)
main
大海原九
그런데 야츠모 군, 배고프니까 하나 더 해줘.
黒粋奴藻
⋯⋯.
갈수록 먹성이 좋아지고 있지 않냐? (일어서 냉장고로 향한다.)
大海原九
여기가 심심한 탓이야. 사람은 할 게 없으면 입이 심심해지는 법이고, 난 한 달 동안 먹은 게 없으니 당연하지.
黒粋奴藻
(가져온 그릇은 싱크대 옆에 내려두고, 식빵과 계란을 꺼낸 뒤 팬을 올린다.) 실-컷 먹어라, 특별히 하나 더 해주는 거니까.
(가열된 팬 위에 식용유를 두른다. 그 뒤는 아시다시피⋯.) 좀 전의 이야기 말인데, 정부도 포기했을 거야.
여기 완전 외곽이거든. 밖은 당연히 아무도 없고. 위에서도 여길 막아두는 걸로 행동을 다 한것 같더라고.
main
大海原九
("과일도 줘." 같은 한가로운 소리를 하며 식탁에 앉아 발만 흔들흔들 거린다.) 꼭 좀비 영화 같네. 그중에서 제일 심한 곳을 막아둔 꼴이고⋯⋯.
黒粋奴藻
따지자면 심한 건 바깥이지. 아니, 나도 거기 상황은 제대로 모르지만? (군말 없이 사과 하나 집어든다. 그릇에 대충 올려두기만 했다.)
그러니까 여기 나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정신에 이로워. 알지? (토스트까지 담긴 그릇은 도로 이치지쿠의 앞으로.)
大海原九
네가 날 전부터 알았다면⋯.
잠깐, 이거 깎아줘.
토끼로.
黒粋奴藻
⋯⋯.
cc<=25 손놀림 (1D100<=2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5 > 85 > 실패
main
黒粋奴藻
(그냥 대충 조각낸 사과 준다.)
main
大海原九
(배 잡고 웃는 중)
토끼! (가리킨다.) ⋯⋯토끼래!
黒粋奴藻
토끼. 뭐. 그만 웃어라?
大海原九
화학 점수는 28점이고, 토끼는 못 깎고⋯.
잠깐만, 야츠모 군. 보건체육 몇 점이야?
黒粋奴藻
그런 점수까지 기억할 리가 없잖아⋯. (결국 손가락 끝이 이치지쿠의 이마를 가볍게 친다.)
大海原九
(악, 하고 이마를 가볍게 문지른다.) 뭐야, 여기서 보건체육만 높으면 거의 약속된 조합인데.
黒粋奴藻
무슨 조합.
大海原九
따지고 보면 육체파인 캐릭터 조합.
아니면, 학교에 꼭 한명 있는 바보.
왠지 그 과목만 잘 보게 되어있단 말이야. 그렇다는 직감이 있으니까. 작품 이름은 얘기 못 해도. (기억에 없으니 아무래도 그렇다. 조각난 사과를 하나 입에 집어넣는다.)
黒粋奴藻
결국 바보라는 소리지? (헹군 손 털고 자리로 돌아와⋯ 앉지 않고 의자를 도로 넣는다. 대신 이치지쿠 앞 탁자 언저리에 기대어 선다.)
大海原九
비슷하지. (토스트를 반으로 자른다.) 그래서 말이지만.
원래 하지 말라고 하면 해 보고 싶은 것도 알지, 야츠모 군?
黒粋奴藻
⋯⋯?
⋯⋯뭘?
大海原九
바깥 얘기야.
지금 날 따져보면⋯.
⋯실험이 있든 없든 기억이 짧게씩은 날아간다는 것 외에는 이상이 없거든? 재산 손해는 크겠지만.
바깥이 왜 난리인데?
黒粋奴藻
⋯⋯앞서 말했듯이 가장 큰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된 사람은 전부 죽거나, 죽는 게 나은 상태가 되는⋯ 네 표현을 빌리자면 말 그대로 아포칼립스지. 그래서 세워진 연구소가 여기니까.
大海原九
⋯⋯죽는 게 나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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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만큼 괴롭다는 소리 아냐? (어깨 가볍게 두드린다.) 멀었어?
大海原九
(야츠모를 보는 눈이 가늘어진다.) 아니, 다 먹었어. (남은 반은 다시 그릇에 올려두고 내민다.) 이거 넣어둘래.
黒粋奴藻
⋯ 나중에 먹게? (고개 옆으로 으쓱이고 남은 토스트는 그릇과 함께 랩으로 싸둔다. 그대로 냉장고 행.)
大海原九
사과도 먹어서 배불러, 이제.
그보다 여기 문 중에 잠긴 것들은 어떻게 열어?
黒粋奴藻
나랑 동행하는 한은 들어갈 수 있어. 하나 빼고.
그리고, 웬만해서는 혼자 돌아다니지 마. 네가 말 듣는 경우가 드물다는 건 알지만⋯. (들어왔던 문으로 향한다.)
大海原九
하나, 어디?
게다가 여기 어차피 너랑 나 뿐인데, 화장실 가거나 씻을 때 정도는 혼자 보내는 게 좋지 않겠어?
CCTV 있을 거 아냐.
main
黒粋奴藻
화장실 앞에서 기다려줄게⋯ 좋지? (뒤도 안 돌아보고 손 흔든다.)
오오우나바라, 네가 깨어난 방이 있는 곳이 제2 연구소야. 그 건물에 있는 방은 궁금해하지 않는 걸 권장할게.
특히 감금실⋯은 뭐. 거긴 쓰지 않는 자료 버리는 폐기실이니까 볼 것도 없고.
大海原九
감금실?
이름 한 번 살벌하네⋯⋯. 좋아. 왜 궁금해 하지 않는 게 좋은데?
黒粋奴藻
수습하기 귀찮아져서. (얼버무린다.)
▸
다시 복도.
main
▸
복도를 따라 각 방의 문 앞에는 표지판 같은 것들이 붙어있습니다.
식당과 가까운 순서대로, 제1 연구실, 표본실, 자료실⋯ 그리고 문 근처의 제일 끝 방.
main
大海原九
무슨 수습을 해야 하는데? 내 잔해라도 있나. (제1 연구실 문을 선뜻 잡아서 열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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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 1 연구실
문고리는 따로 없으며 문 옆에 카드 리더기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黒粋奴藻
⋯⋯. (카드키 댄다.)
비밀.
▸
야츠모가 카드를 대면 검은색의 화면에 초록색으로 【Yatsumo】라는 글자가 뜨며 문이 열립니다.
연구실 안으로 들어가면 내부가 드러납니다.
당장 앞에는 키를 걸어두는 곳이 있으며, 왼쪽부터 열쇠 네 개가 걸려있습니다.
大海原九
(연구 내용은 어디 없나? 주변을 둘러본다.) 소설같은 거 읽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
黒粋奴藻
심심하면 읽거든? 여기에 읽을만한 소설이 있어야 뭘 하든, 말든 하지.
▸
키를 걸어두는 곳을 지나 쭉 걸어가면 긴 실험대가 보입니다.
main
▸
그 위에는 현미경과 유전자 표본을 채취한 흔적들이 남아있으며 옆에는 서류와 볼펜이 정리되지 않은 채 엉망으로 놓여있습니다.
구석 자리에는 약장이 있습니다. 가운데는 흰색 테이블과 철제 의자가 놓여있네요.
개인 연구실로 보입니다.
주의를 기울인다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고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main
大海原九
(꼭 물건 회수하듯 키를 하나하나 빼내 손가락에 건다.) 저런, 그래? 클리셰라던가 복선은 전혀 모르는 것 같길래 안 읽는 줄 알았더니.
대신 심심하면 이런 거나 건드려 봤다가 말았다가 한 모양이고.
(서류를 들어서 읽어본다.)
main
黒粋奴藻
무슨 클리셰, 이 건물 안에서? 너와 내 사이에서?
大海原九
둘 다?
黒粋奴藻
허.
▸
서류는 수기로 작성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복잡하게 적혀 있는 연구 기록으로 마지막에는 RNA interference 라고 적힌것에 빨간색 볼펜으로 동그라미가 적혀있습니다.
info
HANDOUT
유일하게 전염되지 않는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우리는 감염자에게 세포를 이식하고 피를 투여하는 등 실험적으로 계속 변화를 주었다.
다른 유전자를 복제하는 유전자라면 자신보다 강한 유전자를 복사하지 않을까?
하지만 변한 유전자는 그 계통 내에서 전승 되지 않았다.
보통 생물 개체의 각 부분이 일체화되고 통합되어 협조하기 마련인데 이 유전자는 마치 각각 독립된 개체로서 존재하는 듯 하다.
그렇다. 다음부터 서술 될 말을 믿을 수 있는가?
이 유전자는 단지 세포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의 인격이 부여되어 있었다!
그것은 렌즈를 보며 괴기스럽게 웃었다.
현미경을 통해 관찰하는 우리를 그것도 같이 관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main
大海原九
봐, 클리셰. 이미 하나는 찾았네.
너도 어떻게 보면 실험체였다는 거 말이야. (서류를 다시 툭 던져놓고 현미경을 건드려 본다.)
이건가? 세포 관찰한 녀석.
黒粋奴藻
그야 당연하지, 비교할 표본이 모자라니까. (팔짱 끼고 서 있다.)
▸
관리가 잘 된 현미경입니다. 옆으로 관찰한 표본이 늘어져 있네요.
현미경을 사용해 관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大海原九
그래도 나름 안 죽고 완전히 조각조각 분해된 게 아니라 살아있어서 다행이게 됐다고 해 줘야 하나? (현미경을 들여다본다.)
黒粋奴藻
내가 분해되면 너는 어쩌고?
▸
표본은 왼쪽부터 총 네가지가 있습니다.
표본 1. 다른 피해자의 표본입니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세포가 스스로 분열하여 사라집니다.
그 자리를 다리가 달린 듯한 세포가 분열하여 빈 자리를 차지하듯 채워갑니다.
척봐도 이상한 상황이네요.
main
大海原九
별로 귀엽지는 않네. (다른 것도 있을까?)
▸
표본 2. 이건⋯ 야츠모의 표본입니다.
그냥 세포가 보입니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부러울 만큼 평범합니다.
main
大海原九
⋯⋯⋯. (괜히 표본 건드려 본다.)
뭐야, 정말. (다른 표본은?)
▸
표본 3.
네임 플레이트에는 H.C라고 적혀있습니다.
현미경으로 살펴보면 세포는 벌레가 고치에서 빠져나가는 듯한 형태로 분열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黒粋奴藻
그건⋯.
⋯⋯바이러스의 표본이야.
생물에 이식하면, 다른 생물의 세포를 파괴하고⋯ 자신이 그 세포를 흉내내서 대신한다고 하더라.
大海原九
이름이 H.C라, 미국 수도 같네.
그리고 이게⋯내 몸 어디서 일어난 일이라는 말이지.
黒粋奴藻
⋯그런 셈이지.
大海原九
야츠모 군.
기억이 없다고 해도 지식은 남아 있어. 범위는 애매하지만 말이야.
신화는 좋아해?
黒粋奴藻
⋯응. ⋯⋯신화?
할 일 없을 때 종종 찾아보는 정도. 예전에 살던 동네가⋯⋯. (말 끝 흐린다.)
大海原九
이케부쿠로가?
黒粋奴藻
⋯이런 저런 것들이랑 잘 얽혔잖냐.
大海原九
⋯⋯. (한쪽 눈썹을 든다.)
⋯그 기억까진 없어.
내가 물어보려고 한 건 일본이 아니라 그리스 쪽인데? (라고 말하는 점이, 정말 기억이 없구나 싶기만 하다. 이케부쿠로에는 난데없이 북유럽의 신화들이 널려 있었으니까.)
黒粋奴藻
그건 안타깝게 됐네⋯그래서?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거지?
main
大海原九
배 이야기야⋯.
테세우스의 배. (다른 표본이 남았나? 현미경을 다시 들여다본다.)
main
大海原九
어느 배를 수리하면서, 오랜 시간동안 갑판 하나, 쇠못 하나까지 새걸로 바꾸면 그 배는 전에 있던 배와 같은가 하는 이야기지.
▸
표본 4. 네임택에 쓰여있는 이름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黒粋奴藻
들어본 것도 같고. 설마, 네 기억 때문에?
▸
이치지쿠의 신체에서 조금 덜어낸 표본입니다.
자세히 보면 세포가 일그러진 채로 괴이한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기다랗게 뻗어있는 것은 마치 벌레에 다리가 붙은 것 같습니다.
그 세포를 빤히 쳐다보고 있자면 마치 웃는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괴이한 기분에 소름이 올라옵니다.
이 괴이한 세포가 내 몸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리고, 갑자기 자신의 몸에 끔찍한 이질감이 드는 것입니다.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70 이성체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8 > 38 > 보통 성공
main
▸
이성 2 차감.
메인
system
[ 大海原九 ] SAN : 70 → 68
main
大海原九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현미경을 옆으로 치려다가 가만히 들여다보기만 한다.) ⋯⋯기억 때문? 설마, 기억이 있든 없든 본인은 본인이지.
이 현미경 안쪽 봤어?
黒粋奴藻
⋯⋯. (한숨.)
표본을 말하는 거라면 질리도록 들여다 봤어.
main
大海原九
그럼 세포가 있는 자리를 차지하는 이⋯작은 벌레들도 봤겠네.
黒粋奴藻
물론.
大海原九
내 머리카락을 잘라도 저게 보이겠지.
아니면 손톱이라던가. 피나 눈물이나 그런 부산물을 들여다봐도 그럴 거야.
⋯사람의 몸에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세포가 있는지 알아?
main
黒粋奴藻
몇십 조 개는 되는 걸로 알아.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거야, 아니면⋯⋯. (관둔다. 이미 확인을 끝낸 서류들이나 정리한다.)
main
大海原九
개중에는 적혈구라던가 백혈구라던가, 생김새도 쓸모도 다른 게 잔뜩 있는데⋯.
난 전부 이거란 말이지.
黒粋奴藻
⋯⋯그 세포에 관해 더 알고 싶어?
원한다면 알려줄 수 있어. 개인적인 견해까지 덧붙여서.
大海原九
(고개를 들고 빤히 바라본다.)
黒粋奴藻
⋯⋯. (슬쩍 시선 피한다.)
大海原九
왜 피해?
main
黒粋奴藻
싫어?
main
大海原九
거리 지나다니는 누구에게 물어봐도 그럴 걸. 말해 봐.
黒粋奴藻
⋯잊지 마. 이건 오로지 세포에 관한 얘기야.
이게 너를 이루는 세포의 전부라고 해도, 그게 너라는 존재의 전부는 아니니까.
大海原九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黒粋奴藻
(탁, 소리 내며 정리된 종이 더미가 실험대 위에 놓인다.) 가끔⋯ 사람은, 실수를 하거나 불필요한 정보가 있다면 선을 긋고는 하지.
이런 행위를 세포에서 진행하는 걸 RNAI라고 하더라. 나도 여기 와서 알았어.
아무튼, 불필요한 정보 생성은 막아야 하니까. RNA를 주입해서 생겨난 siRNA를 통한 유전자 억제⋯ 그리고 그걸 통한 치료가 세간에는 있어왔어.
main
黒粋奴藻
그런데 이건⋯ 이 세포는, 그런 불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필요한 다른 모든 것까지 파괴하고 억제해버려.
main
大海原九
⋯인간으로서 필요한?
黒粋奴藻
어, 전부.
남는 건⋯ 절대 발현해서는 안되는 유전자들인가.
꼭, 그런 짓이 전부⋯.
악만을 남겨 유전하려는 것 같아.
무엇이 악을 형성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main
大海原九
그래? 세상에는 쓸모없는 게 없다지만⋯, 정말이지 쓸모를 알기 어려운 거로군. (그제야 시선을 돌려 현미경에서 표본을 꺼낸다.)
⋯⋯아하, 아니지. 보통은 이러다가 죽는다고 했나?
살아남으면 사회에서는 살 수 없는 게 남고, 아니면 죽음만 남는다니 틀린 말은 아니네. 죽는 건 누구나 나쁘다고 생각할 거 아냐?
그래서⋯⋯.
아무리 그래도 죽일 방법도 없는 건 아니겠지?
main
黒粋奴藻
⋯어떤 걸, 이 세포를?
(피해자의 표본을 꺼내, 액체가 담긴 통에 넣는다.)
main
黒粋奴藻
이건 계속 재생하고 분열을 반복해. 그대로 두면⋯ 끔찍해지겠지. 그러니까, 실험 이후에는 폐기하는 거야.
강한 산성에 닿으면 재생하지 않더라고.
大海原九
피해자 자체는 죽어도 세포들은 살아있으니까? 그래⋯⋯.
염산 같은 거?
黒粋奴藻
정답. (손 턴다.)
大海原九
얼마나 있어?
黒粋奴藻
⋯표본? 아니면, 피해자?
大海原九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무슨 소리야? 당연히 염산이지.
黒粋奴藻
뭐야, 그런 걸 다 물어보고.
양은 충분해. 게다가 떨어지면 외부에서 공급도 받을 수 있어.
大海原九
그래, 그럼 됐고.
main
大海原九
그 충분하다는 양은 좀 신뢰가 안 가지만 말이야⋯. 표본을 다 넣을 정도는 될까? 하여간. 여기 들어 있어? (약장을 열어본다.)
黒粋奴藻
아, 거긴-
▸
포르말린, 염산, 황산등 척봐도 위험한 것들이 들어있습니다.
수면제, 진정제와 마취제 같은 것들도 들어있네요.
이치지쿠, 관찰력 판정.
大海原九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8 > 98 > 실패
main
▸
이치지쿠, 지능 판정.
大海原九
cc<=90 지능 (아이디어)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2 > 62 > 보통 성공
▸
보통 가장 위험하거나 중요한 건 안쪽에 넣어두죠.
이 약장 안쪽에도 다른 게 들어있을까요?
大海原九
(겨우 재미있는 걸 찾은 듯한 표정으로 약을 하나씩 꺼내 늘어놓기 시작한다. 포르말린, 황산, 수면제⋯.)
main
大海原九
(다 빼내고 난 뒤에 더 안쪽에 있는 약을 잡는다.)
main
黒粋奴藻
저기, 너한테 뒤지고 놀라고 둔 약장 아니거든⋯?
▸
추가로 환각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大海原九
하지만 어차피 너랑 나 둘 뿐이라며. (환각제를 들고 신기한 듯 천천히 돌려본다.)
환각제? ⋯⋯이런 데 있기엔 묘한 약인데.
黒粋奴藻
내려두지.
⋯묘할 게 뭐가 있어? 필요해서 뒀을 텐데.
大海原九
필요할 일이 없잖아?
黒粋奴藻
⋯⋯음.
大海原九
(빤히 보다가 눈을 가늘게 뜬다.)
黒粋奴藻
(손에서 낚아챈다.) 환자 진정용.
大海原九
나, 아니면 너?
黒粋奴藻
비밀. (하여간 비밀은 참 많다.)
大海原九
비밀을 만들어놔도 그렇게 잘 챙길 것처럼 생기진 않았는데 말이야⋯.
벌써 몇개 째더라? 잘 모르겠네.
黒粋奴藻
보기보다 입 무거운 편이라. (말하며 문 근처로 향하더니, 줄줄이 걸려있던 열쇠를 싸그리 챙겨 주머니에 넣어버린다.)
main
大海原九
내 열쇠!
main
黒粋奴藻
뭐가 네 거냐?
大海原九
어차피 너는 다 알고 열 수 있을 거 아냐? 그럼 그거 쓰는 건 나 뿐이잖아?
내 거지. 걸어 줘!
黒粋奴藻
하?
main
黒粋奴藻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넌 항상- (입을 연 채로 말이 끊긴다.) ⋯. 마음대로 들락날락 하지 말라고 했어. 기억 좀 해.
(다시 걸어둔다. 다만, 하나는 여전히 야츠모가 가지고 있을 작정인지 이번에 벽에 걸린 열쇠는 세 개.)
main
大海原九
(또 가져갈까 싶은 건지, 세 개를 다 꺼내 야츠모처럼 주머니에 쏙 넣는다. 하여간⋯.) 항상, 뭔데?
黒粋奴藻
⋯항상 제멋대로 군다고. 지금도, 봐.
잃어버리지만 마. 그거 복제도 못 해.
大海原九
그렇게 말할 정도로 오래 봤나 봐. (열쇠 하나를 꺼내 흔들어본다.)
여기, 누가 오는 거 아니었어?
黒粋奴藻
누가 와?
(검지로 제 얼굴 가리킨다.) 나랑, (다음에는 이치지쿠의 얼굴.) 너.
끝.
大海原九
네 연구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고, 음식 가져다 주고.
그런 사람도 없다고?
한-명도 안 온다고?
黒粋奴藻
음식은 가져다 주지. 헬기가 와서 보급 식량을 주고 바로 떠나버려.
그야말로 아무도 안 와. 방문객 같은 팔자 좋은 게 생길 리가 없잖아.
大海原九
그러니까 네가 뺀질이가 되지.
黒粋奴藻
그게 싫으면, 더 뺀질대지 않게⋯.
덜 귀찮게 하고 놀아주던가.
大海原九
지금 놀아주는 거 아니야? (주변을 둘러보라는 듯 팔을 뻗어 가리킨다.)
연구소 탐방. (이라고 기억상실 1일차가 말한다.)
黒粋奴藻
이 탐방이 벌써 몇 번째인데. (질렸다는 눈이다.)
大海原九
그 때마다 달라지는 내 반응이 재밌거나 하진 않고?
黒粋奴藻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재밌어 할 정도로 널 신경쓰고 있진 않거든.
大海原九
그런 사소한 부분까지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으면서.
심심해서 공부까지 할 정도잖아.
黒粋奴藻
⋯⋯. (눈이 가늘어지고 몇초 후, 대꾸 없이 연구실에서 나선다.)
大海原九
(뒤따라 제1 연구실을 나오면서,) 네가 6살 꼬마애도 아니고.
main
黒粋奴藻
나이 먹을대로 먹었다? 됐고, 연구소 탐방이나 재개하시지?
main
大海原九
왜 삐졌지?
main
黒粋奴藻
누가?
⋯내가?
main
大海原九
그럼 너 말고 누가 있어?
黒粋奴藻
안 삐졌어.
info
黒粋奴藻
1d3 (1D3) > 1
메인
system
[ 黒粋奴藻 ] SAN : 26 → 27
main
大海原九
네가 기분 별로인 꼬마애처럼 굴었잖아?
黒粋奴藻
그럼 너는 꼬마 괴롭히는 나쁜 어른이군.
大海原九
그게 다 자라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인 거야.
뭐야, 안 놀아줘서 삐졌니?
黒粋奴藻
(혼자 복도 저 끝까지 빠르게 걸어갔다가⋯ 얼마 못 가 다시 돌아온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고 날 놀려먹든, 그건 네 자유지. 그래.
大海原九
(빤히 본다⋯⋯.)
하지만 방금 굉장히 찔린 사람처럼 굴지 않았나⋯. (애 안 써도 들릴, 하지만 작은 소리로 중얼.)
黒粋奴藻
좋아, 삐진 걸로 하자.
main
黒粋奴藻
그럼 뭐에 삐진 거지? 안 놀아줬다고? (따지듯 되물으며 고개를 들었으나⋯.)
(눈이 마주치자 뒷걸음질.) ⋯그거야, 원래 다양한 사람을 오래 못 만나면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大海原九
(잠깐 눈이 가늘어진다. '이것 봐라' 하듯이⋯.)
⋯⋯흐음, 그래?
main
大海原九
그럼 뭐어. 좋아. 뭐하고 놀아줘?
main
大海原九
놀고 싶은 내용이 있는 거 아냐?
main
黒粋奴藻
(멀찍이.) ⋯⋯약 먹고 잠이나 자려고.
쥐 죽은 듯이⋯ 시체 놀이 알아?
main
大海原九
그거, 놀아주는 게 아니라 혼자 놀기 아냐?
main
黒粋奴藻
같이 하면 그게 노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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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같이 논다의 범위가 엄청 넓군?
그래, 그렇다면야⋯. (멀어진 야츠모를 따라가듯 거리를 좁힌다.) '옆에서' 같이 누운 시체가 되어 줘야지. 순장 놀이라도 할까?
黒粋奴藻
(다가오면 다가오는 만큼 물러선다.) ⋯연구실에서 자는 거, 좋아해?
大海原九
연구실에서 눕게? 네 방도 없니? (그럼 다시 반복이다. 멀어지는 만큼 또 가까이.)
黒粋奴藻
아니⋯ 있지, 있는데.
⋯정리가 덜 돼서.
大海原九
흐음⋯⋯⋯.
도와줄까, 정리?
黒粋奴藻
⋯⋯⋯⋯.
알았어, 방으로 가면 되잖아. 대신 들어가면 아무것도 건들지 마.
大海原九
정리가 덜 되었다며? 도움이 필요한 거 아니야? (놀리는 어조.)
黒粋奴藻
혼자면 충분해. 내가 진짜 부모 도움 필요한 애로 보이냐?
(다시 끝의 방으로 먼저 가버린다.)
大海原九
사춘기 애 처럼은 보이는데? (뒤따라 끝 방으로 향하며 조금 늘어지는 어조로 말한다.)
왜 자꾸 피할까, 우리 야츠모 군.
섭섭하게⋯⋯. (일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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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걸음이 뚝, 문 바로 앞에서 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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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꼭 그런 식으로 날 놀려먹지. 진심으로 섭섭한 것도 아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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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야 기억이 없으니 할 수 없지. 그래도 아까 말했잖아?
피하면 보통 사람들이 섭섭해하는 만큼은 섭섭해하겠지?
黒粋奴藻
⋯⋯피한 적 없어.
(문 당겨 열더니, 문고리 잡은 채로 돌아본다.) 말했잖아, 오랜만에 봐서 낯 가리는 것 뿐이야.
大海原九
(한쪽 눈썹을 든다.) ⋯단세포 바보 군이 한 달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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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어쩌다 단세포 바보가 된 건지도 기억 못 하지?
大海原九
⋯⋯⋯.
黒粋奴藻
('말해봐라.' 라는 표정이다.)
大海原九
바보인 거야 성적 보면 알 거고, 단세포는⋯.
(찍는다.) 네가 생각이라는 걸 안 해서 아니야?
⋯그보다 모르는 게 당연하지! 기억이 돌아오면 물어 보란 말이야, 그런 거!
黒粋奴藻
('생각에 없다'는 말에는 어쩔 수 없이 눈썹이 꿈틀거린다. 실제로 그런 소리를 들었었지.) 돌아오게 만들 자신은 있나 봐? (들어간다.)
大海原九
너야말로 내가 이런 게 한두번도 아닐 텐데, 방법 없어? (따라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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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츠모의 방
생활감이 있는 심플한 방입니다.
이 방에도 창문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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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웃장, 책장, 책상, 침대⋯.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면, 야츠모는 이치지쿠를 끌어다 침대에 앉힙니다.
黒粋奴藻
너무 자세히 보진 마. 프라이버시라는 거야. 이제와서 무슨 소용이냐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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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누가 보면 안 되는 책이라도 숨겨 놨니? (푹신한 침대가 마음에 든 듯 손으로 가볍게 꾹꾹 시트를 눌러본다.)
▸
침대는⋯ 아주 푹신합니다. 완전.
黒粋奴藻
그런 게 있다면 슬슬 정말 보고 싶다니까? 구경도 못 해봤어.
잠깐⋯ 정말 잘 거라면, 약 좀 챙겨올게. 어쩔래?
大海原九
그런데 무슨 프라이버시? (슬쩍 시트 위로 엎드린다⋯.)
숨길 것도 없는데 말이야⋯. 아니면 일기라도 쓰나. ⋯⋯흐음, 수면제랑 환각제 중에 어느 쪽?
黒粋奴藻
⋯둘 다 아니야. 유전자 억제를 위한 안정제에 가까워.
일기 같은 걸 꼬박꼬박 쓰는 성격은 아닌데. 누가 방을 막 뒤져보면 좀 그렇지 않나? 내가 아니어도.
大海原九
난 지금 방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이불 위에서 뒹굴.)
黒粋奴藻
⋯⋯처음에 있었던 방? (우스갯소리.)
大海原九
(코웃음친다.) 그게 방이야? 영안실이나 감옥이나 무덤이지.
방이라고 할 거면 이불부터 깔아 달라고. 이 담요라던가. (펄럭인다.)
黒粋奴藻
그거 너 가져, 안 그래도 어떻게 찾았나 싶었다. 그리고, 네가 지내는 한 네 무덤이 될 일은 없으니 안심해.
(침대에 한 번 앉지도 않고 방 밖으로 향한다.) 금방 다녀오니까 허튼 짓 말아라?
大海原九
(밖으로 향하는 야츠모에게 조금 큰 소리로 묻는다.) 이거 말고 매트리스 같은 것도 깔아 줘!
(그리고 다시 털썩 누워서⋯, 뒹굴. 뭐가 있는지 시선이 빙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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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츠모가 자리를 비우자 방은 고요해집니다.
꼭 이치지쿠가 처음 눈을 뜬 방을 떠올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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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장 옆에 작은 문이 있고 그 옆에 이치지쿠가 누운 침대가 놓여져 있습니다.
구석에 넓은 책장이 두 개가 연달아 있고 책과 종이가 정신 사납게 꽂혀있습니다.
책상은 책장과 연결되어 있네요.
옆으로는 작은 탁장이 놓여있으며 탁장 위에 전화기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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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바로 옆으로는 옷장과, 못을 박아 만든 옷걸이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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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정말 정리를 하나도 안 해놨군.
(⋯근데 이 문은 뭐지? 여기 옆에 뭔가 공간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
설명들은 바는 없습니다. 여태 지나온 방들을 떠올려도 알 수 있는 건 없었습니다.
大海原九
(침대에 누워 고개를 갸우뚱하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허튼 짓 말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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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옷장 가리킨다.) 속옷 있는 곳도 넘겨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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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책장과 책상 가리킨다.) 일기인가 뭔가 있을 법한 것도 넘겨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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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전화기 가리키고,) 진짜 프라이버시는 패스하고.
(작은 문을 민다.) 하지만 화장실인 줄 알고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지? 아~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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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건 간이 욕실로 통하는 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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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워부스가 있고, 세면대와 변기도 있습니다만.
그보다 더 눈에 띄는 게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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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진한 피냄새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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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이 깨져 유리조각이 온 사방에 흩어져 있으며, 샤워부스의 유리가 깨져있습니다.
바닥에는 핏자국인지 무엇인지 모를 것이 굳어져있습니다.
더욱 강렬하게 인상을 남기는 건,
욕실 전체를 가로 지르듯 자리잡고 있는 스프레이 자국입니다.
붉은 스프레이가 욕실을 뒤덮듯 자리잡고 있습니다.
main
▸
이치지쿠, 심리학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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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60 심리학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5 > 75 > 실패
main
▸
이치지쿠, 지능 판정.
大海原九
cc<=90 지능 (아이디어)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6 > 86 > 보통 성공
main
▸
보자마자 떠오르는 건, 인간의 분노가 한계에 이르렀을 때 나오는 스트레스 발산 행위와 유사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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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 동물원에 갇힌 곰이 벽에 계속 머리를 찧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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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고개만 움직여 스윽 둘러보고, 이치지쿠는 한 걸음도 내딛지 않은 채로 다시 문을 닫고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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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한 달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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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밖에서 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점점 가까워지네요.
아니나 다를까, 문을 열고 들어오는 건 야츠모입니다.
大海原九
야츠모 군, 어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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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얌전히 있었지? (눈동자가 습관적으로 방 내부 한 번 훑는다.)
뭔가 건든 것 같지는 않고⋯.
大海原九
그래, 그래, 네 속옷도 안 찾아봤고, 야한 책도 안 뒤져봤고⋯.
黒粋奴藻
그렇게 말하니까 정말 신뢰가 간다.
大海原九
뭐야, 직접 보면 알 거 아냐? (누워서 턱 괸 채 바라본다.)
(그리고 생각하듯 시선을 굴리더니,) 대신 조금⋯.
너무 급해서 화장실에 갔지 뭐야.
黒粋奴藻
화장실⋯. (의아함이 스쳐 지나간다.)
⋯⋯화장실?
어디, 내 방?
大海原九
화장실이 없잖아, 이 시설?
네 방에는 있을 줄 알았지. 그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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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옆으로 누워있던 몸을 엎드려 바라본다.) 한 달은 길었구나, 야츠모 군.
黒粋奴藻
⋯⋯. (이번에도 말이 없다. 대신 챙겨온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 열어, 약품 몇 개를 꺼내 주사기에 주입하기 시작한다.)
⋯한 달은 생각보다 버틸만해.
大海原九
그럼, 6개월? (시선이 야츠모의 손을 따라 움직인다.)
黒粋奴藻
(두꺼운 고무줄 양 손에 쥔다.) 왼팔 줘.
大海原九
(의외로 선선히 팔을 내민다.) 1년?
黒粋奴藻
1년⋯ 음, 1년.
(팔 묶는다. 모든 과정이 익숙하다.) 1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
大海原九
난 한 달 사이에 벌어진 일도, 세상에 벌어진 일도, 심지어 내 일도 모르니까 말이야. 정말이지⋯.
답답하고 홀가분해. 뭔지 아니?
(그리고 말하라는 듯 고개를 기울인다.)
黒粋奴藻
(손에 들린 주사기 끝에서, 약물이 한 방울 흘러나온다.) 여기서 지내는 게 끔찍하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겠지, 분명.
시간이 길었잖아? 지금은 멀쩡해.
main
大海原九
헤에⋯⋯.
(주사기를 잡고 방긋 웃는다.) 그럼 저 방은?
main
黒粋奴藻
⋯⋯. (미간 좁힌다.) 저렇게 만든지 한참 지났어.
안 믿을 거 알지만. 더 해명할 필요도⋯ 솔직히 없어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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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걸 치워두지 않고 그냥 뒀다는 것부터 이상한 일인 거 알아?
(손을 놓는다. 내가 주사를 맞는 게 아니라, 놓는 쪽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데자뷔 한 번.)
黒粋奴藻
네 말마따나⋯ 더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 좀 치우지 않는 게 어때서? (혈관에 바늘 끝 맞춘다.)
걱정이라도 했냐?
大海原九
(눈을 가늘게 뜬다.) 너랑 나밖에 없다며?
난 혼자는 별로거든.
黒粋奴藻
뭐?
⋯아하.
(코웃음.) 참나, 살다살다 그런 말을 다 듣네.
안 죽어⋯ 내가 누구도 아니고.
main
大海原九
(허전한 팔을 움직여 베개를 잡고 끌어안는다.) 그래? 그럼 다행이고.
근데 그 '누구'가 누구야?
黒粋奴藻
(엄지에 천천히 힘을 실어, 약물을 주입한다.)
누구기는.
⋯아니다, 이것도 비밀로 두자. 네가 직접 알아내.
大海原九
너 사실은 소설 진짜 안 읽지?
만화도 안 보지?
거의 다 말해놓고 비밀로 둔다니, 단세포 바보라고 듣고도 남지. 거기까지 말하면 나 아냐? (하고⋯정답을 맞춘 걸 은연중에 뿌듯해하는 듯 있다가,)
⋯⋯잠깐, 나도 안 죽었는데?
黒粋奴藻
목숨 걸고 무모한 짓 잔뜩 벌이는 위인이긴 하지. (가볍게 혀 찬다.)
(여전히 답이 맞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채. 텅 빈 주사기과 약품들을 도로 상자 안에 집어넣는다.)
(팔에는 거즈를 덮어 눌러주고,) 소설이나 만화 많이 봤으면 이것도 알겠네.
여기서 보통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되지?
大海原九
나는 기절을 하든 잠이 들든 하고, 그 다음부터는⋯.
루트가 나뉘지. 그냥 여기서 깨거나, 또 이상한 데서 깨거나.
黒粋奴藻
정답.
▸
그 순간, 시야가 어두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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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곤함이 쌓여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main
▸
⋯.
⋯⋯.
main
▸
시간조차 가늠되지 않는 깜깜한 연구소의 밤.
눈을 뜨면 이치지쿠가 누워있는 곳은 야츠모의 침대입니다.
두 손목이 밧줄로 묶여있습니다.
main
▸
야츠모는 방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대신 바깥의 소리가 귀를 어지럽힙니다.
main
▸
바람소리가 마치 짐승 울부짖는 소리인 냥 들리는 것입니다.
main
▸
시간이 지날수록 짐승은 더 크게 울고, 건물 내에 이치지쿠도 느낄 수 있을만한 진동이 몰아칩니다.
문틈으로 새어 들어오던 복도의 전등 빛마저 점멸하다 꺼져버립니다.
main
大海原九
⋯⋯뭐야? (손목에 묶인 밧줄을 양옆으로 당겨본다. 어느 강도로 묶여 있을까?)
▸
이치지쿠, 근력 판정.
大海原九
cc<=45 근력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9 > 79 > 실패
main
▸
당기는 정도로는 턱도 없습니다. 풀리지 않을 것 같네요.
