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캉캉

JUNKRUSH

〈강풍과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더욱 심해질 예정입니다. 이에따라 호우경보를 발령하며 시민 여러분들은 외출을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일부 지역은 태풍이 관측됩니다. 해당되는 지역은...〉



예상치 못한 날씨로 인해 한 모텔에서 숙박하게 된 이치지쿠.

그런데 수상한 소리가 벽 너머에서 들려옵니다.

GM
黒粋奴藻
PC
大海原九
202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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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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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운전하면서 가는 길. 어두운 저녁 하늘에 빗방울이 길고 강하게 떨어집니다.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노이즈가 낀 기상 속보가 흘러나옵니다.
 
JUNKRUSH:〈강풍과 벼락을 동반한 폭우가 더욱 심해질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호우 경보를 발령하며 시민 여러분들은 외출을 삼가해주시길 바랍니다. 또한 일부 지역은 태풍이 관측됩니다. 해당되는 지역은...〉
 
이런, 해당되는 지역이라고 방송 되는 곳엔 이치지쿠의 위치도 포함됩니다. 운수 한번 더럽게 좋은 날입니다.
 
동거인이 연락 하나 없이 자취를 감추고 벌써 이틀이 지난 오늘, 슬슬 찾아 나서야 할까 마음을 다잡은지 30분만에 잡히지 않는 택시에 의욕도 죽었고, 장롱 면허 털어다가 직접 차─대충 주인 모를 차를 ‘빌려’왔지만, 멀쩡히 돌려주면 그만이지(笑)─까지 몰아줬더니 이 지경이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좋아, 만나면 인사로 차를 들이받아 주자. 농담이지만.)
 
그래도 살아날 것 같은 놈이긴 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진짜냐)
 
'어쩌면'
 
곧 거리 전체에 플래시를 터트린듯 갑자기 시야가 하얗게 번집니다.
 
이어서 들리는 번개소리. 당신은 빗길에 놓친 핸들을 잡아 돌립니다.
 
비명소리같은 자동차의 브레이크 소리.
 
차는 크게 덜컹거리고 찻길을 벗어난 사이드에 멈춥니다. 다친 곳은 없지만 자동차의 시동은 걸리지 않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야아, 이거야 오늘 완전히 글러먹은 날이네... (슬슬 귀찮아진 얼굴.)
(잠깐...자동차에 우산이 있나?)
 
우산...차 주인은 준비성 좋은 사람이었나 봅니다. 바닥에 우산이 하나 굴러다니네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오호~)
(하지만 무거우니 그냥 나갈 것이다. 차 문 열고 나온다.)
 
왜 찾아본거냐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형식미...그런거있잖아)
(비 오면 우산 찾아줘야한다고)
 
음...인정.
 
아무튼 나와보니 자동차의 모든 타이어가 펑크가 난 상태입니다.
 
이거 꽤 막막한 상황이 되었네요. 날씨는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양손 가볍게 든다.) 아니, 그럼 걸으라고? 콜택시를 부르지, 차라리. (핸드폰을 켜서 연락을 해 본다.)
 
이야... 요즘 시대에 전파가 터지지 않는 곳이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진심인가?
 
이 근처는 심지어 찻길 하나밖에 없는 곳이기에 민가와도 멀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진심인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난 문명없으면죽어)
21세기에 이딴 곳이...
일본이라면 있을법하지. 이 나라는 디지털 물결에도 아날로그 신봉자들 투성이라니까! (주변에 뭐 없으려나?)
 
현실을 부정하고 있다 보면... 다행?인지 녹색 네온사인 불빛이 눈에 들어옵니다.
 
간판인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서브컬쳐 지식인, 지브*를 떠올린다.)
 
아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센과 치히*의 행방불*)
 
아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게글자효과가되네아무튼)
(뭔가 눈 가늘게 뜨고 살펴본다.)
 
네...무려무려
 
LOVE HOTEL이라 쓰여있는 전광판이 빗속에서 흔들립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
아니.......
작명솜씨 이거... (손가락 가볍게 휘젓는다.) 진심인가?
 
아~주변에 조이는 건물은 저거 하나 뿐입니다. 계속 비를 맞을 수도 없고... 고립됐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저게 이름의 다라고?
 
그럼... 가야겠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좀 뭐 없어? 캐슬이니 뭐니 오렌지 호텔이니 하잖아, 저거 상표명 겹친다고 고소가 안 들어온단 말이야? (작명솜씨로 뭐라고 엄청 주절거리며 들어온다.)
 
밖에서 본 모텔은 겨우 두 세 개의 방만 불이 켜있습니다.
 
입구로 들어가서 카운터의 벨을 누릅니다.
 
카운터의 벽면에는 거대한 검은 말의 그림이 걸려있습니다. 이상한 취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두운 로비 내에는 중앙에 「제플린 러브호텔에 어서오세요♥」 라고 적힌 네온사인이 반짝거립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있잖아이름)
(황당하네진짜)
 
(나름 반전요소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뭔소리야)
(검은 말 그림 보다가 네온사인 보고 '사람이란' 한다.)
 
사람이란...
 
시끄러운 TV소리와 함께 모텔 관리인, 요우다 타메모리가 이 카운터 뒷문을 열고 나타납니다.
 
JUNKRUSH:험악한 인상에 금니가 많은 자입니다. 한 손에는 병맥주가 들려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호감)
 
요우다 타메모리:(호?감?) 어엉... 아? 손님인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좀 인생 막사는 냄새가 나는데? 호감인듯) 아아~네에, 저기서 갑자기 사고가 나서 말이지요. 큰일이죠~? 방 비어 있을까요?
 
요우다 타메모리:아아, 투숙입니까? 거... 빈 방이 있기는 한데요, 이런데 예약 없이 찾아오면 원래 잘 안 받아주는 거 알죠? (아무리 봐도 방 많아보이는데)
 
싸지 않은 방값을 말하며 선불이라고 합니다.
 
요우다 타메모리:(손 까딱임... 돈 내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렇게까지 알기쉽게 얄팍할수가 있냐고? 호감된다.) 어라, 그런데 현금만 받으세요? 그러니까...요우다 씨?
 
요우다 타메모리:(호감?) ...뭐, 현금 없어요? 그럼 그거...카드 주시던가, 대신 조금 더 올려받을거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예에에, 뭐어. (선뜻 카드 건네준다.) 그런데 혼자 사세요?
 
요우다 타메모리:(받음. 느릿느릿하게 계산한다.) 네...예? 그건 또 왜요? 이상한 거 캐묻지 마시고. (106호 키를 툭 던져준다.) 젊은 양반이 어쩌다 여기까지 왔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주변에 민가가 없길래. 집으로 돌아가거나 그런 거 번거롭지 않으세요? (손끝으로 카드키 집어든다.) 이상한 사람들도 자주 올 것 같은데.
 
요우다 타메모리:허 뭐, 여기서 먹고 살고 하면 그런 건 다 상관 없다니까? (그제야 계산 마친 카드도 같이 던져준다. 이제 가라는 양 손 휘휘 젓는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헤~, 그럼 휴일에도 이런 데서 보내세요? (적당히 카드도 잡아채고 으쓱인다.) 에이, 인적 드문 데서 사람 보면 반갑지 않으세요?
 
요우다 타메모리:(눈썹 꿈틀... 묘하게 반응이 굼뜨다. 취한 탓일까?) 남이사 내가 어디서 뭘 하건... 아니, 나는 조용한 게 좋거든? 방에 안 들어갑니까? 쫓아낸다? (여기서 일한 이래로 가장 큰 관심을 받고있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취했으려나? 빤~히 보다가 방긋 웃는다.) 네에에. (다음에 또 보자며 손 가볍게 흔들고 106호 찾아간다.)
 
요우다 타메모리:oO(다신말걸지마)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oO(내맘임)
 
말 들을 생각 추호도 없는 이치지쿠는 106호로 갑니다.
 
복도는 어두컴컴하고 바닥과 벽이 전부 붉은색이라 썩 좋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음..이치지쿠..좋다고 할거같은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나도 미감은 평범하거든)
(나 혼자 이런 우중충하고 어둡고 소름돋을거 같은 분위기에 있어도 즐겁지 않아)
(누구 없나?)
 
어째 주변이 온통 고요합니다만,
 
다른 방은 인기척이 없는 반면 문밑에 새어나오는 불빛으로 인해 옆방인 105호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께름칙한 모텔의 옆 방에 사람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일까요 나쁜 일일까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JUNKRUSH:자신의 방인 《106호》의 조사가 가능합니다. 패스도 가능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옆방에서 사건 나면 좋겠네? 같은 생각 하며 방으로 들어선다.)
(106호...에서 일단은 씻어야겠다.)
(푹 젖었으니까...... 샤워실 있겠지?)'
 
방 안은 조촐합니다.
 
고물 에어컨에 낡은 라디에이터가 벽면에,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2인용 침대가 오른쪽 구석, 볼품없는 테이블과 나무 의자가 왼쪽. 귀신의 집에서 싸게 사온 것 같은 옷장과 끝에는 욕실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붉은 조명이며 기분 나쁘게 바닥 패턴은 화려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싸구려 러브호텔이란건 전부 비슷하게 생겼다니까...
(백의 끝을 쭉 짜보고 욕실로 간다. 일단 좀 씻고 보자고...)
 
옷자락에서 물이 주르륵 떨어집니다... 빨래 짜는 기분이네요.
 
전체적으로 싸구려 티가 나는 가운데 욕조만은 쓸모없이 거대합니다. 아로마 향초까지 옆에 놓여있습니다.
 
음... 창문 너머로 방의 풍경이 보이는 꼴이라 마치 누가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왜 인간들은 이렇게까지 관음적 욕망이 있지? (아로마 향초 의미없이 뒤집어놓고 옷 대충 벗어던진다.)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는데 이게 흥을 돋구는 요소라는 건 정말 언제봐도 놀랍고신기하고 주변인한테 물어봐서 놀려야지. 같은 생각하면서 씻고 나온다. 가운도 있겠지?)
 
망할 '이런저런 무드'에는 가운이 필수 아이템이기 때문에... 있습니다.
 
기분은 좀 더러워도 씻으니 한결 나은...나은거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낫긴 해 와인잔 들고 창밖 봐야 할 거 같고)
 
있어보이는 대사도 하나 치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젖은 옷 귀찮게 바라보다가 적당히 널어놓고 나무 의자에 다리 꼬고 앉아서 '그 대사' 함)
내가 가진 거라곤 도쿄 타워 뷰 신축 아파트와 외제차, 억대연봉, 아름다운 외모뿐...
허무하구나. (염명~)
 
"내가 가진 거라곤 도쿄 타워 뷰 신축 아파트와 외제차, 억대연봉, 아름다운 외모뿐..."
 
"허무하구나."
 
와중에 의자는 또 비걱거립니다. 상태 안 좋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걸 진심으로 말하는 인간이 있다면 얼굴 보고 싶네?)
(앉은 김에 테이블이나 살펴본다. 뭐 있나~)
 
마찬가지로 삐그덕거리는 테이블은 별로 쓸만해보이지도 않습니다. 옆에는 미니냉장고가 있습니다만 냉장고 문을 열어봐도 그리 차갑지는 않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냉장고에 뭐가 들어있기는 한가...?)
 
들어있었다면 분명 상하다 못해 썩은 쓰레기가 되어있었겠죠. 천만다행으로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오케이. 없나보군.) 서비스가 꽝인데.
이건 뭐어, 귀신의 집 인테리어 같고... (옷장 뒤적인다.)
 
남은 샤워가운 한 개와 함께 방에서 신을 수 있는 슬리퍼가 놓여있습니다. 오랜 가구와 방향제 향이 섞여 이 안에 옷을 두기엔 조금 망설여집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사일은 잘모른다만) 벌레 나올 거 같군. 됐어. (닫는다.)
(2인용 침대에 적당히 눕는다.) 넓은 건 맘에 드네.
 
침대는 콘솔 테이블과 테이블 조명을 두고 있습니다. 하얀색 침구류와 함께 생각보다 정돈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침대 바로 앞으로 유리 창문이 보입니다. 누운 자리에서 욕실 안이 보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엄청나게 러브호텔)
 
엄청나게 러브호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팔 베고 적당히 이불 문지르다 으쓱한다. 이야~, 여긴 그래도 이건 깨끗하네~. 콘솔 테이블 꾹 눌러본다.)
 
이거... 밑으로 서랍이 달린 테이블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희한~하네. 서랍 열어본다.)
 
...
 
서랍 열면 콘돔이나 러브젤 같은 걸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러브호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야 챙겨 ㅋ)
(야츠모 만나면 던져줘야지 ㅋ)
 
아직 얼굴도 못본 야츠모가 이새끼뭐지?하는 표정이 그려집니다...
 
저걸 챙기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어~ 투명욕실 소감도 물어볼 거야~)
 
미치겠다 진짜
 
자...이상한 계략 꾸미지 말고 잠에 드는 건 어떨까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게 왜 이상한 계략이지)
(하지만 일단 할 것도 없고 좀 너무 움직여서 귀찮고 지쳤다...눕자.)
(내일은 뭐 안 일어나려나~전파가 터지거나.)
 
운전도 하고 비도 맞고 카운터에서 인터뷰도 하고 씻고 바빴다고~
 
이치지쿠는 낯선 곳에서 잠을 청합니다.
 
빗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그 소리는 마치 노크하는 것처럼 침대 근처의 창문을 때립니다.
 
잠이 들까말까 가물가물한 가운데 벽에서 진동이 느껴집니다.
 
옆 방에서 들리는 소리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야? (팔 벤 채로 귀찮게 바라본다.)
 
누군가의 숨소리이자 새된 비명소리, 끈적이는 소음이 교차되어 들립니다.
 
이건...그거네요...
 
하긴 여긴 그런 곳이니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내가 여기서 녹음기를 켜본다고 해.)
 
진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진짜)
 
띠링...(녹음 시작 소리)
 
켜두고 잠을 잘 건가요...아님 설마 저거 녹음한다고 밤을 새는 건 아니겠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고민되네)
(5분 정도 녹음 저장해놓고 다시 또 켜서 녹음켜고 자야겠다.)
옆방 사람이 좀 재밌으면 좋겠군. (아니면 이거 그냥 버려야 하니까.)
 
네... 5분이 지나 한 차례 녹음이 끝나고, 다시 켜둔 뒤에서야 눈을 감습니다.
 
이번엔 집중하지 않더라도 옆 방의 소리가 더 노골적으로 들려옵니다.
 
쾌락에 젖어 물기 어린 누군가의 음성은 비와 함께 흘러내립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정신
기준치: 80/40/16
굴림: 62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상한 소음 가운데에도 어떻게든 잠듭니다.
 
.
 
.
 
.
 
잠에 빠진 이치지쿠는 꿈을 꿉니다.
 
한 사람의 사무실 같은 공간에서 테이블 하나를 두고 누군가와 마주 앉아있습니다.
 
반대편에 앉아있는 자는 이질적인 웃음과 높낮이 없는 어조로 질문합니다.
 
왠지 그의 질문에는 전부 대답해야할 거 같은 기분이 듭니다. 상대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정장을 입은 인물은 두 가지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 가장 원하는 꿈은 무엇인가."
 
"당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은 무엇인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하, 이거 참 질 나쁜 꿈이군. (뒤로 기대 앉는다.)
하필 이 타이밍에 이런 꿈을 꾼다는 말이지.
(테이블을 손끝으로 두드려보다가 입꼬리를 비튼다.) 꿈은 무의식의 산물이라는데, 알아? 그럼 얼굴이 어떠느니 사람의 이해가 어떠느니 입아프게 말할 필요는 없겠네.
그러니까 난 평범하게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랑하고 아끼는' 인간으로 살고 싶었다고 할까, (여기서 박수 한 번 치고 빈 손 내밀어 보여준다.) -하지만 내 패널티가 해결되어도 딱히 그렇게 되진 않았거든!
그러니까 이제와서 그런 꿈을 꿔도 기분만 나쁜 셈이지, 알겠어?
그럼 역시 세상이 망하는 게 좋겠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다기엔 나는 아직 너흴 꽤 좋아하기도 하니까 곤란한 일이지. 아니, 다르게 말해서 이건 바람이라고 해 보자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결론은 뭐 그거야. 없다. 알겠나, 소년?
그리고 난 기분 나쁜 건 없애야 직성이 풀리는데, 꿈이라 참 다행이야.
현실에서 난 힘이 별로 없거든. (으쓱이고 의자를 들어 내리친다.) 너무 그러지 말자고, 내가 얼마나 이 세상에 이로워지고 싶은지 말하자면 입이 아파!
 
대답을 마치고 의자를 들어올리는 그 순간까지, 눈 앞의 사람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의자가 내려쳐지는 동시에 이치지쿠의 눈이 감겨옵니다.
 
...
 
...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한낮입니다.
 
오후 1시까지 잤다니! 믿겨지지 않지만 창문 밖을 확인하면 어느정도 이해가 될 겁니다.
 
온통 어두운 하늘에서는 어제보다 더한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전화가 먹통인 것도 상황이 비슷하네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비는 전파를 방해한다고 하지만 21세기에 이딴 일이.
 
신세를 한탄하며 모텔의 문을 열고 나옵니다.
 
그러자 동시에 105호의 문이 열립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나 지금 가운만 입었다만)
 
여기서 어젯밤의 기억이 떠오를 지도 모릅니다...
 
어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래 얼굴이나 보자고)
 
들어가서 옷 입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여기 손님들도 편집자 신참들처럼 불의의 사태에 강해질 필요가 있어.)
 
그래...그냥 가운으로 다니자 뭐 어떡할수있는데 내가가운만입겠다는데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건 다름이 아니라.
 
...쿠로이키 야츠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오...하고 입 조금 벌렸다가) 좋았나 봐?
 
쿠로이키 야츠모:...? (멍~하니 열고 나온 문 닫다가... 목소리 듣고서야 눈치챈다.) 아, 뭐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필터링.) 내가 친절하게 유기견 찾으러 나와 본 거지. 피곤해하는 걸 보니 보통 좋은 게 아니었나 봐?
 
쿠로이키 야츠모:좋다고? 무슨 소린지 전혀... 모르겠는데. (답변 사이에 잠시 뜸을 들인다. 보란듯이 하품.) 놀랐잖냐, 이런 곳에서 다 마주치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하하하. 이치지쿠는 잠깐 웃다가 핸드폰을 켜 녹음 파일을 틀어본다. 뭐가 들릴까는 모르겠다만.)
 
녹음본은 멀쩡하게 재생됩니다. 다만 음질이 심히 좋지 않네요. 유심히 들어보면 '그 소리'가 들리기는 합니다.
 
쿠로이키 야츠모:..................??
(할말 개 많다는 표정인데 입 열고 1분정도 말 고른다.) 자...
...그런 식으로도 남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취미가 있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미안하지만 이거 네 방에서 들려온 소리거든.
 
쿠로이키 야츠모:야, 됐고 그거 당장 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왜? 야츠모 군, 혹시 그거야? 어제 한 게 아니라 본 쪽이야?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핸드폰 닫는다.)
 
쿠로이키 야츠모:... 그런 거 아니거든? (휴대폰 뺏을 작정으로 손 뻗는다.)
아니, 언제부터 제 일에 그리 관심이 많으셨죠, 오오우나바라 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휴대폰 쥔 손 뒤로 쭉 빼며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헤에, 그래~? 아니 그런 거 같은데? 게다가 매정하게 무슨 소리야, 야츠모 군. 내가 얼마나 관심이 많은데. 아니면 여기까지- (잠깐 표정에 짜증 지나간다.) -오겠니? (꿈이라도 떠올린 듯,) 아니, 생각해보니까 조금 그렇군.
뭐야? 너도 투명한 욕실 같은 거 보면서 망상했어?
 
쿠로이키 야츠모:(그대로 손이 허공을 가르고 돌아온다.) 지워라? 너... (무언가 말하려는 양 서두를 뗐으나 스쳐지나가는 상대의 표정에 그저 한숨만 쉰다.) 찾으러 와준 건 고마운데 말이야, 여기 머물고 고작 이틀 좀 됐나. 어쩐일로 고마운 일 해줬나 싶더니 감사할 틈도 없게 만드네. 그런 관심은 필요 없다?
그리고 뭐, '너도'? 너는 했나 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내가? (짧은 코웃음이다.) 설마. 본의는 아니지만 내 상황은 알고 있을 거 아냐? (지루하게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꼬다가 흘끔 본다.) 뭐 세상에 곤죽에 욕정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내 미의식은 평범해. 즉 보편적으로 말하는 거라고, 알겠어?
그래서 뭐야? 했어 안 했어?
 
쿠로이키 야츠모:..그건, 그랬지만. 망상 정도야... ...아니, 그만두자. (제 미간 꾹 누른 뒤 선글라스 고쳐 쓴다.) 그걸 꼭 입으로 말해줘야 해? 알아서 상상하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했네? (눈 가늘게 뜨고 바라본다.) 더 줘? (뭘.)
 
쿠로이키 야츠모:허... 뭘? (어디까지하나보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조금 뒤에 서랍에서 꺼내온 콘돔이랑 러브젤 손에 꼬옥 쥐여줌.)
 
쿠로이키 야츠모:아 진짜... (바닥에 내던지...려다 쓰레기 무단투기하는 기분이라 그냥 주머니에 쑤셔넣음...;)
너는 두고보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두고 봐서 어쩔 건데. (음, 좀 개운해진 거 같기도. 적당히 야츠모 어깨 톡톡 건드린다...) 이봐, 나 지금 좋은 일 한 거잖아, 소년. 그렇지? 아무튼 좋아. 넌 어쩌다 왔는데? 차 없어? 연락 되는 기계 있어?
 