그나마 다행히 두 다리는 자유롭습니다.
大海原九
⋯좋아, 그럼 뭐. 치우지도 않았으니까 욕실에 유리 조각은 있겠지? (침대에서 일어나 작은 문을 열어본다. 아직 그대로지?)
main
▸
작은 문 너머 욕실의 상태는 그대로입니다.
main
大海原九
(깨진 유리 조각 같은 건 없을까?)
main
▸
바닥에 날카로운 유리조각이 나뒹굽니다.
main
大海原九
뭣하러 이런 곳에 손목만 묶어두고 나간 거야, 그 녀석? (유리 조각을 거꾸로 잡고 서걱서걱, 줄을 잘라본다.)
(잘 잘린다면 이제 자유로운 팔로 문을 열고⋯. 자료실에 있나? 가보자.)
▸
밧줄이 쉽게 잘려나갑니다.
◈ 자료실
복도를 통해 걷다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전등의 빛이 돌아옵니다.
문을 열면 이치지쿠를 반겨주는 건 조금은 안락한 분위기가 드는 자료실입니다.
大海原九
이 등, 반응형인가? (그럼 아까 전에 나간 걸지도 모르지. 야츠모가 없다면 가장 가까운 자료를 뒤적여 본다.)
▸
바로 앞에 종이 뭉치들이 정리되어 있는 책상이 보입니다.
종이 뭉치는 년도별로 정리된 연구일지로, 대부분 검은색으로 지워져있어 읽을 수 없습니다.
사본인 걸까요?
大海原九
흐음⋯⋯? (다른 종이들도 이런가?)
(그러니까, 책상 말고 다른 곳에 있는 종이들.)
▸
핸드아웃 공개.
info
HANDOUT
연구중 주목할만한 분자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의 ■■■■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 되는데, 이것은 자기 복제를 하며 자신과 같은 ■■■■ ■■■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복제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복제한 유전자는 1%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복제를 만들어냈어요. 타인의 유전자를 ■■■ ■■■■■ 식으로 말이에요.
물론 인간의 DNA분자 복제의 정확도는 현재에 와서는 놀랄만큼 정확하지만, 반드시 오류를 일으키고 맙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태까지 한 치의 오류도, 오차도 없이 복제를 진행해가는 것입니다.
발견하지 못한것일지도 모르지만 저 혼자로는 부족합니다. ■■■ ■■ ■■■■ ■■■■ ■■■■■ ■■■■ ■■■■■■ ■■■■ ■■■■■■ 더 놀라운 것은 이 유전자의■■■■■으로, 빠른 시간에 ■■■■■를 만들며 그 시간동안 한번도 잘못된 사본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저 혼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아하게 맞물려야 할 나선형 사슬은 이제 더 이상 ■■■ ■■■ ■■■ 않습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지금 당장!
main
大海原九
⋯보고서에 지워진 게 왜 이렇게 많아?
▸
옆으로는 책장들이 줄 지어 있으며 앉아 있을 수 있도록 가운데에 원탁과 의자가 있네요.
생명과학과 병리학에 관한 학술서들이 놓여 있습니다.
大海原九
(종이를 몇 번 뒤집어 보다가 흥미를 잃은 듯 내려놓고 책을 뒤적여 본다.)
▸
병리학 책의 경우 탄저균, 콜레라, 천연두 등 전염병에 관련된 책들입니다.
이치지쿠, 자료조사 판정.
大海原九
cc<=70 자료조사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14 > 14 > 대단한 성공
main
▸
수많은 생명과학 학술서중에, 유독 이질적인 검은색 책을 발견하게 됩니다.
main
大海原九
(이런 저 비밀이에요 하는 책을 보면⋯.)
당연히 제일 먼저 읽어야지. (꺼내서 펼친다.)
▸
꺼내보면 거친 가죽이 눈에 띄고, 손조차 대기 싫은 문양이 표지에 그려져 있습니다.
아니, 그려진 게 아닙니다. 마치 죽는 순간 비명을 지르는 사람의 얼굴을 그대로 본떠 만든 책 같아요.
없어진 부분이 많고, 수기로 적혀있는데 글자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습니다.
main
▸
세상을 떠도는 우주의 신에 관한 책이지만⋯⋯.
적어도 이치지쿠는 이러한 신에 대해서 들어본 적 없을 것입니다.
main
▸
굉장히 인간에게 불친절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main
大海原九
그럼 누가 읽으란 거야? (이리저리 팔락여 보다가 그냥 손에 들고 방을 나선다. 이번엔⋯.)
1d4 (1D4) > 2
info
▸
이치지쿠, 과학(생물학), 자연 판정에 영구적으로 +10
main
大海原九
(제 1 연구실로 가본다. 열려 있나?)
main
▸
◈ 제 1 연구실
main
▸
문이 열리지 않습니다.
입장하려면 야츠모의 카드가 필요합니다.
大海原九
(좋아, 다음에 뺏어야지. 미련없이 표본실로 향한다. 여기도 잠겨 있나?)
▸
◈ 표본실
어두운 표본실은 긴 찬장이 양쪽으로 배열 되어 있고, 그 위에 유리병들이 놓여있습니다.
들어가자마자 펼쳐지는 유리병들을 자세히 보면 그 안에 있는 것은 의심할 것도 없는 인간의 뇌입니다.
형태가 망가지지 않고 보존되어 있는 뇌는 가시 같은 것이 두르고 있으며, 뿌리를 내린 것처럼 뇌에 깊숙하게 파고 들어가 있습니다.
main
▸
이치지쿠, 자연 판정.
大海原九
cc<=20 자연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7 > 77 > 실패
main
▸
이치지쿠, 지능 판정.
main
大海原九
cc<=90 지능 (아이디어)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6 > 76 > 보통 성공
▸
가시보다는 벌레의 다리에 가까운 형태입니다.
大海原九
그럼 이걸 떼어내면⋯⋯. 멀쩡해지진 않겠고.
어디 보자⋯, 염산이 아니면 못 죽인댔나?
(유리병의 뚜껑을 열고 가시를⋯⋯. 가시를⋯⋯⋯.)
(잠깐만.)
main
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8 > 78 > 실패
main
大海原九
(어우, 좀 아닌듯, 이걸 어떻게 만져?)
main
大海原九
핀셋 같은 거 없나? (주변을 둘러본다. 표본실인데 뭐라도 있겠지!)
▸
이치지쿠, 관찰력 판정.
大海原九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보통 성공
main
▸
안쪽의 찬장 위에 핀셋이 놓인 걸 발견합니다.
大海原九
(그러나.)
(비위가 나빠진것과 궁금한 것을 역시 별개의 이야기이므로 이치지쿠는 유리병을 연 채 핀셋을 들어 가시처럼 보이는 다리를 잡고 잡아당겼다. 빠질까?)
main
▸
이치지쿠가 핀셋을 이용해 잡아당기면, 다리는⋯⋯.
그때, 낯선 목소리가 들립니다.
“연구원 님, 연구원 님 인가요?”
main
大海原九
⋯⋯⋯하?
잠깐, 잠깐⋯. (흥미로운 눈으로 바라본다.)
발성 기관이 어디 있는 거지?
▸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치지쿠가 아는 뇌일 뿐, 다른 기관의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건⋯ 환청일까요?
아니면 정말로 뇌가 말을 하는 걸까요?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68 이성체크 (1D100<=68)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8 > 58 > 보통 성공
▸
이성 1 차감.
메인
system
[ 大海原九 ] SAN : 68 → 67
main
大海原九
(잠깐 귀를 후볐다가 만다.) ⋯⋯혼자 한달 넘게 처박혀 있던 녀석한테 외로움이라도 옮았나⋯.
main
大海原九
(다시 가시를 쭉쭉 잡아당겨 뽑아본다.)
main
▸
다시 손을 움직이는 순간, 뇌가 재차 말을 겁니다.
“제발 저희를 죽여주세요”
“목소리가 다른데 다른 연구원 님이 오신 건가요?”
main
▸
"죽는 방법을 알아내주세요!"
"그 모든 게 저를 부수려고 하고 나는 내가 아니에요. "
main
▸
"저를 죽여주시기로 했잖아요."
"어떻게 해야 죽을 수 있나요."
"몸 안에 끔찍한게 있어요⋯."
벌레가 갉작이는 것 같은 발작적인 외침들이 표본실 안에 가득찹니다.
이치지쿠, 정신력 판정.
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main
大海原九
아하, 그래⋯.
main
大海原九
대화 상대가 하나는 자꾸 까먹는 인간에 죽여달라 비는 뇌 무리면 이상해질 법도 하지.
뭐, 좋아. 죽는 방법은 알려줄 수 있는데 말이야⋯. (이 통이 말한 건가? 귀를 대고 어디서 말하는 건지 갸우뚱한다.)
⋯아까부터 정말 어디로 말을 걸고 있는 거니?
▸
이치지쿠의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습니다.
뇌를 감싸고 있던 가시가 움직여서 다리에 붙어 머리 부근으로 기어올라오기 시작합니다.
main
▸
떼어낼 경우 근력 판정.
main
大海原九
(그냥 이대로 잡고 식당으로 가자.)
main
大海原九
어차피 오래 기다렸지?
조금만 더 기다려 봐, 하나만 해 보게⋯. (칼이 식당 어디 있더라?)
main
▸
머리에 표본이 매달린 채로 칼의 위치를 떠올리고 있으면, 이번에는 다른 목소리가 들립니다.
방향은 이치지쿠가 들어온 문 쪽.
main
黒粋奴藻
미쳤냐?
大海原九
(점점 들러붙는 표본을 잡은 채 칼을 찾다가 고개를 돌린다.)
main
大海原九
아, 뺀질이 군.
main
大海原九
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욕을 하지? 그거 안 좋은 습관인데?
근데 식칼 못 봤어?
黒粋奴藻
멋대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했지만⋯ 그래, 그걸 안 지킬 건 예상했다고 치자.
지금 그게 무슨 꼴이지?
(표본을 향해 손 뻗어 한 손으로 떼어낸다. 표본은, 근처의 염산 통으로 처박혔다.)
大海原九
(앗, 하고 문득 아쉬운 소리가 나간다⋯.)
info
黒粋奴藻
1D4 (1D4) > 3
메인
system
[ 黒粋奴藻 ] SAN : 27 → 24
main
大海原九
그야⋯.
main
大海原九
표본실에 갔더니 말을 하길래.
main
黒粋奴藻
표본이 말을 할 리가 없잖아.
大海原九
뭐야, 넌 못 들었어?
그렇게 죽여 달라고 하던데⋯.
(그러나 곧 수긍한다.) 하긴 너라면 알고 바로 염산에 넣어줬겠지. 못 들은 게 맞나? 아무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고.
난 아파 보여서 가시를 떼어 주려고 했을 뿐이야! (당당하다.)
黒粋奴藻
⋯그건 내가 듣는 환청이고.
팔자 좋은 소리를 하네. 그게 무슨 짓을 할 지 어떻게 알고?
大海原九
무슨 짓을 하든 설마 지금 내 상태보다 최악이 될까. 그런 거 아니야? (칼을 찾느라 뒤적이던 서랍을 다시 닫는다.) 야츠모 군, 난 이미 감염도 됐고, 또 실험당하면서 뭔가를⋯⋯너희도 모르는 해결책을 찾는 중이고.
그보다 나도 들었으면 환청이 아닌 거잖아?
아니면 우리 환청을 공유할 정도로 같은 극한 상황인가? 예를 들면⋯.
'죽고 싶다' 던가.
하지만 난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은데.
黒粋奴藻
(무언가 닫히는 소리에 바로 서랍이 있는 방향을 노려본다. 동작 하나에도 예민하게 구는 꼴이 예사롭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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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죽고 싶다? 당연하지, 네가 왜. (식탁으로 이치지쿠를 끌고 움직여, 의자 당겨 빼낸다.)
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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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의외로 순순히 끌려가 앉는다. 뭘 보고 있는지 야츠모를 빤히 바라보고 있지만⋯.) 앉았어.
黒粋奴藻
(앞에 마주보고 착석.)
협조 좀 해줘.
(다시 깊은 한숨.) 대낮부터 화내고 싶지 않거든.
大海原九
음⋯⋯. (일부러 말을 끈다.)
혹시 그 뇌 아주 중요한 실험 표본이니?
黒粋奴藻
⋯⋯중요한 것들이'었'지. 실제 피해자들의 뇌야.
차도가 없다고 판단한 지금에서, 내 의견을 말하자면 결국 다 쓸모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만일이라는 게 있으니까 한번에 처분하지 않는 거고.
大海原九
만일⋯⋯⋯.
되살아날 수 있다거나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만일'?
黒粋奴藻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지만. (천천히 고개 끄덕인다.)
그래서⋯ 표본실은 대체 왜 들어간 거지?
大海原九
(뭔가 말하려다가 이 소리에 입을 삐죽인다.) 네가 손목을 묶어놓고 갑자기 사라졌잖아? 메모도 없고 말이야.
밖에서는 이상한 소리가 나고⋯. (맞다, 소리. 다시 떠올렸다. 그건 뭐였을까.) 어쨌건, 내가 여기서 마음 기댈 데도 뭐 물어볼 곳도 너 뿐이잖아? 야츠모 군.
찾아보러 가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 아닌가?
黒粋奴藻
⋯⋯.
어디까지나 너는 지금, 환자보다 실험체에 가까운 상황이니까⋯ 나야 잠깐 자료를 정리하려고 자리를 비웠던 거고, 최대한⋯⋯.
⋯⋯⋯. (고개 숙인다.)
말 없이 두고 나간 건 미안해. 됐지?
大海原九
(잠시 빤히 바라본다.)
黒粋奴藻
⋯⋯뭐야.
大海原九
아니, 힘든 건가 화난 건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 쪽이야?
黒粋奴藻
진심으로 반성하는 중인데.
大海原九
⋯⋯⋯반성? (어느 부분을? 희한한 말을 들은 듯 반응한다.)
그럼 다음엔 혼자 놓고 안 가거나 미리 얘기하고 가거나 메모 적어두고 가겠다고?
黒粋奴藻
그래.
(잠시 침묵.) ⋯나 뿐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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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너 뿐이지.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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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시선 돌린다.)
大海原九
그러니까, 왜 자꾸 피하는 건데?
黒粋奴藻
눈싸움에 자신은 없어서.
大海原九
눈싸움 문제? ⋯⋯뭐, 좋아. (웬일로 더 추격하지 않고 의자 뒤로 살짝 기댄다.)
그런데 자료 정리라면 어떤 건데?
黒粋奴藻
별거 없어. 이젠 안 쓰는 기록의 사본이라던가⋯. 폐기하고 돌아오던 길이었어.
오늘 일정도 어제와 똑같아. 네 상태를 살피고, 뭐⋯ 필요하면 약 주사하고.
아마 지루할걸.
大海原九
네가 그러니까 힘든 거야, 취미도 없어, 하는 일은 싫어하던 거야⋯.
⋯⋯아, 잠깐만. 그럼 그 진동은 뭐야?
黒粋奴藻
⋯진동? 무슨 진동⋯⋯.
⋯⋯아, 종종 그래. 그런다고 딱히 이 건물이 무너지거나 하진 않으니까.
大海原九
지하에 뭐가 있어? (호기심 찬 눈으로 바라본다.)
黒粋奴藻
나야 모르지. 그런 괴담 믿냐? 지하실의 괴물이라던가.
大海原九
그럼 너 1년이나 여기서 이렇게 지루하게 있었는데, 이런 진동이 왜 생기는지도 안 알아본 거라고?
있는 쪽이 재미있으면 믿어야지. 저기 말인데⋯.
넌 무슨 낙으로 살지?
黒粋奴藻
⋯⋯. (천장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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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이어서 바닥 본다. 다시. 이번에는 눈동자가 이치지쿠에게로 돌아온다.) ⋯⋯⋯⋯. 너 보는 낙? (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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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없니? (자연스레 무시했다.)
黒粋奴藻
이젠 아예 무시한다?
大海原九
그야 조금만 빤히 봐도 시선 돌리면서 헛소리를 하니까 그렇지. 난 거짓말에도 잘 속아주는데 이건 속을 수가 없잖아!
黒粋奴藻
⋯좀 속아줘, 거짓말 하는 법도 다 잊어버렸단 말이야.
(일어나 냉장고로 다가간다. 문을 열자, 어제 먹고 남긴 반쪽의 토스트가⋯.) 자.
大海原九
기억 잃는 건 그건 좋았겠네. 매일 같은 걸 먹게 되어도 처음 먹으니까 질리진 않았을 거 아냐⋯? (라고 하면서 토스트는 또 잘만 먹는다.)
뭐어, 내키면 속아 줄게.
그보다 속일 필요가 있나? 이런⋯⋯. (손가락 끝의 빵가루를 가볍게 턴다.) ⋯사회라는 게 기능하지 않는 좁은 사회에서.
黒粋奴藻
아무리 그래도 살아가는 재미가 전혀 없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없어보이는 사람으로서 하는 말이다.)
(돌아와서 앉는 대신 싱크대로 향한다.) ⋯아.
음식 재료가 다 떨어져가서 조만간 새로 요청할 생각인데, 혹시 먹고 싶은 거 있냐?
-가능한 선에서.
大海原九
('캐비어' 하고 냉큼 말하려던 입술이 멈춘다.)
⋯과일. (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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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어떤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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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블루베리랑 딸기. 그리고 두리안. (마지막은 무리수다.)
黒粋奴藻
캐비어 기각당했다고 또 반항하지? (아니, 이치지쿠는 캐비어를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大海原九
캐비어? 그런 거 먹고싶었던 적 없는데? 무슨 소리야? (시침 뚝⋯떼는 얼굴로 고개 돌린다.) 그럼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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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래? (어깨 으쓱이며 건조대 위의 접시들을 하나하나 서랍으로 옮긴다.) 그건 물어볼게. 될 지도 몰라.
main
大海原九
전부터 생각했는데, 넌 밥 안 먹어?
黒粋奴藻
⋯먹어.
보통은 너 재우고, 아니면 먼저 일어나서.
大海原九
왜? 같이 먹어도 되잖아. (마주 보는걸 어려워한다는 걸 알면서 하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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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토하는 꼴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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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왜 토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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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농담이야, 농담. 나 원래 다른 사람이랑 같이 밥 안 먹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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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흐음⋯⋯. (턱을 괸 채 빤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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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사실 이 즈음 되면 어떤 가설이 세워진다. 하지만 그걸 바로 인정하기엔 이치지쿠는⋯그러니까, 기억도 없고 마주할 수 있는 건 이 쿠로이키 야츠모라는 사람 뿐인 '이치지쿠'는-준비가 덜 됐다. 그러므로 이번에도 뒤를 쫓지는 않았다.) 그래, 외로웠는데 앞으로도 외롭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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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손가락 사이에 끼워져, 정신 사납게 허공에서 흔들거리던 볼펜이 얌전해진다.) ⋯나? 아니면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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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바보같은 소리를 하네, 야츠모 군. 여기 사람이 너랑 나밖에 더 있나?
같이 있어서 둘 아니면 혼자라서 하난데, 그럼 둘 다지 뭘 따지니?
黒粋奴藻
(자리로 돌아온다.) 그래서⋯⋯.
먹는 동안은 이렇게, 옆에 있어주잖아. 반 쯤 감시가 목적이라고는 해도.
大海原九
(이치지쿠는 잠깐 생각하다가 이것저것 엑스를 치고, 야츠모가 '내가 할 말' 이라고 하고 싶어질 말을 하기로 했다.) 너는 내가 어른스러워서 정말 다행이라고 해야 돼⋯.
요리 할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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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내가 할 말 아닌가? (예상대로.)
(이어지는 혀 차는 소리.) 할 줄 알아. 적어도 너보다는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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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럼 다음에는 카레 먹을래.
黒粋奴藻
⋯소고기, 돼지고기.
大海原九
음⋯⋯소고기.
黒粋奴藻
과일이랑 같이 주문해둘게.
大海原九
양파 뺀 걸로.
黒粋奴藻
그 나이 먹고 편식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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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1D3 (1D3)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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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黒粋奴藻 ] SAN : 24 →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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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편식이라니? 이건 편식이 아니라 취향이지?
黒粋奴藻
양파 없으면 무슨 맛으로 먹는데?
大海原九
너 바보야?
黒粋奴藻
아?
大海原九
감자랑 고기 있잖아?
카레 가루도 있고 버터도 있거든?
黒粋奴藻
⋯⋯당근은?
main
大海原九
⋯⋯⋯. (고민한다.)
뺄래.
黒粋奴藻
편식이네.
大海原九
색 맞추는 거야. (뻔뻔하다.)
main
大海原九
사과는 넣어줘.
黒粋奴藻
온통 노란색 뿐이잖아⋯ 맛 없게 생겼을 것 같⋯⋯ 뭐?
⋯⋯⋯오케이.
大海原九
(메뉴에는 만족했다.) 그리고 고로케 먹고 싶어.
黒粋奴藻
아마 그걸 주문하면⋯ 냉동된 상태로 올 텐데. 여긴 튀길 수 있는 기기가 없거든.
大海原九
⋯⋯너 1년 동안 그런 거 주문 안하고 뭐했어?
黒粋奴藻
(대놓고 어처구니 없다는 낯.) 내가 그걸 왜 시켜야 하는데?
大海原九
퀄리티 오브 라이프 몰라? 삶의 질!
뭘 먹는진 몰라도 어차피 빵 조각이나 먹고 필요하면 과일이나 야채 그냥 먹겠지!
黒粋奴藻
오, 날카로워⋯⋯.
大海原九
그러니까 네 삶이 지루한 거야! (이번엔 약간 중딩같은 대화가 됐다.)
黒粋奴藻
아니 아니, 이래보여도 제대로 즐거울 수단은 있다니까.
大海原九
뭐, 죽은 척 하기?
黒粋奴藻
(부정이나 긍정 대신 턱짓한다. 아무래도⋯⋯ 이치지쿠를 가리키는 듯.)
大海原九
(턱을 괸다.) 이건 속아달라는 거야, 넘어가 달라는 거야?
黒粋奴藻
거짓말이라고 치기에는. 틀린 말도 아닌데?
유일한⋯ 대화 상대인 건 맞으니까.
大海原九
흐음⋯⋯⋯. (다시 턱을 괴던 손을 푼다.)
⋯⋯참, 카드키.
그거 잠깐 줘봐.
黒粋奴藻
너는, 길가다 마주친 사람이 갑자기 집문서를 달라고 하면⋯ 줘?
통장 비밀번호라던가.
大海原九
그 정도로 중요한 것도 아니잖아. 기껏해야 제1 연구실 정도 여는 거 아냐?
黒粋奴藻
그야 그렇지만. 이 시설의 열쇠란 열쇠는 죄 훔쳐갈 생각이야?
차라리 문을 열어달라고 해.
大海原九
그야 네가 없을때 또 언제 이런 비상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 일이고⋯.
그럼 일단 열어줘. (아무튼 기회는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아까의 일은 생각도 안하고⋯.) 그보다 어차피 나랑 너 뿐인데 잠궈둘 필요가 있어?
黒粋奴藻
자⋯⋯.
(검지 손가락 펼친다.) 첫째, 애초에 비상 상황이었던 적이 없다. 네가 돌아다니다가 표본실에서 난리 친 게 전부지. 잊었어?
(중지까지.) 둘째.
그 네가 못 들어가게 잠궈두는 거라고. 척 보면 몰라?
大海原九
(AMUGOTO MORUGESSOYO.) 처음 듣는데?
main
大海原九
그렇지만 내가 뭘 한다고? 기껏해야 책이나 찾아서 읽지. (하고⋯. 자료실에서 꺼내온 책을 뒤적인다. 여전히 읽기 어렵다.)
main
黒粋奴藻
그건 대체 왜 들고 다니는 건데? ⋯.
大海原九
(조금 생각하더니,) 너무 단조롭고 심심해서, 약간의 자극 용도로⋯.
하여간, 뭘 읽을 뿐이잖아?
main
大海原九
이미 제 1연구실도 들여보내 줬으면서.
main
大海原九
들어간 곳은 왜 막아?
黒粋奴藻
기본 수칙이니까. 아무나 못 돌아다니게 막아두는 거. 책은⋯. (눈짓.) 보고 싶으면 들고 다녀.
main
黒粋奴藻
다시 가봤자 달라진 건 없을 텐데. (의자 집어넣는다. 바닥의 타일에 철제 다리가 끌리는 소리는 꽤 날카롭다.) 갈 거지?
大海原九
잠겨 있으면 일단 다시 가 보고 싶은 게 사람 심리 아니야? (따라 일어난다. 반대로 빙긋 웃었다⋯.)
▸
◈ 제 1 연구실
main
大海原九
(오늘은 바로 약이 들어있는 곳을 향해 가서 문을 열어본다.)
▸
포르말린, 염산, 황산, 수면제, 진정제, 그리고 환각제.
어제 본 것과 동일한 약품들이 보입니다.
이치지쿠, 관찰력 판정.
大海原九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2 > 72 > 보통 성공
main
▸
수면제와 환각제의 양이 조금 줄어든 것 같습니다.
大海原九
(가설 중 제일 별로인 게 들어맞았다. 이치지쿠는 물끄러미 병을 보다가 염산을 가리켰다.) 저거 쓸 데 있어?
黒粋奴藻
급하게 표본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고⋯⋯.
이 안에서 사용한 것들도 저걸로 없애지. ⋯⋯야, 그렇게 자세히 들여다보지 마. (약장 문 닫는다.)
大海原九
뭐야, 치사하게. (투덜거린다.)
어차피 밖에도 중간 중간 있는 거 같은데 한 병만 가지면 안 돼?
黒粋奴藻
염산을?
이유나 들어보자.
大海原九
비상상황에 대비해서⋯. (아까와 대는 스펙트럼이 똑~같다.)
黒粋奴藻
네가 대비할 일이 뭐가 있는데?
大海原九
뇌가 갑자기 통을 뚫고 탈출한다던가?
黒粋奴藻
근처에 안 다가가면 될 일이야.
⋯⋯아까 그거, 분명 네가 먼저 손댔겠지.
大海原九
뭐? 싫어!
main
大海原九
그야 먼저 손대긴 했지만, 너 말곤 말하는 건 그거 뿐이라고!
그럼 넌 사람이 가시 박혀 있는데 보면 안 뽑겠어? 뽑아주려고 하지! 몰라서 건든 거야! (거짓말이 당당하다.)
main
黒粋奴藻
태클 걸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일단⋯.
그건 대화가 되는 게 아니라고, 일방적으로 네가 들을 뿐이잖아? 나로 충분하지 않아?
아니, 충분하지 않아도 어련히 만족 좀 해.
그리고 그 표본들, 가시만 뽑아도 알아서 죽어버려.
大海原九
뭐야⋯.
잠깐, 그런데 가시는 안 죽잖아. 염산 있어야 죽는다며?
게다가 너는 가끔 자릴 비울 것 같고. 아니, 이런 얘기를 할 게 아니지.
야츠모 군 말이야, 1년⋯하고 좀 더. 아니면 꽤 오래 본 것 같이 말하는데⋯⋯.
그럼 알지 않아? (약장 문에 손을 얹는다.) 어련히 만족이라니, 그건 나랑 제일 안 어울리잖아.
main
黒粋奴藻
⋯⋯⋯. (입을 벌린 채 굳어버리는 것도 아주 잠시, 제 눈 앞에 손 휘적거린다.)
main
黒粋奴藻
오래 본 사이⋯ 비슷하긴 하지.
main
黒粋奴藻
⋯염산이 있어야 죽어. 적어도 가시는. 하지만 본체라고 할까, 그 뇌는⋯ 그거지. 이미 가시에게 모든 걸 뺏긴 셈이니까, 분리되는 정도로도 생명력을 잃는 거야.
아무튼 네 손에 위험한 건 못 들려줘. 자, 슬슬 방으로 돌아가자.
大海原九
양 손 계속 묶고 있어도 괜찮은데? 그거 줄 거면.
黒粋奴藻
묶이면 있어봤자 못 쓰는 거 아니냐?
大海原九
어디 메어두는 건 아니잖아? 잡고 움직일 수만 있으면 병에 든 산 정도야 쓸 수 있겠지.
黒粋奴藻
그럼⋯ 애초에 묶어두는 의미가 없다는 소리지?
잠깐, 그러고 보니 어떻게 풀고 나왔지?
大海原九
⋯⋯⋯뭐, 양팔이 다 자유는 아니니까 위험한 짓은 못하지 않아?
아무튼 너도 팔은 묶어두는 게 안심이 되었단 말이잖아, 야츠모 군. 그치?
괜찮은 대처 아닐까? 이번엔 안 푼대도. 뭣하면 수갑 같은 것도 괜찮고⋯.
있으면 말이지만.
黒粋奴藻
⋯요청하면 주겠지, 수갑 같은 건.
그래도⋯⋯.
너무한 소리 하나 하자면.
⋯내가 네 뭘 믿고.
大海原九
그동안 봐 온 내 양심? (뻔뻔하다.)
⋯그보다 너무 신뢰가 없는 거 아냐, 야츠모 군? 내가 뭘 할거라고 생각해서 그래? (보란 듯이 양손을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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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네가⋯⋯.
정확히는, 네가 뭔가 해낼 거라는 확신이 있다.
내가 묶어둬도, 어떻게든 빠져나와서 몰래 챙길 테고. 차라리 내 손으로 넘기는 편이 낫겠군⋯. (결국은 작은 염산 한 통이 이치지쿠에게 건네진다.)
main
大海原九
(빙긋 웃는다.) 조금 더 큰 건 안 돼?
黒粋奴藻
그거면 충분할걸?
大海原九
⋯⋯가시도 다 못 죽일 거 같은데? (크기를 다시 본다.)
黒粋奴藻
⋯⋯. (조금 더 큰 사이즈로 바꿔준다.)
이건 확실해. 네가 말한 그 용도가 맞다면, 이지만.
大海原九
(거 봐라, 하듯이 눈 가늘게 뜨고 본다.) 더 큰 녀석은 아예 없는 모양이네, 하는 말을 들으면.
黒粋奴藻
그래봤자 전부 인간의 뇌랑 비슷한 크기야. (가운 주머니에 양 손 찔러넣고 고갯짓한다.) 아직 심심해?
大海原九
⋯⋯. (생각해보듯 염산 병을 빤히 본다.)
아니, 이제 괜찮아. 가자, 윌슨. (굴러다니는 마카를 들고 염산 병 위로 얼굴을 그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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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하하, 소리 내어 웃는다. 감정 표현보다 말대꾸에 가까운, 형식적인 형태로.) 무인도⋯ 비슷하긴 해?
(먼저 걸음 옮긴다.)
大海原九
너도 인사해도 돼. ('안녕, 야츠모 군.' 가성이다. 유리병을 움직이며 뒤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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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자신의 방까지 도달하자 바로 문 열고 들어간다.)
▸
◈ 야츠모의 방
아침에도 여기서 눈을 떴습니다. 여전히 눈에 들어오는 건 탁장과 탁장 위 전화기, 책상, 그 옆의 책장, 옷장, 그리고 두 번이나 열어본 작은 문입니다.
黒粋奴藻
(침대에 걸터앉는다.) 좀 이따⋯ 너도 이미 짐작했겠지만, 샘플 처리랑 이것저것 하느라 좀 돌아다닐 예정이거든.
얌전히 있으라고 해도⋯⋯. (안 듣겠지.)
大海原九
이 침묵 뭐지?
윌슨도 있으니까 얌전하게 있을 수 있거든?
main
黒粋奴藻
걔랑 대화는 되냐?
大海原九
뭐어⋯⋯.
인형이랑 대화가 되어서 애들이 데리고 다닌다니?
黒粋奴藻
넌 애가⋯⋯.
맞지.
大海原九
⋯⋯⋯⋯?
黒粋奴藻
왜?
大海原九
그건 너 아냐?
黒粋奴藻
?
大海原九
나는⋯⋯. 어른스럽잖아?
黒粋奴藻
⋯⋯. (무시.) 따로 묶어두지는 않을게. 네 의지로 얌전히 있는 거라면, 상관 없다는 거니까.
大海原九
나는 어른스럽잖아? 무시하지 말라니까?
黒粋奴藻
어른스러운 오오우나바라 씨~ 방 조금이라도 건드려 봐, 오늘 밤은 연구실에서 자게 될 줄 알아.
大海原九
네가 책상 영역 주장하는 초등학생이야?
(그렇게 말하곤 윌슨을 안고-곰인형마냥- 침대 위로 푹 눕는다.)
黒粋奴藻
영역?
실제로 여긴 내 방이니까?
⋯⋯네 방에 데려다 주려다 참고 여기서 지내게 하는 거니까?
main
大海原九
응, 고마워, 야츠모 군. 침대 푹신해서 좋다? (순순히 만끽하며 손을 가볍게 흔든다.)
黒粋奴藻
그으-래. (어째 미심쩍다는 눈을 하고 방 나선다.)
main
▸
방 문 닫히는 소리. 고요해졌습니다.
main
大海原九
(뒤늦게 놀리듯 "다녀오세요~." 같은 말을 내뱉은 채 침대 위에서 윌슨과 함께 뒹굴거린다.)
main
▸
그리 넓은 방도 아닌데, 꼭 이치지쿠의 목소리가 메아리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지금이라면 방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과연?
main
大海原九
(그리고 의외로 정말 그대로 얌전히 누워 있었다. 품에 안고 있는 윌슨-염산-을 신기하게 혹은 조금 즐거운 듯이 들여다보면서. 그중에 움직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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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러고 보니 저거 연결이 되는 건가? (전화기다. 잠깐 침대에서 일어나 수화기를 들어본다.)
main
▸
이 건물 내에서 연락수단은 이것이 유일한 것 같습니다.
main
▸
다만 내선 전화인지, 전화를 들어 연결하면 어느곳으로도 연결되지 않습니다.
main
大海原九
(떠오르는 번호⋯⋯음, 그래. 112도?)
▸
연결되지 않습니다. 이럴수가⋯.
大海原九
이건 세상이 망한 문제라기보다⋯⋯특정 번호로만 연결이 되나? 아니면 무전 같은 거? (어느 쪽이든, 지금 가지고 놀 수는 없겠다.)
(그리고 이치지쿠는 의미없이 번호를 몇 개 눌러서 "들어봐, 윌슨~." 하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환각제를 정확히 누가 쓰는 중이든, 아마 따지자면 자기 꼴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는 추측과 그에 대한 상상의 동의.)
main
大海原九
그래? 역시 윌슨도 그렇게 생각하지? (수화기를 잡고 침대에 늘어져서 휴일에 오는 연락을 받는 것처럼 뒹굴다가, 이제 그 놀이도 질렸는지 수화기를 대충 돌려놓는다. 딱히 뭘 뒤진 것도 아니니까.)
▸
윌슨 역시 아무 말도 없습니다. 윌슨이니까요.
만일 특정 번호로만 연결되는 거라면, 야츠모는 그 번호를 알고 있을까요?
이치지쿠, 지능 판정.
大海原九
cc<=90 지능 (아이디어)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1 > 71 > 보통 성공
▸
그 정도로 중요한 번호라면, 방 어딘가에 기록해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大海原九
⋯⋯. (옆으로 돌아누운 채 생각한다.)
음⋯⋯.
돌아오면 물어봐야지. (그러고 찾아야지. 일을 굳이 번거롭게 한다.)
자, 윌슨⋯⋯너도 네 친구가 신뢰가 없는 사람이라니 슬프겠지?
main
大海原九
오늘은 신뢰를 좀 쌓아 볼까? (다시 침대 위에 굴러다니던 윌슨을 끌어안고 누워서, 그래, 이치지쿠는 낮잠을 시도했다.)
main
▸
가만히 누워 천장을 응시하다, 이윽고 눈이 감깁니다.
⋯.
어쩌면 정말, 잠에 들었던 것 같아요.
눈을 뜨자 제일 먼저 보이는 건⋯.
벽에 기대 이치지쿠를 내려다보는 야츠모입니다.
main
黒粋奴藻
⋯.
main
▸
말이 없는 걸 보니 넋이라도 나간 걸까요?
大海原九
⋯⋯어서 와, 야츠모 군. (하품이 크다.) 뭐야, 졸리기라도 해?
黒粋奴藻
⋯어? ⋯⋯어. 뭐야. 언제 일어났어?
大海原九
방금 일어났는데. 그렇지, 윌슨. (병을 가볍게 두드린다.)
너야말로 왜 불편하게 벽에 기대서 그러고 있어?
黒粋奴藻
지금 내 침대 차지하고 누운 게 누군데.
⋯⋯.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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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黒粋奴藻 ] SAN : 26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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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졸리진 않아, 아직 밤까지 한참 멀었고. (말과 다르게 하품이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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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하품하면서? (기지개를 켜며 상체만 일으킨다.) 비켜 줘? 섬세한 야츠모 군.
黒粋奴藻
⋯왜? 너야말로 아직 자야하는 거 아니냐? 사람 들어오는 줄도 모르고 곤히 잠드셨더라.
大海原九
그야 지루했단 말이야. 윌슨은 동의밖에 못하는 애야. 아직 어리니까 잘 해 줘야지? (이런 소리.)
그래서 낮잠 재워주기로 했단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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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럼 그렇지⋯.
⋯⋯그래도 정말 얌전히 있을 줄은 몰랐는데.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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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좋아, 난 잠깐 눈 붙일 테니까⋯ 당근과 채찍이라는 말 알지? 나보다 똑똑하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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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거 너한테 혹시 어려운 개념이었어? (한껏 안쓰러워하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黒粋奴藻
너무 어려워서 어제 처음 알았다. (가볍게 받아치더니 책상 위에서 노트북 가져온다.)
(자판을 몇 번 두드려 잠금 풀고, 그대로 이치지쿠에게 밀어주며) 인터넷은 없어. 이 시설이 그래. 그래도 심심풀이 정도는⋯ 될 걸?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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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인터넷도 없는데? (노트북을 받아서 살짝 살펴본다. 흐음, 하는 소리가 저도 모르게 샌다.) ⋯⋯지뢰찾기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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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드 폴더와 이미지 폴더, 지뢰찾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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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노트북 화면을 빤히 보다가⋯.) 그럼, 지금 낮잠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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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응. (침대 안쪽 깊숙이 들어가 앉는다.) 그렇게 오래는 안 자고, 한 시간? ⋯삼십 분?
필요하면 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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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흐음⋯. 알았어. (하여간 뭘 할 시간은 딱히 없는 거다. 침대 머리탐 쯤에 앉아서 벽에 기댄 채 허벅지에 노트북을 올린다.)
윌슨 안겨 줄까? (인형 얘기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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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자다가 엎기라도 하면, 나⋯ 황천길 가라고?
아. (가운 벗어서 건넨다.) 이거 의자에 걸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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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빤히 바라본다.)
1d2 (1D2)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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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갑자기 엄청 따뜻하고, 친절한 목소리로⋯.) 그래, 야츠모 군. 피곤하지? 어서 자야지, 쑥쑥 자라려면. (그리곤 냉큼 가운을 받아서 의자에 걸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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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이불 잘 덮어야겠다! 감기 걸리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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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고개 까딱인다. 됐나⋯. 이불 끌어당겨 덮으며 벽으로 돌아 눕는다.)
大海原九
(굳이 그 어깨를 두어번 토닥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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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에 든 것 같습니다.
지뢰찾기를 다시 보면⋯ 순위가 굉장히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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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얼마나 한 거야? (혀를 쯧쯧 차고, 워드 폴더를 먼저 켜 본다.)
▸
연구 일정이나 주요 업무를 기록해둔 것들이 빼곡합니다.
일기처럼 쓰인 것도 몇 있지만⋯ 정성을 들인 건 아닌 모양입니다. 초등학생이 작심삼일로 쓰다가 관둔 일기장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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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일지가 무슨 그림일기야? (투덜거리며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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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날짜도 제대로 쓰인 게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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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우나바라가 오늘은' 으로 시작해서, 한탄하거나 투덜대는 내용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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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스윽 읽어보고 결론내리길,) 뭐야, 딱히 별 일 안 했잖아.
▸
이치지쿠의 결론이 무색하게, 마지막 장에는⋯.
'나중에 또 다 잊어버리면 이거 보여주면서 반성하라고 할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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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 (뒤로가기 누름.)
(이미지 폴더를 클릭한다.) 그림 일기면 역시 그림이 같이 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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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와는 다르게, 실사 사진으로 보이는 것들이 가득합니다. ⋯만, 전부 익숙한 풍경들입니다.
그러니까, 아마도 일본 도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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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부쿠로, 신주쿠, 혹은 익숙할 다른 거리들.
사람이 같이 찍힌 사진도 몇 들어있습니다.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치지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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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고개를 갸우뚱한다. ⋯왜 이런 사진이 여기 있는 걸까? 사실은, 실험 사진 같은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잖아, 하나가 일지니까.)
▸
말 그대로 어울리지 않는 사진들입니다.
그런 주제에 소중하다는 듯이 보관해두고 있는 것도⋯.
이치지쿠, 정신력 판정.
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4 > 34 > 어려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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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기의 발작 : 기억】
KPC의 설명 속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전의 시간대. 34년간의 기억을 되찾는다. 해당 기억이 온전히 탐사자의 것인지, 혹은 조작된 메모리인지 당신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여태 느껴온 감정을 설명하듯, 놀랍도록 잘 들어맞는 한 조각의 퍼즐을 찾아낸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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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제일 게으른 연출은 과거의 한 장면을 마주하고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평가했다.)
(그러나 그만큼 자주 벌어지는 일이라는 말이기도 하고, 그런 경험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에게도 있다⋯⋯. 라고, 이치지쿠는 갑작스레 떠오른 기억들을 자연스레 상기한다.)
(잠시 한 손이 머리 옆을 더듬어 본다. 기억이 없다면 슬그머니 넘기고 살았을지 모르겠지만, 머리 속에 그 뇌와 비슷한 게 들어있을지도 모르고, 그러면 이 기억도 진짜가 아닐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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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게 무슨 상관이람? 하여간 그 기억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 되었는데. 이치지쿠는 이번엔 아까와 다른 이유로 도망치듯이 뒤로가기를 눌렀다.)
(그리고 다시 켠 게 웃기게도 맨 처음 봤던 지뢰찾기다.) 놀 게 이것밖에 없다니, 참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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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버튼을 클릭하는 사이 시선이 옆에 세워둔 윌슨을 하나 보고, 이 상황에도 기묘한-뿌듯함 같은 감정을 느낀다. 그건 자신은 기억이 없든 있는 자신이라는 점에서.)
(등을 돌리고 누워 있는 야츠모를 보고는 시선을 다시 화면으로 돌린다. 딱히 직시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 떠오른 거부감이다. 손끝이 서로 맞닿은 채 문질러진다⋯.)
사람 피부지. (지금은. 그리고 야츠모가 깨기 전까지 딸깍이는 소리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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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든 사람의 고른 숨소리, 그리고 마우스와 키보드의 플라스틱이 부딪히는 소리가 방 안을 듬성듬성 채웁니다.
그렇게 한 시간, 그리고 다시 한 시간 즈음 지났을 무렵⋯.
옆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黒粋奴藻
⋯⋯그거 아직까지 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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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여기 놀 게 이것밖에 없잖아? (화면을 빤히 본 채 이어서 딸깍, 딸깍⋯. 곧 지뢰를 눌러 버린다. 혀 차는 소리.)
너야말로 엄청 오래 한 거 같던데. (그대로 마우스만 움직여 순위를 띄운다. 들으란 듯 일부러 읽어주면서⋯.)
黒粋奴藻
⋯⋯⋯.
여기 놀 게 이것밖에 없잖아? (돌려준다.)
그거 뛰어넘으려면 넌 아직 멀었어, 하하⋯. (몸 일으켜 앉는다.)
大海原九
그렇게까지 지뢰찾기만 할 생각은 없거든. 너는 환청이라고 했지만 말이야, 야츠모 군. 아직 남아 있는 녀석들도 말은 할 수 있고, 윌슨도 있고?
하긴 정원도 있었지. (이 방은 창문이 있던가, 하듯 벽을 시선으로 쭉 돌아본다.)
▸
창문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칙칙하고 하얀 벽이 가로막고 있을 뿐입니다.
黒粋奴藻
⋯지금 시간이면 해도 떨어졌겠다⋯⋯ 아, 설마. 나 얼마나 잤는지 알아?
大海原九
⋯⋯두 시간? (다시 시선을 돌려 노트북 화면만 보며 대답한다.) 왜? 해야 하는 일과라도 있니?
黒粋奴藻
⋯⋯급한 건 없어. 없는데- 지금 이렇게 자버리면 밤에 잠이 안 온단 말이지.
大海原九
그거야⋯⋯. 수면제 있잖아. 그거 먹으면 충분히 자고도 남을 걸.
밤에 너무 샌 거 아냐?
그러니까 그 시간에 그렇게나 자지.
30분만 잔다더니 2시간이나 자던걸.
黒粋奴藻
⋯아예 안 잔 건 아냐, 일찍 일어났을 뿐이지⋯⋯ 이상하긴 하네. 이렇게 오래 잠드는 타입은 아니었어.
수면제도 오래 먹으면 내성 생기는 거 아냐?
大海原九
뭐어, 수면제도 그야 많이 쓰면 내성이 생기긴 하지만⋯⋯. 오늘만 쓸 거 아냐? 게다가, 아무튼 오래 잠들 수 있게 됐으니까 나쁠 건 없잖아. (노트북을 내려놓고 윌슨을 다시 인형처럼 끌어안는다.)
그거 알아, 야츠모 군?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서 말이지, 상대가 뭐든 누구라든 한 마디도 하지 못하고 혼자 있다 보면 자율신경계가 무너져서⋯.
즉 환청이라도 대화는 좋다는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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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오늘만⋯⋯. (아니, 내성은 이미 생겨있다. 하지만 이걸 굳이 알릴 필요는 없고. 판단을 마친 후 시선을 '윌슨'에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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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너처럼 윌슨이랑 대화하는 것도 자율신경계 보존 활동의 일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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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이건⋯⋯.
(생각하듯 병 표면을 문지른다.) 이건 테디베어야.
가까이 두는 것들은 뭔가 정이 들거나 의미가 있어서 뭐라도 말할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거지. 그런 경험 없어, 야츠모 군?
黒粋奴藻
없지⋯는 않지. 어. 아마 있을 걸.
기억이 잘 안 나네. (얼버무린다.)
大海原九
(잠깐 야츠모를 보고 눈썹이 올라갔다가 다시 시선이 앞으로 돌아온다.) 그래? ⋯어쩌면 너도 기억상실증이 있을지도 모르지. (아닌 거 알면서 하는 소리다. 그리고 이치지쿠는 침대 위에서 다리를 얕게 흔들다가⋯.) 저기.
나 표본실 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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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눈을 몇 번 깜빡이고, 완전히 일어서 노트북을 도로 책상에 올려놓는다.) 표본실? (가운은 여전히 의자 위.)
볼일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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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다시 한 번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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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왜, 아까는 널 찾느라 잠깐 들렀을 뿐이고, 대화가 되나 신경쓰여서 가시는 잘 보지 않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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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생명체를 감지하면 말썽을 부려. (환청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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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앞으로 표본실 출입은 영영 금지야. (당장의 출입을 허가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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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말썽이라고 하면 불쌍하잖아, 야츠모 군? 그렇게 죽여달라고 아우성을 칠 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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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직접 유리를 깨고 덤벼들 때가 있어. 아무래도 말썽이 아니라고는 못 하겠지,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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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런 조건이니까. 이해했지? (제 뒷목 잡아서 스트레칭하듯 당긴 후 복도로 향하는 문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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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잠깐 생각하는 듯 고개를 기울이다가 수긍하며 바닥으로 내려온다.) 그렇군. 그건 제발 죽여달라고 빌 만 해. 아하, 기왕 살아있으니까 특이한 몸이 됐다고 재밌어하는 것도 나쁘진 않을 텐데 말야.
(그리고 조금 늦게 뭔가 떠올린 듯 수긍하는 소리, 문을 통과해 방을 빠져나온다.)
⋯하긴 그래서는 가족이나 친구랑은 마주하기 어렵겠네. 역시 죽여 주는 게 어때?
黒粋奴藻
(뒤를 따라오며 조잘대는 목소리를 가만히 귀에 담는다. 그러다 한 마디.) 죽이는 건 내 전문이 아니어서 곤란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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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전문이잖아, 하는 어이없는 태클은 표정으로 표현했다.) ⋯⋯헤에, 그래? 성적은 나쁘지만 모범생이었나 봐, 야츠모 군. (퍽이나 그렇겠다.)
그럼 대신 해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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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돌아보지 않는다. 정면을 보고 걸으며 미간을 찌푸릴 뿐.) 대신 해줄 것 까지야.
찝찝하지 않냐. 그리고⋯ 모범생? 그건 확실히 아니었지.
뭐가 됐건 그 녀석들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는 없다는 거야. 하는 소리라고는 죽여달라는 게 전부니까. 이유는⋯ 인간이 아니게 된 지금의 모습이 괴로운 거려나.
大海原九
어차피 그걸로는 이제 실험도 거의 안 하지 않아? (복도를 걸으며 옆의 벽을 빤히 응시한다. 이곳에도 창문이 없던가?)
그럼 불쌍하니까, 죽여 줘도 되잖아. 찝찝할 게 뭐가 있어? 그렇게 힘들어하는데. (이 즈음에는 신기해하는 어조다.)
나아도 주변 사람이랑은 이미 관계가 다 끊겨 있을 테고⋯. (문득 웃는다.) 아니, 하지만 통속의 뇌잖아! 옵션 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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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의 방과 표본실 사이의 복도에는 창문 하나 없는 대신, 정원으로 향하는 유리문이 존재합니다.
그 너머로 얼핏 정원의 풍경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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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뭐⋯ 통속의 뇌?
옵션이 너무 후지지 않아? 행복해지는 버튼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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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러니까 하는 말이야. 행복해지는 버튼도 없는 통속의 뇌라니⋯.
밸런스가 너무 안 맞잖아?
아니면, 덤벼드는 정도의 말썽을 피우는 게 아니면 죽이지 말래? (머리카락을 가볍게 뒤로 넘기려다가⋯. 문득 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매만진다. 그냥 머리카락. ⋯맞나?) 여기 만든 사람들이, 말이야⋯.
黒粋奴藻
⋯처음에는 그랬었지? 예전에는 나 말고 다른 연구원들도 꽤 있었던 것 같고. 나야 모르는 일이지만⋯.
⋯⋯개인적인 거야. 신념, 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거. 그냥. 뭐든 함부로 죽이고 싶은 기분은 아니라고 할까.
(표본실 문 연다.)
大海原九
야츠모 군, 너무하네. (표본실에 들어서서 뇌들을 슥 둘러본다. 한 자리가 빈 것이 눈에 뜨인다.)
▸
◈ 표본실
찬장의 유리병들 사이, 비어있는 한 자리가 꼭 커다란 구멍처럼 느껴집니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 같이 아직은 조용하네요.
黒粋奴藻
너무해?
大海原九
그래, 너무하지. 왜냐면 그렇다고 이 애들을 사람으로 보기는 어려울 거 아니야? 친구가 되기도 어려울 테고. (통 하나를 쿡 건드려 본다. 다시 보니 딱히 징그럽다고 느껴지지도 않지만⋯.) 징그러운걸?
黒粋奴藻
⋯확실히 우리가 아는 인간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지만⋯⋯.
난 1년이나 이걸 봐왔어, 이제와서 딱히 엄청 징그럽지도 않다니까.
⋯고려는 해볼게. 네가 한 얘기 말야.
▸
건드린 통 내부에서 벌레를 닮은 가지 하나가 움찔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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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통을 잡고 잠깐 들어본다.) 그래? 그건 희소식이네. 그렇대, 얘들아. 야츠모 군이 친구가 되어줄지도 몰라. (그리고 다시 진열대에 내려놓고⋯.)
(통을 쓰다듬듯 가볍게 위 뚜껑을 툭툭.) 결정되면 얘기해.
죽이는 건 도와줄 수 있으니까 말야. 그야 물론 허가부터 받아야겠지만⋯. 맞아?
黒粋奴藻
허가⋯ 받아두는 편이 낫겠지?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줄지부터 걱정이긴 하다만. (삐뚤어진 통 몇 개의 정렬을 정리한다.)
오늘 연락해서 물어볼 게 산더미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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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전에는 잘라보겠다느니, 할 일도 많아 보이더니만. 마음 접었어? (그야 이쪽에서 만류하기도 했고, 결과까지 다 알려줘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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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여전히 궁금하긴 하지만, 원래 이것도 물어볼 생각이었는데?
main
大海原九
죽이기로 결정하면 그때 잠깐 잘라보거나 하는 건 상관없고.
급할 거 없지, 야츠모 군.
게다가 나도 동정심은 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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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동정심을 이런 부분에서 발휘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 상관 없겠네, 그 정도면.
⋯적당히 둘러보다 방으로 돌아가. 나는 연구실에서 약 챙겨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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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통만 물끄러미 보다가 되묻는다.) 환각제랑 진정제?
黒粋奴藻
⋯⋯⋯.
약장 너무 자세히 보지 말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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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자세히 본 게 아니라 보인 건데?
문제는 없잖아, 맞지 않겠다고 하지도 않고 말야.
黒粋奴藻
그건⋯.
⋯더 묻지 않는다면 상관 없어.
大海原九
그렇지? 다녀와, 야츠모 군. (손을 가볍게 흔든다.)
나는⋯그렇지, 조금만 더 보다가 방에 갈 테니까 방에서 보자.
黒粋奴藻
(끄덕인다. 직후에 연구실로 이동하는가 싶더니,)
⋯있잖아?
뭐라도 알아낸 게 있다면, 알려줘야 한다?
大海原九
이 뇌들한테서? (조용한 통을 가리키며 문득 웃는다.)
黒粋奴藻
⋯⋯⋯그런 걸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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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츠모는 건너편인 연구실로 들어갑니다.
main
大海原九
(뇌 아니면 알아낼 게 또 뭐가 있다고, 다 아는 거면서-비슷한 말을 중얼거리면서 '기억이 떠오른 거라던가 말이지' 하는 생각을 흘려보낸다.) ⋯⋯어~이, 뇌들. 아직 자고 있니?
▸
말을 걸며 다가가면, 전과 같은 말들을 걸어오는 표본이 몇 있습니다.
다만 전처럼 시끄러운 감각은 아닙니다.
환경에 적응하는 데에는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걸까요.
"연구원 님이 돌아오신 건가요?"'
"이제 그만 죽고 싶어요."
"이 몸은 끔찍해요."
大海原九
이번엔 대화가 되나?
좋아, 잘 들어. 기뻐해, 뇌들⋯뭐,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나?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어!
빈 자리는 이미 죽은 아이고 말이야. 잠시간만 '산다'는 감각을 즐겨보는 건 어떻까.
그런데, 그 몸이 끔찍하다면 정확히 어떤 점? (그리고 이번엔 대답을 기대해 본다.)
▸
"산다는 건 끔찍해요."
"인간이 아니라면 필요 없어요."
"죽여주세요."
"죽여주세요."
"죽여주세요⋯."
⋯⋯.
더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大海原九
좋아, 한 문장 정도는 늘었네. (허리를 펴고 밑단을 가볍게 털다가 문득 손이 멈춘다. 이 감각도 의문스러워 하는 건 곤란하겠지. 좋아, 다시 손이 움직인다.)
(그리고 순순히 야츠모의 방으로 돌아갔다. 왜냐면⋯그래, 오늘은 조금 피곤해서.)
main
▸
◈ 다시, 야츠모의 방
main
▸
야츠모가 누워있던 침대가 유독 편안해 보입니다.
大海原九
(사실 오늘은 다른 곳에서 잘 생각을 잠깐 했었지만⋯. 솔직히 침대를 보면 생각이 싹 사라진다. 좋아 보이는데? 그럼 누워야지. 윌슨은 이젠 안정적인 테디베어다.)
main
▸
안쪽에 자리잡고 몸을 눕힙니다.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낸다면, 분명 금방 잠에 들겠죠.
적어도 야츠모가 돌아올 때까지는 깨어있는 편이 좋겠군요.
main
▸
아니나 다를까 몇 분 뒤,
大海原九
(눈을 굴리다가 벽을 보고 누운 채 진지하게 품 안의 윌슨을 내려다본다⋯.)
음⋯⋯⋯.
main
大海原九
귀여운 부분 찾기 놀이나 해야겠군.
main
黒粋奴藻
⋯⋯⋯.
main
黒粋奴藻
별 탈 없이 돌아와 있는 건 고마운데.
윌슨이 어디 아프다고 하디?
大海原九
무슨 소리야? 귀여운 부분 찾기 놀이 한다고 했잖아. (윌슨을 진지하게 내려다보다가⋯ "멍청한 눈에 가산점." 한다.)
黒粋奴藻
그러니까 그런 유리병에 귀여운 구석이⋯⋯. ("네가 그렸잖아, 그거." 지지 않고 대꾸한다.) ⋯주사 가져왔어.
오늘도 여기서 잘 거지?
大海原九
그야, 푹신하고⋯⋯.
(윌슨-병-을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어 하나 밖으로 뻗는다.) 가지고 다닐 거 정 붙이고 귀엽게 볼 수 있으면 좋지 뭘 그러니?
main
黒粋奴藻
그러다가 진짜 쓸 일이라도 생기면? 아쉬워서 어떡해? (상자에서 약물과 주사기, 고무줄을 꺼내는 손길이 익숙하다.)
main
大海原九
그럼, 그건 그 때지.
黒粋奴藻
(주사기에 약물을 주입한다. 병의 라벨은 굳이 가리지 않았다.)
그러셔.
大海原九
병은 남아 있잖아? 새로 채우면 돼. (팔에 힘을 뺀다.)
黒粋奴藻
염산을 얼마나 털어가려고. (고무줄을 감아 묶은 뒤, 쉽게 바늘의 위치를 잡는다.)
大海原九
어차피 내가 쓰지 않으면 쓸 일도 없어보이는데 뭐 어때?
이런 시약들도 유통기한이 있단 말이야.
黒粋奴藻
⋯맞는 말이지. 걱정 마~ 아까 한 얘기 실현시키게 되면, 엄청 쓰게 될 테니까.
⋯⋯⋯오오우나바라, 이 환각제 말인데.
大海原九
(아예 직접 입에 담을 줄은 몰랐다. 시선이 반사적으로 야츠모를 곁눈질한다.) 그게 왜?
黒粋奴藻
⋯수면제랑 진정제 보조용이야. 엄청난 거 아니니까 마음에 담아두지 마.
왜, 종종 있지 않나? 헛것이 보여서 역으로 덮어씌운다던가. 그 외에도 표본⋯ 같은 건, 솔직히 징그러운 구석도 있고. 너도 아까 말했잖아.
大海原九
(말없이 한참 바라만 본다.)
그렇지⋯. 고마워. (그리고 다시 시선을 돌린 채 조용하더니 결국 못 참고 한마디한다.)
야츠모 군은 가끔 어휘력이 좋아지네.
黒粋奴藻
⋯⋯⋯.
원래 막 나쁜 편은 아니었는데?
⋯⋯네가 내 뭘 알고?
大海原九
글쎄, 가끔 말이 길어져서 그렇게 느꼈나?
중요한 얘기는 아니야. 그렇지?
黒粋奴藻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
무슨 약인지 알아챈 마당에 숨기는 것도 웃기잖냐. (엄지에 힘 실어 약 넣는다.)
大海原九
헤에, 환자의-라기보단 실험 대상이지만, 심신 안정과 멘탈 관리를 위해서? (팔이 축 늘어진다.)
黒粋奴藻
실험 대상이라던가, 환자처럼 대하느라 이러는 건 아니고⋯.
(침묵. 바늘을 빼내고 거즈 덮어준다.)
⋯수면제가 섞여있으니까, 도중에 깰 일은 없겠지. 잘 자.
大海原九
('아니고? 뭔데?' 같은⋯⋯딱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뒤를 추격하던 말 없이 조용하다. 팔을 움직여 다시 윌슨을 끌어안는다.) 너도 잘 자, 야츠모 군.
黒粋奴藻
좋은 꿈 꾸고.
main
大海原九
오늘은 아무 꿈 안 꾸는 게 좋겠어. (눈을 깜박인다.)
가능하면 너도 그러길 바라지.
黒粋奴藻
이상한 소리를 하네. (흘러가듯 웃어넘긴다.)
그럼, 아무 꿈 꾸지 않는 걸로.
일어나서 봐, 오오우나바라.
main
大海原九
⋯내일 봐, 쿠로이키 야츠모 군.
main
▸
천천히 눈이 감깁니다.
부디 오늘 밤에는 아무 일 없기를.
⋯.
⋯⋯.
main
▸
이치지쿠, 건강 판정.
大海原九
cc<=45 건강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7 > 97 > 대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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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밤에도 역시나 깨어나고 말았습니다.
건물 전체에 느껴지는 진동. 그리고⋯.
책상에 엎드려서 잠에 든 야츠모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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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어제부터 이 진동은 뭐지? 잠시 귀를 기울여 본다. 따로 들려오는 소리는 없을까.)
(그보다 지금 몇 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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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확인한다면 오전 3시가 되어갑니다.
다시 눈을 붙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다만 진동이 신경쓰입니다.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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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海原九 ] 행운 : 60 →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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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과 소리는 제2연구소가 있을 방향에서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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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가 처음 깨어났던 방도 그 안에 있었던 것을 상기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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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새벽 3시면 잘 시간이지. 흘끔 야츠모가 엎드려 자고 있는 걸 곁눈질하다가 침대에서 일어난다. 윌슨과 함께다.) ⋯저기에 뭘 넣어놨길래 자꾸 쿵쿵대는 거지?
(소리없이 문을 열어 방을 나서고, 복도에서 제일 먼저 보이는 문을 연다.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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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으로 향하는 문은 잠금이 풀려있는 것 같습니다.
大海原九
(정원으로 나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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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원
대리석으로 된 복도가 길게 이어지고, 그 끝에 자신이 나온 것 같은 건물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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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심어진 전체적으로 말라빠진 나무들은 무언가 갉아먹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잔디는 모두 누렇게 말라있어 밟으면 바로 바스라져서는 부수어져 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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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갉아먹은 흔적? 잠깐 걸음을 멈추고 더듬어 본다. 역시 벌레 먹은 흔적이랑 비슷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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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갉아먹은 흔적입니다.
수액까지 모두 빨아먹어, 나무는 겉만 덩그라니 남아 있는 상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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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황폐한 풍경으로 걷다 보면 콘크리트 건물과, 맞대고 있는 또다른 거대한 철문이 나옵니다.
大海原九
정원 보수는 전혀 안 하는 모양이지? (나중엔 밀면 쓰러질 것 같고, 불 붙이면 금방 탈거 같고⋯. 정원이란 이름이 무색하다. 다시 걸어 자기가 나왔던 시설로 향한다.)
이 문⋯⋯. (열리겠지? 밀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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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로 잠겨있습니다.
이치지쿠가 챙겨둔 열쇠 세 개가 떠오릅니다.
大海原九
⋯순서가 뭐였지? (그냥 순서대로 하나씩 넣어 돌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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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의 열쇠로 제 2 연구소의 문이 쉽게 열립니다.
◈ 제 2 연구소
들어가면 불이 꺼져있기 때문에 어둠이 가득하며,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한 구석에서는 계속 윙⋯ 윙⋯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연구소 전체에 끔찍하게 비리고, 지독한 냄새가 배어있습니다.
大海原九
(벽에 스위치가 있었지? 누를 수 있는 걸 찾아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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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누르자 연구소 내의 전등이 켜집니다. 상태가 좋지 않아 아직도 어둡고, 깜박거리지만⋯.
세 개의 문이 보입니다.
각각의 방 앞에는 실험실, 제 2 연구실이라고 쓰인 플레이트가 걸려있습니다.
나머지 하나의 문은 자물쇠와 사슬로 묶여있으며 아무런 안내문이 적혀있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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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실험실은 알겠다. 자기가 누워 있던 곳이지. 그런데⋯지금도 진동이 울리지는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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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은 비어있는 문에 다가갈수록 강도가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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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잠시 문에 귀를 대고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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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8 > 48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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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 소리입니다.
또한 바람 소리가 함께 들립니다.
大海原九
⋯⋯좋아⋯. 지금은 열어도 곤란해질 건 알겠군. (귀를 떼고 제 2연구실로 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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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 연구실
내부는 역시 불이 꺼져있으며 비상구를 가리키는 희미한 초록빛만이 연구실을 비춥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신경쓰이는 것은, 코를 찌를듯이 지독한 냄새입니다.
마치 음식물 쓰레기가 썩는듯한 냄새가 연구실 전체에서 나고 있습니다.
이치지쿠, 관찰력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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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75 관찰력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8 > 78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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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이게 뭐야? 환풍구나 창문 같은 건 없는 건가, 여기? (먼저 불을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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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를 찾아 딸깍여도 불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고장난 걸까요?
大海原九
⋯⋯뭐야? 왜 이렇게 보수 안 된 곳이 많아? (한마디 할까를 잠깐 고민하다가 그만둔다. 문을 더 넓게 열어 가능한 빛을 비추고⋯좋아, 냄새가 나는 쪽이 어디지? 벽을 짚으며 방을 둘러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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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심해지는 곳을 향해 따라갑니다.
연구실 한 구석에 위치한 냉장고에서 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大海原九
이건 나도 자주 썼는데. (아주 약간 예상이 가기 시작한다.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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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열면 심한 악취가 코를 찌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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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는 썩은 뇌와 사람의 신체들이 들어있습니다.
벌레의 가시 같은 건 보이지 않지만⋯.
좀 더 자세히 관찰하면 신체는 마치 누군가가 스트레스 풀이라도 한 듯, 어설프게 난도질 되어있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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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익숙해지면 옆으로 길게 놓여진 실험대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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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잘린 신체를 들어본다. 뭔가 특징 같은 거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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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먼저 생긴 것 같은 잘린 흔적들로 보아, 아마 연구자료였던 모양입니다.
大海原九
(그렇단 말이지. 실험대로 눈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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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 위는 플라스크등이 엉망진창으로 널부러져 있고-
바닥에 흩뿌려져있던 유리 조각이 밟힙니다.
따끔하네요.
체력 1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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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海原九 ] HP : 10 →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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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는 먼지가 쌓여 사용되지 않은 지 오래입니다.
맨 끝에는 컴퓨터가 있으며 그 옆을 보면 연구일지가 난도질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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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왜 이렇게 전부 난도질이 되어 있는 건데? (짜증스레 중얼거리며 연구일지부터 뒤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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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아웃【연구일지 : 원본】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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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OUT
연구중 주목할만한 분자를 발견했습니다. 아마도 바이러스의 세포분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 되는데, 이것은 자기 복제를 하며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똑같이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복제과정임에도 불구하고 복제한 유전자는 1%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복제를 만들어냈어요. 타인의 유전자를 침범해 바꾸어가는 식으로 말이에요.
물론 인간의 DNA분자 복제의 정확도는 현재에 와서는 놀랄만큼 정확하지만, 반드시 오류를 일으키고 맙니다. 하지만 이것은 이태까지 한 치의 오류도, 오차도 없이 복제를 진행해가는 것입니다.
발견하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저 혼자로는 부족합니다. 아니면 정말로 이 유전자는 인격을 가지고 있다고 밖에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저는 미치지 않았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유전자의 다산성fecundity으로, 빠른 시간에 자기복제분자를 만들며 그 시간동안 한번도 잘못된 사본을 만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정말 저 혼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아하게 맞물려야 할 나선형 사슬은 이제 더 이상 보균자의 세포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원을 요청합니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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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확인하는 데에 제일 좋은 방법이 있지.)
(플라스크도 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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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 다를까, 널부러진 플라스크 중에는 깨진 것도 몇 보입니다.
大海原九
(그중에서 조금 긴 걸 잡아 본다.) 아무리 뭘 잘못 보고 있어도 현상 자체까지 잘못 보지는 않을 테니까 말이야.
(그대로 들고 왼손 새끼를 강하게 찍어 잘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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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손가락의 절단면에서, 처음에는 피가 미친듯이 흘러내립니다.
체력 1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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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海原九 ] HP : 9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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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세포가, 뼈가, 근육이, 그리고 피부가 재생되는 것처럼 조금씩 돋아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입니다.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67 이성체크 (1D100<=67)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1 > 41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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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잘려나간 손가락의 끝에서마저 새로운 '이치지쿠'가 탄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정보량이 부족했던 걸까요?
大海原九
(이치지쿠는 재생된 손가락을 물끄러미 보다가, 살짝 굽혀보고, 그리고 시선 높이까지 들어올려 다시 천천히 돌리며 이곳저곳을 살펴본다.)
(그리고 떨어져 나간 새끼 손가락도 한 번.)
(적어도 이건⋯⋯그래, 어떤 꼴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자기가 전과 변함없다는 건 절대 아니란 확증은 생겼다. 이치지쿠는 이어서 얼마나 떨어져 나가면 그게 또 자기로 자라게 될까 생각하며 손가락을 집어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런 거 처리하는 방법을 모르네.
야츠모 군한테 가져가는 게 좋겠어⋯⋯. (그리고 컴퓨터를 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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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 위에 있는 컴퓨터는 멀쩡하게 전원이 들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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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시간을 걸려 키면 인터넷은 없고, 휴지통, 파기 폴더와 XXXX 폴더가 있습니다.
大海原九
(당연히 휴지통부터 눌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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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 내부 파일들을 진작 정리해둔 건지, 안은 텅 비어있습니다.
大海原九
⋯⋯뭐야. (파기 폴더는? 열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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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기 폴더를 키면 뇌, 팔, 다리, 사망 후 등으로 폴더가 나뉘어있습니다.
폴더, 뇌.
나무 뿌리가 흙에 자리잡은 것처럼, 벌레가 뇌를 파고들어 뿌리를 내린 사진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大海原九
(팔, 다리, 사망 후⋯. 잠시 커서가 화면을 빙 돌다가 차례대로 클릭한다.)
▸
다음, 팔 다리.
썩어들어가는 팔다리와 매우 큰 곤충 다리같은 사진이 있습니다.
동영상 파일이 하나있네요.
제목은 XXXX.XX.XX Y의 기록이라고 적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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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동영상 재생 버튼을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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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는 순간 스피커로 바로 목소리가 나오기 때문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상은 곤충 다리를 자르자, 그곳에서부터 빠르게 세포가 다시 만들어져 팔과 다리를 재구성하는 장면이 생생하게 녹화되어있습니다.
끝난걸까요?
그 순간 카메라 앵글이 위로 올라갑니다.
그것은 인간의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입니다.
이치지쿠, 지능 판정.
大海原九
cc<=90 지능 (아이디어) (1D100<=9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9 > 79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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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아버리는 것입니다.
이 폴더에 있는 팔과 다리는 모두 곤충이 아닌, 자신과 같은 사람의⋯.
이성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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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67 이성체크 (1D100<=67)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1 > 81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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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3+1 (1D3+1) > 1[1]+1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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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2 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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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海原九 ] SAN : 67 →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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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사망 후.
사망한 시신들이 해부된 사진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습니다.
해부된 장기에서는 가시 같은 것들이 장기 대신 신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가 합성이라도 한 것 같은, 괴이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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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모든 폴더를 닫는다.)
(반복해서 생각하지만, 사람은 왜 알면서 힘든 일을 자처하는가 물으면⋯.)
(그냥 본능이겠지. xxx 폴더를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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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XX 폴더의 내부에는 하나의 하위 폴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해당 폴더의 이름은 '이치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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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다시 클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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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별로 정리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의 폴더입니다.
실제로 실험대상이기도 했으니, 폴더의 존재 자체는 이상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야츠모의 말을 들었었기에 바로 눈치챌 수 있습니다.
이 폴더는 5년 동안 만들어져 왔습니다.
수많은 사진과 자료가 나타납니다.
이성 5 차감.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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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海原九 ] SAN : 65 →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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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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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험대 위에 있는 컴퓨터는 켜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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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머무는 건 야츠모뿐만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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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에 금이 가있고, 무언가로 내리친 듯 본체가 박살나있습니다.
찾을 수 있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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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정신력 판정.
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9 > 39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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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 자신의 폴더 안에 있었던 사진들의 내용이 기억나지 않습니다.
안타깝지만 다시 확인할 방도는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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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백업은 있겠지. (이 꼴을 보면 확인해봤자 다시 기억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잘리면 재생하고, 아마 보기에는 지금 이 꼴이 아닌데다가, 가끔씩 기준도 모르게 미쳐서 이것저것 부수고, 기껏 알아낸 것 중에 하나가 트리거가 될 수도 있고, 더해서 가끔 실험 때문에 주기적으로 모든 기억을 잃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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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정리하니 더 황당하다. 이치지쿠는 잔해를 물끄러미 보다가 걸음을 돌렸다. 방으로 돌아가야겠다.)
main
▸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걸까요? 새벽의 하늘이 조금 밝아진 것 같습니다.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1 > 41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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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연구소의 바깥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립니다.
⋯야츠모입니다.
들키지 않으려면 먼저 몸을 숨기는 게 최선입니다.
main
大海原九
(숨어봐야 갈 곳이 여기 얼마나 있다고?)
(⋯⋯잠깐, 하나 있다⋯.)
(자기가 깨어났던 방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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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쇠를 이용해, 연구소, 그리고 제 2 연구실과 마찬가지로 쉽게 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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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전히 침대를 제외하고 다른 것은 보이지 않습니다.
스위치가 있고 작은 전등이 침대를 비추고 있습니다.
⋯.
야츠모 역시 연구소 내부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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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을 전부 찾아본다면 이치지쿠를 발견하는 건 금방일겁니다.
main
大海原九
(침대 위에 누워서 웅크린다. 지금부터 난 여기서 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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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을 등지고 웅크려 누워있다보면, 등 뒤에서 인기척이 들립니다.