쿠로이키 야츠모:(......) 아니, 없어. 어째 전화도 통 안 터지고, 비는 미친듯이 내리고. 나라고 연락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라고...
 
대화?...를 한창 이어가던 무렵 천장에서 탕탕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 모텔은 아무래도 방음 설계가 전혀 안되어있나봐요.
 
소리는 계속 요란하게 들리다 못해…
 
"... 현장. 지원 부탁한다."
 
"M구 살인사건 현장. 지원 부탁한다."
 
...라는 통화소리가 들립니다. 말투를 보아하니 심상치 않은 일인건 확실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천장을 보다가 적당히 젖은 옷에서 접은 칼 가운 주머니에 넣어놓고 다시 나온다.)
그럼 제군, 사건이다.
아니, 그런데 무전기는 이어지나? 이거 재미있고 큰일 났네~.
이틀째라며? 전에도 저런 거 들렸어? (천장 가리킨다.)
 
쿠로이키 야츠모:...들렸던가? (어째 영 시원찮은 답변이)
글쎄, 기억이 잘. 올라갈거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귀 주~욱 잡아당겨본다.)
 
쿠로이키 야츠모:아!
뭐하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저~기요, 여보세요~?
 
쿠로이키 야츠모:잘 들려 임마, 떨어져.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건 잘 들리는데 이상하다? (으쓱이며 놔준다.) 뭐야, 야츠모 군. 우울증 피버라도 왔니?
 
쿠로이키 야츠모:그럴지도 모르지. (건성으로 답하고 엄지로 뒤편의 엘리베이터 가리킨다.) 갈거잖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런데. (팔짱 끼고 있다가...)
(빤히 본다.)
 
쿠로이키 야츠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앞장 서...
 
쿠로이키 야츠모:아니... 알았어. (뭔가 뻘쭘해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층을 하나 올라가 206호 앞에 도착하면 폴리스 라인이 쳐진 문 앞으로 경찰 복장을 한 인물이 삐딱하게 서있습니다.
 
JUNKRUSH:경찰, 하지메 미나와 대화가 가능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주변을 둘러본다. 총 비슷한 소리가 나더니 흔적은 안 보이는군.)
여기 무슨 일 있나요?
아래층에 머무르고 있는데... (웃으며 가리킨다.) 소란스럽길래.
 
하지메 미나:... (투숙객인가? 가운만 입은 차림 희한하다는 듯 눈으로 훑는다. 옆에 당당하게 서있는 대놓고 수상한 선글라스도 같이...) 일주일 전 쯤에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범인들이 이곳에 묵었던 흔적이 발견되어 조사중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헤에, 일주일 전...
어라? 그럼 방금 오신 거에요?
다행이다~. 아니, 여기 전파 안 터지는 거 아세요? 그런데 지나가는 택시도 없고 돌아가는 게 막막했다니까요, 아하하.
무전 되나요? 그러니까...경찰 분 성함이?
 
하지메 미나:This message has been hidden.
무전은 멀쩡하게 됩니다만, (역시 수상하군...) 중요합니까? 하지메 미나, 이 마을 경찰입니다.
하루 됐습니다. 어제부터 비도 심하게 내리고 어째 지원도 오지 않아서...(잠시 투덜거리나) 하루 묵었습니다.
참고로 강도 사건의 범인들이니 되도록 주의하고 다녀주십시오. 거대한 핏자국을 남기고 사라졌다는 말이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도주 중이라고요?
 
쿠로이키 야츠모:(휘파람 불면서 딴청 피움)
 
하지메 미나:잡히지 않았으니 그렇지 않을까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으쓱인다.) 아니, 그게 이쪽 전화는 전혀 전파가 안 터져서.
혹시 괜찮다면 나중에 돌아갈 때 차에 좀 얻어 타도 될까요? (사람좋게 웃어본다...)
 
하지메 미나:아, 뭐... 고려해보겠습니다. (너무너무 수상한 야츠모 힐끔 봄) ...긍정적으로요. 그래도 곧 날이 개지 않을까 싶은데... 아무튼 저는 이제 쉬러 로비층으로 이동할 생각이니 너무 돌아다니지는 마세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네~에. 수고가 많네요, 미나 씨. (방긋 웃으면서 손 바이바이...흔들어 준다.)
참, 무슨 사건이었나요?
 
하지메 미나:근처 은행에 2인조 강도가 든 사건입니다. (꾸벅, 목례하고 먼저 자리 뜬다.)
 
JUNKRUSH:《206호》의 조사가 가능합니다.
이제부터 낮 시간 동안 기본 조사 또는 NPC와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총 3군데의 조사 포인트를 조사하면 밤이 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폴리스 라인 너머 206호를 빤~히 보다가 야츠모에게 묻는다.) 뭐야?
아까 그 대놓고 '저 수상합니다' 하던 그거?
 
쿠로이키 야츠모:뭐? (어쩔거냐는 눈)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갑자기 차가운 철창 안이 그립게 느껴졌어? (뭐.)
 
쿠로이키 야츠모:그립기는 무슨, 들어간 적도 없는데? (태연하게 대꾸하더니 먼저 206호로 들어간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하, 그래애? 너무 대놓고 수상하게 그 타이밍에 어색하게 굴길래 그리운가 했지...
(206호로 들어선다.) 아니면 정신이 별로 좋지 않니?
 
쿠로이키 야츠모:당사자한테 대체 뭘 묻는거냐? (정수리 꽁 찍어줌)
 
살인사건이 일어난 방입니다.
 
106호와 같은 디자인의 방 입니다. 폴리스라인을 넘어서 방으로 들어오면 바닥에 핏자국이 먼저 보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한 차례 수사가 진행 된건지 넘버링이 되어있는 노란색 마커가 놓여있으며 쓰러진 테이블과 내부 집기가 난장판이었던 과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옷장과 천장을 조사 할 수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악) 네가 먼저 이상했잖아?
 
쿠로이키 야츠모:내가 뭘? 완전 멀쩡한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싶어 하지.
(핏자국 들여다본다.) 대개 아니지만 말이야.
 
말라붙은지 오래 된 핏자국입니다. 질질 끌린 흔적은 입구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수상한 점을 느낍니다. 질질 끌리는 동안 저항의 흔적이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쓰러진 테이블과 집기들은 마치 몸싸움이 있었다는 듯 연출해놓은 걸까? 뭐 그런 생각까지 듭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죽인 다음 끌고 간 걸까나~)
 
쿠로이키 야츠모: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네가 안 믿으면 소용이 없다고. (으쓱)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자국을 들여보다가 잠깐 멈칫한다.)
그건...
내가 한 말을 듣는 것 같아서 기분이 아주 별로군. (허리를 펴고 빙긋 웃으며 돌아본다.) 자, 前 살인의 스페셜리스트 군. 이 흔적에 대해서 뭔가 의견은?
 
쿠로이키 야츠모:...(내키지 않아하는 것 치고 나름 제대로 관찰한다.) 뭐, 정말 싸워서 죽였다면 이런식으로는 현장이 만들어지지 않지. 적당히 수면제라도 써서 편하게 처리한 거 아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새삼 이런 게 별로야? 이상하네에, 기본은 지키려고 해도 이런 역치는 꽤 높지 않았던가? (발로 핏자국 한번 짚으려다가 폴리스 라인 떠올리고 '아, 그렇지' 하며 제자리로 돌아온다.) 여긴 뭐가 있으려나아. (옷장을 벌컥~)
 
쿠로이키 야츠모:굳이 말하자면 '지금 기분이 썩 좋지 않아서'야, 네 말대로 평소에는 이런 거에 눈 하나 깜빡 않지. (팔짱 끼고 벽에 기대서 지켜본다.)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두벌이 걸려있고 이 외에는 별 거 없이 텅 비어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53
판정결과: 보통 성공
 
구석구석 살펴보니 그 안에 1달러 지폐가 하나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강도들이라고 하더니 강도를 죽인 자가 이 안에 있던 돈을 훔쳐간걸까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1달러 꺼내서 집어본다.) 돈 때문에 서로 싸우면서 죽였다...는 아니면 좋겠는데? 너무하잖아, 그건. (진부함의 의미로.)
뭐 옷 걸려 있는 것도 이상하지만. (딱히 저걸로 갈아입을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 (천장을 올려다본다.) 날씨라도 타니? (작은 웃음소리.)
 
쿠로이키 야츠모:그런 걸로 할까~ (누구의 말버릇 따라해본다.) 특별히 컨디션이 막 나쁜 것도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좀? 그러네?
 
천장의 라디에이터 위에는 환풍구가 달려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기준치: 45/22/9
굴림: 80
판정결과: 실패
(혀 차고 야츠모 끌어옴)
 
쿠로이키 야츠모:뭐, 왜?
...
기준치: 50/25/10
굴림: 27
판정결과: 보통 성공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왜 첫사랑이 그렇게 끝난 남자보다 내 운이 나쁘지?
 
환풍구 몇번 흔들었더니 머리 위로 나사 하나가 떨어집니다.
 
쿠로이키 야츠모:뭐라고 했냐?
 
확인해보니 환풍구를 막고있던 나사가 엉성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환풍구에 남은 나사를 풀어본다.) 별로~? 아무것도~?
 
마저 풀어 뜯어보면 그 안에 뚱뚱한 더플백이 들어있습니다.
 
쿠로이키 야츠모:(가방 들어서 내려봄) 안 도와준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난데사.
 
쿠로이키 야츠모:하. (가방 연다...)
 
안에는 지폐로 가득합니다.
 
쿠로이키 야츠모:돈은 멀쩡한데? 왜 돈만 멀쩡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하나, 도망가는 김에 무거운 게 방해되어서 일단 자기만 아는 곳에 놓고 갔다.
둘, 그렇게 보였으면 해서 돈을 숨긴 제 3자가 있다.
셋, 난 두번째가 마음에 들어.
 
쿠로이키 야츠모:마지막은 필요 없는 견해잖아, 그거. (가방에서 멀어진 뒤 손 턴다.) 설마 저걸 챙길 건 아니지? (말리지는 않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하지만 그럼 네가 들 걸. (이 새끼 진짜 맡겨놨나?)
 
쿠로이키 야츠모:그래, 버리자! (양 손 펼쳐 보인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어 너무 그렇게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기왕 버릴 거면 로비에 던지는 거 어때?
 
쿠로이키 야츠모:그 러 니 까, 그런 식으로 괜히 눈에 띌 짓은 하지 말라고. 이건 어째 한 번도 지켜지지가 않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NANDESA.
이게 눈에 뜨이는 일이라고?
 
쿠로이키 야츠모:오케이, 이제 토 달지 마라. (결국 가방 다시 든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게 진짜 넘어가지네. 잠시 희한하다는 듯이 보다가 문을 열고 앞장선다. 101호로 향하고 있다.) 체력은 정상이 아닌 모양이네.
 
쿠로이키 야츠모:(눈 깜빡이더니 괜히 고개 돌린다.) 하루이틀이야? (조금 뒤에서 따라 걷는다.
 
101호의 문은 굳게 잠겨 있습니다. 열기 위해서는 방 주인을 만나봐야 알 것 같네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으쓱인다.) 왜, 나가면 자라 탕 사줘?
 
쿠로이키 야츠모:.......................... (비는 한 손으로 다시 정수리 누른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쯤 '찔린다고 손이 먼저 나가는 건 좋지 않거든' 식의 말의 쟁알쟁알 흘러나온다. 엘리베이터에 먼저 탄다.)
 
쿠로이키 야츠모:(조잘거리는 말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엘리베이터 따라 탄다...)
 
이 모텔의 엘리베이터는 최대 4인승입니다. 덕분에 생각보다 좁고 답답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미나가 말한대로 발자국에 섞인 핏자국이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런 좁은 엘리베이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고? (발자국을 한번 보다가 적당히 발을 대본다.)
(크기 비교 되려나~)
 
이치지쿠의 발보다 커다란 크기의 발자국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야츠모 발이랑은?)
 
쿠로이키 야츠모:여긴...대부분 시설이 구리니까. 이렇게 좁아도 이상할 건 없지?
 
비슷한 것 같기도...아닌 것 같기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하, 글쎄......이 정도로 좁은 건 말 그대로 1970년대에나 있던 거라고.
(흐~음. 야츠모 빤히 봤다가 내린다.) 너, 코인 세탁실 써 봤어?
 
쿠로이키 야츠모:...여기저기 돌아다닐 때 몇번?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맡길란다.)
 
쿠로이키 야츠모:(어이)
 
찝찝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잠시 멍을 때리면 엘리베이터가 크게 덜컹거립니다.
 
혹시나? 설마? 했지만 설마는 역시나입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는데다가 불까지 꺼집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황당)
(손 옆으로 뻗어서 야츠모 셔츠 죽 잡아당긴다.) 저기, 위 뜯을 수 있니?
 
쿠로이키 야츠모:(컴컴...) ... ... ...위에? 천장으로 나가려고? ...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 문을 뜯을 수 있을 거 같진 않고.
게다가 이런 데에서 구조 요청도 안 되고?
누가 올 거 같지도 않지?
 
쿠로이키 야츠모:그건...확실히.
 
이치지쿠는 무언가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걸 느낍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민첩
기준치: 80/40/16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쨍그랑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엘리베이터의 거울이 깨지는 소리입니다.
 
다행이게도 불은 금새 들어오고 엘리베이터도 운행됩니다.
 
야츠모 손에 들린건 식칼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하, 신기하네... (문가와 야츠모의 손을 흘끔 바라본다.) 갑자기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드셨을까나?
 
쿠로이키 야츠모:아니, 뭐... 그냥 호신용... 첫날 주방에서 챙겼던 건데. 뭔가 있길래. (말이 이상하게 꼬인다.) 마음에 안 들어? 내가, 너를? 찌른다고?
 
누가 이상한건지 슬슬 모르겠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까부터 기억도 이상하게 보이고. (당연히 야츠모가 이상하지. 이치지쿠는 본인의 이상성과 이성, 동시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다. 뭔가 혼란스러우면...)
(그건 남이 이상한 일이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거든.)
그래, 그래...뭘까? 결국 그 자비라던가 동정심을 좀 더 마땅한 장소에 발휘하기로 마음을 먹었어, 아니면 첫사랑 그녀 언급들이 새삼 불편해졌나? 어느 쪽? (양팔을 벌린다.)
뭐 찌르고 싶다면야 찔러 봐도 괜찮은데, 어쩔래? (그대로 빙긋 웃는다.)
 
쿠로이키 야츠모:아니, 아니... 그거 오해라니까. 내가? 내가, 칼로? 널? (오히려 혼란스러운 건 이쪽인 모양. 인간인 이상 눈을 가려도 어쩔 수 없이 드러내는 '반응'이라는 게 있다. 맞은편의 깨진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마침 1층에 도착했다는 음성에 안도의 한숨...) 찬찬히 생각해 보자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안도의 한숨에 한쪽 눈썹을 들고 바라보다가 칼을 쥔 손을 굳이 양손으로 감싸쥐듯 잡는다.) 그럼 이건 왜 꺼냈나, 쿠로이키 야츠모 군?
 
쿠로이키 야츠모:혹시 몰라서 챙겼었고, 혹시 몰라서 꺼냈다고. 그것 뿐이야. 너...괜히 이리저리 찔러보지 마. (뺨을 타고 식은땀이 흐른다.) 그만 내리지? ...이거 놓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손을 잡은 채로 빤히 보다가 미소지은채 천천히 손을 떼어낸다. 그리고 양손을 가볍게 들고,) 아니, 왜 그런 반응이지? 무서워해야 하는 건 나 아닌가? (그리고 선뜻 지나쳐 내린다.)
여기 뭐가 있는데?
 
쿠로이키 야츠모:뭐가 있기는, 네가 가고 싶은 데 가는 거지... (바닥에 팽개쳐둔 가방 챙기면서 식칼을 대신 버려둔다.) 세탁소 가려던 거 아닌가? 아님 밥이라도 먹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네가 그랬잖아? 첫날에, 여기에 뭔가 있기에, 호신용으로... (바닥에 떨어진 칼을 가볍게 가리킨다.) 세탁소로 갈 거야.
 
쿠로이키 야츠모:...아. (내가 방금 그런 말도 했었군...) 분위기가... 흉흉하니까, 이 모텔. (얼버무린 감이 있다만.)
 
JUNKRUSH:This message has been hidden.
 
(From JUNKRUSH): 불신, 야츠모를 믿지 못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처한 것도 전부 그의 탓 같으며 자신에게 말하는 말이 다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 이란 터무니 없는 상상까지 하게 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원래 약한 건 그런 법이다. 으쓱인다.) 살인 사건도 벌어지고? 어지간하긴 하지...하하. (문득 짧게 웃는다. 코인 세탁실이다.) 내일도 뭔가가 터질 거야.
 
쿠로이키 야츠모: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정말~... (이마 짚는다.) 그거 저주거든. 조용히 지나간다는 소리 해주면 어디 덧나냐?
 
로비 사이드에는 카운터가 있으며 코인세탁실과 식사를 위해 마련해놓은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식사를 밖에서 해야 한다고?)
 
옆에는 1층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원래 이런 고립 스릴러는 매일 사건이 벌어지는 게 룰이거든?
(카운터부터 본다. 타메모리 씨 여전히 있나?)
 
참고로 세탁소는 동전을 사용하고 10분 정도 기다리면 되는 간단한 방식입니다.
 
쿠로이키 야츠모:평소에 다른 룰은 잘만 깨면서??
 
거대한 검은 말이 그려진 그림 액자가 걸려있는 카운터입니다. 인포데스크가 놓여진 곳 뒤로는 모텔의 관리인의 휴게실이 있습니다.
 
관리인은 휴게실에 있는 모양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환경의 룰은 내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그건 배경조건이라니까? 꼭 깨고 싶다면야 그거야...
(야츠모가 들고 있는 백을 가볍게 가리킨다.) 여길 태워서 나한테 익숙한 곳으로 만들면 되는 거지.
아무튼 사건은 일으킨 쪽 무대라는 거 알지? (인포데스크? 안 봤었네...살펴본다.)
 
쿠로이키 야츠모:...(가방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생각해봤는데 역시 룰이고 뭐고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지, 그렇지...
 
관리인을 부를 수 있는 벨과 유선 전화가 조촐하게 올라가 있습니다. 좀 더 뒤지면 숙박객명단 이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그렇지 역시~ (ㅋㅋ) (숙박객명단펼쳐본다.)
 
301호 이와다키 아키카, 이 자는 도대체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105호 야츠모, 이틀 전 부터 투숙 중입니다.
 
101호 토고 무네오, 이틀 전 부터 투숙 중입니다.
 
201호 하지메 미나, 이치지쿠가 들어오기 직전인 하루 전 부터 투숙 중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흐~음.) 206호 이름은 없군?
 
쿠로이키 야츠모:...그렇네? 사건이 일주일 전이라고 했는데.
일부러 지웠거나? ...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흠...야츠모가 들고 있는 백 유심히 봄)
좋아. (휴게실문을 연다.) 타~메모리 씨~.
 
쿠로이키 야츠모:...? (백 슬쩍 등 뒤로 옮김)
 
요우다 타메모리:..뭐야, 문의사항이라도 있나?
 
아무래도 휴게실의 내부를 자세히 살펴보려면, 관리인이 없는 순간을 노려야 할 것 같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니이, 206호에 사건이 있었다는데 들으셨나 해서요~.
 
요우다 타메모리:그거야 경찰이라는 양반들이 진작 말해줬으니 아는데, 그건 왜... (경계on)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에이, 여기 숙박하고 있는데 그야 좀 불안해서 그렇죠~. 206호 이름이 뭐였나요?
 
요우다 타메모리:그런 정보는 아무에게나 말해도 되는 게 아니거든, 허튼 짓 말고 가보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무한테나라니, 너무하다~. 불안해서 잠 못 자는 손님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이름을 모르면 찾아보고 경계도 못 하고.
 
요우다 타메모리:그 사람들 없어진 게 한참인데 뭘 불안해 해? (다시 꺼지라며 손 휘휘 젓는다. 뭔...까마귀 쫓아내는 것마냥)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에에이~, 하고 웃다가 잠깐 고개 돌려서 야츠모를 본다.)
그 백이 역시 덜 아프고 확실하겠지?
 
요우다 타메모리:?
 
쿠로이키 야츠모:하아...
 
5초 뒤, 관리인은 미동도 없이...(살아있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박수를 치고 있다.)
 
쿠로이키 야츠모:날 뭘로 써먹는 거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니, 너 지금 사람 하나 살린 거니까 좀 더 어깨랑 허리 펴도 좋다구?
 
쿠로이키 야츠모:퍽이나 기분 좋겠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오늘도 사람 하나 살렸어! 인간 합격!
 
다자이 오사무! 힘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힘내~)
(쿠로이키 야츠모도 힘내~!)
 
안으로 들어가면 좁은 공간에 낮은 침대와 CCTV 화면, 그리고 바닥을 굴러다니는 이 보입니다.
 
입구에는 모든 호실의 열쇠를 열 수 있는 마스터키도 있습니다.
 
쿠로이키 야츠모:(어이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사소한 곳에서 자기긍정하는 버릇은 있는 쪽이 좋을걸? (으쓱이며 책을 먼저 들고 펼쳐든다.)
 