黒粋奴藻
⋯.
안 자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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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담요가 없어서 추워. 다시 자려고 해도 어렵던데?
(그제야 몸을 돌린다.) 벌써 깼니?
黒粋奴藻
난 원래 일찍 일어났어. 그래서, 오오우나바라⋯.
왜 여기 있는 거냐?
大海原九
그건⋯⋯.
아까 말이야, 야츠모 군. (다시 몸을 돌려 옆으로 눕는다.)
또 큰 진동이 나잖아?
黒粋奴藻
⋯⋯. (대꾸 대신 빤히 쳐다본다. '계속 해 봐.' )
大海原九
그리고 새벽이고, 넌 자고 있고⋯.
피곤해 보이는데 그냥 재운 거지. 내가 얼마나 착하고 상냥한데?
그래서, 여기로 들어왔는데.
저쪽 방도 가 봤니?
黒粋奴藻
그게⋯ 네가 이 연구소로 넘어올 이유는 안 될 텐데.
가 봤어.
大海原九
컴퓨터가 있길래 켜 봤어. 아니⋯켜 본 것 같아. 다 기억이 안 나거든.
뭐랄까⋯⋯조금은 널 이해하게 된 거지. 이불 하나 더 있니? 이쪽이 내 방인 게 좋을 거 같은데.
黒粋奴藻
⋯⋯ 방을, 특히 이쪽은 마음대로 들쑤시지 말라고 내가⋯ 안 했던가?
날 이해하게 됐다고⋯?
大海原九
그래, 다는 아니지만. 예를 들면 같이 밥 먹는 건 좀 곤란할 것 같다던가 하는 거 말이야?
黒粋奴藻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데?
大海原九
그걸 직접 말하게 한다니 어른스럽지 않네, 야츠모 군.
黒粋奴藻
⋯⋯. (들고있던 담요 던져준다. 자신은 그 길로 돌아서 문으로 향한다.)
大海原九
(담요가 위로 떨어진다. 잡아당겨 덮은 다음에야 고개를 살짝 돌려 바라본다.) 밥 먹으러 가니?
黒粋奴藻
⋯⋯⋯연구.
▸
쾅,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문이 닫힙니다.
main
大海原九
(슬그머니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문을 본다. 새끼손가락은 여전히 환자복 주머니에 덩그러니 굴러다니는 중이다.)
⋯하지만 넌 단세포 바보잖아? (연구는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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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다시 담요를 끌어올려 털썩 눕는다. 이 와중에도 윌슨은 함께다.)
1시간만 자고 가볼까. (이 모든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둘밖에 없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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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츠모는 아직까지 문 앞에 있는 것 같습니다.
쇠사슬이 바닥에 끌리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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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고리에 감기는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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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잠깐 반사적으로 상체가 튀며 일어난다.) ⋯⋯잠깐, 뭐 해?
▸
그리고 천천히 멀어지는 발소리.
大海原九
(뭐라고 소리치려던 입이 다시 닫힌다. 잠시 고민하다가 침대 위로 웅크린다. 의외로 나오는 투덜거림은 일상적이다.) ⋯⋯중학생이 괴롭히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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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리고 잠시 신경을 곤두세운 채 누워 있다가, 아무것도 없는 살풍경한 방 안을 한 번 시선으로 둘러보고⋯⋯. 이치지쿠는 다시 환풍구 안으로 들어섰다. 두 번째니까 아마 막혀 있을지도 모르지만. -윌슨과 함께-)
▸
환풍구 안은 여전히 어둡고 습합니다. 전에 비하면 거미줄은 비교적 말끔히 치워진 상태네요.
그러나 이상합니다.
계속 기어가고, 기어가더라도 빛을 볼 수 없습니다.
분명히 뚫려있었던 환풍구가 무언가로 막혀있습니다.
大海原九
⋯⋯⋯. (막힌 곳을 주먹으로 쳐 본다.)
▸
이치지쿠, 근력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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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45 근력 (1D100<=4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9 > 89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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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시멘트였습니다.
창고 안에서 발견했던 그 시멘트 가루들. 설마⋯.
main
▸
하지만 이제와서는 상관 없겠죠. 방해물은 치워버리면 그만입니다.
막혀있던 벽을 뚫고, 환풍구 밖으로 나와 착지합니다.
main
大海原九
(⋯어쩌면 내 몸은 내가 전에 알고 있던 것보다 강도가 좋은 건 아닌가?)
(이치지쿠는 메마른 정원에 내려와 정신을 차리자마자 생각했다. 아니, 그렇겠지. 재생까지 하는데.)
main
大海原九
(그러고보면 오래 깨 있어서 배가 고픈 것 같기도 하고⋯⋯.)
(창고 문을 열고 식당 쪽으로 걸어간다. 연구한댔으니까 다른 곳에 있겠지.)
main
▸
◈식당
플라스틱 식탁 위 접시에 무화과가 놓여있습니다.
main
▸
언제 주문해둔 걸까요? 언제 배송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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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식탁을 빤히 보다가 종이를 가져온다. '너 먹으라고 달라고 한 건데^^' 같은 글을 써서 그 앞에 놓고, 냉장고로 걸어간다.) 벌써 오다니 처리는 빠르네.
⋯⋯아니면 2일이나 잤다던가?
▸
자신의 상태에 관한 의문은 커져만 갑니다.
아무리 그래도 정말 이틀을 내리 잤다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냉장고를 열자, 신선한 사과나 블루베리, 잼, 식빵⋯ 가짓수는 적지만 채소도 채워뒀습니다.
大海原九
⋯⋯다 있네. (묘한 감상을 중얼거리고 빵과 잼을 먼저 꺼낸다. 껍질 깎기는 귀찮으니까, 과일은 블루베리로 하자.)
(식빵에 잼을 발라서 사이에 블루베리를 넣고, 겹쳐서 입에 넣는다. 식성에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은 다행이다.)
main
大海原九
(샌드위치를 다 먹고 나면, 이치지쿠는 식당을 나가 제 1연구소의 문 앞으로 선다. 그리고 노크.)
main
▸
안에서는 들어오라는 말이라던가, 다른 대꾸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연구에 집중한 걸까요?
안에 이미 사람이 있어 문은 열려있는 것 같네요.
大海原九
저기 말야, 야츠모 군. 나 밥 다 먹었는데.
밥부터 먹고 하는 게 어때? 연구는 뇌 많이 쓰는 거잖아?
▸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1 > 61 > 실패
main
▸
먼저 대답하지 않은 겁니다.
정중하게 노크도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습니다.
들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main
大海原九
(문을 연다.) 야츠모 군?
▸
문을 열고, 연구실 내부로 들어갑니다.
먼저 반겨주는 건, 바닥에 잔뜩 늘어진 뇌가 들어간 유리병들.
표본실에서 가져온 것 같습니다.
main
▸
아츠모는, 병 안쪽의 뇌를 마구잡이로 잡아 꺼낸 뒤, 갑자기 난도질 하기 시작합니다.
난도질한 뇌중 반은 쓰지도 않은 채 염산통에 담궈버립니다.
main
▸
이 행동을 얼마 전부터 몇 번이고 반복한 것 같습니다.
黒粋奴藻
⋯⋯ 뭐라고? 못 들었어. (들고 있던 걸 염산통에 내던진다.)
大海原九
찝찝하다고 하지 않았어? 그거. ('첨벙'인지 '철퍽'인지 모를 소리가 말끝에 겹친다.)
黒粋奴藻
⋯고려해보겠다고 했잖아.
생각해보니 네 말이 맞았던 것 같아서. 분명 진작 이러는 편이 나았을 거야.
main
大海原九
연구한다고 하지 않았나, 아까는?
黒粋奴藻
⋯뇌가 죽기 전 이상반응 감지 연구.
main
黒粋奴藻
최종적으로 행복해지는 방법의 연구이기도 하지. 하하⋯. (연구는 무슨.)
大海原九
(뭔가를 관찰하듯 야츠모를 빤히 보다가 이치지쿠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말하기 시작했다.) 그래? 그러고보면 야츠모 군, 행복이란 건 가까이 있는 법이라고 하는 거 알아?
과일들, 벌써 왔더라? 무화과는 너 주려고 달라고 한 거야.
식당 갈까? 이미 거의 끝난 것 같은데.
黒粋奴藻
⋯⋯. (마지막 표본마저 처분한 후 손 턴다.)
main
黒粋奴藻
아, 그래? 그건 몰랐지. 내 생각도 해준 건가? (어떻게 밖으로 나왔느냐- 같은 건 묻지 않는다. 잊은 건지, 피하고 있는 건지.)
가자, 마침 배도 고프고.
main
大海原九
그야 물론이지. 난 어쨌든 행복하게 지내고 싶거든. 그래서 말인데⋯.
네가 먹는 동안 제 2 연구실 냉장고에서 썩어가는 표본들 좀 정원에 묻어도 될까나?
아니면, 조용히 먹기만 하는 건 외롭니?
main
黒粋奴藻
(야츠모는 자신이 뱉은 말을 기억하고 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던가, 하는 것들.) ⋯.
묻을 거면 같이 가자. 먹는 거 기다려줘.
大海原九
⋯⋯좋아. (문가에 서 있었기 때문에, 이치지쿠는 두어 걸음 뒤로 물러나 밖으로 나온 채 벽에 기댄다.) 사과라던가 먹을 거면 씨는 모아줘.
정원을 좀 가꾸고 싶어졌거든. (손가락이 머리카락을 가볍게 꼰다. 이제 그 감각을 굳이 의심하지는 않는다. ⋯이게 아닌 게 확실하다는 건 알았으니까.)
黒粋奴藻
⋯⋯그런 거라면 옆에서⋯.
(말을 마치기 전에 이치지쿠의 손목을 잡아 당긴다. 그렇게 식당 안쪽까지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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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의자를 빼 앉아, 이미 씻어둬 물방울이 맺힌 무화과의 껍질을 까고⋯)
너, 내 말 아직도 신경쓰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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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손목이 잡혀 식당으로 끌려가는 동안 잠시 당황한듯 말이 없다가⋯.)
무슨 말? (한 번 시치미를 뗐다가 뒤늦게 생각난 것처럼 부러 "아⋯⋯." 말을 늘인다.)
그거 말이지. 그럼, 당연한 거 아냐? 식사는 중요하잖아.
네가 그렇다면 존중해 줘야지. 어제도 딱히 아무데도 안 갔고, 생각해보면 착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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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어째 물은 것 보다 돌아오는 말이 길다?
(들고있는 무화과를 잠시 노려본다.) ⋯됐어, 그런 거 신경쓰지 마.
네 앞이라면 먹을 수 있어. (아무렇지 않게 한 입 베어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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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아직 잡혀있던 손목이 움찔한다. 고개를 돌리는 쪽은 이치지쿠다.) ⋯시각은 중요하지. 난 잘 알아.
黒粋奴藻
⋯⋯. (씹어서 삼킨다.) 그래서?
大海原九
⋯네가 그런 것도 이해한다는 소리지. 편하게 있어도 되는데 말야.
나라면 같이 먹는 건 무리야.
黒粋奴藻
왜 그런 소리를 하는 건데?
⋯⋯너 말이야, 꼭 뭔가 아는 것처럼 군다니까.
전부 내가 대충 설명한 게 전부잖아. 널 어떻게 보는지, 정확히 뭐가 힘든 건지 말해준 적은 없다고. (다시 한 입.)
大海原九
대충 설명한 것만으로도 짐작해서 도와주면 좋은 일 아닌가? 게다가⋯⋯. 컴퓨터도 봤다고 했잖아?
사람과 곤충의 하이브리드라니, 악몽에서도 보고 싶지 않네. 취미가 나빠. (농담하듯 말한다.)
黒粋奴藻
(쥐고있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얘기는⋯.
⋯없는 걸로 하자.
大海原九
⋯⋯그래서 내가 말했잖아?
(고개를 돌린 채 말하더니 곧 목소리가 바뀐다. 쾌활한 톤이다.) 아무튼 그거 다음엔 씨가 있는 걸로 먹어줘.
창고에 과일이나 나무나 꽃 씨앗이 있을 것 같진 않단 말이야.
黒粋奴藻
그야⋯⋯. (남은 무화과를 입 안에 밀어넣고, 자리에서 일어나 사과를 가져온다.)
예전에는 있었던 것도 같은데, 글쎄. 전부 죽었나. (사과를 6등분해 가운데에 있는 씨앗부터 빼 모아둔다.)
大海原九
네가 안 돌봐서 그런 거잖아? 정원이 두개 다 싹 말라 죽었던데.
다음엔 씨앗도 달라고 할래. (어느새 여기서 오래 산 사람마냥 취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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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렇게 두 개 정도 깎았나, 잘라둔 사과는 그릇에 먼저 올려두고 씨앗은 물에 헹군다.)
나무는 기르기 어렵더라고.
大海原九
잔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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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잔디나 꽃은?
黒粋奴藻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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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비도 좀 오고, 햇빛 쐬면 알아서 건강해져야 하는 거 아냐?
大海原九
그럼 정원사라는 직업이 왜 있는데? 비가 주기적으로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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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귀찮다니까, 이래서 식물은.
(물기 털어낸 씨앗들을 이치지쿠 앞 식탁에 내려둔다.)
大海原九
(손으로 가볍게 쓸어 담는다.) 어차피 이제 제2 연구실의 그건 쓸 일 없는 거지?
같이 묻어서 비료로 쓸래.
黒粋奴藻
⋯폐기 자료들?
효과가⋯ 비료면 오히려 효과 좋으려나.
大海原九
말라 죽은 나무도 작게 자르거나 부수거나 태워서 같이 묻고. 바쁘겠네. ⋯⋯그래서, 다 먹었어?
黒粋奴藻
⋯⋯어. (사과 한 조각 집어서 입에 문다.)
하필이면 사과나무라니, 웃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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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뭐야, 맞는 문장이라도 읊어 줄까? (손안의 사과 씨앗을 굴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세 개 중에 골라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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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세 개나?
두 번째.
大海原九
그건 좀 긴데. (눈을 굴린다.)
黒粋奴藻
한 줄로 요약해. (뭔⋯.)
大海原九
그래, 그래, 6살 야츠모 군.
그럼 이 문장으로 하자.
(복도로 나선다.) 그러나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는 반드시 죽는다.
黒粋奴藻
뭐야, 지금 심으러 가는 거잖아?
사과 나오면 먹을 거잖아? 불길한 걸 들어버렸군.
大海原九
이런 걸 복선이라고 하는 거야. (유독 조용하게 느껴지는 복도를 걷는다. 다시 유리문을 연다.)
黒粋奴藻
누굴 위한 복선인지⋯. (한 걸음 떨어진 뒤에서 따라 걷는다.)
大海原九
그건 지나야 아는 법이지. (굳이 길을 벗어나 누렇게 죽은 풀을 밟으며 정원을 가로지른다.) 하지만 너, 5년 동안이나 저 안을 안 치우다니 너무하잖아?
냄새가 지독했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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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원
말라 죽은 나무들을 뽑아서 치우는 건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黒粋奴藻
처음에는 나도 제대로 치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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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개판이 됐을 뿐이지. (먼저 제 2 연구소 방향으로 쭉 걷는다.)
大海原九
('누가 그랬는데?' 하는 질문은 뒤따르지 않는다. 말라 죽은 나무들을 툭툭 쳐보면서, 이렇게만 해도 바스러지고 쓰러지는지-거의 장난을 치며 조금 떨어진 채 뒤를 따라 걷는다.)
그럼 이제 치우면 되겠네.
黒粋奴藻
(툭 건들면 건드는 대로 쓰러지는 죽은 나무들. 길 위까지 넘어온 나무 조각들을 발로 가볍게 찬다.)
겸사겸사 해결하는 거겠네, 뭐. (연구소 문 열고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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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2 연구소
빛이 제대로 들어오는 낮에 보니, 확실히 낡은 게 눈에 띄는 시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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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연구실을 다시 방문하면, 익숙한 악취와 냉장고, 부숴진 컴퓨터의 모니터가 반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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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냉장고 문을 열고 잠깐 야츠모를 슥⋯⋯. 본다.) 저기 말야⋯⋯. 뭔가 통 없어, 여기?
다 못 들 거 같은데.
黒粋奴藻
통⋯⋯ 통?
⋯⋯. (연구실 구석으로 사라지더니 얼마 뒤, 드럼통을 하나 굴리면서 돌아온다.)
이거?
大海原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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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솔직히 좀 웃긴데 한소리 하고 싶음의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냉장고 속을 쓸어서 철퍽철퍽 담는다.)
야츠모 몬, 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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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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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5년 전이랑 변한 게 없어, 변한 게. (고개 절레절레 저으며 드럼통 끌기 시작한다⋯.)
大海原九
5년 전에도 난 친절하고 유머 넘치고 상냥했던 모양이네. (뻔뻔하게 말하고 따라서 다시 걷기 시작한다.)
黒粋奴藻
네가 과거를 알면 그런 소리는 못 할 텐데⋯.
▸
아마 다른 누군가 봤다면 우스운 꼴이라며 비웃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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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행인지 다행인지, 여긴 둘 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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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정원으로 나가 드럼통을 주차(⋯)시킨 야츠모는, 거슬리는 나무들을 하나씩 치워 쌓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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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걸 주변에 쪼그려 앉아 구경하다가 문 옆의 땅을 가리킨다.) 여기 심을래. 문 옆으로 양쪽에 기둥처럼, 알지?
黒粋奴藻
문 옆에⋯.
삽은 필요 없나? 좀 얕게 심어도 괜찮나, 이거?
大海原九
⋯⋯⋯. (모른다. 갑자기 하고 싶어진 거라 알아본 적도 없다. 팔짱을 낀다.)
⋯⋯삽 있어?
黒粋奴藻
(그러고 보니 표본도 묻어야 하고, 비료도 심을 작정이라면⋯⋯ 필요하겠다.) ⋯⋯창고 다녀올게.
모종삽 같은 귀여운 건 없고, 그냥 커다란 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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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난 못 도와주겠네. 다녀와, 소년. 겸사겸사 비료나 다른 씨앗 있으면 그것도 좋고, 물뿌리개도 필요하고, (바라는 게 개 많 다.)
黒粋奴藻
야 임마.
大海原九
나는 삽을 못 드는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 (뻔뻔⋯.)
黒粋奴藻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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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저번에 장총 같은 걸 들었더니 바로 다음에 눈 깜박이니까 부서져 있던데?
삽도 그런 거 아냐?
黒粋奴藻
⋯⋯⋯.
뭔가 든 게 문제라기 보다는⋯ 깨어난 지 얼마 안 됐던 바람에 머리라도 아팠던 거 아니냐?
내가 가져올 테니까, 여기서 어디어디 심을지 위치나 잡고 있어. 그리고⋯ 아마 다른 씨앗은 없을 예정이니 너무 기대하지 말고.
大海原九
(글쎄다⋯⋯. 하듯이 잠깐 야츠모를 봤다가 다시 고개를 돌려 턱을 괴고 풍경을 본다. ⋯⋯살풍경하다.) 그럼, 저 문이랑 유리문 바로 앞이랑 유리문이랑 마주보는 벽 앞이라던가.
다녀와, 야츠모 군.
黒粋奴藻
다섯 그루 정도 심겠네. (한 손 흔들어 인사하고 유리문 너머로 걸어 들어간다.)
▸
정원에 혼자 남겨졌습니다.
기다리거나 돌아다니는 등, 이후의 행동은 자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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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풀위에 누울 것이다. 하늘이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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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대로 누워서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굴러본다. 얼마나 걸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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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굴뒹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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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잠깐.
그러고보면 이 건물, 전부 창문이 없군.
여기 지붕 세워서 방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일 한 번 크게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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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어디쯤이 좋을까 양손으로 엄지 검지 세워서 창 만들고 진지하게 고려한다.)
역시 코너 옆이 좋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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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츠모가 과연 들어줄 지, 아니⋯ 가능한 지부터 미지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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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건 모른다. 떼 써야지.)
아니면 실험실 벽 뚫어서 창문 만들어 달라고 해야지. 그래서⋯. (언제 온담? 구르다가 다시 벽에 부딪혀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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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습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은, 적어도 이치지쿠의 기억 속 연구소 생활에서는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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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고개를 꺾어 문 쪽을 보고 있으면⋯ 야츠모가 적당한 크기의 철제 수레를 끌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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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뭐야, 그건?
黒粋奴藻
연구실에 버려뒀던 표본들. 이미 대부분 녹거나 죽어서 말라비틀어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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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리고⋯ 삽 하나, 물뿌리개⋯⋯는 없어서 일단은 주전자. (이런.)
大海原九
(그제야 상체를 일으킨다.) 그 표본들 이름도 붙어 있었어?
黒粋奴藻
초반에 생긴 걸로 추정되는 애들은 있었던 것 같아.
의미가 없어서 안 붙여둔 지 오래고⋯ 그러니까 이건, 전부 이름 없는 표본인 셈이지. (수레 세워둔다.)
大海原九
⋯뭐야, 나무에 이름 붙이려고 했는데.
(말라 비틀어진 표본들을 꺼내 드럼통으로 떨어드린다. 기분 나쁜 뭉개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黒粋奴藻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본다.)
大海原九
(그리고, 얼마 힘을 가하지 않아도 쓰러졌던 나무에서 가지를 뜯어내 드럼통 안을 꾹꾹 눌러 섞는다.) 왜?
黒粋奴藻
아니, 그냥⋯⋯.
이름 정도는 직접 붙이지 그래?
너⋯ 바깥에서 지낼 때 직업은 작가였어. 소설가? 아무튼. 이름 여러개 만드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라고.
大海原九
⋯⋯. (잠깐 손이 멈췄다가 다시 움직인다.) 씨가 10개나 되는데 그걸 혼자 다 지으라고?
너도 같이 지어. 작명 솜씨는⋯⋯.
⋯⋯⋯⋯. (말없이 계속 젓거나 꾹꾹 누른다.)
黒粋奴藻
⋯⋯⋯무슨 반응이 그래?
大海原九
뭐, 설마 누렁이 같이 짓지는 않겠지. ⋯⋯근데, 뭐가?
黒粋奴藻
⋯⋯⋯. (괜히 어색하게 삽으로 애꿎은 땅이나 판다.)
좋아, 하나는 '이치지쿠'로 한다.
大海原九
그럼 쟤는 쿠로이키고, 얘는 야츠모고, 쟤는 흉터야. (빈 공터 순서대로 가리키면서 대답한다.)
黒粋奴藻
흉터?
야, 흉터는 진짜 아니지.
大海原九
너 흉터 있잖아?
그럼 바보?
黒粋奴藻
⋯⋯⋯.
하나는 괴짜.
大海原九
⋯⋯⋯.
그럼 하나는 단세포.
黒粋奴藻
나무에 이름이 필요할까?
(삽으로 시체 일부 건져 땅에 넣어버린다.)
大海原九
그게 다 애착 구성 요소라는 거야, 야츠모 군⋯.
이름, 주기적인 접촉, 시간 말이지.
나무가 자라려면 얼마나 시간이 필요한지 알아? (이치지쿠도 모른다.) 이름이라도 붙어야 네가 안 말려 죽일 거 아냐?
黒粋奴藻
몇 년은 걸리겠지. 내가 말려 죽인다고? 너도 같이 있잖아.
(흙을 조금 올려 발로 누르고, 씨앗을 달라는 양 한 손 펼쳐 내민다.)
大海原九
내 실험은 끝난 게 아닐 테니까, 또 기절하거나 하면 그동안은 네가 돌와야지.
(손 위로 조심스레 씨앗을 하나 떨어드린다.) 자, 여기.
그건 쿠로이키야.
黒粋奴藻
⋯⋯또 기절하면-
(받은 씨앗 심은 뒤 흙 마저 덮는다.)
나무를 심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大海原九
그럼 네가 말해줘, 심었다고.
여기엔 할 게 별로 없으니 결국 다시 기르려고 하겠지.
어쩌면 떠오를 수도 있고⋯.
黒粋奴藻
되도록 먼저 떠올려 줘.
(담담하게 뱉으며 주전자의 물을 땅 위로 뿌린다.) 아니, 차라리⋯⋯.
⋯그래, 앞으로 기억을 잃을 일이 없는 걸로 하자. 쓰러지지도 않는 걸로.
大海原九
난 내가 왜 기억을 잃는지 모르는데. (씨앗을 몇 번 고르다가 방근 물을 뿌린 땅 위를 가볍게 두어번 밟아 골라둔다.)
혹시 이제 '그런' 실험은 안 해도 된대?
黒粋奴藻
다른 사람들 의견은 필요 없어. (옆으로 이동해 다른 흙을 파기 시작한다.) 내가 안 하면 그만이지.
main
大海原九
(잠시 시선이 야츠모에게 멈췄다가 다시 드럼통에 세워둔 나뭇가지로 살점을 젓는다.) 감시 같은 것도 안 당하나 봐, 여기.
main
大海原九
(그리고 씨앗을 다시 하나 골라 잡고,) 공평하게 얘는 이치지쿠. (진짜 이름을 다 쓸 생각인가?)
黒粋奴藻
⋯⋯. (붙여진 이름에는 불만이 없는 건가, 살점과 씨앗을 차례로 털어넣는다.) 굳이 말하자면⋯ 방치?
그래도 나름 필요한 건 꼬박꼬박 주고. 단점은 이 밖으로 나갈 수 없다⋯.
大海原九
흐음⋯⋯⋯.
저 문. (큰 철문을 턱짓한다.) 잠겨 있는 거야?
黒粋奴藻
왜, 나가고 싶어?
大海原九
솔직하게 말해서, 여긴 답답하고, 재미없고, 좁고⋯⋯.
⋯⋯뭐, 그래, 하지만.
딱히 나갈 생각은 없어. 일단은 말이야.
밖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궁금하긴 해도. 나가도 소용이 없잖니?
黒粋奴藻
글쎄, 정말 없을지는. (자조적인 웃음을 흘린다. 한동안 말 없는 삽질이 이어진다.)
⋯⋯2년차였나, 여길 너무 나가고 싶어서 온갖 시도를 해봤는데⋯ 어림도 없었거든. 밖에서 제대로 폐쇄해 둔 모양이지.
大海原九
(드럼통 안을 의미없이 쿡쿡 찌르다가 비스듬히 웃는다.) 이렇게까지 해 놓고 문엔 아무것도 안 해둔 것도 이상하지.
⋯왜 나가고 싶어졌는데?
黒粋奴藻
아마 그때도⋯⋯.
⋯네가 한참을 쓰러져서 꼼짝도 않고 있었어. 나는, 내 실수로 널 죽이기라도 했을까 봐.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니 일어나서 날 찾더라고.
전부 잊어버렸지만.
main
大海原九
(시선이 다시 천천히 야츠모를 응시한다.)
다시 떠올리지도 못하고?
黒粋奴藻
그런 것 같던데. (물까지 준 후 풀밭 위에 드러눕는다. 바스라진 잔디 뿐이라 생각보다 푹신하지는 않다.)
그러니까 웬만하면, 다시 잃는 상황은 피하고 싶지만⋯.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
main
大海原九
⋯⋯⋯. (잠시 철퍽이는 소리가 이어진다.)
(그리고 문득,) 저기 구석에 천막 세우고 싶어.
黒粋奴藻
⋯천막? 웬 천막.
大海原九
어딜 가든 창문이 없잖아? 답답해. 천막 세워서 방으로 만들래. 실험실 침대도 그냥 여기로 가져오고.
main
大海原九
좁은 곳은 싫단 말이야. 알잖아?
main
黒粋奴藻
창문을⋯⋯. (뚫는 건 무리다. 잘 안다⋯⋯.) 알았어, 촉시 모르니까 좀 튼튼한 걸로⋯⋯⋯ 조만간 다시 연락해야겠군.
짧은 시간 두고 여러번 부르면 안 좋아하던데.
大海原九
왜 그런 관리 일 하는 아저씨들은 하나같이 자주 부르는 걸 싫어하나 몰라. 안 부르면 그거대로 뭐라고 할 거면서?
黒粋奴藻
내 경우라면 생사 확인하러 잠깐 들러주는 정도겠지. 매정한 사회야~.
▸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60 듣기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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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서, 정확히는 하늘에서 희미하게 어떤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새벽에 들었던 것과는 조금 달라요.
黒粋奴藻
그러고 보니 슬슬⋯⋯.
大海原九
⋯⋯뭐야? (눈살을 조금 찌푸리고 고개를 든다.)
▸
금세 아주 가까워진 소리는 굉장히 시끄럽습니다.
두두두, 프로펠러 소리.
연구소의 담 위, 높게 헬기가 날아다닙니다.
黒粋奴藻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main
大海原九
정말 한 발자국도 안 닿으려는 노력은 가상하군. ⋯이번엔 뭘 보내려고 온 거야, 이거?
▸
헬기는 내려올 생각조차 없어 보입니다. 대신, 아래가 열리더니 소형 크레인을 내려보냅니다.
이윽고 정원에 작은 상자 하나가 떨어집니다.
main
▸
⋯⋯.
그렇게 휑하니 떠나버릴 뿐입니다. 태도부터 삭막하네요.
main
黒粋奴藻
(몸 일으킨다.) 어디보자⋯⋯.
식품이랑 같이 주문했었는데 빼먹었더라고. 그래서 다시 불렀어. (아마 오늘 아침.)
main
大海原九
뭔데? (궁금함은 못 참겠는지, 결국 가지를 놓고 다가와 상자를 기웃거린다.)
main
黒粋奴藻
⋯⋯⋯필름.
main
黒粋奴藻
(뺏길세라 먼저 상자 집는다.)
大海原九
⋯⋯⋯필름?
(그딴거⋯라고 하려던 말을 삼키고 상냥하게 말한다.) ⋯헤에, 필름? 신기하네. 뭐에 쓰려고 그런 걸 다 샀어?
黒粋奴藻
뭐긴, 기록용이지. (상태 확인하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얌전히 풀밭에 둔다.)
main
大海原九
⋯⋯무슨 기록? (저 필름을 어디 보관하는지 잘 봐야겠다.)
黒粋奴藻
⋯⋯⋯.
여기 기록할만한 건 너밖에 없잖냐? 사과 성장 일기라도 써줘?
main
大海原九
그거 괜찮네. 사과 성장 일기라도 쓰는 거 어때?
네 일지 초등학생 그림일기보다 대충이던걸.
黒粋奴藻
⋯⋯그건 또 언제 봤대?
⋯⋯⋯.
大海原九
네가 줬잖아? (뻔뻔⋯.)
날짜도 안 쓰여 있던데?
黒粋奴藻
⋯날짜를 잊고 살아서.
다른 것도 봤어?
大海原九
⋯⋯글쎄⋯⋯.
잊어버렸어. 그런 구조인 거 같던데.
黒粋奴藻
편한 설정이네, 그거.
(그러고는 말 없이 수레 안을 뒤적거린다.)
main
大海原九
⋯기억해도 별 수 없잖아? 또 뭐 찾아?
黒粋奴藻
(답변 대신 카메라가 그 모습을 비춘다.)
방금 씨앗 심은 데, 그 옆에 서.
main
大海原九
⋯⋯. (잠시 인상을 쓴 채 야츠모를 보다가 고개를 돌린다.) 싫어.
main
黒粋奴藻
⋯왜, 사과 성장 일기 쓰려고 하는 건데.
大海原九
⋯그럼 사과만 찍어! (목소리가 높아졌다가 다시 적막이 내려앉는다. 그대로 2초 정도, 고민하듯 입 안쪽을 깨물다가⋯.)
사과 성장 일기 쓰려는 거지, 내 관찰 일기 쓰려는 게 아니잖아?
main
黒粋奴藻
난 네 관찰 일기도 쓸 거야. (꿋꿋하게 카메라 들고 있다. 위치 잡는다.)
⋯⋯⋯노트북 다 봤다며?
사진은⋯ 뒤늦게 생긴 취미야.
大海原九
내가 본 건⋯찍지 말라니까! (말을 잇다가 시야 밖에서 야츠모가 움직이는 걸 보고 다급하게 드럼통 뒤로 숨듯이 쪼그려 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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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조용히 카메라 내린다. 수레 위에 올려두고, 드럼통으로 다가온다.) ⋯⋯싫어?
大海原九
⋯⋯싫어. (가리듯 팔 안으로 고개를 묻은 채 중얼거린다.)
黒粋奴藻
알았어, 미안해. ⋯안 할게.
⋯⋯나, 잠깐, 화장실이 급해서⋯ 방에 다녀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main
大海原九
⋯⋯⋯. (조용히 고개만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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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
야츠모는 말 없이 이치지쿠를 응시하다, 뒤 돌아 연구소로 들어갑니다.
방향을 보니 정말 자신의 방으로 간 것 같네요.
main
大海原九
(그제야 고개를 들고 야츠모가 간 방향을 보다가 조심스레 일어난다.)
(마른 풀 위에 쓰러져 있던 삽을 천천히 한 번 잡아보고, 별 일이 없으면 아까 생각했던 자리에 조금씩 땅을 판다. 이번엔 '야츠모'다.)
▸
혼자 하는 삽질은 생각보다 수월합니다.
세 번째 나무를 심을 구덩이가 완성되었습니다.
야츠모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요.
大海原九
(드럽통 안으로 삽을 넣어서 뼈를 부수듯 몇 번 내리찍었다가 약간만 퍼 구덩이 안에 넣고, 다시 씨앗을 하나 던진다.)
(그 위로 파냈던 흙을 다시 덮고, 주전자 안에 남은 물을 붓고⋯⋯.)
(생각 없이 해도 되는 일을 하려니 오히려 잡생각이 든다. 정말 웃기는 일이지. 그렇게, 윌슨이라고 이름 붙여놓은 염산을 테디베어마냥 들고다니면서⋯.)
main
大海原九
(혹시 죽고 싶을까 봐 그러고 다니면서, 조금이라도 즐겁게 살고 싶어서 정원을 꾸미겠다 하고, 외로운 게 싫어서 뇌와도 이야기하려고 굴면서 같이 있기 무서워 방은 옮기고, 그래놓고 또 풍경이 좋은 곳을 찾는다.)
main
大海原九
(사람은 모순적이다. 이치지쿠는 흙 위를 가볍게 꾹꾹 밟다가 문득 웃는다. 하하⋯.) ⋯⋯좋아, 다음이 뭐라고 했지. 괴짜?
▸
네 번째 나무를 심으려고 자리를 잡고 있으면, 드디어 야츠모의 인기척이 느껴집니다.
문가를 지나 다가오는 얼굴이 전보다 조금 수척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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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설마, 혼자 하나 다 심은 거야?
大海原九
왔어? (자연스레 삽을 떠넘긴다.) 이제 네가 심어.
방금은 '야츠모'야.
黒粋奴藻
⋯⋯쿠로이키, 이치지쿠, 야츠모. 그럼 이건? (삽으로 땅 짚는다.)
大海原九
그건 네가 정해야지. 아까 한 얘기 대로면⋯⋯괴짜?
黒粋奴藻
괴짜⋯. (되뇌이며 삽으로 흙을 퍼낸다. 무른 땅이었는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 그럼⋯ 오늘은 여기서 잘 작정인가?
간이 천막 정도는 세워줄 수 있어. 오늘 날씨도 나쁘지 않고.
大海原九
⋯⋯⋯. (잠시 발 끝으로 땅을 문지르다가 아까 말했던 곳을 바라본다.) ⋯그럼 그렇게 해 줘.
여기서 잘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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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다행이네, 비가 안 와서. (거름, 네 번째 씨앗을 던져 심는다. 다시 물.)
춥지도⋯ 않고. 캠핑 온 기분 낼 수 있잖아. (덮은 흙을 발로 꾹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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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왜, 너도 캠핑 하고 싶어서? (다음 자리를 가리키면서 "이건 흉터." 라고 말한다.)
黒粋奴藻
그놈의 흉터⋯. (삽의 끝이 땅을 파고 들어간다.)
하고 싶다고 하면? 받아주게?
大海原九
(드럼통을 조금 밀어 가까이 가져가던 손이 잠깐 멈췄다.) ⋯하고 싶다고 하면 말이야. (다시 밀고.)
黒粋奴藻
아- 그래⋯⋯.
나랑 같이 있기 싫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었던 건가. (며칠 전을 생각해보면 야츠모의 입에서 나오는 게 우스운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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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조금 웃어버린다. 그래, 며칠 전을 떠올린 것이다.) 무슨 소리야? (드럼통에 눌려 풀이 버석하게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난 배려해준 건데. 혼자 있어서 뭐가 재미있겠니.
黒粋奴藻
괜한 배려 하지 마~. 나도 혼자는 재미 없어. (어느새 '흉터'를 위한 자려가 마련되었다.)
⋯⋯여전히 사진은 싫은 거고?
大海原九
뭐가 찍힐 줄 알고? 싫어, 사진은. 하지만 내가 찍어 주는 거라면 괜찮은데. (드럼통에서 손을 뗀다.)