책은 열자마자 그 사이에 끼어있는 관리인의 열쇠가 떨어집니다.
 
책이 뭔지 확인해보면 표지에 말의 머리가 그려진 가죽 커버를 지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간에 여러장이 찢겨나가 있습니다.
 
쿠로이키 야츠모:너는 좀 덜 긍정해도 괜찮지 않냐?
(그냥 그러려니...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건 새로운 견해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열쇠를 챙기고 빠르게 읽어본다. 소설인가?)
 
책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도통 읽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보는 언어입니다. 언어보다는 그림인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음, 모르겠군. 적당히 백 안으로 밀어넣고 CCTV 화면을 들여다본다.) 이 화면도 오랜만이군.
 
쿠로이키 야츠모:(어째 가방 점점 무거워지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파밍하는 기분 들어서 뿌듯하지 않아?)
 
입구, 카운터가 보이는 로비층의 복도, 1층 복도, 2층 복도, 3층 복도의 CCTV 화면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이는 화면은 어두운 복도를 비추고 있습니다. 아마 지하의 모습일 것입니다.
 
쿠로이키 야츠모:(이걸 전부 버리면...)
(태초로 돌아가는 건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그러니까 여기서...)
(속옷 한 장 차림이 되시겠다. *게임은 심의 준수로 이것이 기본 형태이다.)
 
쿠로이키 야츠모:너는... (그치만 너는 가운 차림이잖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난 뭐? (많이 봤잖아 익숙해져)
 
쿠로이키 야츠모:적어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옷 좀 입으라고. (먼저 휴게실 밖에서 기다린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입구의 마스터 키 마저 챙기고 나와서 잠깐 팔짱 낀 채 바라본다.) 왜지......?
 
쿠로이키 야츠모:몰라서..물어...?
좋아...가운도 가져가버린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어떠한 고민 중.) 자, 내가 거가서 꺄아악. 이라고 해.
 
쿠로이키 야츠모:응.
(더 말해봐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좀 강해졌는데 내가 뭔가 잘못했나?) 너보고 변태라고 하고 울어.
 
쿠로이키 야츠모:그래.
(가만히 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그래서 네가 알몸인 나랑 나란히 걷고 싶으시다? (방향 회전.)
 
쿠로이키 야츠모:버리고 갈 건데?
... 우는거 달래주면서 공주님 안기라도 해주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첫 문장에서 입 열었다가 두번째 문장에서 입 다물고 손가락 가렵게 들고 멈춘다.)
그만하자?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싸움 같은 거?
아무도 못 이기는 싸움 같은 거 그만하자?
 
쿠로이키 야츠모:정말 못 이긴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콧노래 흥얼거리더니 냅다 앞서 걷는다.) ...아. 그래서 어디 간다고?
배 안 고프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볍게 혀를 찬다.) 식당. (슬슬 걷기 불편한 기색으로 따라간다. )
 
쿠로이키 야츠모:... (잠시 멈춰서서 고민.) ... (그냥 마저 걷는다.)
 
입구와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간단하게 토스트를 구워먹고 커피를 뽑아 먹을 수 있는 서비스가 상시로 제공 되고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임? 야츠모 가늘게 뜬 눈으로 보다가 토스트 보고 다시 팔짱을 낀다.) ......이걸로 끝인가?
 
원래라면 식당의 요리사가 음식을 서빙해주겠지만 날씨가 이래서인지 관련 직원들은 전원 출근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진심인가?)
 
쿠로이키 야츠모:아, 맞아. 그런 얘길 들었지... 내부 주방에서 알아서 해먹으라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알아서...
(허리에 손 얹는다.)
 
쿠로이키 야츠모:...잠깐.
그건 아닌 거 같아. (단언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야? 야츠모 봄)
너 요리 할 줄 알아?
 
쿠로이키 야츠모:아니?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쿠로이키 야츠모:(대신 손가락으로 뭔가 담겨있는 테이블 가리킴)
 
그나마 (쓰러지기 전의...) 타네모리가 식사시간이라고 투숙객 인원수에 맞춰 음식을 준비해둔 모양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토스트 조각에 에그프라이, 구운 버섯, 소시지와 베이컨 몇줄, 샐러드 등. 메뉴는 항상 같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과연. 의외로 기본은 하는군.
 
쿠로이키 야츠모:우리 같은 사람들이 요리를 했다가 불을 내는 것보다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런데 레스토랑에 우리로 끝인가?) '우리'는 뭐야?
'우리 같은 사람들' 이거 뭐지?
 
쿠로이키 야츠모:여기서 선 긋는 거야? 너도 요리 못하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할 수 있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못한다고도 하지 않았는데.
 
테이블에는 두 명의 투숙객이 더 보입니다.
 
쿠로이키 야츠모:그럼 보통 못해. (고개 끄덕인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왜... (잠시 고민.)
상태는 안 좋은데 지능은 높아졌지?
 
쿠로이키 야츠모:하? (잠시 선글라스 너머로 어처구니 없음의 눈빛이 지나갔다...)
그니까 이정도는 직감으로도... 혹시 날 정말 단세포... 그런 걸로 저장해둔 건 아니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 ...
 
쿠로이키 야츠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조금 더 길어.
 
쿠로이키 야츠모: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단세포 바보다.)
 
쿠로이키 야츠모:... (그만 알아보기로 한다. 먼저 저벅저벅 근처 의자에 앉더니 토스트 집어먹는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게 앞으로 또 오래 그 이름일 예정이다. 두 명의 투숙객에게 탐문하러 다가가 본다.)
 
쿠로이키 야츠모:(단세포 바보는 다른 사람들 외면하고 밥 이나 먹는걸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난 가져가서 먹을 거야.)
 
무언가 어두운 분위기의 음침한 여자가 맞은편에 앉아있습니다.
 
이와다키 아키카 :(중얼중얼...중얼중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음침하네 호감 ㅋ) 뭔가 고민 중이신가요?
 
이와다키 아키카 :(호...감?) 아...앗! (이치지쿠 얼굴 보더니 대놓고 경계하기 시작한다.) 아, 아뇨. 그쪽이랑은 상관 없지 않나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응~? 의아하게 보다가 흠 하더니 잠시 가서 야츠모 못깃 잡는다.) 잠깐 와 볼래?
타입 문제 같은데 이 성실한 얼굴이 안 되면 수상한 얼굴로 접근해야 할 것 같네?
 
쿠로이키 야츠모: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음침한 애들은 원래 모범생에 약해.
 
쿠로이키 야츠모:네가 모범생?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반면에 양아치는 꽤 호감이지.
(뭐.)
 
쿠로이키 야츠모:모범생?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래 지금 복장은 좀 아니긴 해) 성적 좋았는데?
 
쿠로이키 야츠모:아니아니, 얼굴의 문제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친절하게 웃어봄...) 뭐가 문제야?
 
쿠로이키 야츠모:분명 성실해 보이는 이목구비 맞지만 성실한 인상은 아니라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바라는 게 너무 많네? 다시 잘 봐봐, 성실하거든? (여전히 친절한 미소...)
 
쿠로이키 야츠모:(...한...5초? 보나 싶더니 외면한다. 맞은편의 사람에게 말 건다.) 이야~ 이 건물 안에서 스쳐지나가면서 한번쯤 마주쳤던 것도 같은데, 여긴 어쩌다 왔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두고보자)
 
이와다키 아키카 :아...? (그제야 겨우 눈 마주친다.)
여, 여기는... 저는... 뿌리를 찾기 위해 이 곳에...후후... 며,칠 됐나...
 
쿠로이키 야츠모:뿌리? 웬 뿌리? 뭐 찾아다니는 직업?
 
이와다키 아키카 :아, 그거예요, 마녀 님은 위대하시고, 분명 흔적, 이랄까 뭔가 남겨두셨을 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니까 이 구닥다리 호텔 어딘가에...뿌리가...
 
쿠로이키 야츠모:마녀? ...마녀...~! 아아...그런 거 믿어주는 사람이...
 
이와다키 아키카 :지금 뭐라고 하셨죠...?
 
쿠로이키 야츠모:-아직까지 계시다니 이거 완전 감동이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개 흥미진진하게 보는 중.)
 
쿠로이키 야츠모:(작은돌도막아달라고요이치지쿠님)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네)
이야~마녀님 얘기 하시는 분이 또 있을 줄은 몰랐네에. 뿌리는 왜 찾으시는데요? 이름만 들어봐서, 섬기려면 필요하려나아...?
(근데경호원은너잖아)
 
쿠로이키 야츠모:(큼. 크흠ㅋ)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웃어?)
 
이와다키 아키카 :그런, 그런게 필요하다고요, 뭘 모르는 사람들이 물어봤자... ... ... 혹시, 관심...있으신가요? (눈 반짝)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야 엄청 있지. 문제는 그런 건 아시다시피... (한숨 쉬는 모양새다.) 아니이, 엄청 숨겨져 있어서 얘기 듣는 것도 쉽지가 않다니까요...아시죠?
 
이와다키 아키카 :...! (고개 끄덕인다.) 그렇죠, 역시... 그럼...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편하실 때 방에 방문해주세요... 기회만 된다면 심도 깊은 대화를...
 
JUNKRUSH:《301호》의 조사가 가능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야, 정말요? 이렇게 마음 열린 분 보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네! 그럼 약속이에요? 찾아갈게요? (웃는 얼굴로 가볍게 손 잡고 흔들다가 놔주고 '그럼!' 하고 다른 투숙객에게 간다.)
(잠깐 속삭임) 네 수상함이 도움이 되는구나...
신기한데? 되네 이게.
 
쿠로이키 야츠모:이거 도움된 거 맞아?
...아니 수상함이라니?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깐 눈을 안 마주쳤다고. (으쓱인다.)
... ... ?
넌 수상해.
 
쿠로이키 야츠모:나라서 봐줬다기 보다... 평범하게 너만 경계당한 건 아니고?
어이. (다시 한 대 치려다 멈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뭐어? 하하...
너랑 내가 같이 서 있으면 당연히 널 경계하지 왜 날 경계해?
(음, 역시 가운이라서려나?)
 
쿠로이키 야츠모:(그건 그래...옷 갈아입으라고)
 
다른 투숙객은 남성, 각 잡힌 양복에 다부진 외형을 가졌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비 왔으니 이해하겠지.)
 
토고 무네오:...저기. (저 멀리에 서서 상황을 지켜보다 이치지쿠에게 다가간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운이나 한 번 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고 바라본다.) 아, 네에. 안녕하세요?
 
토고 무네오:(가운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어째서?!) 단둘이 대화 가능하십니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정말 특이하고 수상한 상황이군...)
(어~합격~) 그럴까요?
 
토고 무네오:그럼... (조금 구석진 곳으로 자리 옮긴다.) 같이 다니던 남자, 아는 사이인가요?
 
쿠로이키 야츠모:(왜 기분이 더럽지? 제자리에서 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다고 할 수 있죠. 같이 온 건 아니지만... (으쓱인다.) 무슨 일이 있나요?
 
토고 무네오:저 사람이 여기 묵을 때부터 저도 함께 있었습니다만, 영 께름칙합니다.
...자세히 말씀은 못 드리지만, 그를 너무 믿지는 마세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아, 뭔가 사정이 있으시군요... (안타깝다는 어조.) 그런데 께름칙하다는 게, 혹시 뭐 때문에...?
여기 와서 봤더니 평소랑 다르기는 한 모양이길래.
 
토고 무네오:이 호텔 자체가 기운이 좋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정체 불명의 살인 사건도 그렇고, 가끔 저 남자 방에서 이상한 소리도 들리는 것 같습니다.
역시...구면이신 분도 이상함을 느끼신 모양이군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상한 소리요...
부서진다거나?
 
토고 무네오:그런 소리도 겸해서... 비명 같은 소리라던가...
...아무튼, 여기서 말씀드리기도 무리가 있으니... 나중에 제 방에 와주셔도 좋습니다. 참고로 101호입니다.
 
JUNKRUSH:《101호》의 조사가 가능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짐짓 진지하게 고개 끄덕인다.) 이 호텔 무섭네요~. 내일은 별 일 없어야 할 텐데, 그렇죠?
괜찮으실 때 들를 테니 그때 뵐게요?
 
토고 무네오:네, 그럼. (먼저 레스토랑 나선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바이바이~하고 손 흔들어주다가) 너 식사 다 했어?
 
쿠로이키 야츠모:(진작 다...아니, 도중부터는 손도 못 댔다.) 난 끝. 무슨 얘기를 그렇게 했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너 수상하다는 얘기?
 
쿠로이키 야츠모:아, 그러셔...
...나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인정해.
넌 수상하고 난 꽤 신뢰를 살 수 있는 인상이야. (글쎄다.)
이딴 옷이어도 말이야... (정말 글쎄다.)
 
쿠로이키 야츠모:'이딴 옷'이라는 사실은 자각하고 있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내가 평소에 무슨 이유로 복장을 고르는지 알고 있던 거 아냐? (어깨 으쓱한다.)
 
쿠로이키 야츠모:하아- 그게 이런 식으로 작용하는 건 열받는다고, 뭐 그래, 사람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거겠지. 누가 더 수상하든지 간에....
슬슬...밤인데. 난 내 방으로 간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니, 잠깐.
(그릇 손에 얹어줌.)
 
쿠로이키 야츠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난 방 돌아가서 먹을 거라 말이지?
 
쿠로이키 야츠모:...
네에, 네에. (얌전히 그릇 운반 시작한다...)
배달 하나는 제대로 시키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음식 올려놓고 생각한다. '내가 시켰지만 문제가 있군.')
 
아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쿠로이키 야츠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방 앞에 도착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래. 이 짧은 거리도 가져갈 자신이 없다. 문이나 열어준다.) 요즘의 나는 과하게 친절한 기분이 들어. (겠냐?)
 
쿠로이키 야츠모:'내가' 친절한게 아니고?
 
야츠모는 들고 있던 음식을 이치지쿠의 방 테이블에 올려둔 뒤,...
 
옆방으로 향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래, 그래. 착하다.
 
쿠로이키 야츠모:설마 새벽에도 심부름 시킬 작정은 아니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건 새벽의 나에게 물어보자고.
 
쿠로이키 야츠모:좋~아, 불러도 대답 안 한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너야말로 오늘도 (벽 바라본다.) 그러는 건 참아주지 않을래?
 
쿠로이키 야츠모:...
(문 닫는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닫힌 문 뒤로 웃음소리 난다.)
 
자기 전에 할 일이라도 있나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역시 식사려나...)
 
그렇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리고 씻고 자야지)
(연락이 되나 한번 더 확인해 보고.)
 
이치지쿠는... 자신이 기절시킨 관리인이 만들어주고 심부름해준 야츠모가 운반한 음식을 먹고, 씻고, 휴대폰을 확인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ㅋㅋ)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연락은 이어지지 않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직도 비가 오나?)
 
비는 정말 그칠 생각이 없는지 죽죽 쏟아집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창밖을 바라본다.) 차가 어디쯤 있더라?
 
대충 주차해둔(아니고 처박아둔) 차는 적어도 시야는 들어오는 곳에 멀쩡히 있습니다.
 
그나마 포근해보이는 침대가 눈에 들어옵니다. 직접 돌아다니느라 피곤해진 걸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솔직히 오늘은 엄청 걸었어. 기지개 한 번 켜고 침대에 눕는다.)
(음...)
(핸드폰 녹음 켜고 ㅋ)
 
 
알뜰하게 녹음도 켰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제 잘까나 ㅋ)
 
피곤한건지 잠에 쉽게 빠집니다만, 창문 밖으로 빛이 번쩍거립니다.
 
새벽 2시 경, 큰 천둥 소리가 들리면서 잠에서 깹니다.
 
한 번 잠에서 깨니 다시 잠에 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복도 끝에 자판기가 있으니 음료수라도 사먹을까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하여간 누워있기만 하기엔 성격이 안 맞으니 일단 일어나 본다. 카드 키도 많고 뭐 어때.)
(일단 복도로 나섰다. 아무도 없나?)
 
복도로 나서는 순간 고요한 가운데 타인의 숨소리가 귀를 훑고 지나갑니다.
 
본능적으로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105호의 문이 살짝 열려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고민도 안 하고 들어가 보는 인간.)
(그래서 누가 있으면 1번 가설인 거고, 없으면 2번 가설인 거고.)
 
현관에서는 마찬가지로 살짝 열린 방문 너머에 바로 105호의 침대가 보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관찰력
기준치: 65/32/13
굴림: 16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그 너머에는 이치지쿠가 한번도 보지 못한 야츠모의 표정이 있습니다.
 
그는 마치 무언가를 도륙하는 듯 찌르고, 긁습니다.
 
손에 들린 칼과 피가 튀긴 팔.
 
그의 시선이 바라보는 곳에는 고통스러운 듯 버둥거리는 사람의 손이 보입니다.
 
여러 개의 손이 허공을 휘적거립니다.
 
… 여러 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SAN Roll
기준치: 70/35/14
굴림: 36
판정결과: 보통 성공
 
JUNKRUSH:이성치 -1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저건 무슨 표정이지? 아주 약간 즐거워진 듯한 이치지쿠가 시선을 따라간다. 그런데, '손만' 보이나?)
 
자세히 보려는 순간 갑자기 105호의 방문이 닫힙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잠시 방문을 돌아본다. 누가 있었나?)
 
더이상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방으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는 모양이네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한 번 노크를 해 보자. 콩콩 하고.)
 
두드리거나해도 반응은 없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어쨌든 이상해진 건 확실하고.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만약 마스터 키를 써...)
 
분명 마스터키인데, 열쇠가 구멍에 맞아 떨어지지 않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키를 손가락에 걸고 빙빙 돌리다가 으쓱한다.) CCTV 객실 안까지 보여주던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32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이치지쿠는 떠올립니다.
 
러브호텔 객실의 내부를... 보면... 좀... 그렇지 않나...설치 안하겠지 역시...
 
라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돌아가서 잘까? 조용해진 것 같고...)
 
이치지쿠는...
 
드디어.
 
다시 잠을 청하러 갑니다.
 
.
 
.
 
.
 
다시 잠에 빠진 이치지쿠는 꿈을 꿉니다.
 
이번에는 전과 달리 특정 장소가 아닌 텅 빈 공간 가운데에 이치지쿠가 서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 ‘꿈 속이기에’ 만들어질 수 있는 空의 장소.
 
분명 소리를 낼 수 있는 무언가라고는 보이지도 않지만, 그런 공간이, 이 외로운 공기가 이치지쿠에게 말이라도 거는 기분입니다.
 
“아무도 없다면 혼자가 될 걱정 따위 필요 없다고”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만히 서서 주변을 둘러보다가...잠깐 웃음소리가 울린다.)
 
여긴 메아리조차 존재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여전히 고요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인간에 대한 이해라고는 하나도 없는 오컬트 현상같으니라고!
(아마 묵음 처리되었겠지만 말이다.)
아니면 이게 내 무의식이라고 하고 싶은 걸까나? 훌륭한 비꼼이야. 하지만 여긴 오류가 많다고...
아무도 없어야 할 텐데 왜 나는 있는 거지?
 
인간의 생존 욕구는 건재하니까?
 
오로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 바란 세계여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생존 욕구가 있는 인간은 외로움도 필수로 채우고 싶어하는... (하다가 그만둔다.)
(딱히 이렇게 꼬여있는 걸 완전히 마주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그래, 내가 원하긴 했지. 이걸...)
(좋아. 점검 하나, 완전히 돌아버렸군.)
(점검 둘, 그래도 나는 일단은 인간이라는 종에 묶인 최소의 의무를 할 생각이 있는가? 예.)
(점검 셋. 일단은 세상을 망하게 하는 노력은 아직 그만두도록 하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어쨌건 나는 아직 너희를 좋아하고 싶으니까. 이치지쿠, 허리에 손을 짚는다. '그래서 내가 나는 친절하다고 했을 텐데'. 물론 그거야 극단적인 이야기고.)
 
속으로 혼자 되뇌이는 말들이 머리를 채워갈 무렵,
 
곧 시야가 까맣게 암전되기 시작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정신
기준치: 70/35/14
굴림: 79
판정결과: 실패
 
이 꿈에서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순간적으로 했을지도 모릅니다.
 
...
 
그리곤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납니다.
 
이치지쿠를 깨운건 빗소리입니다.
 
그칠 줄 모르는 비는 이제 거대한 재난입니다.
 
멍하니 창문을 가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휴대폰이나 라디오 같은 것도 전부 먹통입니다.
 
이제서야 이게 그저 비 때문이 아니라 지금 처한 기묘한 상황으로 인해 생긴 일이라는 걸 저도 모르는 사이 인식합니다.
 
땀은 차갑고 소름끼치는 끈적거림이 전신을 지배했다가 가라앉습니다.
 
문득 여기에서 이틀이나 지났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가운데,
 
하지메 미나가 프론트 방송을 통해 복도에 알림방송을 합니다.
 
호들갑을 떨면서 사람들을 로비층으로 부르는 소리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천장을 보다가 일어나는 사이에 웃음소리가 들린다. 나름 다급한 소리에도 알아서 샤워하고, 다른 가운을 입고.) 뭐...
구석진 호텔 하나는 태워도 괜찬지 않을까?
 
로비층으로 가면 야츠모와 다른 투숙객들이 레스토랑에 다 모여있습니다.
 
여전히 밖은 태풍이 불어오는 터라 창문이 덜컹거리고 음산한 분위기가 지속됩니다.
 
레스토랑 식탁에는 투숙객 인원수에 맞춰 식사가 준비 되어있습니다.
 