심은 곳 옆에서 귀엽게 브이 해 봐, 야츠모 군.
黒粋奴藻
⋯⋯. (눈 가늘게 뜬다.)
같이 찍는 건?
大海原九
⋯⋯⋯⋯왜 그렇게 찍고 싶은데?
黒粋奴藻
그동안 찍어온 추억 사진의 연장선이야.
나만 있으면 추억할 것도 없잖아.
大海原九
⋯그럼 오늘 찍은 건 너만 볼 수 있는 곳에 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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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걱정 마, 나만 볼 거니까.
응. 절대 아무에게도 안 보여줘. (삼각대가 없어 수레의 위에 카메라를 조심스레 올린다.) 어디서 찍을래?
大海原九
어디든⋯⋯. (조금 침묵 후에 씨앗을 심은 자리 사이를 가리킨다.) 그럼 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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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쿠로이키랑⋯ (말하다 보니 헛웃음이⋯⋯.) 이치지쿠 사이?
main
黒粋奴藻
(대충 렌즈 방향 맞춰두고 타이머까지 설정 후, 이치지쿠 옆으로 빠르게 돌아온다.)
main
大海原九
(답지 않게 어색하게 군다. 머리카락 끝만 매만지다가, 그렇다고 이대로 찍히는 건 싫어서 카메라를 물끄러미⋯.)
main
黒粋奴藻
⋯⋯⋯. (고민 끝에 어깨에 한쪽 팔 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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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칵.
main
▸
어깨를 안쪽으로 당겨 이치지쿠랑 야츠모가 붙는 그 순간, 타이밍 좋게 촬영이 끝납니다.
大海原九
(어깨에 팔이 닿아 당겨졌을 때 반사적으로 야츠모를 한 번 봤다가, 찰칵이는 소리에 다시 카메라를 바라본다. 뭔가 반응할 새도 없다. 아니, 정확히는⋯뭐라고 반응해야 좋을지 모르게 된 쪽이다.)
main
大海原九
(그래서 얼마 안 가 나온 말은⋯.) ⋯캠핑 할 거야?
黒粋奴藻
⋯⋯⋯하자. (섣부르게 다시 손을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마 망설이고 있는 것이다.)
(해가 떨어져 어두워지고 있는 하늘 올려다 본다.) 아직까지 쌀쌀하지 않은 걸 보면⋯ 괜찮은 것 같지.
大海原九
(마찬가지로, 어깨 위의 팔을 어떻게 할지 몰라 번갈아 보기를 수차례 하다가 소매 끝만 잡고 조심스레 당겨 내린다.) ⋯뭐 해? 네 침대 끌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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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그거 가져오는 건 좀 힘든데⋯.
(얼떨결에 제 위치로 돌아온 손바닥을 괜히 한 번 보고,) ⋯⋯천막부터 가져올게.
main
大海原九
(벌써 2연구소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그럼 난 그동안 저기서 침대 끌고 올래.
黒粋奴藻
뭐⋯ 좋아, 가는 김에 정원 도구들은 혹시 모르니까 저기, 연구소 쪽에 붙여만 둘게,
(후다닥, 수레로 달려간다.)
大海原九
참고로 묻는 건데 이불도 더 있어?
黒粋奴藻
새로 빨아야 될 걸.
⋯⋯⋯.
하루 정도는 괜찮으니까, 같이 덮어.
大海原九
⋯⋯그렇다면야. 알았어. (저도 모르게 어깨가 힘이 풀리듯 늘어진다. 그대로 걸음을 옮겨 문으로 걸어간다.)
▸
각자의 물품을 챙기러 갈라섭니다.
이치지쿠가 깨어났던 방, 실험실의 침대는 조금만 밀어도 수월하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大海原九
(꾹꾹 밀며 다시 정원으로 나온다. 침대를 고정시켜 두는 곳은 아까 말했던 코너 바로 옆.)
▸
침대를 가져와 원하는 자리에 둡니다.
마침 야츠모도 천막과 이불을 들고 돌아옵니다.
黒粋奴藻
(능숙하게 설치하기 시작한다.)
大海原九
(이불 끝을 잡는다.) 이건 이리 줘.
黒粋奴藻
(이치지쿠에게 안겨준다.) 흙에 안 닿게 조심해.
大海原九
(이불을 팔에 한 번 말듯이 두른다.) 나도 덮을 건데 당연하지? (그대로 깨끗한 채 침대 위에 덮인다. 바퀴 옆에 있는 브레이크를 하나 내리고, 모서리마다 또 하나씩 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黒粋奴藻
(서로가 할 일을 하다 보면, 침대를 중심에 둔 천막 설치가 끝나있다.)
(그 사이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 이미 늦은 저녁. 도심에 동떨어진 곳이라 별 하나는 잘 보인다.) ⋯⋯옆에서⋯.
잘 수 있을까? (허가보다는 자신에게 던지는 의문에 가깝다.)
大海原九
몰라, 그런 건. (주름을 펴듯 이불만 만지작거린다.) 어차피 난 주사 맞을 거고, 그럼 곧 잠들겠지. 정 어려우면 돌아가서 네 방에 누우면 돼.
곰인형도 있고. (이건 농담이다.)
黒粋奴藻
⋯⋯수면제를, 놓고왔어.
(말하는 투에서 지능이 느껴지지 않는다⋯⋯ 진짜 깜빡한 듯.)
main
大海原九
⋯⋯⋯⋯⋯⋯.
⋯⋯바보!!!
바보! 지금 가서 가지고 와!
main
黒粋奴藻
⋯⋯다른 하나는 제대로 챙겨왔거든? 필수 약품은 이게 끝이니까, 그렇게 멍청한 실수는 아니야.
大海原九
(굉장히 미심쩍게 보고 있다.)
黒粋奴藻
(외면.) 피곤해. 종일 부려먹고 돌아다녀서 힘들다고. 누울래. 아, 주사는 해야지. 좋아. 팔 내밀어 봐라.
大海原九
⋯⋯⋯⋯뺀질이 꼬맹이. (팔 내밀면서도 한마디는 잊지 않는다.)
黒粋奴藻
누구 멋대로 꼬맹이? (팔 걷은 후 고무줄 꺼내 묶는다.)
大海原九
네 정신 연령이 꼬맹이잖아. (먼저 침대에 올라가 앉는다.)
黒粋奴藻
(따라 침대 앞까지 간 뒤, 준비된 주사기 바늘을 천천히 꽂는다.) 나는 어른스럽고 너는 아니다, 또 그 소리냐?
大海原九
맞지 않아? (앉은 자리 옆에 그놈의 -윌슨-을 올려놓는다.)
黒粋奴藻
참나⋯⋯. 전에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들었으면, 분명 같이 반박해줬을 거다.
(바늘 뺀 자리에 바로 거즈 붙여준다.)
大海原九
아니? 내 말에 긍정했을 거 같은데? (뻔뻔하다. 팔에 붙은 거즈를 보다가 다시 병을 끌어당겨 안고 옆으로 털썩 누워버린다.)
(그리고 데굴 굴러서 벽 안쪽으로.)
黒粋奴藻
(주사기와 장비를 마저 정리해둔 후 침대에 걸터앉았다가, 저 모습을 목격한다.)
그렇게까지 들어갈 필요 없는데.
大海原九
⋯⋯. (자연스럽게 반대로 한 번 구른다.) 반동으로 한번 더 구른 거야. 원래 여기 누우려고 했어.
黒粋奴藻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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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럼 거짓말이게? (당당하게 누운 채 고개만 벽으로 돌린다.)
main
黒粋奴藻
⋯⋯⋯. 야.
나 봐봐.
大海原九
⋯⋯⋯⋯.
왜?
黒粋奴藻
왜? 이유가 필요해?
大海原九
보통은 필요하지 않겠지.
하지만 너도 알잖아? 이건 필요한 거야.
黒粋奴藻
난 필요하다고 한 적 없어.
⋯⋯. (돌아보기 전에 옆에 눕는다.)
大海原九
(그 말에 아주 살짝 곁눈질했다가, 옆에서 느껴진 무게에 다시 고개를 돌린다.) 그럼 너도 불에 일부러 손을 넣어보고 싶어하는 아이인 모양이지.
⋯⋯좋아.
(이번엔 벽을 등지고 돌아눕는다.)
main
黒粋奴藻
무슨 소린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위를 바라보던 고개가 마찬가지로 돌아간다.)
바보 같다는 뜻이라면, 항상 그랬으니까.
大海原九
⋯⋯⋯그래? (중얼거린 채 바라본다. 시선이 잠깐 맞았다가 비껴간다.)
하긴, 늘 바보지⋯.
⋯⋯그래서? 이대로 잘 수 있을 것 같아?
黒粋奴藻
⋯나쁘지 않아. (분명,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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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오오우나바라. 아직 안 졸리지?
大海原九
그래⋯⋯. 안 졸려.
main
大海原九
왜? (엇갈리듯 눈을 감는다.)
main
黒粋奴藻
⋯며칠 전에, 네 기억상으로는⋯ 처음 마주쳤을 때 말인데.
기억하는 정보를 전부 말하라고 했었잖아.
지금은 어때?
大海原九
(자기도 모르는 새에 비스듬히 웃는다. 아마도 조소다.) 사진을 봤다고 했잖아?
생각보다 오래 본 사이, 같다, 는 거랑. 네가 부모님의 원수니 뭐니 하던 것보다는 친했다는 건 이제 알아. (품 안의 병을 조심스레 고쳐안는다.)
main
黒粋奴藻
⋯⋯그게 전부라면 다행이고.
모든 걸 떠올리면, 아마 둘 중 하나는 못 버틸 거야.
大海原九
(조금 더 웃는다.) 그래?
다행이네, 야츠모 군.
내가 떠올리지 못해서.
저기⋯⋯아직 눈 안 감았어?
黒粋奴藻
⋯⋯응.
주문하는 천막은⋯ 천장이 투명한 녀석으로 하자.
별을 못 보는 건 아쉽네.
大海原九
그래⋯⋯. 여긴 도시보다 별이 잘 보이니까.
(병을 조금 더 깊이 끌어안는다.) 이제 감아, 야츠모 군.
자든 안 자든.
黒粋奴藻
⋯. (순순히 눈이 감긴다.)
(뒤늦은 의문.) 왜?
大海原九
아침이랑 똑같은 걸 물어보네.
(등을 돌려 눕는다.) 별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거야.
main
黒粋奴藻
(이치지쿠가 등 너머로 들을 수 있는 건 아마도 작은 한숨 소리. 다시 입 연다.)
⋯⋯넌 인간이야.
main
大海原九
⋯⋯⋯. 알아.
main
大海原九
(의미 없이 병을 쓰다듬는다.) 그럼에도 나는 인간이지. 하지만⋯.
그거랑 이건 별개야. 알고 있겠지, 야츠모 군.
黒粋奴藻
⋯⋯아니, 정말로. 넌 인간이야.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오오우나바라. 내 말을 믿어. 너는⋯. (몸을 완전히 돌려 이치지쿠를 향한다. 그의 등을 본 순간, 말이 멎는다.)
(조용히 팔 뻗어 뒤에서 끌어안는다.)
main
大海原九
(바보 같긴, 탄식 같은 말이 저도 모르는 새에 작게 쏟아져 나온다. 그리곤 조용하게 조금 더 몸을 말고 웅크리기만 한다. 환각제가 없다면, 이 몸짓은 어떻게 보이고 있을까?)
야츠모 군, 나는 말이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의심하는 게 아니야.
(기억을 전부 되찾았다면 둘 중 하나는 버틸 수 없을 거라고 했지. 맞는 말이다. 이치지쿠는 사람이 무엇보다 시각에 약한 것을 알고 있다. 체감했다. 그러므로⋯.)
누가 뭐라고 하든, 내가 어떻게 생김새가 바뀌든, 내가 이렇게 나인 이상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는 인간이지. 하지만 말이야⋯.
너희에게도 인간일까? (시선을 내려 품속의 병을 바라본다. 멍청하게 생긴 얼굴과 시선이 맞았다.)
⋯동물도 달라고 할 수 있니?
黒粋奴藻
⋯⋯⋯.
유기견 같은 건, 많으니까. 그런 동물이라면⋯ 가능하겠지. 바이러스는 인간에게만 통한다고 들었어.
大海原九
⋯⋯개? ⋯그럼 가능하면 어리고 작은 애로 부탁할게.
黒粋奴藻
⋯⋯뭐야. (목소리가 반쯤 잠겨있다.) 동물이 키우고 싶어?
5년 동안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었는데. 몰랐어.
大海原九
그야⋯. (기억을 잃어버려서 몰랐을 테니까. 아니면, 알아차린 게 적었거나. 아마 이 생활에도 나름대로 만족하는 법을 알았을 것이다. 사실 이곳은 꽤 흥미롭다. 조금 지루한 걸 빼면. 대화할 사람도 있고, 굳이 동물을 찾을 이유가 없지.)
⋯끌어안으면 따뜻하잖아? 털도 있고.
黒粋奴藻
⋯⋯⋯알아볼게. (야츠모는 문득, 이치지쿠가 본가에서 키웠다던 개를 떠올린다. 그 녀석은 지금 쯤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살아있기나 할까.)
(단순한 목숨이 아닌 존재의 이야기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는 과연 기억하고 있을까. 그래서 갑작스럽게 찾는 걸까⋯ 그럴 일 없겠지만.) ⋯⋯데려오면, 이름은?
大海原九
(여기선 잠깐 웃음소리.) 쿠로이키로 할까, 야츠모로 할까.
main
黒粋奴藻
(⋯⋯꽈악.)
大海原九
농담이야. 데려온 거 보고 정해야겠어. 영 생각이 안 나면 몰라도⋯. 네가 헷갈리면 안 되잖아? 군은 빼고 불러주던가 해야지.
main
黒粋奴藻
고려를 하지 말라고, 그런 거⋯ 내 이름으로 할 필요가 뭐가 있는데? 그냥 날 부르면 되잖아.
大海原九
(입을 다문다.) ⋯너는 그야, 아무튼 할 일도 있고.
그냥⋯재미있잖아.
나무에도 붙였는데 강아지면 뭐 어때서 그래.
黒粋奴藻
⋯달라.
나무는 움직이지도 못 해. 강아지는⋯ 완전 아니지.
大海原九
네가 진화하는 과정이네. 나무, 강아지, 사람.
괴롭힐까봐 그래? 잘해 줄 거라니까.
黒粋奴藻
그러니까⋯⋯. (최종 진화가 나면 그냥 날 보라고. 불만을 겨우 삼킨다. 이치지쿠가 이러는 이유를 아예 모르는 것도 아니고.)
⋯⋯음. (등에 이마 붙인다. 꽤 빠른 심장 소리가 전달될 것이다.)
大海原九
(등이 잠시 긴장하듯 굳었다가 천천히 풀어진다. 들키지 않으려고 애쓰듯이 아주 천천히.) ⋯⋯⋯.
main
黒粋奴藻
⋯졸려.
자기 전에 하나만 물을게.
大海原九
⋯뭔데?
黒粋奴藻
그래도 아직⋯.
⋯제대로 살아가고 싶은 거지?
大海原九
나무를 심어보고, 동물을 기르고, 애착 유리병에 이름 붙여 줄 정도로는.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야츠모 군.
여기서 잘 지낼 수도 있을 것 같아.
너랑은 친구도 될 수 있을 것 같고.
⋯잘 자.
main
黒粋奴藻
⋯만일.
만일⋯ 죽도록 힘든 순간이 오면, 그 때는 나한테 먼저⋯ 말해줘야 한다.
⋯⋯뭐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잘 자.
main
大海原九
(대답 없이 눈을 감은 채 안고 있던 병을 올려 이마에 기댄다.)
좋은 꿈 꿔, 야츠모 군.
main
▸
이런 식의 온기는 오랜만에 느껴봅니다.
야츠모에게도 같은 온도가 전달되고 있을지, 이치지쿠로서는 모르는 일이지만.
⋯.
⋯⋯.
꿈을 꿉니다.
지나가 잊고있던 과거의 파편 같습니다.
main
▸
분명, 자신을 먼저 연구실로 부른 건 야츠모입니다.
main
▸
그러나 인사나 다른 용건 한 마디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선 이치지쿠에게⋯.
야츠모는 도끼를 휘두릅니다.
뭐라고 중얼거렸던 것도 같습니다.
재구성이라던가, 평화를 얻을 수 있다던가.
main
▸
둘 다 미쳐있었던 겁니다.
찝찝한 악몽을 안고, 아침이 찾아옵니다.
⋯.
야츠모는 여전히 이치지쿠의 뒤에 누워있습니다.
main
大海原九
(고개만 살짝 돌려 야츠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3일. 체감으로는 그 정도. 그러나 새삼 이 거리감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손만 뻗어서 조심스레 코를 눌러보고, 다시 천천히 떼고, 다시 벽을 보고 누워서 몇 분간 조용히 사고를 정리했다. 수긍은 생각보다 빠르다. 그래.)
(그래, 윌슨은 굳이 필요없었던 걸까? 하지만 도끼 가지고는 결국 다시 되살아난 거겠지⋯.)
⋯⋯야츠모 군, 아침이야.
일어나.
黒粋奴藻
(그제야 겨우 눈이 뜨이고, 바로 앞의 이치지쿠를 발견한다.)
⋯⋯.
생각보다⋯ 잘 잤네. 좋은 아침.
大海原九
좋은 아침. 오늘은 뭐 할 거야?
할 거 없으면 저쪽 정원에도 씨 심을 건데.
黒粋奴藻
심는 건 상관 없는데, 다른 하고 싶은 건 없냐?
大海原九
글쎄⋯⋯. (벽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러고보니 궁금해진 게 있는데.
黒粋奴藻
(하품.) 뭔데?
大海原九
네 피랑 내 피를 섞으면 어떻게 되는지도 이미 실험한 적 있어?
黒粋奴藻
물과 기름 같은 상태가 되어버려.
하나는 죽지 않는 보균자, 하나는 면역자니까. 정확한 원리는 몰라도 상성이 반대라는 거겠지.
大海原九
⋯⋯그래.
黒粋奴藻
⋯⋯갑자기?
그건 왜.
大海原九
그냥 궁금해졌을 뿐이야. 뭔가 변화가 있으면 재밌을 것 같아서.
(상체를 일으킨다.) 이미 시험해봤다니 좀 아쉽게 됐네. 참⋯.
네 방 화장실 좀 쓸게. 여기 씻을 데도 거기밖에 없잖아.
黒粋奴藻
어? 어어. 마음대로.
(중얼거린다.) 이론상으로는⋯ 성질을 이용해서 혈액을 뒤바꾸는 것도.
大海原九
그럼 네가 하나 정도는 필요할 걸? (짧게 웃고 침대에서 일어선다.)
그러고보면 창고에는 가구라던가 또 없어?
黒粋奴藻
안 쓰는 건 한 번 정리했어서⋯ 찾아보면 뭐든 나오긴 할 텐데, 상태가 별로일 수도.
(침대에 앉은 채 몸만 돌려, 두 발이 땅을 밟는다.) 필요한 게 있어? 찾아줄까.
大海原九
(잠깐 생각한다.) ⋯⋯아니, 생각해 보니까 여긴 전파도 안 닿을 것 같고, 괜찮아. 꼭 찾는다면 인형? (농담하듯 목소리 끝이 올라간다.)
모아 두면 좀 황폐함이 줄어들 것 같지 않니?
黒粋奴藻
⋯⋯ 바느질이라도 배워줘?
화장실 갈 거면 다녀와. 난⋯ 저쪽 정원으로 물품들 옮겨둘게.
main
大海原九
바느질? 네가? (신기한 듯 돌아봤다가 금방 다시 고개를 돌린다.)
main
大海原九
그거 웃기긴 하겠네. ⋯좋아, 그럼. 씻고 나면 그쪽으로 가지. (바삭바삭한 풀을 밟으며 다시 제 1연구소 안으로 들어섰다가, 야츠모의 방문을 연다.)
▸
◈ 야츠모의 방
하루간 사람의 온기가 없었던 탓에, 더욱 싸늘한 분위기의 방입니다.
침대는 이불을 없애 휑합니다.
작은 문을 연다면, 욕실이 보입니다.
大海原九
(여전히 붉은 것 투성이에 바닥은 깨진 유리가 있을까?)
▸
아무래도 야츠모는 이 흔적들을 치울 생각이 없는 모양입니다.
모든 것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大海原九
이런 데서 씻으라고?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발을 움직여 유리 조각을 한 곳에 모아놓고 샤워기 헤드를 잡는다. 저 붉은 칠이 이걸로 사라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물줄기가 거울에 먼저 닿는다.)
▸
이치지쿠, 정신력 판정.
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37 > 37 > 보통 성공
main
▸
⋯⋯거울에 보이는 이치지쿠의 모습은, 익숙한 '인간'의 형태입니다.
거울의 붉은 흔적들이 씻겨 내려갑니다.
전부 지우려면 수고를 꽤 들여야 할 것 같아요.
main
大海原九
(씻어보내는 동안 옷을 벗어두다가 뒤늦게 눈치챈다. ⋯나한테 다른 옷이 있나?)
1d2 (1D2) > 1
(혹시 모르니까 다 씻으면 야츠모 옷장 뒤져봐야지. 이치지쿠는 샤워와 함께 거울과 욕실 안을 씻어내리며 생각했다. 솔직히 이건 상 받을 일이지.)
main
▸
씻어내면 씻어낼수록 욕실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게 눈에 띄게 느껴집니다.
야츠모는 이치지쿠에게 고마워해야 할 거예요⋯.
main
大海原九
(개뿌듯하고, 이걸로 존나뭐라고해야지)
(욕실을 나와서 야츠모의 옷장을 열어본다.) 여분 옷 중에 내 거 없나?
▸
가운 여러 벌이 들어있는 옷장입니다.
사복은 거의 없습니다. 수많은 흰 셔츠와 반팔티, 그리고 익숙한 하와이안 셔츠 하나와, 정장 두 벌을 빼면.
하나는 사이즈가 조금 다릅니다.
main
▸
이치지쿠가 처음 입고 왔던 옷입니다.
main
大海原九
⋯⋯. (손이 저도 모르게 익숙한 옷을 잡고 몇 번 매만진다. 이걸⋯.)
(⋯입을 수는 없겠지. 입고 싶으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고.)
(결국 손을 내리고 흰 가운만 꺼내든다. 이것만 입어도 하등 문제 없을 것이다. 왜냐면 지금 이치지쿠는 벌레와 섞여 있으니까.)
main
大海原九
좋아, 그럼. 이건 빨거나 새 걸 달라고 하자. (입고 있었던 환자복-내지는 실험복 같은 걸 적당히 집어들고, 이치지쿠는 방을 나선 뒤 복도를 가로질렀다.)
(창고 문을 열고, 시멘트 가루가 있는 곳을 잠시 봤다가⋯다시 문을 연다.)
야츠모 군, 있어?
▸
삽과 씨앗, 주전자, 카메라, 그리고 각종 비료의 드럼통⋯⋯.
수레로 이것저것 옮겨두고 바깥쪽 벽에 기대 기다리고 있던 야츠모가 고개를 돌립니다.
黒粋奴藻
꽤 걸렸⋯⋯.
입고 있던 옷은 어디에 버려두고?
大海原九
그럼 씻고 나서 그걸 다시 입으라고? (대충 들고 있던 옷을 보여주듯 내민다.)
黒粋奴藻
⋯⋯. 빨아서 돌려줄게. 여분도 좀 있어. (가운을 입은 사실 자체는 신경쓰지 않는다.)
大海原九
여분이 있는 줄은 몰랐네. 어디에 있는데? ⋯⋯혹시 창고?
黒粋奴藻
창고 선반 제일 위. ⋯⋯그게 좋다면 입고 있어도 상관은 없는데⋯ 그러니까⋯⋯.
알몸 흰가운⋯?
main
大海原九
⋯⋯⋯⋯⋯⋯. (황당.)
⋯⋯상관없잖아, 이대로도!
main
黒粋奴藻
⋯⋯⋯. 원래 저런 식으로 입고 다니긴 했지.
(납득한다. ⋯정말? 이걸로?) 여긴⋯ 바깥쪽 정원보다 작아서 두 그루만 심어도 적당할 것 같은데.
main
大海原九
그럼 이름을⋯⋯. (고민한다.)
하와이안으로 해야지.
여기 심을래. (왼쪽 벽 앞을 가리킨다.)
黒粋奴藻
허.
작가라는 직업이 전부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건가?
main
黒粋奴藻
하와이안은⋯⋯. (이하 '흉터'라는 이름에 표출했던 불만 재등장.)
main
黒粋奴藻
다른 하나는?
大海原九
그건 네 몫으로 준다니까.
아니면 그것도 내가 지어도 돼? (뭐가 나올까~? 하듯이 어깨를 천천히 왼쪽 오른쪽으로 흔든다.)
黒粋奴藻
⋯⋯⋯노출증.
大海原九
⋯⋯⋯⋯⋯⋯.
⋯⋯왜!
黒粋奴藻
(복잡한 눈길로 이치지쿠를 위아래 스킨한다.)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손 내젓는다.) 난 됐네요, 네가 정해.
main
大海原九
⋯⋯뭐야, 지금은 딱히 상관없잖아? (라고 말해놓고 드물게 신경쓰인 듯 몸을 내려다 보다가 단추를 몇 개 잠근다. ⋯⋯그러고 보면 여긴 뭐지. 곤충 배? 싫네.)
그럼 저건 선글라스로 해.
黒粋奴藻
⋯⋯참고로 이 시설에는 선글라스를 가지고 오지 않았어. 그래서 쓴 모습은 앞으로⋯.
⋯⋯⋯.
음?
웬 선글라스.
大海原九
하와이안 셔츠에는 꽃 목걸이 아니면 선글라스잖아. (단추를 연달아 두세개 정도 더 끼운다.)
하지만 이름으로 꽃 목걸이는 영 아니니까 말이야.
黒粋奴藻
⋯⋯⋯틀린 말은 아니지만.
(우선 '하와이안'의 차례다. 삽 들어 문 옆의 땅을 판다. 어제에 비해 훨씬 빠르고 수월하다.)
大海原九
⋯⋯그러고보니 비료는? (주변을 둘러본다.)
main
大海原九
저쪽 정원에 있어?
main
黒粋奴藻
아니, 옮겨뒀어. 저~기. (제 2 연구소 근처, 마른 나무 옆에 세워둔 드럼통 가리킨다.)
main
大海原九
뭐야, 어느새 가져다 둔 거야? 잘했어. (주머니에 옮겨둔 사과 씨앗을 구멍에 쏙 던져넣는다.)
黒粋奴藻
너 되게 오래 씻었다니까? (씨앗이 들어간 걸 확인하고, 걸어가 비료 통을 끌어온다.)
大海原九
그래, 그거 말인데⋯.
내가 씻으면서 기껏 깨끗하게 청소해 줬으니까 이따 뭔가 맛있는 거 만들어 줘.
黒粋奴藻
(허리에 양손 짚고 숨 고른다.) 해달라고 한 적 없거든? 그래도, 어⋯⋯. 고마운 일은 맞으니까.
(살점 집어다 안에 넣고, 흙 덮는다.) 먹고 싶은 거. (불러봐라.)
大海原九
로제 스파게티. 새우 들어간 거.
main
黒粋奴藻
좋아, 샌드위치.
大海原九
⋯⋯⋯저기 말야, 귀가 막혔어?
로제, 스파게티, 새우 들어간 거!
main
黒粋奴藻
스파게티는 어떻게든 될 것 같긴 한데. 새우? ⋯.
냉동⋯ 아, 오케이.
(반대쪽 흙바닥도 똑같이 판다.)
大海原九
(역시 이곳에도 씨앗을 던져넣는다.) 그러고 보니까 넌 여기서 5년이나 있으면서 취미는 안 만들었나?
黒粋奴藻
초반에는 만들 틈이 없었고⋯⋯.
중반에는 책을 보거나⋯ 필요한 걸 익혔지. 보통은 공부라고 하는 그거.
지금은⋯ 심심해서 죽어가던 참이었고. 하하. 네가 깨어나서 다행이야. (가볍게 덧붙이고 마저 파낸다. 씨앗을 넣으라며 물러서는 건 덤.)
main
大海原九
네가 공부를 한 데다가 그걸 취미로 삼았다니, 해가 한동안 서쪽에서 떴겠네. (씨앗을 흙 안으로 던져넣는다.)
새로운 취미 만들 생각은?
main
黒粋奴藻
⋯⋯⋯예를 들면? (직전에 기각당한 바느질 떠올린다.)
大海原九
⋯⋯⋯.
그냥 바느질이어도 되지 않나⋯⋯.
사람만한 인형 만들기 해 봐.
黒粋奴藻
⋯⋯⋯.
귀여운 동물이나 캐릭터면 알겠는데, 사람은 좀.
大海原九
⋯⋯사람만한 동물 인형.
黒粋奴藻
악취미적으로 느껴지지 않⋯ 아.
네가 갖고싶은 건 아니고?
大海原九
⋯뭐, 부정은 안 해.
黒粋奴藻
⋯⋯⋯.
개?
大海原九
딱히 뭐든 좋지만⋯⋯.
그렇네, 개가 좋겠어, 그건.
黒粋奴藻
미래가 보이는군.
아마 또 야츠모라고 이름 붙이겠지.
main
黒粋奴藻
(비료 마저 채워넣고, 흙 덮는다. 마지막 나무까지 다 심자 입고있던 가운이 흙먼지로 더러워졌다.)
main
大海原九
뭐 어때. 괜찮잖아.
이제 너도 씻어야겠네⋯. (주전자를 들고 차례대로 물을 뿌려주다가, 야츠모의 가운 끝에도 졸졸졸⋯물이 떨어진다.)
黒粋奴藻
아, 다 젖잖아! (탈탈탈. 가운 끝 잡고 털어낸다.)
大海原九
아하하. (웃으며 주전자 방향을 돌린다.) 어차피 빨아야 하는데, 도와 준 거야.
머리에 뿌리진 않았지. 귀여운 장난이잖아.
黒粋奴藻
머리에 뿌리는 순간 괴롭힘이라고. (냉큼 주전자 뺏어든다.)
⋯⋯하아. 씻고 올게. 적당히 놀고 식당에서 기다려.
(그리고 질세라 주전자 물 이치지쿠에게 튀긴다.)
大海原九
앗, ⋯⋯야!! (마른 풀을 잡고 냉큼 야츠모에게 던진다.)
黒粋奴藻
아!! 네가 무슨⋯⋯ 초등학생이냐? (머리 흔들자 풀이 후두두 떨어진다.)
大海原九
그럼 너는? (젖은 가운 끝을 손으로 탈탈 턴다.) 유치원생이게!
黒粋奴藻
완-전 어른 님이시지. (만족.)
⋯아, 여기도 사진 찍어둬.
大海原九
요즘 애들 취향은 알 수가 없다니까⋯.
카메라는?
黒粋奴藻
여기. (끌고 가려던 수레에서 카메라만 꺼내 건넨다.) 쓰는 방법은 알지?
大海原九
알지⋯⋯. (익숙하게 카메라를 들고 렌즈 너머로 바라본다.)
좋아, 그럼. (문가에 붙어 정원이 다 보이게 찰칵.) 이러면 심은 거 둘 다 보이니까.
黒粋奴藻
⋯이런 식으로 매번 찍어서 남겨두면 되겠지. 필름이야 충분하고.
진짜 씻으러 간다? (창고 안으로 방향 돌린다.)
大海原九
(카메라를 내린 채 "정말 관찰 일기라도 쓸 생각인가" 중얼거리다가⋯.) 그래, 잘 가.
간 김에 모아둔 유리 조각도 버려주고.
main
黒粋奴藻
(이쪽은 나름 그런 취미를 하나 건진 셈이다. 카메라는 굳이 다시 받지 않고, 어깨만 으쓱인 뒤 방으로 향한다.)
▸
심는 과정에서 죽은 나무들을 치웠더니, 정원이 한결 깔끔해 보입니다.
main
大海原九
(카메라를 다시 물건 사이에 올려놓고, 이치지쿠는 그 옆에 앉았다가 잠깐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기댄다. 올려다본 담이 높다.)
main
大海原九
⋯⋯좋아, 담 때문에 바람도 잘 안 불고⋯⋯.
(천천히 다시 일어난다.) 그냥 식당에 가 있는게 좋겠네. (창고 문을 열고 다시 들어선다.)
▸
3일, 4일을 돌아다니며 연구소의 풍경과 구조가 익숙해졌습니다.
이치지쿠, 예전에 살던 집이 떠오르나요?
◈식당
main
▸
창고와 복도를 지나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여기 온 이후, 마주보고 밥을 먹은 적이 얼마나 있을까요?
main
大海原九
(아마도⋯⋯. 없지 않을까? 그 상태를 보면. 이치지쿠는 냉장고에서 과일만 몇 개 꺼내 식탁 위로 늘어놓았다.)
main
▸
신선한 과일들을 늘어놓습니다.
바깥의 상황이 어떤지 몰라도, 이런 식자재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인가 봅니다.
main
大海原九
⋯⋯. (의외로 멀쩡한 건 아닌가?)
좀 귀찮을 뿐이지, 이렇게 연구소에 주기적으로 이런 걸 줄 정도면⋯.
밖은 꽤 평범할 것 같은데 말이야.
여기에 전부 몰아놓고⋯. 하하, 무인도 얘기 같군.
그래, 비슷한 게 있었는데. 트루먼 쇼?
⋯⋯내 상태는 딱히 속이고 어쩌고도 아니지만.
main
▸
두 눈으로 확인하지 않는 한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아니, 자신의 눈도 더 이상 믿을 수 없습니다.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거라고는⋯.
시간이 꽤 지났는데 야츠모가 돌아오지 않네요.
大海原九
⋯⋯⋯. (주기적으로 뭔가 부수는 거 말인데, 역시 야츠모에게도 있는 건 아닐까?)
(자리에서 일어나 야츠모의 방으로 향한다.)
⋯⋯있잖아, 야츠모 군.
아직~?
▸
◈야츠모의 방
문을 열면, 야츠모는⋯.
일단 욕실에 있는 건 아닙니다.
책상에 앉아 노트북의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습니다.
이치지쿠의 말이 닿지 않은 걸까요?
大海原九
⋯⋯⋯. 어이, 야츠모 군. (일단 다시 한 번 불러본다.)
뭘 보고 있는 거야? (가까이는 가지 않은 채 어깨 너머로 화면을 들여다본다.)
▸
말 없이 응시하고 있던 것들은, 예의 이미지 폴더 안 사진들입니다.
黒粋奴藻
⋯아.
미안, 옷만 입고 간다는 걸.
main
大海原九
⋯⋯왜 보고 있어? 그런 걸.
黒粋奴藻
⋯⋯그냥, 사진 정리하다가 눈에 들어와서.
(노트북 덮는다.) 잠깐⋯ 조금만 기다려.
大海原九
(덮인 노트북을 한참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
▸
샤워 후 옷을 갈아입은 건지 가운과 안의 옷 대신, 상의로는 셔츠를 새로 걸쳤습니다.
야츠모는, 탁장의 서랍을 열어 제일 위에 사진을 한 장 넣고 이치지쿠를 돌아봅니다.
黒粋奴藻
가자. ⋯⋯뭐 봐?
大海原九
노트북. ⋯⋯이제 됐어.
(고개를 돌리다가 다시 되묻는다.) 저기 있는 건 노트북에만 둘 건가?
黒粋奴藻
⋯⋯ 인화 하기에는 양이 좀 많지 않나.
하지만⋯ 그렇지, 의외로 데이터는 지워지면 끝이니까. 조만간 뽑아둘 수도.
大海原九
⋯⋯그래?
그럼⋯나도 한 장만 줘. 한 장이면 돼.
黒粋奴藻
⋯한 장?
main
大海原九
그래, 한 장. 그러니까⋯바깥은 거기서밖에 못 보잖아? 나는 기억이 없으니까.
또 까먹으면 아깝잖아?
黒粋奴藻
아아, 그런 거라면⋯ 풍경만 찍어둔 쪽이 낫지 않아?
大海原九
그건⋯⋯.
main
大海原九
⋯그냥 주라면 줘.
main
黒粋奴藻
⋯⋯⋯이왕이면.
⋯내가 골라줄게. 알았어.
大海原九
(한참 닫힌 노트북만 내려다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먼저 식당 가 있는다?
黒粋奴藻
어, 방만 마저 치우고 따라갈게.
大海原九
그래. 드디어 뭘 좀 치우네. (조금 톤을 올린 목소리로 말하고 다시 방문을 닫은 채 식당으로 돌아간다.)
main
黒粋奴藻
(무어라 더 말하기 전에 닫혀버린 방문을 지켜본다.)
main
▸
말한대로, 식당에 앉아 조금만 기다리면 바로 야츠모가 뒤따라옵니다.
大海原九
자, 이거. (블루베리가 든 접시를 하나 앞으로 밀어준다.)
黒粋奴藻
⋯?
⋯⋯. (하나 집어서 입에 던져넣는다.)