토스트 조각에 에그프라이, 구운 버섯, 소시지와 베이컨 몇줄…
 
그리고 길게 늘어진 핏자국이.
 
하지메 미나:...관리인이 실종됐습니다.
206호에서 일어난 사건이랑 패턴이 비슷한 것 같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말없이 앉아서 턱 괴고 바라본다.)
 
어쩌면 어젯밤의 야츠모가 떠오를지도 모릅니다.
 
하지메 미나:핏자국은 엘리베이터까지 이어집니다. 그 이상은 보이지 않고요... 그래서, 하.
-제길! 거지같은 날씨! 지원을 불러도 대답도 없고, 이 모텔 대체 정체가 뭐야?
 
그리고 야츠모에게 총구를 들이댑니다.
 
하지메 미나:어차피 여기에 우리 말고 아무도 없었어! 당신들 중 범인이 있지? 전부 쏴버릴거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러면 옆에서 박수 소리가 들린다.) ...아하, 이거 걸작이군. 미나 씨, 경찰 아니야? 사건을 해결하는 게 역할이죠?
 
하지메 미나:지금 나한테 참견이라도 할 작정이라면...!
 
그러나 야츠모나 다른 누군가 반응하기도 전, 허공에 총을 쏘면서
 
"뭐야 이 말은? 저리 꺼져! 저리 가라고!" 같은 소리를 하며 모텔 밖으로 나가버립니다.
 
(From JUNKRUSH): 분노, 갑자기 열이 오릅니다. 내리는 비에 오락가락하는 기온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곁에 있는 것들이 미워집니다. 누군가가 다정하게 굴어도 그 손길이 가시와도 같아서 바락바락 화를 내게 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마를 괴고 그 뒤를 바라보다가 그냥 낭랑하게 웃음 터트린다.) 하하하, 산장 미스테리 영화 같네!
살인사건에, 발은 묶이고, 관리인은 갑자기 실종되고, 경찰은 이상한 소릴 하며 밖으로 나가고... (한 손을 펼쳐 내민다.) 호러와 스릴러 중에 어느 쪽이 좋겠어, 야츠모 군?
 
쿠로이키 야츠모:(경찰이 빠져나간 문을 가만 보다 이치지쿠 향해서 고개 돌린다.) 귀신이니 악마니 하는 부류는 좀 시시한데, 그렇다면 스릴러? (생각보다 별 감흥 없다는, 이쪽이야말로 시시하기 짝이 없는 낯이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다면 역시 스릴러밖에 없겠지. (손을 내리고 무릎 위에 올려서 가볍게 톡톡.) 안타까움을 느끼지는 않아?
 
쿠로이키 야츠모:저 경찰... 여러모로 성가시다고 생각하기는 했으니까, 그렇게까지는. (가볍게 툭 내뱉더니 잠시 후 한 손으로 제 얼굴 감싼다.) 아니...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야 당연히 신경은 쓰이지. 그건 왜? 가서 막으라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한참을 빤히 보다가 킥킥거리는 소리.) 그거로군, 지킬 앤 하이드 같이 됐어.
총을 가진 데다가 혼란까지 온 사람이랑 동귀어진 하고 싶다면야 말리진 않는데. (돌려 말하는 '아니' 다. 이마를 짚던 손을 내려서 미간 사이를 눌렀다가 뗀다.) 그 핏자국 방향 어디로 나 있어?
 
쿠로이키 야츠모:(지킬 앤 하이드 어쩌구 하는 소리는 그대로 흘려듣는다. 그게 표정에서 드러나는 것 같기도...) ...뭐, 엘리베이터에 닿아있는 저거? (턱짓. 엘리베이터 문 가리킨다.) 뭔가 있다면 저 안이거나... 실제로 자국이 남긴 했는데. (먼저 와서 확인하기라도 했던가) 아니면 다른 층에서 마저 이어지거나.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뒤늦게,) 그러고보니 너 지킬 앤 하이드가 뭔지 알아?
 
쿠로이키 야츠모:(황당)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스스로 답한다.) 모르겠지... (일어나서 자국 확인함.)
 
쿠로이키 야츠모:(황당...)
 
들은 그대로 핏자국이 이어져 남아있습니다. 어째 여긴 갈수록 분위기가 흉흉해집니다.
 
무언가 참상이 일어났다는 건 알겠으나, 그 외로 눈에 띄는 점은 없습니다.
 
쿠로이키 야츠모:날 뭘로 보는 거냐니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연락 안 되는 핸드폰만 들어서 가볍게 흔든다.)
아니, 안다고?
알아?
왜 알지?
 
쿠로이키 야츠모:얌마. (이마에 딱콩)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나생문도 알, (...)
(뚱한 얼굴로 머리만 문지른다.) 너 말야, 찔린다고 손부터 나가는 거 별로 좋지 않다고 봐.
 
쿠로이키 야츠모:...어? 그건 그렇지. 이제 안 하면 되잖아. (헛기침.) 여기 계속 있을 건 아니지? (엘리베이터 가리킨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제부터? 언제까지? 네 기억력을 그리 믿지 않는 게 좋을 텐데 말이야. (느리게 늘어놓듯이 말하곤 '단세포 씨' 하며 엘리베이터로 들어선다.) 여기서는 더욱이고. 너는 도시괴담을 얼마나 믿어?
(엘리베이터에 탄 김에 잠깐 여기 남은 핏자국을 확인한다.
 
쿠로이키 야츠모:그건 동의하는데. 다른 사람 믿는 것보다는 이 편이 낫지? 언제까지~라고 해도 말이다... 보통 '안 한다'고 선언한 것도 기한이 필요하냐고. (미묘한 멸칭은 못 들은 척 같이 탑승한다.)
...이건 또, (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안 한다'는 건 대체로 완전히 그만두게 되기 쉽지 않고, 따라서 기본 조건부야. 금연 같은 건 3개월이라고 말해도 1달을 못 넘고, 약은 더더욱 심하고. (이즈음은 평소의 빈정 섞인 주절거림이 아니라 나오는 대로 내뱉는 쓸데없는 해설에 가깝다. 발끝으로 핏자국을 문지른다.) 질질 끌린 건지 위에서 떨어진 건지에 따라 핏자국이 다르잖아?
 
쿠로이키 야츠모:(그걸 또 전부 듣고 고개 옆으로 까딱인다.) 그거 정말 궁금했던 정보다. (이쪽이 빈정대기 시작한다.) 끊는다고 하면 정말 끊거든, 나는. 그러니까 그쪽으로는 걱정 마셔~ (엘리베이터 문이 덜컹거리며 닫히자 무릎 굽혀 자국 살핀다.) 위에서 떨어진 다음 밟힌 것 같은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네, 너는 몰랐을 정보니까 궁금하면 더 알려줘도 괜찮은데? (빙긋 웃으며 굳~이굳이 자국 살피는 야츠모의 어깨 위로 팔꿈치를 괴고 같이 들여다본다.) 그건 희소식이로군. 아무튼 내가 범인으로 몰릴 일은 없겠어! 비록 경찰도 없어졌지만.
참고로 너 몽유병은?
 
쿠로이키 야츠모:... (그건 또 치우지 않는다. 대신 얼마 지나지 않아 예고 없이 몸 일으키며,) 없어. 있어봤던 경험도 없고.
 
자국을 들여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근처의 다른 부분에도 시선이 갑니다.
 
로비층 포함 4층짜리 건물이죠.
 
이상하게도 로비쪽 엘리베이터의 버튼은 총 5개. 마지막에 B1이라는 버튼은 눌리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지하층 표시지만 옆에 제어장치용 열쇠를 꼽는 곳이 있는 걸 보니 관리실 측에서 누를 수 없게 막아둔 것 같습니다.
 
필요하다면 어제 얻었던 열쇠를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몸이 약간 기울 때에 뒤로 훅 물러나며,) 저기, 방금 기분이 별로라고 해서 물리적으로 고통을 주는 행동은 하지 않기로 한 거 아니었나?
 
쿠로이키 야츠모:고통스러웠어? (위층 버튼 누른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혀 씹을 뻔 했잖아? 그럼 여기 핏자국이 하나 더 추가될 거고, 난 연락도 안 닿는 외진 모텔에서 시름시름죽어가겠지...아, 가엾기도 해라! (일부러 과장된 어투로 말하고 벽에 기댄다. 엘리베이터에 불이 들어온다.) 그럼 어제도 기억하나 봐?
 
쿠로이키 야츠모:하, 인간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거든...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지? 그렇게 만들 생각도 없고? (맞은편 벽에 삐딱하게 기대 선다. 위를 향하는 화살표를 초조하게 바라본다.) 어제? ...어제, 뭐. 어떤 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기댄 채 초조해하는 야츠모와 화살표만 조용히 바라보길 3초, 팔짱을 낀 채 손가락으로 팔을 몇 번 톡톡 두드리다 뒤에서 야츠모의 어깨와 목 사이를 짚는다.) 네가 말해 봐.
 
쿠로이키 야츠모:... (하아, 한숨 내쉬며 그대로 고개 떨군다.) 그러니까 뭘? 아니, 진짜 모르겠어서 묻는 소리거든요~? 어제야 뭐, 종일 돌아다니고 밥 먹고 돌아가서 각자 방에서 잠이나 잤겠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이제부터 이렇게 소개하는 게 좋겠네. 최근 무슨 일인가 몽유병이 생겨서 말이에요, 참 곤란하죠... 그렇지? (가볍게 두드리고 나서야 빙긋 웃기만 한다.) 방에 아무것도 없든?
 
쿠로이키 야츠모:(그동안 이미 도착 후 한 차례 열렸던 문이 닫히는 걸 확인하고, 손만 뻗어 옆에 있던 열림 버튼 누른다.) 그렇게 궁금하면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던가. 난 꿇릴 거 없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의심하는 것처럼 들린다니 서운하네에...몽유병 같은 건 모르고 있으면 큰일나니까 걱정돼서 그러는 거 아냐, 야츠모 군. 정~말 큰일이라니까, 자기가 크게 다치기도 하고 이것저것 있지.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문득 귀찮은 듯한 얼굴로 텅 빈 복도를 가만히 보며 머리카락만 가볍게 꼬다가 걸어간다.) 문 열려 있어?
 
쿠로이키 야츠모:이 상황에 와서 몽유병 얘기를 꺼낸다는 부분이 이미 상당히 의심한다는 소리 아니냐, 틀려? (투덜대더니 105호 문 가리킨다.) 저긴데... 뭐, 바로 옆이었지. (새삼스럽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서 105키 꺼내 던진다.)
아주 제대로 잠궈뒀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의심이 아니라 확인이지, 나는. 어제도 시끄러워서 잠을 못 잤는데 녹음한 거 들려줄까? (가볍게 키를 낚아채고 일부러 고개만 갸우뚱한다.)
 