大海原九
이제 스파게티 해 줘. (다시 뻔뻔하게 군다.)
黒粋奴藻
⋯⋯하.
한다, 해. 새우 로제⋯ 뭐였지?
大海原九
새우 로제 파스타. 다 기억해 놓고 중요한 걸 잊으면 어떡해?
그러니까 네 성적이 그랬던 거야. (일부러 보란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쯧쯧 한다.)
黒粋奴藻
뭔가 더 붙어있을 줄 알았다고. (입씨름은 포기하고 팔 걷은 뒤 재료부터 꺼낸다. 절반은 냉동 식품.)
(소스를 직접 만들지 않아도 된다니, 얼마나 편안한 세상인가⋯ 이럴 때만. 면은 따로 냄비에 삶는다.)
大海原九
(맛있는 냄새를 맡으며 잠깐 눈을 감고 테이블 위로 엎어진다. 이곳은 조용하다. 그러니까 몇 가지만 무시하면, 적어도 32살의 일상은 재현할 수 있지.) ⋯이봐, 야츠모 군. 새우 잊지 마. 이름 제일 앞에 나오는 거니까?
黒粋奴藻
걱정 마라, 제대로 '새우' 준비해뒀으니까. (칵테일 새우를 볼에 물 받아 넣어둔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2년은.) 이왕 이런 곳에 가둬둘 거면, 아예 배달 음식도 허용해주면 좀 좋아. 아, 근처에 매장이 없지. 전파도 안 터지고. 젠장. (면의 물기를 빼고 그릇에 담은 뒤, 소스와 새우를 올린다.)
main
大海原九
(⋯그건 좋은 꿈이었지. 처음엔 비교할 수 있어서 싫다고 생각했지만 또 생각이 바뀌었다. 가끔은 돌아갈 수 있으니까 됐어.) 뭐야, 고립되어 있는데 배달 같은 걸 바래? 조금 더 현실적인 걸 생각해 봐.
예를 들면 편의점이라던가.
차라리 그게 생기는 게 그럴듯하지. 저기 창고를 편의점으로 꾸미는 건 어때?
黒粋奴藻
아, 안에 채울 음식은 죄다 주문 넣어두고? 퍽이나 알겠다고 보내주겠다. (틱틱대는 것 치고 담긴 음식은 그럴듯하다. 접시가 이치지쿠의 앞에 놓였다.) 새우 로제 파스타 대령이요.
(야츠모 본인은, 당연하다는 듯 그 앞에 마주 앉는다.)
大海原九
(의자가 끌리는 소리에 눈을 뜬다. 앞에 앉은 사람을 보고 이치지쿠는 시선을 접시로 내렸다.) ⋯⋯잘 만들었네.
여기서 취미로 요리도 했어?
黒粋奴藻
매번 토스트나 샐러드로 때우면 질리니까, 생존형으로.
영양도 중요하고. (포크와 숟가락 건넨다.)
大海原九
(야츠모의 건 어디 있는지 되묻지 않고 식기를 받아 스파게티를 돌돌 만다.) 그거 참. 여기서 나가면 의외로 부르는 곳이 많겠는걸, 야츠모 군.
하고 싶은 직업이라도 있어?
黒粋奴藻
딱히⋯⋯⋯ 없는데.
main
黒粋奴藻
나가는 걸 상정해두지 않았어. (의외로 블루베리 그릇에 손을 뻗는다.) ⋯프리터? ⋯⋯너는? 나가게 되면, 어쩔 건데?
大海原九
(잠시 손이 멈춘다.)
나는⋯⋯그렇네. 여행이라도 갈까?
여러 곳이 보고 싶어지겠지, 역시.
하지만 프리터라니 반쯤 백수 아니야?
main
黒粋奴藻
(태연하게 입에 블루베리를 밀어넣는다. 표정 변화 하나 없이. 정말로 적응한 건지, 견디는 건지.) ⋯로망이잖냐? 놀고 먹는 거. 백수, 나쁘지 않지. 좋은 울림이야.
여행이라면, 가장 가고 싶은 곳이라던가⋯.
main
大海原九
(먹는 걸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포크를 입에 물고 접시로 시선을 고정한다.) 글쎄, 깊은 숲이라던가 극점이라던가.
바다도 좋겠네. 계곡도 괜찮고⋯⋯그래, 설원도 좋아.
사람이 좀 적은 곳이면 어디든 가볼 수 있겠지. 이것도 따지고 보면 백수인가?
main
黒粋奴藻
변변찮은 직업이 없는 상태라면⋯ 아무래도? 기억은 없어도 손에 익는 필력이라는 게 있잖아, 돌아다니면서 뭐라도 쓰는 건⋯. (집어먹던 손이 멎는다.)
⋯⋯맛 별로야?
main
大海原九
⋯그렇네. 쓰고 싶은 건 생겼어. (이어서 손을 움직인다.)
맛있어. 신기하네, 네가 요리를 이만큼이나 해내다니. 기성품이 있어도 말이지.
혹시 다 쓰게 되면 출판사에 보낼까 봐.
내 필명 알아? 그래야 얘기를 들어줄 거 아냐, 거기도. 너는 책이랑 별로 가까워 보이진 않지만 말이지. (접시를 본 채 짧게 웃는다.)
黒粋奴藻
⋯⋯원래는 말이야, 원래는. 여기서 좀 읽었으니 전보다는 나을걸. (맛있다는 말과 움직이는 포크에 마음이 놓인 건가. 그릇의 블루베리는 벌써 3분의 1 정도가 줄어있다.)
필명⋯⋯. '이치지쿠' 였던가? 몇 년 지나서 가물가물한데. 쓰고 싶은 거라면?
大海原九
뭐야, 그건 알고 있었네. (다시 포크를 움직여 입에 넣고 우물거리다가 삼킨다.) 음.
비밀이야. (장난치는 듯한 어조로 대답한다.) 하지만 쓴다면 윌슨은 등장시키고 싶네. 귀엽잖아?
너도 내보내 줘?
黒粋奴藻
그래봤자 직접 보면 알게 될 텐데, 서프라이즈냐? (반쯤 비운 그릇을 내려다보고, 이번에는 턱을 괴고는 이치지쿠를 바라본다.)
이왕 서프라이즈라면 나도 내보내 줘.
大海原九
(짧게 웃는다. 정말 쓴다면, 어차피 나올 예정이었으니까.) 좋아, 어떻게 나와도 따지면 안 되는 거 잊지 말고 말이지. 하긴 의견이 나한테 닿아야 말이지만.
(새우를 쿡쿡 찍어 마지막 한 입을 먹는다.) 요리는 또 뭐 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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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저번에 해달라고 했던가? 카레. 아니면 국이라던가. 뭐든 넣고 끓이면 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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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제 턱을 쓸던 손이 멈춘다.) ⋯의견이 왜 너한테 안 닿아?
같이 있을 거 아냐? 나가게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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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왜? (빈 접시를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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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같이 있을 이유가 없잖아, 야츠모 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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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너야말로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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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이유가 왜 없지?
main
大海原九
같이 있지 않을 이유는 있지만, 있을 이유는 모르겠네. (손을 움직여 블루베리를 잡고 입에 넣는다.) 있다면 들려주겠어? 신기하게도 이번엔 바보인 네가 더 똑똑하거나⋯.
⋯⋯아니면 너무 심각한 바보 같은데.
黒粋奴藻
⋯⋯그야, (망설인다. 이치지쿠에게는 여기 들어오기 전 삶에 대한 기억이 없다. 야츠모가 아는 선에서는 그렇다. 이 상태로 반론해봤자 감정의 강요가 될 뿐 아닌가.) ⋯⋯⋯.
⋯5년을 같이 지냈고, 내가 널 돌보다시피 했는데. 그 이상 함께하고 싶어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고?
大海原九
그게 갑자기 개나 고양이면 몰라도, 벌레가 됐는데? (문득 비웃듯이 표정이 일그러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신경 쓰일 수는 있겠지. 가끔 연락을 한다던가, 어쩌다가 만난다거나⋯⋯.
main
大海原九
(아니면, 그래, 같이 있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같이는 있을지도 모르지. 익숙해질지도 모르고. 하지만 그게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은 아니라는 걸 이치지쿠는 잘 안다. 너무 잘 알아서 문제지.) 너는⋯⋯.
(포크를 한 번 쥐었던 손에서 천천히 힘을 풀고 접시 위로 내려놓는다.) ⋯너는 잔인한 얘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 해. 완전히 익숙해지는 데에 앞으로 3년이 더 걸릴 테고, 그건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에 그칠 테니까. (이건 경험담이다.)
⋯그보다, 이런 이야기는 그만둘까?
main
大海原九
어차피 '나간다'는 건 그냥 가정이니까. 전부 해결됐을 때 일이잖아? 예를 들면, 내가 나았거나, 내가 죽었거나, 둘 중 하나지.
아니면 적어도 바깥에서의 벌레는 전부 소탕되었거나. 어찌됐건 먼 미래 이야기야.
黒粋奴藻
⋯⋯⋯멋대로 끝내지 마.
멋대로⋯ 단정짓지 마. 모르는 일이잖아. 나는, 그 쥐뿔도 없는 가능성에 걸어보려고 여기까지 왔어. 정부인지 뭔지⋯ 대화 조금만 해 봐도 다 안다, 희망은 없고 형식상의 연구일 뿐이라는 거. 죽지 않는 불치병이라는 게 대체 왜 존재하는 건지.
맞아⋯ 나갈 수 없겠지. (목소리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짜증을 내는 정도. 어린애나 할 짓이다. 한 손으로 식탁을 내려친다.) ⋯⋯. 도의적으로 굴고 싶다면 말이야. 이 얘기는 잠시 넣어두고.
나는 널 인간으로 본다고 했어.
main
黒粋奴藻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도 잘 알아. 애초에 넌, 내가 바라보는 과거가 뭔지 모를 테니까. 그런 기대는 걸지 않을게. 그야말로 이기적인 짓이지.
그래도 지금⋯ 지금, 부터라도, 잘 지내보는 건 할 수 있잖냐. 그건 원해도 괜찮은 거잖아.
⋯⋯⋯어떻게든 해볼 테니까.
main
大海原九
(문득 이치지쿠는 소리내 웃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 가지는 않았다.) ⋯바라보는 과거라니, 이 바보! 아하하⋯! 네가 한 말을 기억 못하면 어떡해?
전부 기억해내면 둘 중 하나는 무너질 거라고 했으면서, 그런 걸 봐도 소용이 없지. ⋯아무리 봐도, 아니, 내가 떠올려도 돌아갈 수 없는 건 네가 가장 잘 알잖아.
하지만 네 말에는 동의해.
그래서 말했잖아, 야츠모 군. ⋯⋯너와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잘 지내보려고 하는 거야, 나는.
넌 날 충분히 사람으로 보고 있어. 잘 알지, 어떻게 내가 모르겠어? 번거롭게 스파게티 같은 것도 만들어 주고 말이야. 너는 충분히 잘 하고 있어, 야츠모 군. 너한테 선생님이 있었다면 굿 보이라던가, 아무튼 칭찬했겠지.
main
大海原九
하지만 실제로 내 모습은 그렇진 않거든⋯.
⋯⋯알겠어?
나는 너와, 정말, 잘 지내려고 하는 거야. 알겠지! 모르진 않을 거 아냐! (마찬가지로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려다가, 이치지쿠는 조심스레 그저 올려놓았다.)
⋯⋯모르는 건 공포와 혐오를 불러오지. 하지만 안다고 반드시 괜찮아지는 것도 아니야.
사람에게는 역치가 있으니까.
야츠모 군, 나는 네가 망가지지 말라고 이러는 거라고? 말 그대로 배려지⋯⋯.
⋯배고프지? 잠깐 네 뒤에 앉아줄 테니까, 다 먹고 나면 불러도 돼.
main
黒粋奴藻
(웃는 모습을 넋이 나간 채로 지켜본다.) ⋯⋯.
⋯⋯단순히 마음이, 없다거나, 내가⋯ 싫은 거라면 차라리 납득할 수 있어. (목소리에 미세한 떨림이 남아있다. 인간은, 나약한 순간의 모습을 결코 끝까지 감출 수 없는 존재다.)
⋯그런 사람을 몰아붙일 생각은 없거든.
main
黒粋奴藻
⋯좋아, 잘 지내는 걸로 하자. 멍청한 짓은 관두는 게 좋겠지. 내가 제일 잘 알아. 그래도⋯ 쓸데없는 허세가 아니었다는 건 알아줬으면 하는데. ('뒤에 앉아주기는 무슨.'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먼저 일어선다. 걸음을 돌려 떠나는 대신, 이치지쿠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앉아있는 이치지쿠의 턱을 잡아 끌어, 짧게 입 맞춘다. 고작 몇 초의 찰나. 제 감정이 설렘인지, 두려움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는 시간.)
피곤하게 만들어서 미안했다. 밥은 됐어, 내 몫을 안 가져온 게 아니야. 비위가 상했던 것도 아니고⋯. 정말 배가 안 고파서.
main
黒粋奴藻
먼저 들어갈게. 잘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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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 (잘 자라고 하면 되는 일이다. 이치지쿠는 굳은 입술을 움직였다가, 야츠모를 한 번 봤다가, 결국 입을 다물었다.)
(그래, 인간은 나약한 모습을 절대 끝까지 숨기지는 못하지. 더군다나 이치지쿠는 본래 그런 걸 굳이 숨기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래서다. 눈물은 쉽게 틈새를 비집고 흘러나온다.)
⋯⋯⋯하하.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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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강아지, 가능하면 빨리 달라고 해 줄래?
⋯⋯잘 자, 야츠모 군. 나도 좀 자야겠어. (마지막 말은 속삭이는 소리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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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대꾸 없이 뒤 돌아 방으로 향한다.)
▸
⋯문 닫히는 소리가 텅 빈 복도를 타고 이치지쿠에게 닿습니다.
홀로 남은 식당이 오늘따라 넓어 보입니다.
온몸의 힘이 빠지는 감각과 함께,
문득, 헤어 나올 수 없는 무력함이 이치지쿠를 덮쳐옵니다.
이치지쿠, 정신력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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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70 정신력 (1D100<=7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4 > 74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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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터리 신화가 적혀있던 책은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우주에 숨쉬고 있는 무자비한 존재.
그것이 세상을 망가트리고, 수많은 사람을 죽이고, 지금도 자신의 머리 속에 들끓고 있으며 이것이 자신의 힘과 의지로 해결할 수 없다는 일이라는 것.
그 모든 것들은 진실이며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음울한 기운, 퀘퀘한 냄새,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아주 가까이 들립니다.
아니, 이것은 몸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손 발을 봅니다.
늪 같은 껍데기가 손 발을 감싸고 있습니다.
이렇게 흉했던가요?
아, 이것은 자신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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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자신이 아닌 무언가가 서있을 뿐입니다.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60 이성체크 (1D100<=6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78 > 78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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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D20 (1D20) >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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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 20 감소.
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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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大海原九 ] SAN : 40 →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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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나는⋯⋯.
⋯⋯⋯. (손이 있던 자리를, 아니, 손을 내려다 본다.) 그럼에도 인간이지. 절대 그렇게 보일 수 없겠지만, 아직 내가 사고하고 있으니까. (어쩐지 텅 빈 것 같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자신이 인간이라는 것에는 의심이 없다. 그러나 이치지쿠는 생각한다. 아마 너는 화장실을 가려고 방에 돌아간 거겠지, 하고.)
(하지만 친구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치지쿠는⋯.)
(친구는 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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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걸로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는 동안에는 말이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복도를 지나쳐 제 1 연구소 앞의 정원으로 걸어갔다.)
(침대에 눕고, 이불을 모아서 덮고, 병을 끌어안고 눈을 감는다. 자자.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사는 건 제일 잘하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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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돌아온 기억을,
인지의 변화를⋯.
전부 뒤로 미뤄둔 채, 이불 안에서 웅크립니다.
아직 밤도 안 찾아왔는데 쌀쌀하네요.
추위가 강해지기 전에 잠에 듭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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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의 실제 스텟이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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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 250 / CON 200 / DEX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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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잠에 들 수 있었나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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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일찍 누웠기 때문에 설치든 어쨌든 충분히 자긴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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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뜨면, 아직은 어둑한 이른 아침의 하늘이 보입니다.
흔한 새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새벽. 밖을 돌아다니거나 다시 잠을 청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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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품 안의 작은 병과 손-처럼 보이지는 않는 신체-를 본다. 사실, 시설은 다 본 셈이나 마찬가지고⋯.)
(나무 물이나 줄까? 주전자는 여전히 여기 주변에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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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 연구소의 문 옆에, 야츠모가 놓아둔 수레가 보입니다.
주전자는 그 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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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앞다리의 가시에 주전자 손잡이를 꿰어 들고 식당으로 향한다. 의식하게 되니까 움직이는 게 어렵네. 이건 뭐라고 불러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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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닌 몸을 의식하기 시작하자, 일상적으로 행하던 것들이 전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식당은 고요합니다.
大海原九
(주전자를 들고 식당의 싱크대 앞에 서서 고민에 빠진다. 이건⋯. 돌려야 하는 거였나? 들기만 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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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꼭지 앞에 손이나 주전자를 가까이하면, 물줄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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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물이 가득 찰 때까지 한참 가만히 있다가 표면이 찰랑이기 시작하면 다시 잠그고, 이번엔 작은 정원 쪽으로 나온다.) 여기가 그러니까, 하와이안이랑 선글라스였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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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을 한 번 파낸 뒤 다시 덮은 자리여서인지, 표면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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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이치지쿠는 먼저 다리의 평평한 부분을 확인하고, 그 부분을 도장처럼 흙을 꾹꾹 눌러 조금 고르게 만든 다음 물을 한 번씩 뿌렸다.) 싹 나오는 게 언제쯤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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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자연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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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20 자연 (1D100<=2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45 > 45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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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지쿠, 교육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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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75 교육 (지식) (1D100<=75)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51 > 51 > 보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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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으면 이틀에서, 평균적으로는 일주일⋯ 길면 2주도 걸린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비료의 효과가 나타나면 좋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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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나름 과학적으로 이것저것 한 비료니까 되지 않으려나아. (다른 정원으로 건너가기 위해 복도를 가로지른다. 여전히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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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발걸음 소리 하나 들리지 않습니다.
이따금 들리는 건 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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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이걸 정겹거나 귀엽다고 느끼면 좀 나아질까? 이치지쿠는 진지하게 고려하며 다시 방-천막-앞으로 돌아와 하나씩 나무에게 물을 주기 시작했다. 쿠로이키, 이치지쿠, 야츠모, 흉터, 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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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그리고 괴짜.
꽤 무거울 주전자지만 거뜬합니다. 물을 주는 데에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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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연구소 쪽에서 복도를 밟는 구두 소리가 들립니다.
소리는 정원의 입구를 지나쳐 그대로 복도를 가로질러 점점 작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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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 (잠깐 입구를 한 번 봤다가 귀만 기울여 본다. 어느 쪽으로 가는지라던가, 뭐 하는지 정돈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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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울리는 발걸음 소리가 오래 지속되는 걸 보면⋯ 아마 복도의 반대쪽 끝에 있을 식당이나 창고겠네요.
大海原九
(더듬이가 기척을 더듬어 식당 방향으로 향한다. 그러고보면 창고에 시멘트 가루를 치워야 하나, 생각을 안 한 건 아니지만⋯이젠 소용이 없어 보여서.)
⋯좋아, 뭐어.
야츠모도 밥 먹자. (어깨 으쓱하고 이름붙인 나무한테 괜히 찔끔찔끔 물 한 번 더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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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윌슨, 여긴 벌레가 많으니까 괜히 싹 나기 전에 씨앗 뺏기지 않게 잘 지키고 있어. (씨앗 심은 곳에 유리병을 세워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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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리고 부러 느릿느릿 정원을 빠져나가 연구소 안으로 들어선다. 들어서서⋯⋯. 빈 표본실에나 먼저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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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본실
어두운 조명과 긴 찬장.
찬장 위는 전부 텅 비어있습니다.
여기도 한때 말을 걸어주는 상대가 있는 공간이었는데 말이죠.
大海原九
(그건 좀 아쉽다니까.)
⋯⋯새 뇌가 들어오는 날도 있겠지, 아마.
아니, 밖에선 이미 격리가 다 끝났으려나?
⋯⋯. (갑자기 궁금해진 게 하나 생겼다. 이치지쿠는 표본실을 나와서 정원 벽의 문을 살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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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 옆의 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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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도 없는 여닫이 문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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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높은 담에 비해서 너무 허술하잖아? (슬쩍 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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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술한 외관과 다르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밖에서부터 폐쇄된 것 같다던 야츠모의 말이 떠오릅니다.
大海原九
⋯⋯흐음. (귀를 대고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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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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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차 소리, 새 소리, 이런것도 전혀 안 들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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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는 감염체가 활동하는 연구 시설이니, 사람이 지나다니지 않는 곳에 격리하는 것도 가능한 이야기네요.
지나치게 고요한 탓에 꼭 다른 세계에 떨어진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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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뭐야, 알려면 힘으로 부술 수밖에 없겠네. (헬기를 낚아채면⋯곤란하겠지. 한동안은 그대로 두자. 앞다리가 철문을 가볍게 두드리기만 해도 쿵, 하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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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전화기를 쓴대도 알려줄 리도 없고. 그럼⋯⋯뭐어. (겹눈이 섞인 한쪽 눈을 데굴 굴린다.)
라디오 같은 거 없나? 창고에. (다시 연구소 안으로 들어서는 걸음이 이번에는 꽤 빠르다.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서 전보단 사리질 않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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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고
이치지쿠, 행운 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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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cc<=59 행운 (1D100<=59)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95 > 95 >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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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에서 먼지 쌓인 라디오를 발견합니다.
이런 식으로 방치되어있는 기기는 보통⋯ 고장나있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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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 (수리할 생각이었는데, 문제가 있다.)
⋯내 손재주가 아무리 좋아도 이 손? 으로⋯. 이렇게 작은 건 무리인데? ⋯⋯⋯.
(일단 조심히 양손으로 손⋯앞다리? 위에 올려 들고 식당으로 향한다.) 저기~, 야츠모 군.
여기 있지? 들었단 말이야. 이거 고쳐줘.
▸
식당의 플라스틱 식탁 위에는, 오므라이스가 두 개 올라와 있습니다.
플라스틱 용기를 정리하고 있던 야츠모를 마주칩니다.
黒粋奴藻
⋯타이밍 좋네.
그래서, 그 라디오 고쳐달라고? (탁, 접시 옆에 숟가락 놓이는 소리가 날카롭다. 유리 식탁도 아닌데.)
노래라도 듣고 싶어?
大海原九
그래, 나는 못 고치는 거 알잖아? (이걸 보라는 듯이 앞다리를 살짝 흔든다.)
노래도 좋지만⋯. 바깥에서 잡히는 주파수가 있나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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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있었으면 진작 틀어뒀지.
⋯⋯아니다, 고쳐둘게. 직접 확인해 봐. (제 몫의 접시 따로 챙겨들고, 비어있는 손으로⋯ 라디오를 낚아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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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아무것도 안 들리면 여기서 방송이라도 보내 보지 뭐어. 전부 죽은 건 아닌 거 아냐? 상황이 엄청 나쁘게 보이지도 않고. (손을 내리다가 잠깐, 가닥가닥 나뉜 마디가 서로 부딪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뭐 먹었어? 나도 하나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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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탁자 위에 놓인 오므라이스 한 접시 향해 턱짓한다.) 배고프면 먹어. 저건 네 거야.
방송이 가능하면, 무슨 소리를 하려고? 여기 사람이 갇혀있다? 군인이 먼저 들이닥치겠다⋯.
大海原九
그런 소릴 방송에서 왜 하지? (오므라이스 앞에 서서 아주 잠깐 태연함이 멈춘다. ⋯⋯그러고보니까 이 입은 어떻게 먹어온 거지.)
⋯예를 들면 블랙 조크라던가, 가시도 똑바로는 못 선다던가, 뺀질이가 나무 죽여서 큰일이라던가, 강아지가 오면 할 얘긴 더 많지. 하여간⋯⋯.
⋯확인차 묻는데 영양제 주사 같은 건 없어?
黒粋奴藻
⋯⋯. (자리를 뜨기 위해 떨어졌던 걸음이 그대로 바닥에 붙는다.) 무슨 용도로? 너는 아닐 테고.
大海原九
뭐, 내가 쓸 수도 있고, 나무한테 줄 수도 있지. 그래서, 있어?
黒粋奴藻
⋯내 방에 있어. 양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필요하다면 연락해서 요구하는 것도 가능해.
大海原九
(눈을 데굴 굴린다.) ⋯⋯몇 개? 오늘 하나만 쓸래.
黒粋奴藻
인간을 기준으로 3일치.
大海原九
⋯⋯⋯매일 3번이야, 한 번이야?
黒粋奴藻
아침 저녁으로 2회.
⋯식물에게도 이게 중요한가?
大海原九
⋯⋯좋아, 일단 오늘 하나는 내가 쓸 거야.
내 필요 칼로리 같은 건 모르지만, 뭐어⋯. (숟가락을 존나 노려본다. 이거 어떻게 들지? 쿡 찔러봄.)
main
大海原九
(어떡하는데, 이거. 양손으로 들어야 돼? 라디오처럼 양 손...발...다리...? 사이에 끼워 잡아보려고 노력해본다.)
黒粋奴藻
⋯⋯⋯. (보다 못해 한 마디.) 전에는 잘만 끼워서 먹더니.
main
大海原九
⋯사정이 있어! 이제 그냥 보인단 말이야.
main
黒粋奴藻
⋯⋯⋯⋯.
환각제, 다시 필요하면 그것도 놔 줄게.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大海原九
필요 없어, 그건. 효과가 있을지 어떨지도 모르는데다가 앞으로 계속 이런 몸이면 적응하는 쪽이 낫지. (다시 시도해 보다가⋯⋯포기한다.)
⋯전에 난 어떻게 잡고 있었는데?
黒粋奴藻
(결국, 한참 전부터 들고있던 오므라이스와 라디오는 다시 내려두고⋯ 이치지쿠의 한 손과 숟가락을 각각 양손에 잡는다.)
이렇게. (손의 가시 비슷한 것 사이에 숟가락이 끼워진다.)
大海原九
(잠시 움찔하듯 가시 몇 개가 눕혀졌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이거 움직일 수 있는 건가. 두어번 까딱여 본다.) 숟가락, 여기 몇 개나 있어?
黒粋奴藻
10개? 원래 단체로 머물면서 연구했던 것 같거든. 여유분이 좀 있어.
大海原九
그래? (그 말을 듣자마자 숟가락 손잡이를 발톱⋯비스무리한 걸로 쿡 찔러 구멍을 낸다.)
이따 하나만 더 꺼내줘.
黒粋奴藻
⋯⋯. (묻는 대신 눈썹이 기울어진다. 표정을 읽는다면 전하는 말은 이렇다. '뭐에 쓰려고.')
大海原九
(다시 어설프게 숟가락을 끼워 잡고 오므라이스를 푹 떠본다.) 잡기 힘들어서 구멍 내려는 거야.
黒粋奴藻
⋯두 개나?
大海原九
어차피 열 개나 있잖아.
main
黒粋奴藻
(조용히 싱크대 쪽으로 걸어가, 서랍에서 숟가락을 하나 더 꺼내 앞에 내려둔다.)⋯⋯마음대로 해.
오늘 계획은?
大海原九
(새 숟가락 손잡이에 또 가시를 쿡 찔러서 구멍을 만든다.) 없어.
아, 오므라이스 먹기.
main
大海原九
라디오 완성되는 거 보기, 그리고 헬기 오는지 보기⋯.
맞다, 사진 언제 인화할 거야?
黒粋奴藻
⋯⋯ 너 밥 다 먹을 쯤이면 헬기가 올 거야. 어제 밤에 불러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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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내가 할 일은 자료실 폐기. 인화를 한다면 그 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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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자료실 폐기? 왜?
黒粋奴藻
필요 없으니까. (어깨 으쓱인다.)
大海原九
그럼 나한테 줘.
黒粋奴藻
그리고 개인적으로 흥미가 생긴 게 있거든. 다른 걸 버리고 그 자리에 채워두려⋯ 연구 자료를?
大海原九
그래, 내가 가지고 있어도 어차피 밖에 풀 방법도 없잖아?
흥미가 생긴 거? 뭔데?
黒粋奴藻
⋯⋯⋯.
비밀.
大海原九
어차피 여기 너랑 나밖에 없지 않아?
黒粋奴藻
그럼 내 대답도 알고 있을 텐데.
상대가 너니까. (내려뒀던 것들 다시 챙긴다.) 폐기 자료 갖고 싶으면, 이따 자료실에 찾아와. 모아둘게.
大海原九
쩨쩨하게 굴면 인기 없어, 야츠모 군. (한 입 펐던 오므라이스를 어떻게 먹으면 될까 고민하듯 빤히 바라보다가 목 안으로 쓱 집어넣어 본다.)
(당연히 재채기 소리가 이어진다. 벌레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좀 섞이긴 했지만.) ⋯⋯켁! (어떻게 씹는 거야? 잔 다리가 불만스레 움직이다 말고⋯.)
(그냥 아주 작게 나눠 뜨기로 한다. 이걸 깨작인다고 해야 돼, 뭐라고 해야 돼. 반쯤 흘리는 것을들 흘끔 봤다가, '처음치고 잘하고 있어, 내가 좀 능숙하지⋯' 생각하며 흘려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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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책장도 남는 거 하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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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반절이 바닥과 식탁 위로 버려지는 오므라이스의 밥알들 본다. 조리하는 데 10분도 안 걸린 간편식이라지만⋯.) ⋯자료실 책장 하나 뜯어가. 천막에 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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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나름 열심히 먹고 있는 중이다.) 응, 천막에 둘 거야. 종이만 쌓아둘 생각이었니?
그러니까 방이 그러지. (옛날 자기 방 상태는 생각도 안 한 뻔뻔한 말.)
黒粋奴藻
깔끔한 편이거든. 네 방에 흩뿌려져 있던 원고지에 비하면. ('자신만 아는' 기억으로 대꾸한다.)
난 이만 간다? ⋯⋯흘린 거 제대로 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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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거 나중에 다 정리했지 않아? (잠시 바닥이나 테이블 위를 노려본다.)
⋯⋯⋯싫어, 네가 치워 줘.
이건 솔직히 무리가 있어. 난 억지를 부리는 게 아니야.
黒粋奴藻
⋯⋯⋯⋯.
창고에 대걸레랑 쓰레받기 정도는⋯⋯.
⋯⋯내가 치울게, 됐지?
大海原九
('이거 보라니까' 하듯이 양손을 흔들어 보다가 그제야 다시 내린다.) 응.
(다시 열심히 오므라이스를⋯반 정도 흘리면서 먹는다.) 맛있네.
黒粋奴藻
⋯먹기 힘들면 밥은 관두는 게 낫나.
大海原九
싫어, 밥이 좋단 말이야. 어차피 면이나 밥이나.
⋯⋯⋯. (잠깐 본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어떻게 씹는지도 봤어? (⋯⋯.)
黒粋奴藻
⋯턱이 없어도 꼭 인간처럼 움직이더라. 정말 씹었는지는 몰라. 내부 소화기관의 덕을 본 건 아닐까.
大海原九
(과연. 이렇겐가, 싶어서 어설프게 따라해 본다.) ⋯계획 하나 추가할래. 아무튼 이따 영양제는 받는 게 좋겠어.
黒粋奴藻
또 뭘 하려고⋯⋯. (묻던 걸 멈추고 기다리느라 다 식어버린 제 쪽의 오므라이스를 본다.)
⋯오오우나바라.
⋯⋯아니다. 이따 보자.
大海原九
(왜? 하고 되물으려 고개를 들었던 얼굴이 다시 오므라이스를 바라본다. 그 사이 손에 들고 있던 오므라이스를 한번 곁눈질했다.) ⋯잘 먹어, 야츠모 군.
뭐어⋯네가 만든 거긴 하지만. 인사가 잘못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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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피식거리며 힘 없는 웃음소리가 빠져나온다.)
아니⋯ 잘 먹을게. (그 길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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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제야 고개를 들어서 식당 문을 봤다가, 더듬이가 조금 늘어진다. 우선은 이걸 다 먹고 생각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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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한 반쯤 먹은 오므라이스와 덩그러니 남은 그릇을 들어 싱크대에 올려놓고, 바닥에도 꽤 흘렸지만 이거면 애쓴 거다.)
(그리고 조금 식당을 기웃거리다가 그제야 다시 복도로 나와서⋯잠깐, 그러고보니 어디로 간다고 했지. 자료실? 창고? 잠깐 귀를 기울인다.)
▸
야츠모 방의 문이 살짝 열려있는 걸로 봐서는, 우선 저 안에서 식사를 마치려는 것 같습니다.
아마 먹은 뒤에 자료실에 가려는 거겠죠?
大海原九
(먹는 중? 그러면⋯.)
(그럼 이쪽은 자료실에 누워서 기다리고 있자. 들어갈 수는 없고.)
main
▸
◈ 자료실
main
▸
자료실 책상 위에 놓여있던 연구일지, 실험노트와 종이뭉치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모두 사라져있습니다.
이미 쓰레기통에 몇 개의 종이 뭉치들이 처박힌 것을 눈치챕니다.
大海原九
(이치지쿠는 바닥을 뒹굴다가 쓰레기통에 들어간 종이를 보고 가볍게 밀어 쓰러뜨렸다. 어차피 종이 말곤 안 들어 있을 거 같으니까.)
(뭐 버린 거지? 읽어본다.)
▸
대부분 칼로 조각조각 잘려져 있습니다.
大海原九
⋯⋯⋯⋯.
(가시 끝으로 천천히 맞춰봄⋯.)
main
▸
잘린 일지를 연결하면, 처음 보는 필체로 적힌 다음과 같은 종이가 나옵니다.
info
HANDOUT
새 유전 단위가 만들어지는 일반적인 방법은 전부터 존재하던 소 단위가 교차를 통해 모이는 것이다. 또는 점 돌연변이, 오류나 돌연변이에는 역위inverstion가 있다. 염색체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가 거꾸로 된 방향으로 다시 붙어 재조립되는 것이다, 편집된 유전자 복합체는 DNA의 오류를 수정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내가 그 돌연변이라면? 나의 유전자는 분열하는 유전자를 따라 복제할 수 있는가?
어차피 많은 유전자는 최초의 한 세대조차 넘기지 못한다. 소수의 유전자가 그 고비를 넘기는 것은 운이 좋아서, 또는 생존능력이 좋아서, 그렇다면 이 유전자의 생존능력은, 죽일 때 마다 살아나는 이 생존 개체의 생존능력은, 또는 운은 어떨까? 차라리 이곳에서 영원히 이 모든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래! 정답은 죽음 밖에 없는 것이다. 죽음은 모든것을 무로 되돌린다, 영원히 분열하는 분자까지도!
main
▸
확실히, 쓸모 있어 보이는 자료는 아닙니다.
main
大海原九
⋯⋯그러니까, 죽으면 된다? (심플하군. 다른 종이는 없는지 잠깐 둘러본다.)
main
▸
책장들을 사이사이 살펴보면, 처음 보는 내용의 서류가 보입니다.
핸드아웃【H.C 면역자 형질세포 이식에 관한 연구】전달.
info
HANDOUT
뇌를 건드릴 수 없다면 심장을 목표로 삼는다.
이미 뒤바뀐 세포들은 깊이 새겨진 악의를 벗어내기 어려우며 감염자를 파괴하려 든다. 약품과 외부적인 수단을 사용한 간섭은 전혀 먹히지 않으니 여태 진행해온 방법으로의 치료는 불가능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면역 체계를 신체에 이식하는 건 어떨까? 공존할 수 없는 두 세포를 하나의 신체에 구겨 넣을 경우, 그릴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두 가지. 신체의 주인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거나, 면역계의 승리 하에 H.C 세포의 생존을 막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상의 임시 방편이며 온전한 치료법이 될 수 없다. 기존의 감염자는 '운이 좋으면' 인간의 삶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염자의 신체 변형과 세포의 강인함을 고려하였을 경우, 해당 이론을 실전으로 옮기기 위해서는 면역자 한 명 분의 혈액이 필요하다.
main
大海原九
(이치지쿠는 잠깐, 어제인가 야츠모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불가능하지. 왜냐면 여기 있는 건 야츠모 군이랑 나 뿐이니까 말이야. 시술자가 없거나, 대상자가 없거나⋯.
복제가 되면 편할 텐데 아쉬운 일이라니까. (이케부쿠로 어디쯤에서 먼지 쌓이고 있을 클론 배양소를 떠올리며 종이를 옆으로 내려두고 다시 털썩 눕는다. 딱딱한 것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근데 언제 오는 거야?
▸
직전에 맞춰둔 조각난 종이들이 허공에 떠오르고, 다시 가라앉아 흐트러집니다.
발소리가 들리네요.
자료실의 문이 열립니다.
黒粋奴藻
(문 너머로 고개만 살짝 내민다.) ⋯자료 받아간다고 했지?
전부?
大海原九
전부. (가시가 흩어진 종이 조각을 가리킨다.)
黒粋奴藻
양이 꽤 될 텐데. (가져가는 데는⋯ 그렇지, 문제는 없겠네. 이치지쿠를 지나쳐 자료실 내부를 가로질러 걷는다. 이윽고 쓰레기통 안쪽에서 비교적 멀쩡한 종이 뭉치들 꺼내 바닥에 차곡차곡 내려두기 시작한다.)
⋯그건 쓸모 없어. 읽었으면 알 거 아냐.
main
大海原九
재미는 있잖아. 어차피 읽을 것도 별로 없고⋯⋯.
옮기는 거 도와줘. (뻔뻔하게 한마디한다.)
main
黒粋奴藻
⋯⋯.
main
黒粋奴藻
오케이, 넌 팔 힘 약하니까. (예상보다 흔쾌히 떨어지는 수락. 게다가⋯ 언제적 소리를 하는지. 양 팔 걷어붙인 뒤 묶음 두 개를 양손으로 들어올린다.)
大海原九
(그 말에 이치지쿠는 새삼스레 팔을 내려다본다. 헐렁한 가운 소매 아래로 보이는 팔은, 당연하지만 사람의 것이 아니고⋯흉터도 없다.)
黒粋奴藻
뭐해? 따라 들고 나오지 않고.
大海原九
딱히⋯⋯. (책 사이사이에 있던 서류를 긁어내듯 빼내고 따라간다. ⋯하긴 힘은 둘째치고, 한꺼번에 종이 여러 장을 들 만큼 숙달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라.)
책장 먼저 옮겨야 하는 거 아니야?
黒粋奴藻
⋯천막 옆에 미리 쌓아둬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원으로 향한다. 오늘의 첫 외출 아닌 외출.)
大海原九
쌓아두면 내가 그거 옮기는 데에 며칠 걸릴 거라고 생각해? (진지한 질문이다.)
黒粋奴藻
⋯⋯⋯. (옆을 흘끔인다.) 도와주겠다니까?
大海原九
⋯⋯책 다시 책장에 넣는 것도?
⋯그럼 좋아. (잠시 멈췄던 걸음이 다시 따라 걷는다.)
黒粋奴藻
내가 이런 걸로 안 도와주는 거 봤냐?
▸
정원, 이치지쿠의 천막 옆.
야츠모가 먼저 풀밭 위에 가져온 종이 더미를 쌓아둡니다.
大海原九
(따라 그 옆에 종이를 내려둔다.)
그야⋯⋯.
⋯못 보긴 했지.
그러고 보면, 자료실 안에 있는 자료들은 다 바꾸면 잠궈둘 거야?
黒粋奴藻
(단어와 단어 사이 간극을 외면한다. 손을 한 차례 털어낸 뒤,) 고려 중.
내부를 멋대로 헤집어두지만 않는다면⋯ 최근에는 꽤 얌전하게 지냈기도 하고.
大海原九
그렇지? 게다가 내가 도와줄 수도 있잖아, 너보다 똑똑하고. (자기가 따지고 보면 실험체라는 걸 까먹은 듯한 말이다.)
또 잠궈도 소용 없고.
黒粋奴藻
⋯⋯시설 마음대로 훼손하는 날에는 두고 봐.
권한 없는 사람한테는 연구 안 맡긴다~. 너는 나무나 열심히 길러. (제 어깨 너머 엄지로 가리킨다.) 책장 가지러 가자.
大海原九
훼손하려는 거 아니거든? 스마트하게 갈 거야.
권한이라고 해도⋯⋯. 어차피 보는 사람 없고.
여기, CCTV도 없지, 야츠모 군?
黒粋奴藻
⋯없지.
그동안 지냈으니까 알겠지? 우리에게 별 관심 안 가져.
大海原九
그럼 괜찮잖아.
게다가 실험은, 어쨌든 나한테 하게 되는 거지?
黒粋奴藻
⋯⋯.
main
大海原九
그럼 내가 같이 관여해서 협조적인 쪽이 낫잖아.
main
黒粋奴藻
내가 시키기 싫은 거야.
아무도 안 본다면, 여기 책임자가 나라고 생각해도 불만 가질 사람 없겠지.
大海原九
⋯⋯왜?
내가 도와주면 훨씬 수월할 걸, 분명. (어떤 확신이 담긴 목소리다.)
黒粋奴藻
무슨 수로 확신하는 거지?
大海原九
이 옷이 나한테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으니까.
주사기는 뭔가 기분 나빠. 하지만 잡으면 아마 편할 거라고 생각하고 말이지⋯. (사실, 이제와선 '생각'이 아니라 실제로 그럴 거라는 예상에 가깝다.)
해 봤을 거야, 나는. 맞지?
黒粋奴藻
아니.
main
黒粋奴藻
너는 이런 시설과는 하등 관계 없는 사람이야. (흔들림 하나 없이 올곧은 목소리로 조목조목 대꾸하기 시작한다.)
大海原九
⋯⋯. (잠깐 황당하게 바라본다.)
⋯⋯진짜? 정말로, 가슴에 손 얹고?
黒粋奴藻
어. (팔 뻗어 낱장의 종이로 이마 가볍게 친다.)
그러니까 헛소리 말고 책장이나 날라.
大海原九
악. (반사적으로 말해놓고 잠깐, 이거 아픈가, 하고 고민한다.)
⋯네가 날라! (눕는다.)
黒粋奴藻
⋯⋯⋯그래?
그래, 그럼. (이번에도 순순히 자료실로 향한다. 뒤 한 번 안 돌아보고⋯.)
大海原九
⋯⋯. (왜 그냥 들어주니 좀 찜찜하지?)
(등 보다가 상체만 일으켜서 앉는다.) 야츠모 군.
黒粋奴藻
왜 불러, 가져오라며.
大海原九
별로? (잠깐 주변을 둘러보다가, 마른 풀을 앞다리⋯, 손? 으로 꾹 눌러 뭉쳐 등으로 던진다.)
黒粋奴藻
(맞은 자리 조금 위쪽의 어깨가 움찔거리더니, 이내 아무렇지 않다고 대꾸하듯 다시 걷는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커다란 책장 하나를 열심히 밀며 나타난다⋯⋯.)
大海原九
(그걸 금방 도와줄 수 있으면서도 뭐가 불만인지 또 뭉친 풀을 몇 개 어깨로 팅팅, 던지기만 한다.)
黒粋奴藻
안 도와줄 거면 가만히 있기라도 해라⋯⋯. (입 안의 살을 짓씹는다.)
大海原九
가만히 있었는데? (커서 숨겨봤자 다 보이는 손-인기 갈고리인지 하는 걸 등 뒤로 숨기고 시치미 뗀다.)
黒粋奴藻
(그러면 또 말 없이 책장을 민다. 도움은 바라지도 않았다는 태도다.)
大海原九
(그럼 이쪽도⋯그제야 힐끔 바라보다가 가볍게 고리로 땅을 긁는다. 5분도 조용히 못 있는 건 전과 같지만, 태도는 조금 다르다.) 그거 힘들어?
(굳이 차이를 말하자면, 내내 시끄러운 게 전이라면 지금은 잠깐씩의 공백들을 채우기 위한 던지기에 가까운⋯.) 여기서 있는 동안 운동도 안 했나 보네.
黒粋奴藻
아예 안 한 건 아니지. (내내 끌어 옮기던 게 드디어 천막의 입구에 도달한다.) ⋯나이가 들어서 그래, 나이가. (농담.)
main
大海原九
네가 몇 살⋯. (인데? 하고 되물으려던 목소리가 잠시 멈춘다. 5년이나 있었다면, 이제 둘다 39살이다. 벌써 그렇게 됐다.)
⋯뭐어, 하긴 5년이나 지났다고 했지?
진짜 힘들어? (이건 약간의 미심쩍음. 왜냐면 지금의 이치지쿠는 옛날을 기억하니까. 어디서 잘못 개조받고 온 사건도 말이지.)
main
黒粋奴藻
⋯⋯. (5년이 지났다. 타인의 입을 빌려 들으니, 그 문장은 생각보다 타격이 크다.)
인간의 몸 상태는 정신에게서 받는 영향이 꽤 있는 것 같더라.
더 묻지 마. (천막 안, 한쪽 벽면에 책장이 자리한다.)
main
大海原九
전에 하던 일 치고는 정신이 별로 터프하진 않네. 아니면 이게 평균인가? (하긴 5년이 지났으니까. 풀밭에 누운 채 다시 땅을 가볍게 긁어 글씨를 적기 시작한다.)
黒粋奴藻
⋯⋯오오우나바라. (여전히 책장의 모서리를 짚은 채.)
이 질문은 이번이 마지막이야.
너, 정말 더 기억난 건 없어?
main
大海原九
(흙을 긁던 손을 멈추고 시선이 야츠모를 바라본다. 말없이 그렇게 몇 초.) ⋯⋯그럼 나도 하나만 묻지.
그걸로 바뀌는 게 있어?
黒粋奴藻
내가 먼저 물었어.
main
大海原九
(시선을 돌린다. 흙에 남던 문자는 간단하다, '바보'다. 마지막 한 획을 긋다가 말고 이치지쿠는 흙을 문질러 글자를 지웠다.) ⋯⋯. 너랑은 동창이었지.
main
大海原九
그랬다가 이케부쿠로에서 봤더니 웬 살인 청부업자 일이나 하고 있고, 기억은 못하고.
바보잖아.
黒粋奴藻
(한 사람은 바깥의 풀밭, 한 사람은 천막의 그늘 아래. 각자가 보는 방향이 다른다. 시선이 전혀 맞지를 않는다.) ⋯⋯.
언제부터 속인 거냐.
아니, 어디까지 기억해.
main
大海原九
내가 그걸로 뭔가 변하는 게 있냐고 물었잖아? 야츠모 군.
(뭉쳐진 채 굴러다니던 풀 덩어리를 갈고리 끝이 지루하게 툭툭 건드려 굴린다. 애들 손장난 수준이다, 지금 이걸로 할 수 있는 건.)
뭐, 좋아.
애석하게도, 여기서의 5년은 기억에 없고, 밖에서의 34년은 기억에 있어. 그 뿐이야.
main
黒粋奴藻
⋯⋯.
알아버리면 너는 분명 최악을 상정할 거야.
과거는 이미 떠나갔으니까, 절대 그 때로 돌아갈 수 없지. 그게 맞아. 그래서 알리고 싶지 않았어.
예상이 맞아 떨어진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것 같아. ⋯⋯네 몸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한들, 너는 내가 아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니까.
main
黒粋奴藻
⋯다시 시작할 수도 없고. (방법은 있다. 이미 여러 번 시도한 극단적인 수단이 있다. 그걸 관두겠다고 결심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다.)
어때, 스스로가 변했다는 걸 끝까지 눈치채지 못하게 했다면 나아졌을까?
大海原九
⋯⋯그래서 내가 물었잖아? (그럴 수 있었다면, 이치지쿠는 여기서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었을 것이다. 이 얼굴로는 웃는 방법을 모른다. 그 뿐이다.) 내 기억이 어떤지에 따라서, 변하는 게 있냐고.
네게 내가 눈치챌 수 없게 구는 건 가능한 일인가?
黒粋奴藻
뻔뻔하게 굴면 돼.
너는⋯ 눈썰미가 좋으니까. 아마 내 태도에서 읽어낸 거겠지. 환각제가 들지 않았을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고.
기억이라⋯⋯.
너도 네 입으로 다시 일깨워줬으면서.
둘 중 하나는 망가질 거라고.
정정한다, 둘 모두로 해두자. (잠시 시선이 흙, 정확히는 나무를 심어둔 흔적으로 이동한다.)
⋯⋯사과야. 저번에 뭐라고 했더라?
大海原九
네가 자꾸 '기다려' 들은 강아지처럼 묻잖아. (턱을 괸 채 중얼거리듯 말한다.)
아무렴 어때⋯.
돌아가려고 안 하면 되는 일이지. 잘 지낼 수 있다니까?
(박수를 치면 '짝' 보다는 '캉' 에 가까운 소리가 들린다. 목소리가 한 톤 올라간다.) 자, 저기가 쿠로이키. 그 다음이 이치지쿠. 그 다음이 야츠모고, 그 다음이 괴짜야.
main
黒粋奴藻
⋯⋯⋯.
선악과.
알지 못하는 편이 나은 게 있는 법이지. 왜냐하면⋯⋯.
따져 묻고 싶어지거든. 넌⋯⋯⋯.
돌아가지 않을 수 있어?
⋯그걸로 만족해?
⋯⋯.
정말?
main
大海原九
인형 만들어 주기로 했잖아.
강아지도 데려와 달라고 하기로 했고.
나무도 너만 다섯 그루 심었어. (그제야 시선이 야츠모를 향한다. ⋯이 녀석은 뭘 묻고 있는 거지?)
(만족할 리가 없잖아? 잘 알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치지쿠는 다시 시선을 돌린다.) 32년간 살아오던 방식에 경력 1년씩 더 추가될 뿐이잖아? 이상한 걸 묻네, 야츠모 군.
main
大海原九
내가 만족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데?
(이건 순수한 의문이다. 이치지쿠는 이 상황을 자신의 체질과 같이 인지했다. 그런 건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럼, 예를 들면, 재해 같은 것에 인간은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가?)
(즐거워하거나, 어떤 방법으로든 적응하거나. 시선이 야츠모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아니, 그래. (이건 어떤 깨달음.) 난 돌아갈 수 있을지도 몰라. 그래⋯⋯.
그럴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건 너한텐 대답이 안 되겠지. 나 혼자 돌아가도 별 수 없으니까.
애초에 말야, 야츠모 군. (이치지쿠는 자리에서 일어나 야츠모에게 다가갔다. 이제는 자신이 야츠모보다 시선이 높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허리가 천천히 숙여진다. 그렇게 피하던 가까운 거리다.) 너는 뒤로도 앞으로도 나아갈 수 없는데 왜 자꾸 묻는 거야?
main
黒粋奴藻
⋯⋯. (등 뒤에서 야츠모를 지탱하고 있는 건 책장이다. 말이 좋아야 지탱이지, 어디로든 물러날 수 없게 도망칠 길을 막은 것과 다름이 없다.) 고작⋯ 경력 1년. (하지만 이 위치도 야츠모 본인이 선택했다. 들을 말을 곱씹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모르니까 묻는 거야.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갈 수 없어서.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나 혼자서 5년이나 헤맸으니까, 이대로면 분명 끝까지 길을 못 찾을게 뻔해서.
(멱살-정확히는 가운의 깃-을 한 손으로 끌어당긴다. 실제로 움직임에 응해줬는지는⋯.) 어쩌면, 너한테서⋯ 내가 아무것도 아니었다는 말을,
main
黒粋奴藻
⋯⋯아쉽지 않다는 소리를 듣기 싫었던 걸지도 모르지. (이치지쿠라면 말이다. 말로 뱉는 게 진심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그래, 모르겠어.
이제 내가 뭘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너를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겠어.
네 마음대로 해.
main
大海原九
(눈이 가늘어진다.) ⋯정확히 말해.
내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고 가만히 있겠다는 의미야, 아니면 내 행동과 네 행동은 별개라는 의미야?
黒粋奴藻
둘 다.
⋯⋯아니.
정정한다. 전자.
大海原九
⋯⋯정말?
黒粋奴藻
한 입으로 두 말 하지 않아.
大海原九
(이 표정은 어떻게 보일까? 이치지쿠는 미심쩍은 얼굴로-그렇게 움직일 셈이었다- 야츠모의 얼굴을 이리저리 관찰하다가, 결국 그만둔다.)
(그만두고,) ⋯⋯그렇다면야.
(고개를 숙여서 명치를 꾹 누르듯 살짝 기대고, 그나마 사람 같은 뒤통수가 보이는 채로 가운 위로 이마를 몇 번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럼 네가 테디베어 해.
黒粋奴藻
⋯응. (몸이 빳빳하게 굳는 몇 초, 그 뒤로는 긴장이 풀어지며 각이 세워져 있던 어깨가 한결 느슨해진다.)
네가⋯ 하고 싶은 대로. (두 팔로 뒤통수 얌전히 끌어안는다.)
main
大海原九
(조금 전이라면 그 잠깐 굳는 움직임에 떨어져 나가거나, 언제 붙었냐는 듯이 뒤로 물러났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왜냐면, 같은 호의를 받는 걸 포기했기 때문에. 곤충과 섞여 관절이 많고 껍질이 붙은 팔이 마주 끌어안듯 움직인다.) 밥도 같이 먹을래. 그냥 쭉 앉아 있어.
main
大海原九
토할 거면 그냥 거기서 해. (그리고 상체를 일으키고 나면, 정말로 인형을 끌어안는 듯한 자세다. 이치지쿠는 정수리 위로 머리를 기대려다가 턱이 없어 잘 되지 않아 포기한다. 그래도 따뜻하니까.) 자거나, 밥 먹거나, 아무튼. 자리 비우지 마.
main
黒粋奴藻
⋯진짜 해버리는 수가 있어. (여유를 되찾은 농담을 모방한다. 이런 경우, 일상을 연기하는 게 제일이라고 판단했다.)
(두 손으로 이치지쿠의 양쪽 뺨, 혹은 입의 끝, 혹은 수많은 눈동자의 옆⋯ 아무튼 잡아 제 쪽으로 조심스레 당긴다.) ⋯⋯그럼.
(턱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인간의 입 대신 자리 잡은 것. 그 안에서 가지처럼 뻗어져 나온 가시인지 대롱인지 모를 무언가에 입을 맞댄다. '이거⋯ 무리하면 진짜 토할 것 같기도 한데.' )
main
大海原九
(⋯이건 반사적인 반응이다. 기뻐하는 건지, 어떤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목 안쪽에서 뻗어나온 가지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내며 움직인다. 그 때다, 이치지쿠가 고개를 뒤로 뺀 건.) 이건 싫어, 토 맛 나는 키스는 이제 사양이고.
(그러고 나서야 뻔뻔하게 이마 같은 곳을 내려 가까이 대면서,) 이쪽이 좋아. (묻는 건 상관 없는 걸까?)
main
黒粋奴藻
너도 그 정도는 견뎌야 수지타산이 맞지. (스스로 되짚어봐도 이건 짓궂은 소리다. 뭐든 괜찮다고 한 건 이쪽이면서. 투덜거림이 들려올세라 이마에 마저 키스한다.)
차가워.
main
大海原九
원래 그랬는걸?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교환에서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이치지쿠는 아이가 인형을 안고 앉듯이 몸을 돌려 책장에 기댄다. 어느 벌레의 것인지도 모를 다리가 관절들을 꺾으며 주저앉는다.)
헬기 언제 와?
(그리고 다리 끝의 가시가 까딱까딱⋯. 발을 흔드는 것처럼.)
main
黒粋奴藻
⋯⋯. (고개를 반 돌려 곁눈질해도 발 끝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하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는 기분이 꽤 좋아 보인다.) ⋯그러게.
오늘따라 좀 늦네.
⋯.
main
黒粋奴藻
괜찮겠어? 강아지 데려와도.
main
大海原九
작은 강아지는 괜찮아, 익숙하고.
그리고 어릴 때부터 보면 나한테도 적응할 테고.
강아지는 종이 다르니까, 별로 무서워하지도 않을 거고⋯. (태연한 목소리로 말하다가 한손을 들어 껍질로 조심스레 야츠모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딱 좋아. ⋯저기, 바느질 취미 붙일 거면, 인형 말고 하와이안 셔츠 작은 거 만들어 줘.
main
黒粋奴藻
⋯⋯의도가 투명해서 들어주기 싫은데.
약속했으니 별수 없지. 선글라스는 못 구해준다?
大海原九
뭐야, 솔직하니까 좋잖아.
main
大海原九
이 상황에 거기까지는 안 바라거든? 그런데 네 거 가져왔어?
黒粋奴藻
⋯⋯방 어딘가에 있을걸. 책상? ⋯몰라. 안 꺼낸 지 한참이야.
大海原九
그럼 어차피 안 쓰는 거 강아지 자라면 그거 씌울래. ( 이리저리 자리를 찾듯 고개가 기울다가, 결국 다리가 여러 개 난⋯턱? 뭐라고 하면 좋을까. 그냥 다리나 잔가지가 좋을까. 턱을 괴듯 다리의 마디들이 야츠모의 정수리를 가볍게 누른다.)
main
黒粋奴藻
(머리 위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는 감각이 유독 선명하다. 야츠모는, 조용히 눈꺼풀을 내리는 걸 택했다. 뭐가 좋을까⋯ 손가락? 그래, 손가락이라고 생각하자. 머리야 종종 쓰다듬었고.)
⋯⋯생각해 보고.
大海原九
생각해 보고가 어디 있어? 안 쓴다며, 나 줘. 물건 막 버리는 것도 아까운 일인 거 알지? (투덜거리듯 머리를 턱⋯이 조금 더 꾸욱 누른다. 말하느라 조금 더 움직이는 것들은 덤이다.)
黒粋奴藻
(이러고 있으니 훨씬 나은 것 같기도 하다. 그저 그렇게 받아들이고 싶은 걸지도 모르지만.) 대체품은 이제 필요 없잖아.
▸
이치지쿠, 듣기 판정.
大海原九
cc<=80 듣기 (1D100<=8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21 > 21 > 어려운 성공
⋯⋯왜?
있는 게 좋아. 더 있는 게 좋아. (그러면서 가시가 난 팔이 조금 더 끌어안는다.)
▸
고요한 하늘을 가르고 침범하는 프로펠러 소리.
이윽고 머리 위로, 이전에 한번 본 적 있는 헬기의 그림자가 떠오릅니다.
黒粋奴藻
나도 질투라는 걸 할 줄 알거든⋯.
▸
크레인이 내려주는 건 전의 상자보다 커다란 애완용 케이지.
⋯⋯⋯짖는 소리가 들립니다.
main
大海原九
(머리 위에서 길게 늘어진 더듬이가 선 채 주변의 허공을 더듬었다. 기쁜 모양이지. 야츠모를 끌어안은 채 일어서서 다가간다.) 그럼 더 좋지.
하지만 나도 어쨌든 가끔은 끌어안아도 토 안 할 야츠모 군이 있으면 좋겠단 말이야. (케이지의 걸쇠를 찾아 풀려고 몇 번씩 손을 반복해서 움직인다.)
⋯⋯. (눈이 잠시 데굴.)
너도 하나 달라고 해도 돼. (어차피 연락하는 건 야츠모인데 허락하는 듯이 군다. 그러고 나서야 "이거 열어 줘." 하고 투정 비슷한 소리까지 하고⋯.)
黒粋奴藻
(강아지 짖는 소리가 하찮게 느껴질 무렵이었다⋯. 무릎 굽히고 앉아 케이지의 걸쇠에 손 얹는다.) 고양이라도 하나 입양해서, '이치지쿠'라고 부르면서⋯⋯.
걔만 종일 안고 다녀도 된다고?
大海原九
⋯⋯⋯⋯⋯.
4일에 한번은? (괜찮다. 야츠모는 자기가 안고 있으면 되니까.)
黒粋奴藻
불공평해. (걸쇠 풀어 작은 문을 연다.)
main
大海原九
(아마 전이라면 일부러 순진한 표정이나 지었겠지? 짜증 나라고⋯.) 네가 그래도 된다고 했잖아.
(더듬이가 기대하듯 까딱인다⋯.)
▸
안에서 튀어나오는 건⋯.
⋯⋯.
웬 까맣고 작은 개⋯.
main
大海原九
(이 크기가 되어서 그런가, 미니어처 같다. 이치지쿠는 야츠모를 옆에 내려주고 허리를 한참 숙여 강아지를 바라보다가 한 손을 내밀었다. 무서워하나?)
▸
강아지는⋯⋯.
choice 무서워한다 용맹하다 (choice 무서워한다 용맹하다) > 용맹하다
main
▸
처음에는 한두 번 짖는가 싶더니, 이내 이치지쿠를 무시하고 빙빙 돌며 뛰어다닙니다.
main
大海原九
야츠모라고 해야지. (더듬이가 분주하게 움직인다. ⋯좋은 듯.)
黒粋奴藻
⋯⋯⋯.
어이가 없군.
난 분명 '검은색은 절대 안 된다'고 했어. 의뢰를 반대로 알아듣다니⋯.
大海原九
그럼 운명인 거잖아? 받아들여. (간식이 없네, 싶어 조심스레 강아지를 쫓다가 살짝, 정말 살짝 잡고 들어올린다.)
전엔 뭐라고 불렸으려나⋯.
아무튼 이제부턴 야츠모야, 기억해.
黒粋奴藻
나도 그렇게 불러야 해?
어이, 개.
main
▸
강아지는 보기보다 얌전히 이치지쿠의 손에 들려 올라갑니다.
main
大海原九
이름이 다르면 헷갈려할 거 아냐?
main
黒粋奴藻
⋯⋯내가⋯.
내 입으로 이걸⋯ 내 이름으로 불러야 한다고?
'개'는 이 녀석만의 이름이 아니야. 종이지. 문제 없어.
main
大海原九
야츠모 군, 나도 사람들 '인간'이라고는 안 부르거든?
너랑 구분되는 한자로 만들어 주면 되잖아. 그러니까⋯⋯.
黒粋奴藻
(뭐라고 하나 본다.)
大海原九
(엄청 고민하다 괜찮은 한자를 찾은 듯 앞다리로 흙에 적기 시작한다.)
夜つも면 다른 이름이지?
main
黒粋奴藻
뭐야, 그 아무래도 좋다는 식의 작명은.
(멍청하게 생긴 개 본다.) ⋯⋯.
그걸로 해.
main
大海原九
야츠모. (앞발로 조심조심 개 쓰다듬는다.)
그야, 개 이름은 히라가나나 가타가나인 쪽이 귀엽고.
黒粋奴藻
⋯개 사료도 따로 주문해야 하잖아.
大海原九
그렇다고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잖아?
黒粋奴藻
주문할게~ 주문한다고.
얘는⋯ 마음에 드는 데서 알아서 자겠지?
大海原九
⋯같이 자면 되는 거 아냐?
(다시 야츠모도 끌어안는다. 따끈따끈한 게 두 개다.)
黒粋奴藻
⋯⋯. (확실히 강아지는 따끈따끈하다. 그 점이 나쁘지 않아 불만이 사그라든다.) ⋯⋯⋯.
여기 마음에 들어하면 같이 자는 거고?
大海原九
윌슨은 나무 지키고 있으니까 자리도 있고.
main
黒粋奴藻
윌슨 취급 너무한 거 아니냐?
main
大海原九
무슨 소리야? 윌슨은 내 최고의 친구라고.
그러니까 맡기는 거 아냐? 최후의 보루야, 씩씩한 애야.
黒粋奴藻
윌슨이 너보다 어른스러운 모양인데⋯⋯.
아.
자료들 책장에 넣어야지.
大海原九
아아, 맞다.
라디오도 고쳐줘.
(이치지쿠는 먼저 야츠모를 책장 앞에 내려놓고, 그 다음엔 강아지를 여전히 든 채 빤히 바라본다.) 그리고 사진도 인화해서 주고 또⋯. (뭐가 많아.)
黒粋奴藻
그거 하는 내내 따라다닐 거지? (우선 한 묶음. 잡아서 제일 아래 칸에 넣어둔다.)
라디오⋯ 노래 재생이 가능한 정도로는 해볼게.
大海原九
딱히 할 것도 없고⋯⋯응. (더듬이가 천천히 까딱이며 움직인다.)
그래서?
하려는 연구가 뭐야?
黒粋奴藻
⋯⋯아, 이것도 말해줘야 해?
(두 번째 묶음 올린다.) 대단한 건 아닌데.
大海原九
이젠 말해도 별로 상관없잖아. 뭔데?
黒粋奴藻
⋯⋯네 세포를 덮어씌우는 연구.
大海原九
⋯⋯⋯. (잠시 다른 쪽으로 향했던 시선이 야츠모를 응시한다.)
신체 이식?
黒粋奴藻
정확히는 세포 이식에 가깝지. (태연하게 남은 자료들을 한데 모아 정리한다.)
大海原九
헤에⋯⋯.
어느 부위의 세포?
黒粋奴藻
전신.
大海原九
그건 쉽게 얘기하면 말이지만. (이치지쿠는 자료실에서 찾았던 두번째 자료 뭉치를 쿡 건드린다.)
네 몸에 내 뇌를 이식하는 거 아닌가, 거의?
黒粋奴藻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 더 확실한 방법인가?
그렇지만 아무리 나라도 내 머리를 열어서 옮기는 건 힘들거든.
main
黒粋奴藻
⋯쓸만한 자료를 찾아서 보고 있었어. 피 정도면 시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main
大海原九
(눈이 가늘어진다.) 너 하나 분량이 통째로 필요할 텐데?
黒粋奴藻
조금씩 꾸준히 옮기면 괜찮아. 물론⋯ 전부 끝나갈 즈음의 상태는 보장할 수 없지만.
잊었냐? 나도 꽤 튼튼한 몸인데.
main
大海原九
옛날 내 크기면 몰라도, (말은 하다가 끊긴다. 가늘어진 눈으로 야츠모를 보다가 강아지를 정원에 풀어준다.) ⋯⋯.
좋아, 해 보고 싶다면. 대신 죽지는 않는 게 좋을 걸.
보장할 수 없는 게 아니라 보장한다고 할 수 있게 만들어. 공부했다며? (잘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섞인다. 이치지쿠는 침대에 웅크려 앉아서 이불을 둘러싸고 야츠모가 정리하는 걸 빤히 바라본다. 32살의, 33살의, 혹은 34살의 언젠가처럼.)
main
黒粋奴藻
(꽉 들어찬 책장을 보고 만족. 잔디 바스라지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고, 정원을 부산스럽게 뛰어다니는 까만 덩어리를 눈동자로 쫓는다.)
⋯⋯어디까지나 하나의 가능성이니까.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늘리고 싶었을 뿐이고.
운이 좋으면 둘 다 살아. 이 확률은 절대적이야. (그리고 턱없이 낮다.)
main
大海原九
⋯그래?
main
大海原九
그거 아니? 0.1%도 그렇지⋯, 0%는 아니라는 거 말야.
(이불을 덮은 채 조금 더 웅크린다. 아까까지는 무슨 이야기를 하든 오히려 친절한 목소리를 가장해 놓고, 어째 밉살스러운 어조다.) ⋯강아지 데려와서 야츠모라고 이름 붙이는 건 싫으면서, 혹시라도 내가 나중에 혼자 살아남거나 나와서 누구랑 다니거나 할지는 신경 안 쓰는 모양이지.
main
黒粋奴藻
⋯⋯가능한 나도 살아남는 쪽으로 노력해보겠지만, 그때는⋯.
⋯아니, 그렇게 될 리가 없지.
너는 내가 너무 좋아서, 기억까지 속이며 털어놓지 않은 바보니까. 그런 날이 오면 저 강아지랑 놀기나 해.
main
大海原九
⋯싫어, 데리고 재혼 할 건데? 기억상실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김에 아주 싹 잊고 이름도 다시 지어 줄 건데. (그리곤 침대에 엎드린다. '안 들려' 하듯이. 정말이지 어떨 땐 너무 알기가 쉽지.)
main
黒粋奴藻
이럴 때 꼭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더라. (정말 애도 아니고. 이런 투정은 익숙하다. 이렇게 보면, 역시 내가 아는 사람이 맞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는 건⋯.)
나만한 남편감 없을 텐데⋯⋯⋯. (침대와 이불 위로 엎어진다.)
어차피 전부 네 동의가 필요한 일이야. 너 싫을 짓은 안 해. 다른 방안도 4개 정도 준비해뒀어⋯.
大海原九
(위로 내려앉는 무게감이 전과는 다른 게 새삼스럽게⋯.) ⋯다른 건 뭔데. (그제야 슬그머니 머리카락 사이로 곁눈질한다. 강아지는 여전히 진나서 정원을 가로지르다가 구석의 땅을 파 보고 있고⋯. 이상하게 평화롭다.)
main
黒粋奴藻
⋯⋯좀 극단적이고 쉬운 거 두 개. (태평하게 몸 돌려 천장을 향하고, 손가락을 하나씩 꼽아본다.)
딱히 방법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거 하나.
그리고⋯ 전 인류를 적으로 돌리는 짓 하나.
main
大海原九
(내내 조용하다가 어쩐지 마지막 말에 더듬이가 살짝 움직인다. ⋯새삼, 악만 남기는 유전자니 뭐니, 살아남은 건 궁합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든다.)
⋯그럼 라디오 고치면서 들려줘.
main
黒粋奴藻
⋯라디오랑 공구용 상자 들고올게.
내 방에 카세트 테이프도 몇 개 있는데, 정작 내가 안 들어서 뭐가 뭔지 몰라.
main
大海原九
왜 안 들었는데? (궁금한 듯 고개를 살짝 들고 묻는다.)
main
黒粋奴藻
⋯라디오 고치는 건 귀찮고, 그럴 여유도 없었고.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딱히 들을 기분이 아니었다?
main
大海原九
흐음.
⋯⋯지금은 괜찮고?
main
黒粋奴藻
지금은⋯⋯.
음악이 있는 편이 어울려.
main
黒粋奴藻
(답변 마치고 일어난다. 천막을 걷은 뒤,) 금방 다녀온다?
main
大海原九
(이불 안쪽에서 머리카락과 더듬이만 빠져나와 있다.) 알았어, 다녀와. (그리곤 다른 방향으로 손을 빼서 강아지를 부르듯 손짓한다.)
main
▸
까만 강아지가 침대 위로 폴짝 뛰어듭니다.
⋯적응했나?
main
大海原九
(강아지를 들어 이불 안으로 끌어들인다. 어르듯 목 뒤를 조심히 긁어주면서⋯.) 야츠모는 똑똑하네~. (한마디 했다가 큭큭 웃는다.)
▸
개는⋯⋯.
고개를 몇 번 갸웃거리더니, 이치지쿠를 핥기 시작합니다.
이름을 알아들은 걸까요⋯⋯⋯.
main
大海原九
벌써 이름을 익혔나? (신기한 듯 잠깐 들여다봐ㅆ다가 가볍게 끌어안는다. 따끈하다.) ⋯⋯⋯.
(이렇게 끌어안고 있으면 진짜 야츠모는 아마 상태가 안 좋아지겠지. 신경쓰지 않을 생각이지만,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다.)
⋯네가 곤충이랑 섞이면 그건 아직 귀여울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그렇지? (어떠한 생각 하다가 멈춘다.)
main
大海原九
완전 면역이라니 치사하기도 해라.
main
黒粋奴藻
⋯치사하기는. 아무것도 손쓸 수 없다는 걸 알면서 옆에는 있고 싶은 게 얼마나 괴로운 지 알아?
(언제 돌아왔는지 입구에서 가만 지켜본다.) 저건⋯.
그새 친해졌네.
main
大海原九
그야⋯, 동물 기준에는 너나 나나 자기랑 다르게 생긴 거니까. (턱 밑을 살살 긁어주고 나서 고개를 든다.) 왔어?
하지만 치사하게 느끼는 것도 어쩔 수 없지. 같아지면 의외로 괜찮을지도 모르잖아? 나랑 다르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 (어떻게 보면 은혜를 원수로 갚는 말이다.)
(손을 본다.) 카세트 테이프는 뭐야?
黒粋奴藻
⋯그렇게 따지면. (자리로 돌아와앉는다. 침대 옆 바닥.)
감염이 가능했다고 한들 너처럼 죽지 않고 버티는 케이스는 드물어. 보통의 인간보다 생존률이 높아지는 게,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기는 해도⋯.
⋯나도 차라리 너랑 같아지고 싶어. (공구 상자를 든 쪽이 아닌 반대 손 내민다. 카세트 테이프 서너 개.)
뭐가 들었는지는 모르니까 알아서 골라.
main
大海原九
(빤히 보다가 카세트 테이프를 받아든다. 딱딱한 것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네 피 말이야.
500ml만 줄 수 있어?
해 보고 싶은 게 생각났거든.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잠깐 이어지다가 하나를 시트 위에 올려놓고 슥 내민다.) 이거 틀어줘.
main
黒粋奴藻
뭐야, 그 애매한 감상 들 정도로 정확한 양은. 어디에 쓰려고? (물으며 제 앞으로 밀려난 테이프를 집어든다.) 오케이~.
이제 고쳐야 하는데⋯. (우선 분해부터.)
大海原九
헌혈 1회 권장량이거든? (이불을 한 번 둘러싸고 야츠모가 하는 걸 물끄러미 구경한다.) 별 건 아니고⋯.
말 그대로 이것저것. 뭐야, 너도 연구해 보고 싶은 게 생겼다며.
너보단 안전한 방법일 걸, 그래도?
黒粋奴藻
네가 뭔가 연구한다고 하면, (드라이버 내려두고 내부 기기들을 하나씩 재조립하기 시작한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다.) 보통.
⋯연구 자체의 결과는 좋았는데, 의도나 사용처가 불순했단 말이지.
大海原九
(눈 굴린다.) ⋯⋯내가? 언제? 기억 안 나. (시치미.)
그냥 조금⋯. 의수라던가로 바꿀 수도 있나 보려고 하는 것 뿐인데?
궁금하잖아. 얼만큼 떨어지면 알아서 재생 될까, 라던가.
黒粋奴藻
내 피로?
大海原九
그건 늘려볼 거야.
네가 하나 더 필요한데, 넌 하나니까 어쩔 수 없지. 늘릴 수밖에.
黒粋奴藻
인공혈액? (플라스틱 면 닫은 뒤 다시 나사 조여본다.)
원본만 할까. 연구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나도 하얗게 질린 시체가 되는 건 사양이라.
大海原九
(그러고보니 클론도 이런 면역력이 있는지는 모른다. 이치지쿠는 야츠모의 팔을 빤히 보다가 팔을 뻗어 피부를 가볍게 찔러봤다.)
마취제 있지?
黒粋奴藻
마취제? ⋯당연히 있지, 환각제도 있는 마당에. (꾹⋯⋯.)
大海原九
그럼 그거 주사해 주고 팔 반만 잘라 줘. 아픈 건 싫단 말이야. (이게 말인지⋯.)
이전 실험에서 단면에 염산 발라 본 적 있어?
黒粋奴藻
⋯있어. 겉뿐이라면 껍질이 갑옷 역할을 해서 별 효과 없었지만⋯.
⋯⋯⋯그래서, 그건 왜 자르고 싶은 거고? (조립 끝난 라디오를 옆에 내려둔다.)
大海原九
딱히⋯. (턱 아래서 다리처럼 튀어나온 것들이 소극적으로 움직인다.)
⋯⋯뭐어, 재생이 안 되는 만큼 잘라내고 의수로 바꿀 수 있으면 그만큼 비율이 주는 거 아냐?
쉽게 얘기하면, 곤충 비율.
黒粋奴藻
⋯⋯팔이나 다리는 그런 식으로 바꾼다고 쳐도.
⋯⋯⋯. (말이 줄어든다.)
大海原九
⋯⋯.
나머지는 네 피로 시험해 볼 거니까. (그렇다고 온전히 돌아올진 모르는 일이지만. 세포가 재생이 안 될 뿐일수도 있다. 하여간⋯.)
네가 비위가 너무 약한 게 나빠. (어느새 딴소리다. 이어서 해달라는 듯 멈춘 손을 쿡 찌른다.)
黒粋奴藻
내가? (헛웃음.)
평균 이상이야. (묘하게 확신이 찬 목소리. 이어서 골라준 카세트 테이프를 그 안에 넣는다.)
main
▸
버튼을 누르면⋯.
main
黒粋奴藻
⋯?
大海原九
귀엽잖아.
main
黒粋奴藻
네 취향은 잘 알겠어.
main
大海原九
뭐야, 무겁고 심각한 노래 같은 걸 들어도 별 수 없잖아?
(파 티 파~티 따라 부르고 있다.)
main
黒粋奴藻
⋯⋯⋯.
(에라이 모르겠다. 침대 위로 올라간다.)
말해달라고 했었지? 극단적인 거 두 개.
(좁은 옆자리에 엎어진다.) 하나는 리셋, 하나는 ⋯ 죽음으로 끝내는 방법이고.
해결 방법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거. 그건 도망이지.
大海原九
그것도 네가 죽는 걸로 말이지?
(누운 채 머리가 가까이 기댄다. 어쩔 수 없이 더듬이가 먼저 야츠모의 얼굴 주변을 더듬는다.) 그래서, 도망은 이제 그만 치기로 하셨다?
기왕 칠 거면 내가 말하는 걸 시도하게 해 주는게 낫지 않니?
게다가 리셋은, 벌써 몇 번째람, 이게.
내가 리셋되면 너도 같이 까먹을 수 있게?
黒粋奴藻
난 잊으면 안돼.
기억해야 하거든, 절대 깨닫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大海原九
⋯⋯그럼 결국 다시 같은 결말이잖아, 바보야.
main
黒粋奴藻
⋯⋯그래서 마련한 게 도망이야. 조금 달라.
main
黒粋奴藻
죽음은 뒷전으로 미루고, 물리적인 탈출을 시도하는 거지.
main
大海原九
⋯여기를? (신기한 듯 야츠모를 빤히 바라본다.)
나갈 거라고 해도 네가 엄청 버틸 것 같아서 가려면 기절밖에 방법이 없을 줄 알았는데⋯아.
(모른 척 눈 깜박인다.) 문 여는 열쇠 있어?
黒粋奴藻
아쉽게도⋯ 정원 쪽 담의 문을 여는 방법은 나도 몰라. 열어보려 했지?
大海原九
⋯그러고보니까 나가보려고 했던 적이 있다고 했지.
어땠는데?
黒粋奴藻
아니, 정말. 혼자서는 꼼짝 없이 갇힌 신세로 살아가야 할 것 같더라고.
⋯넌 아니잖아?
大海原九
⋯⋯.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래, 나는 아니지.
철문은 아직 시도 안 해 봤지만, 지금 몸은 아주 튼튼한 것 같으니까.
黒粋奴藻
힘으로 해결하는 건 너랑 어울리는 방법은 아니야.
(기껏 말하던 걸 멈춰 이치지쿠를 물끄러미 본다.) ⋯좀 걱정했는데. 넌 이미 받아들인 것 같으니까.
(느릿하게 날숨 뱉은 뒤 손 뻗어⋯ 이치지쿠의⋯⋯ 등을⋯? ⋯더듬는다.)
main
大海原九
⋯⋯⋯뭐 하는 거야? (미심쩍게 더듬이가 움직인다. 등을 더듬는 손에 신경이 쏠린 채 있으면, 어느새 어색한 감각이 하나 더 느껴진다.)
⋯⋯⋯.
main
大海原九
개미 아니고 사마귀 같은 거라고⋯?
黒粋奴藻
⋯이제와서 종을 특정하는 것도 우습지. (매끈하고 비닐 같으면서도 동시에 단단하기도 한, 그 무언가⋯ 그래, '날개'의 뿌리를 건든다.)
main
黒粋奴藻
⋯⋯⋯그런 구조야. 나도 두 번째 연구에서 깨달았어.
main
大海原九
(뿌리가 건드려진 순간 반사 운동처럼 얕에 퍼드득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러니까, 즉⋯⋯. (하늘을 본다. 날개가 있다는 걸 안 순간부터 고려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날아서 가자고?
심각할 정도로 보안이 허술하네! 어디서 여기 보고 있는 곳도 없어 보이는데, 날개도 있는 걸 이렇게 둔다니 인간이란.
(투덜거리며 품속의 강아지에게 머리를 기대고 있다가 다시, 야츠모를 바라본다.) ⋯⋯그럼 다리나 팔은 의수로 바꾸고 갈래.
黒粋奴藻
나한테 모든 걸 맡길 정도로 허술한 사람들이기는 하지. (조심스레 손 놓는다.) 바꾸는 건 네 마음이지만-
그 모습의 비중을 줄이는 건 이해하겠는데, 그럼 네 비중 자체도 줄어드는 거 아닌가.
⋯아무튼, 아직 하나 남았어.
大海原九
내 비중이랑 그 세포 비중을 구분하는 유의미한 기준은, 이젠 외형 정도인 것 같지만⋯. 왜? 1그램이라도 사라지는 건 마음에 안 든다고 하려고? (베개에 고개를 더 기울여 파묻고 짧게 웃는다.)
⋯⋯하나는 뭐야?
黒粋奴藻
(저렇게 물으면, '마음에 안 든다'외의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직전의 자세 때문에 미묘하게 내려다보는 구도가 되었다.)
⋯⋯폐기실.
大海原九
⋯⋯⋯.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아무리 뭐가 있는지 관심을 안 뒀대도, 진동이나 소리는 들었을 텐데.)
폐기실이라⋯⋯.
사실은 거기 뭐가 들어있는지 알아, 야츠모 군?
黒粋奴藻
⋯원래 이름은 감금실이야.
거길 막기 위해 이 연구소는 이 위치에 세워졌어.
大海原九
(이치지쿠는 혹시나 싶어 야츠모의 팔을 갈고리의 끝으로 쿡 찔러본다.) 그 문을 열어버리고 다 이렇게 되어 버린 세상에서 편하게 살기?
main
黒粋奴藻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
大海原九
⋯⋯. (물끄러미 5초.)
솔직히 말해 줘?
세상이 망가져서 심심해진다는 건 아쉽지만, 네가 갈 곳이 정말 안 남는다는 건 좋아.
main
大海原九
(형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야츠모에게 가까이 다가가 머리를 꾹 기댄다. 만약 그런 세상일 때에 야츠모가 어떻게 될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단지⋯.) 그럼 여긴 감금실 말곤 그냥 두는 게 좋겠네.
내 형태만 되돌리든, 네 머릴 건드리든, 언젠간 필요할 것 같은걸.
黒粋奴藻
⋯⋯⋯. (눈에 잘 담긴다. 지금의 모습과 읽히지 않는 이치지쿠의 표정이⋯.)
(주머니 뒤적거린 뒤 열쇠 하나 꺼내서 건넨다. 비어있는 다른 손은 뒤통수를 당겨 더욱 바짝 붙는다.)
main
黒粋奴藻
이제 전부 네 몫이야. 언제 뭘 하든.
main
大海原九
(가시 사이로 열쇠가 걸린다. 쥐듯이 움직여 잡고, 이치지쿠는 당겨지는 대로 몸까지 조금 더 기대고 조금 웃기 시작한다.) 내가 저길 연다고 하면 제일 먼저 막으러 올 사람은 너일 줄 알았는데.
(사이에 눌린 강아지가 끙끙대며 좀 더 넓은 공간을 찾아 빠져나온다.) ⋯피는 줘. 혹시라도 네 뇌를 건드리게 되려면, 손은 섬세한 쪽이 좋으니까.
오늘 열래. 개최식 대신에 맹세의 말이라도 할까?
main
黒粋奴藻
이렇게 빨리 정해버릴 줄은 몰랐다고. (아무래도 좋다는 고조 없는 투가 이어진다.) 필요하다면 그건 얼마든지 줄 수 있고⋯.
(강아지도 밖으로 나갔겠다, 그대로 팔 힘이 풀려 상체가 이치지쿠의 몸 위에 겹쳐진다.)
너도 할 거냐?
大海原九
(몇 시간 새 익숙해진 듯 야츠모를 끌어안는다. 며칠 해 닿지도 않으려고 하던 것과는 천지차이다.) 뭐, 맹세하는 말?
黒粋奴藻
(품 안에서 드는 이질적인 감각에 조용히 눈꺼풀 내린다.) 응, 멩세.
이왕이면 들려줘.
大海原九
짧은 거야. (품 안의 표정을, 얼굴을, 가늠하듯 한참 바라본다. 이제는 그렇다고 피하진 않겠지만, 과연 얼마나 이 상태로 있을 수 있을지 유예를 재듯.)
⋯앞으로 어떤 상태가 되어도 쭉 같이 있을 거야, 라던가. 안 놔준다던가⋯그래. (뽀뽀하듯 잔 다리가 야츠모의 이마를 가볍게 눌렀다가 떨어진다. 그건 이치지쿠 본인에게도 실감이 잘 나지 않아 아쉽기만 하다.)
main
黒粋奴藻
바라던 바다. 놓지 마. (간극.) ⋯⋯내가 어떻게 굴어도. (이마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에 가늘게 눈이 뜨인다.) 나는⋯.
⋯네가 욕심 부리는 쪽이 마음이 놓여서. (버릇이 잘못 들었지. 양 팔로 끌어안자 좀 전에 어루만졌던 날개가 손에 닿는다.)
main
大海原九
(그래, 버릇이 잘못 들었지. 너도 나도. ⋯어쩌면 나는 이렇게 고민하는 쪽이, 사람으로서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이치지쿠는 이제 선명히 느껴지는 날개를 기지개 피듯 천천히 펼쳐 본다.)
너도 꽤 모순적이야. (그렇다고 해도, 어떻게 될지 알아도, 결국은 하고 싶은 걸 우선하고 싶다. 이불과 함께 상체를 일으키면, 꼴은 주말에 뒹굴대다가 마침 일어난 것 같은 허술한 차림이다.)
갈까?
main
黒粋奴藻
(딸려나오듯 같이 몸 일으킨다. 버릇처럼 이치지쿠의 모습을 살피게 된다. 이렇게 보면 여느 날의 일상과 크게 다를 게 없는데⋯.)
문을 열면, 그 뒤는? 정해뒀어? (발이 지면이 닿는다.)
大海原九
(산책을 가려는 사람처럼 강아지를 손짓해 부른다. 이리 와, 부르면 강아지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빈 팔로 가볍게 같이 끌어안는다.) 제일 먼저 네 피 500ml 뽑아 놓고, 발전기 찾아서 유지하고⋯.
그리고 잠깐만 밖에 나가서 여행을 다녀 보는 것도 좋겠지.
하지만, 솔직히 여긴 너무 답답한걸.
어딘지도 몰라. 어차피 지도 같은 건 무실해진다고 해도 궁금하니까 나가서 어떻게 되는 지 볼 거야. 그러면⋯.
그러면 두 방법 중에 어느 쪽이 더 급할지도 알게 되겠지. (야츠모를 잠시 돌아봤다가 빙그레 웃는다. 아니, 웃는다고 생각했다. 실제론 어떻게 움직였을까?)
없어도 열 수 있었을 것 같지만, 그럼에도 굳이 말해 둘까⋯.
야츠모 군, 선물 고마워.
멋진 세상이 되면 좋겠네.
main
黒粋奴藻
(시선이 다시 강아지에게로 이동한다. 팔자 하나 좋군.)
두 방법이라면 어느 쪽. (자신, 그리고 이치지쿠가 나열한 것 까지 어림잡아 대여섯 개는 되는 듯 하다. 속으로 하나하나 되짚어-) ⋯. (생각에 깊이 빠지려던 찰나 돌아보는 기척에 고개 든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라면 분명, 이 타이밍이 웃었을 것이다. 한쪽 입꼬리 올려 마주 웃어보인다.) 응.
멋진 세상이 되면 좋겠네.
main
大海原九
이미 세상은 싹 무너졌으니까, 당연히 내 외견만 돌릴지, 네 뇌를 고쳐줄지의 문제지. (후자는, 글쎄, 이건 '고치는'걸까? 벌레의 다리와 섞인 발이 마른 잔디를 밟고 걷기 시작한다.)
⋯하지만 표정을 나도 모른다는 건 불편하네.
피만 복제하는 법을 찾을까?
main
黒粋奴藻
좋을 대로. (뇌를 건들면 어디부터 변하는 걸까, 두렵다는 생각? 혹은 외형과 인간이 아닌 형태를 인식하는 모든 것? 모른다. 그저 선택에 따를 뿐이니까.
⋯밖으로 나가게 되면.
여행 가기 전에, '집' 한 번만 찾아보자. 사라지진 않았을 거 아냐. 엉망이 됐을지는 몰라도⋯. (옆으로 묵직하게 발자국이 찍힌다.)
main
大海原九
⋯챙길 거라도 있어? (제 2연구실의 문 앞에서 문득 궁금한 듯 야츠모를 빤히 바라본다.)
main
黒粋奴藻
사진⋯은 전부 데이터로 챙겨뒀고.
옷이랑⋯ 목도리도 연구소로 가져왔지만. 그거야. 그립잖아, 아무리 나라도 몇 년을 못 봤어.
大海原九
(잠시 침묵한다.) 그리워서? ⋯⋯.
가끔 이럴 때 네가 평범한 사람이라는 걸 실감해. (그에 대한 소감은 말하지 않고, 그저 불편한데도 굳이 머리와 어깨를 옆으로 기대 우습게도 보이는 자세로 다시 걷기 시작한다.)
좋아, 옷도 거의 거기 있으니까. 책도 있고, 아마 도움이 되겠지⋯.
인형도 가져와야지. (목소리가 한 톤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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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그놈의 인형. ⋯실감할 게 남아있었어? 그래서, 별로인가? (기대면 기대는 대로 바짝 붙어 걷는다. 제 2 연구소의 문을 열고, 어느덧 감금실 앞에 나란히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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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생각도 못한 거야, 나는. 네가 여기 있으니까 '집'이라는 건 아무래도 좋고, 사는 곳 같은 건 원래 금방 바뀌던 거였고⋯. (감금실 앞, 여전히 무거운 진동이 옅게 느껴지고 벌레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다. 열쇠를 들어 문에 끼우고⋯.)
신기한 일이지.
덕분에 애로사항도 많고 귀찮기 짝이 없는데, 난 네가 평범한 사람인 것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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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칵, 열쇠 구멍과 열쇠가 맞아 떨어지며 안쪽의 장치 풀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黒粋奴藻
⋯나는 내가 달리 평범하다거나, 특별하다거나⋯ 그런 걸 고려한 적이 없거든. 마찬가지야. 의외로⋯.
제대로 된 집을 가진 적도 없었고. 너랑 지내던 곳을 집이라고 인식하게 됐을 뿐이지. 덕분에, 내가 어쩌면 평범한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을뿐더러.
⋯그럼에도 아주 귀찮은 일에 휘말려서 앞으로 평범하게는 평생 못 지내겠다는 걸 깨닫기도 했고.
(문이 아닌 이치지쿠 본다.)
main
大海原九
(시선이 잠시 야츠모를 바라본다. 마주치고, 겹눈이 깜박인다. 조금 웃었다.) 그럼 말야, 야츠모 군.
그게 평범한 세상을 만들면 되는 거겠지, 역시. (열쇠를 잡은 손을 풀고 문에서 떨어진다. 다시, 야츠모를 가볍게 끌어안고⋯.)
이제 쭉 같이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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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약속이야.
모든 기준에 네게 맞춰진 세상으로 가자.
어떻게 변하든 옆에 있을 각오는 마쳤어. (마주 보이는 어깨에 고개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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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손이 옆으로 뻗은 채 문을 가볍게 당겨 연다. 서로 끌어안은 채.) 약속이야.
⋯너도 놓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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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ain
▸
문이 열립니다.
다른 세계, 어쩌면 암흑의 차원과 이어진 어떠한 경계선이 개방됩니다.
헤아릴 수도 없는 양의 벌레가 연구소를 날아다니고,
창문을 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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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밖으로 날아가 담장을 넘어 다시 한 번 세계로 날아갈 것입니다.
이성 판정.
大海原九
cc<=40 이성체크 (1D100<=4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64 > 64 > 실패
main
黒粋奴藻
CC<=30 이성 (1D100<=30) 보너스, 패널티 주사위[0] > 85 > 85 > 실패
main
黒粋奴藻
1D20 (1D20) >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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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D20 (1D20) > 11
main
▸
이치지쿠, 이성 11 차감.
메인
system
[ 大海原九 ] SAN : 40 → 29
[ 黒粋奴藻 ] SAN : 30 → 13
main
▸
얼마나 걸렸을까,
main
▸
모든 벌레가 날아가고 나서,
그 방 안 찢어진 공간을 보면⋯.
거대한 손,
발,
아니면 어떤 것이 공간을 비집고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존재는 이치지쿠를 곁눈질 후,
아니, 정말 봤는지조차 모르겠습니다.
유유히, 그 크기를 자랑하며 벽 너머로 사라집니다.
main
▸
⋯⋯.
문 너머로 보이는 건 텅 빈 어둠.
저 안에서 나온 것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모두를 파멸로 이끌 것입니다.
黒粋奴藻
⋯됐어.
해방이다.
main
大海原九
(조용해진 강아지를 같이 끌어안은 채 멍하니 보다가 웃기 시작한다.)
집으로 돌아가자, 야츠모 군.
main
大海原九
이제 가도 괜찮아. (소풍이라도 가자는 듯한 어조로⋯.)
main
黒粋奴藻
⋯⋯가자. (돌아가자. 그 순간, 지구에 남아있을 불특정 다수, 또는 일면식이 있을 누군가에 대한 죄책감을 전부 잊어버린다.)
집으로 가자.
大海原九
(감금실이 풀려나도 벽은 굳건하다. 이치지쿠는 아직은 어색한 날개를 펴고 담의 높이를 가늠하듯 고개를 들었다.)
거리도 둘러보고 올래. (속삭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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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보고 싶은 건 전부 봐.
⋯위에서 내려다 보는 건 오랜만이잖아. 그렇지? (자신의 두 손을 본다.) 난 어쩌지.
main
大海原九
상관 없잖아? 같이 갈 거니까. (끌어안은 채 조금 웃긴지 약간 들썩이다가⋯.)
잘 잡으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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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 (더욱 단단히 안는다.)
야, 균형 잘 잡아라?
大海原九
몰라, 그런 거. 처음 나는 거니까 놀이기구 탄다고 생각하고 잘 버텨! (날아오른다.)
黒粋奴藻
아, 잠, 너무 망설임 없는 거 아니-
▸
속도가 붙고, 염려와 다르게 수월하게 위로 날아오릅니다.
아, 그 연구소가 점점 작게 보여요.
그리고 마침내, 담의 끝자락에 닿습니다.
main
黒粋奴藻
⋯⋯잊고 있었는데.
⋯⋯⋯높다?
大海原九
그거 아직 있었어? 고소 공포증.
main
黒粋奴藻
없어진 줄 알았지. 높은 데 올라갈 일이 사라져서⋯.
(말 없이 딱 붙어있다.)
大海原九
그게 새삼 생각났다는건⋯.
의외로 여유가 생겼다는 말 아니야? (비록 세상은 어떻게 난장판이 될지 모르지만 말이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함께 도시가 있던 방향으로 향한다.)
黒粋奴藻
너 말이지.
여유랑, 그 많은 생각을 비집고 들어올 정도의 서프라이즈 정도는 구분해 달라고. (밑을 보기보다 이치지쿠에게 대화 걸기를 택한다.)
大海原九
아하하하.
⋯아, 저기 차 보인다.
그럼 이제부턴 네가 운전해. (담을 넘어서, 끝으로 보이는 도로에 멈춰선 차를 향해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黒粋奴藻
⋯5년이면⋯⋯.
아니, 운전 실력 정도는 그대로겠지. (지면 위 10미터. 거기까지 내려오자 안도의 한숨 내쉰다.)
main
大海原九
(먼저 옆 문을 쿡쿡 건드리다가 잠금장치를 부순다.) ⋯⋯이제 운전해 줘. (일부러 맑은 눈으로 바라보기.)
main
黒粋奴藻
(어이가 없다.)
차 주인 볼 일 없으니 세이프. (운전석으로 들어간다.)
안전 벨트는 메라? (이상한 기준.)
大海原九
⋯⋯이러고?
main
大海原九
그냥 가면 안 돼?
黒粋奴藻
왜?
大海原九
⋯답답하단 말이야!
안 그래도 차도 작은데, 좌석도 작고, 벨트까지는 못 해!
야츠모도 항의하렴. (강아지 들어 보인다.)
黒粋奴藻
아예 지붕도 날리지?
大海原九
그건 눈 부셔서 싫어.
黒粋奴藻
(눈 반짝이면서 짖는 개 본다. 넌 뭔데.)
까다로워~.
大海原九
난 원래 그래. 그렇게 까다로운 것도 아니잖아? (이 대화는 전과 동일하다.)
黒粋奴藻
⋯⋯음. 그건 뭐. (품 뒤적거린 뒤 선글라스 내민다.)
⋯⋯⋯. (잠깐 상상함)
이거면 충분하지?
大海原九
⋯⋯⋯. (같은 상상 함.)
(하지만⋯재미있어 보여서 일단 쓴다.)
(그리곤 천장이 날아가는 데엔 2초 정도가 걸렸다.)
黒粋奴藻
(철판 하나 날아가는 소리도 꿈쩍 않는다. 놀란 건 개 뿐⋯.)
그럼⋯ 아는 길이 나올 때까지 달린다.
(익숙하게 자동차의 시동 걸고, 옆 돌아본다.)
main
大海原九
(선글라스를 낀 반인반충이, 좌석에 구부려 앉아서 강아지를 소중하게 끌어안은 채 바라보고 있다.)
최고 속도로 가자.
main
黒粋奴藻
(전혀 어우러지지 않는 상황과 눈 앞의 장면에 피식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디 부딪히면?
main
大海原九
지금 도로엔 우리밖에 없어 보이는데? ⋯⋯그럼 아주 약간 낮은 속도.
main
黒粋奴藻
걱정은 하는 거냐? (천천히 굴러가던 바퀴가 점점 빠른 속도로 도로 위를 달린다. 휑한 도로 위로 차 한 대가 질주한다.)
大海原九
⋯⋯약간은?
지금은 내 몸이 너보다 튼튼하고.
黒粋奴藻
⋯날 걱정한 거라고?
大海原九
그런데?
黒粋奴藻
⋯⋯⋯⋯기분이 묘해서.
예전에는 네 뒷수습 다 내가 했었는데. (그런 것 치고 같이 사고도 쳤지만.)
목적지는⋯ '집'. 지도는 없고. 그래, 가는 길에 사고도 나면 안 되고.
大海原九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걱정 마, 야츠모 군⋯.
건강 빼면 결국 네가 수습하고 있긴 하니까. (위안이 안 된다.)
黒粋奴藻
위안이 안 되잖냐⋯.
大海原九
그걸 아쉬워한 거 아니었어?
main
黒粋奴藻
아쉬웠던 걸로 하자. 새삼 웃기잖아, 이런 걸로 걱정⋯ 아니, 돌봄⋯? ⋯⋯을 받는다니까.
▸
일상의 한 장면.
오가는 대화, 시시껄렁한 농담, 품 안의 반려동물. 그리고 드라이브까지.
시내에 가까워질 수록 들리는 누군가의 비명 소리나, 간간이 도로 옆에 널려있는 거대한 벌레의 사체혹은 인간의 일부.
그들을 전부 뒤로 하고 달립니다.
남의 사정 같은 건 이제 중요하지 않습니다.
大海原九
전이나 지금이나, 딱히 절대 안 죽는 것도 아니면서 새삼스러워하긴.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가⋯.)
(다시 야츠모를 본다.) 오늘 몇월이더라?
main
黒粋奴藻
3월.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린다. 기분 좋은 추위.)
중요한 날이라도 끼어있어?
main
大海原九
아니⋯.
main
大海原九
꽃이 피면 옮겨 심고 싶어서.
main
黒粋奴藻
⋯⋯정원으로?
main
大海原九
그래, 정원으로⋯.
소풍도 좋고.
黒粋奴藻
둘 다 하지 뭐.
원하는 꽃 있으면 찾아보자. ⋯⋯집 근처면 파는 곳도 있을 것 같고.
main
大海原九
토끼풀이 좋아, 일단은.
main
黒粋奴藻
뭐지, 그 귀여운 선택은.
大海原九
토끼풀이 오래 잘 살잖아?
네가 물 하루이틀 까먹어도 잘 살아있을 거 같고 질기고 잡초고⋯.
민들레도 가져와야지.
튤립?
main
黒粋奴藻
생명력 끈질긴 풀이 낫기는 하다만⋯ 튤립?
아예 연구소 벽도 페인트칠 새로 하지?
大海原九
그거 좋은 거 같은데.
무슨 색으로 하지? 난 베이지가 좋아.
main
黒粋奴藻
(진심인가?)
그럼 그걸로. (핸들 꺾는다.)
大海原九
(진심이다.) 부드러운 색이 좋잖아?
main
大海原九
이불도 더 가져올래. 거긴 너무 적어.
黒粋奴藻
⋯맞다. (왼손으로 주머니에서 사진 한 장 꺼내 옆으로 넘긴다.)
main
黒粋奴藻
분위기 바꿀 거면 사진도 붙이자고⋯ 하려다가 생각났네. 그거, 아까 뽑아뒀어. 인화.
大海原九
⋯⋯. (조심히 잡고 바라본다. 선글라스도 살짝 내렸다.)
타이밍 참. ⋯고마워.
▸
무너지는 도쿄 타워, 그리고 불꽃놀이가 함께하는 문제의 연초를 보내고 떠났던 여행. 그때의 사진이 찍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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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밤이 배경인 애들은 얼굴이 잘 안 보이더라고.
main
大海原九
(사진을 한참 바라보다가, 새삼스러운 기분이 된다. 나는 이런 얼굴이었고⋯.)
(너랑은 좀 더 가까운 분위기였고. 직접 보니 더 잘 보인다. ⋯하지만 이제 이걸 굳이 따로 보지는 않게 되겠지.)
⋯기왕 인화한 거 다른 것도 뽑아 줘.
같이 붙여 두는게 좋겠네.
黒粋奴藻
괜찮겠어? 정말 보이는 데에 붙여둬도.
大海原九
아닌 거 같으면 떼었다가 다시 붙이면 되니까.
네가 그걸 너무 그리워하면 좀 짜증낼 수는 있겠지. (그걸 보통 질투라고 하긴 해.)
main
黒粋奴藻
질투하는 거지?
⋯⋯과거의 자신한테?
大海原九
⋯⋯⋯.
(더듬이가 부산스레 움직이며 짜증을 낸다.) ⋯⋯왜 다시 짚어보는데?
黒粋奴藻
지금은 짜증난다는 얼굴이고. 맞지?
大海原九
(팔을 쿡쿡 찔러댄다.)
黒粋奴藻
아, 아. 나 운전자야. 방해하지 마. (이제 와서.)
⋯어느정도 알 것 같아, 네가 무슨 표정이고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大海原九
⋯⋯이런 얼굴인데도?
黒粋奴藻
응. 그런 얼굴인데도.
귀엽지 않나.
main
大海原九
⋯⋯⋯⋯⋯. (조금 심각해진 표정으로 봤다가도 '좋은 게 좋은 거' 라고 결론내린 듯 시선을 돌린다. 하긴, 어느 쪽을 고치기 전에는 이젠 모든 사람이 곤충일 테다.)
이제 방송 같은 건 안 하려나.
黒粋奴藻
⋯뉴스 같은 건 계속 할 지도 몰라. 따지고 보면 긴급 상황이고.
그런 건 봐봤자 의미 없잖냐. (다시 핸들 꺾는다.)
大海原九
영화는 나오는 게 좋았는데. 할 수 없지.
밥은 뭐 먹을 거야? 이제 메뉴 생각 안 나.
main
黒粋奴藻
비디오 정도는 구할 수 있지 않나? 사람 없는 영화관이나 찾아볼까.
⋯⋯우동.
大海原九
새우튀김 올릴 수 있으려나?
黒粋奴藻
구할 수만 있다면 세 개도 올릴 수 있어.
大海原九
그럼 돌아오는 길에 마트도 들러서, 새우튀김도 가지고 오자.
main
黒粋奴藻
좋네,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거. 가끔 쇼핑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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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문도 열어두면 굳이 위로 올라올 필요도 없고.
⋯참, 사료도 필요하지. 그렇지, 야츠모? (작은 강아지의 앞발을 살살 흔든다.)
▸
강아지가 긍정하듯 혀를 내밀고 헥헥거립니다.
黒粋奴藻
⋯⋯⋯.
야츠모⋯⋯. (중얼.)
大海原九
야츠모. (따라서 다시 부른다.)
黒粋奴藻
(조용히 페달 밟는다.)
大海原九
뭐야,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그냥 해. (일부러 팔 다시 찔러본다.)
黒粋奴藻
⋯둘 중 하나만 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누가 '야츠모'야?
大海原九
그러니까, 너도 이 털뭉치한테 질투한 거지?
黒粋奴藻
왜.
뭐.
大海原九
(히죽히죽 웃는다⋯.)
(그래, 역시 표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더듬이가 가볍게 튀고 있겠지.)
둘 중 하나면⋯. (그러다가 대답할 때엔 좀 얌전해지고.) ⋯그건 너긴 하지.
黒粋奴藻
⋯⋯웃지 마.
(따라오는 답변에는 만족.) 그렇게 나오셔야지.
main
大海原九
하여간. (유치하다는 말은 삼킨다. 아까 같은 대화를 했다는 자각이 있거든.)
main
▸
한 시간, 두 시간⋯. 얼마나 달렸을까요?
하루는 꼬박 걸릴 줄 알았지만, 정처 없이 달리다 보니 의외로 빠르게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 확실히 일본이었네요. 이제야 실감이 듭니다.
거리에는 여전히 사람인지 벌레인지 알 수 없는 사체의 조각들이 널려있습니다. 깔끔하던 도시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
남아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치지쿠를 보자마자 비명을 지르거나 도망칠지도 모릅니다.
main
黒粋奴藻
위치는 대략 확인했고⋯.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케부쿠로.
거처를 옮긴다면 신주쿠 쪽이 될 줄 알았어. 웬 동네도 모르는 연구소 말고.
大海原九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나도 여기까지 예상한 적은 없지만.
별장에서 요양하는 거랑 비슷하지?
黒粋奴藻
아직 요양이 필요할 나이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쪽이 낫다. 으쓱이고, 속력을 조금 낮춘다.)
大海原九
(주변에 인기척이 들리나? 귀를 기울여 본다.)
main
大海原九
⋯뭐, 아무렴 어때. 이미 이런 걸. (바닥을 살짝 내려다 봤다가 시선을 올린다. 멀리 있어 새인지 벌레인지, 헷갈려 보이는 것이 우습다.)
main
大海原九
엘리베이터, 움직이겠지?
▸
어쩌면 세상은, 두 사람을 '사건의 근원'이 잠든 연구소로 몰아낸 뒤 조금 안정을 되찾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도 하루 새에 과거의 이야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남아있는 인간의 기척은 매우 적으며, 그조차도 곧 사라져버립니다.
黒粋奴藻
설마, 얼마나 지났다고 그새 끊겼을까.
그리고⋯⋯. (날개 본다.)
大海原九
이것도 운동이야. 힘들단 말이야. (완전히 엄살이지. 고장나 반쯤 열려있는 문을 지나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다.)
黒粋奴藻
힘들다니, 기운차게 잘도 돌아다니더만. (멀쩡하게 열린 엘리베이터로 들어간다.)
大海原九
팔을 열심히 파닥이는 느낌이라고 하면 알겠어? (집이 있는 층을 누르고, 닫고. 조용히 엘리베이터가 올라간다.)
黒粋奴藻
운동 한다고 생각해. (그걸 끔찍이 싫어한다는 걸 알면서도 이런다.)
▸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작동하고, 익숙한 층에 도착합니다.
문이 열리면, 익히 알고 있는 복도의 모습.
main
黒粋奴藻
(번호 눌러 잠금 푼다.)
▸
그리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main
大海原九
(마지막 상태 그대로 먼지만 조금 쌓인 채 멈춘 집안을 둘러본다. 당연하지만, 똑같다.)
(먼저 집 안에 서서 소파를 한번 쓸어보다가⋯.) 어서 와, 야츠모 군.
몇 년이지?
main
黒粋奴藻
⋯집을 나온 지 5년.
지금은⋯ 2018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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黒粋奴藻
(심호흡 후 거실의 풍경을 눈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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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海原九
그래⋯.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 숫자의 연도다. 널려 있던 담요를 들고 먼지를 가볍게 털어낸다.)
수고했어.
낮잠이라도 자고 돌아갈래?
黒粋奴藻
⋯지금 잠들면 밤은 되어서야 일어날 것 같거든. (이른 시간에 깨어난 뒤, 참 많이도 움직였다. 그만큼 유난히 길면서도 짧은 하루다.)
잘 거면 같이 자.
大海原九
(소파를 잠깐 본다. 이제 여기선 둘이 자기는 어렵겠다.)
침대에서 잘래, 그럼.
main
大海原九
(바닥에 잠시 강아지를 내려놓고, 물을 부어주고⋯소파를 지나쳐 거실의 침대에 털썩 눕는다.)
(먼지에 잠깐 콜록이다 웃더니 야츠모를 빤히.)
main
黒粋奴藻
(잠시 바닥 돌아다니다 소파 위에 자리잡고 앉은 '야츠모' 본다.)
한 번 털고 눕지? (그렇게 말해놓고 정작 본인은 옆에 걸터앉았다.)
大海原九
귀찮고, 졸리고⋯.
아까 반은 털어져 나간 거 같은걸. (옆으로 웅크려 눕는다. 익숙한 침대다.)
main
黒粋奴藻
(가만 보더니 누워서는⋯ 이치지쿠 쪽으로 한 번 구른다.)
大海原九
(구르는 거 보더니 이번엔 자기가 몸 꾸겨서 푹 기댄다.)
main
黒粋奴藻
(양 팔로 고리 만들듯이 감싸 안는다.)
大海原九
(그러면 몸이 조금 늘어진다.) ⋯잘 자, 야츠모 군.
黒粋奴藻
⋯잘 자.
main
▸
End. 정원의 아침이 밝으면
여기서 둘의 이야기는 몇 번째일지 모르는 끝을 맺는다. 이 뒤는 무대의 아래에서 계속.
黒粋奴藻
내일 보자.
main
大海原九
⋯응, 또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