쿠로이키 야츠모:필요 없어! (열쇠는 넘겨 놓고 이치지쿠 지나쳐 문 앞까지 먼저 걸어간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으쓱인다.) 잠궈놨는데 먼저 가서 뭐하게? (잠금 해제.)
 
쿠로이키 야츠모:.................... (들어감)
 
106호와 같은 디자인의 방입니다.
 
고물 에어컨에 낡은 라디에이터가 벽면에,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자리에 2인용 침대가 오른쪽 구석, 볼품없는 테이블과 나무 의자가 왼쪽에 있습니다.
 
그 외에 특이한 점은 없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바로 보이는 2인용 침대부터 확인한다. 정말 별 이상이 없나?) 다 똑같이 생겼네.
 
쿠로이키 야츠모:그야 그렇지, 이 모텔에 뭘 기대해?
 
일어난 자리 그대로인건지 구겨진 침구류와 떨어진 베개로 정신 사납습니다.
 
물이라도 엎질렀는지 시트가 축축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축축한 시트 한번 손으로 꾹 눌러본다.) 이건 뭐야?
 
쿠로이키 야츠모:왜?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문득 뭔 생각 한 건지 천천히 손 뗀다.) ......아니지?
 
쿠로이키 야츠모:아?
야, 헛소리 할 거면 거기서 떨어져.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33살에 농담 한번도 못 받아들이는 건 곤란하지 않나? (다시 시트나 들춰본다.)
 
쿠로이키 야츠모:33살에 그런 농담으로 재미있어 하는 것도 유치하지 않냐?
 
시트 아래에 특별한 점은 없습니다.
 
음... 수상한 비닐 포장이 굴러다니기는 하는데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오...뭐라고 생각한 거지? (시트를 그대로 걷듯이 끌어 바닥에 떨궈버린다.) 야뇨증 있냐고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비닐 포장 바라봄.)
 
쿠로이키 야츠모:어우... (굴러다니던 비닐쪼가리 집어다 쓰레기통에 넣어버림) 입 좀 가만히 두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내가 무슨 얘길 했다고? 지금 그 비닐 포장 뭐냐던가 어째 뭔가 특정한 데에 쓰는 물건 같네? 같은 말도 안 하고 그냥 뭔가 빤히 보고 있었잖아? (테이블로 시선 돌린다.)
 
쿠로이키 야츠모:너 이미 지금... ... 됐다... (손 휘휘)
 
여러가지로 어질러진 테이블입니다.
 
대부분 야츠모의 짐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딱히 장기투숙을 위해 준비해 온 물건은 아닌거 같습니다.
 
마치 이치지쿠처럼 어쩌다 이 곳에 머물게 된 듯…
 
쿠로이키 야츠모:...아무튼. 봐, 네 방이랑 딱히 다를 것도 없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흐음, 하며 보더니 야츠모의 손을 잡고 장갑 안에 손가락을 넣어서 한쪽만 벗겨낸다. 물기 같은 거 있으려나?)
 
땀이 흥건하긴 합니다...
 
쿠로이키 야츠모:(황당2) 뭐야? 내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어우) 뭐야? 손 좀 씻어.
 
쿠로이키 야츠모:참나? (장갑 낚아챈다.) 따지고 보면 너 때문이거든?
이제 좀 나가, 내 방에 볼일 없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왜 나 때문이지? 이상한 말을 하네, 야츠모 군. 어제 이상한 꿈 꿔서 악몽 때문에 식은땀이 났다는 말이면 몰라도 내가 뭘 했다고. (가볍게 욕실 가리킨다.) 손 씻고.
 
쿠로이키 야츠모:자꾸 남을 들쑤시니까... 아, 그러셔. (저벅...저벅... 욕실로 향하다가 문득 뒤 돌아본다.) 밖에서 기다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한쪽 눈썹만 들고 바라본다.) ... ... ...그 말을 들으니 어쩐지 기다리고 싶지 않아졌는데.
 
쿠로이키 야츠모:기다려! (욕실 문 쾅...닫히는 줄 알았는데 막판에 속도 조절함)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으쓱이더니 시트 걷어낸 침대에 앉아서 얼룩같은 거 없다 찬찬히 천장을 둘러본다.)
 
별다른 얼룩은 보이지 않습니다.
 
새벽의 광경이 꿈이었는지, 착각인지, 아니면 그새 이불을 바꿨는지... 무엇 하나 확실한 건 없지만.
 
3분쯤 지났을까요, 야츠모가 손의 물기를 털어내며 걸어나옵니다.
 
쿠로이키 야츠모:(방 안쪽 힐끔 보더니 밖으로 나간다.)
안 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건강
기준치: 50/25/10
굴림: 6
판정결과: 극단적 성공
(나 완전 건강한데? 그럼 역시 기분 문제인 모양이다. 바닥에 구겨진 시트만 발로 꾹꾹 밟다가 푸 하고 숨 뱉어내며 일어난다.) 야츠모 군, 잘 때 뭔가 이상을 느낀 적은? (문을 건넌다.)
 
쿠로이키 야츠모:... 유독 깊게 잠든다, 대충 그정도?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쭉 걸어 엘리베이터로 되돌아간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천장을 보다가 내뱉는다.) 둔하다는 건 왜 가장 심한 욕이 둔탱이 정도일까? 이해할 수 없네? (엘리베이터에 타서 "관리실" 한다.) 아주 좋은 꿈이라도 꿨나 봐.
 
예상대로 카운터 뒤 휴게실에서 빼온 관리인의 열쇠를 쓰면 엘리베이터의 지하층 버튼을 누를 수 있게 되면서 갈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은밀하게 숨겨진 공간이라니 대체 뭘 하는 곳일까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하나, 무슨 신흥 종교 제단. 둘, 비리 착복하던 곳. 셋, 불안 편집증의 벙커. 넷, 사실 여기는 살인범이 세운 호텔이고, 그동안 이 마을의 실종자는 전부 여기에 묻혀서...
 
쿠로이키 야츠모:역시 작가. (솔직하게 감탄한다.)
 
지하로 내려오자 마자 보이는 건 텅 빈 공간입니다.
 
콘크리트 발린 벽과 기둥이 그대로 있으며 동시에 코를 찌르는 썩은내가 납니다.
 
쿠로이키 야츠모:(휴대폰 라이트 켠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정말이지 찾으러 다닐 대에는 숨으면서 이럴 때엔 갑자기 나타나는 법칙은 무슨 일이든 해당되는 거라니까. 가챠퐁같은 것도 그렇고 말이야. (썩은 내 나는 곳으로 성큼성큼 간다.)
 
쿠로이키 야츠모:(불빛 비추며 뒤에서 따라 걷는다.) 여긴 대놓고 수상한 건물이니까 이런 곳이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중앙으로 걸어 갈 수록 바닥에 핏자국과 함께 그 안에 보이는 건 나무를 쌓아 만든 제단입니다.
 
제단 위에는 난도질 당해 죽은 시체가 두 구. 마치 무언가를 위해 바쳐진 듯 손을 가지런히 포개어 하늘을 향해 누워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배에 칼을 찔러넣은 채로 쓰러진 포즈의 관리인, 타메모리도 이 곳에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SAN Roll
기준치: 69/34/13
굴림: 17
판정결과: 어려운 성공
 
JUNKRUSH:이성치 -1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짧은 웃음소리. 이어서 찰칵이는 소리가 난다.) 믿음이라는 건 참 아름답지?
 
쿠로이키 야츠모:(미간 찌푸린다.) 이건 또 뭐야. 서프라이즈? 이런 식으로?
 
바닥에서 찢겨진 종이 들이 팔랑거리고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발끝으로 찢겨진 종이를 천천히 맞춰본다. 밟아서 고정시켜 보기도 하고.) 서프라이즈? 이런 상황에 서프라이즈 파티를 떠올리다니 네가 애지중지하던 평범한 감상은 어디로 간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따지고 보면 우리가 깜짝 놀라게 신성한 의식에 난입해 버렸다는 식에 가깝지 않나...
아마도 말이야. (무슨 내용이지?)
뭐 이런 서프라이즈는 나 정도나 하지 않을까?
 
쿠로이키 야츠모:하지 말라고 그런 거. (반사적으로 주먹 쥐었다가... 다시 편다. 얌전하게.) 그리고 방금 그건 어디까지나 놀라서 튀어나온 비유거든. 아무래도 당황한 건 사실이고?
 
JUNKRUSH:남의 꿈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주문을 손에 넣습니다. 선언으로 사용 가능하며 1d5점의 이성과 1d5점의 마력을 소비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다소 어이없는 목소리다.) 그래서 뭐야, 이제 하다하다 악마도 나왔다고? 이게 미국 호러 영화인 줄 알아?
 
쿠로이키 야츠모:장르 유추는 진작 틀렸었구만, 스릴러 아니고 호러였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리고 주변을 짧게 둘러본다.) 뭐 아무튼 좋아. 여기 기름 같은 거 없나?
 
쿠로이키 야츠모:설마. 방화라도 하려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 ... (빤히 쳐다봄.)
 
쿠로이키 야츠모:아니아니, 아무리 그래도 이 건물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도 있고? ...
 
저 멀리 제단 너머로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말의 형태가 일렁거리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려고 집중하는 순간,
 
이치지쿠는 그대로 정신을 잃습니다.
 
.
 
.
 
.
 
기절한건지 잠든건지 알 수 없지만 눈을 뜨니 어떤 모텔 방의 풍경이 들어옵니다.
 
벌떡 일어나보면 침대 위고…
 
옆에는 야츠모가 누워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 (잠시 상태를 이해해보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여기 지하에 웬 산 제물 바치는 제단이 있고, 그거 때문에 내 기분은 타이밍 좋게 더러워졌고, 태우려고 했더니 기절당하고, 이녀석은 여기서 자고 있군. 실로 평화로워. 알았다. 이치지쿠는 상체만 일으킨 채로 옆에 누워있는 야츠모의 이마를 쳐서 깨운다...) 일어나, 바보.
 
쿠로이키 야츠모:안 자. (바로 눈 뜬다. 정말 감고만 있었던 모양.)
그래서, 이건 또 무슨 종류의 꿈이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대로 야츠모 볼 잡아 늘림.) 아파?
 
쿠로이키 야츠모:아야. (평이한 어조...)
감각의 유무로 꿈을 판별하는 건 유행 지났다고, 어이. 이 방은 또 뭐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다고 친절한 내가 널 죽이거나 스스로 죽어보는 시도로 판별할 수도 없지. 몰라, 너도 기절했어? (손을 떼고 뭐가 있나 방을 둘러본다.)
 
쿠로이키 야츠모:그렇게는 안 둬... (대꾸하며 천천히 상체 일으켜 앉는다.)
 
이 방은 다른 방과 똑같은 디자인입니다.
 
평범하게 저기, 문도 보입니다.
 
쿠로이키 야츠모:아마 기절하지 않았을까? (머리 문지르며) 몰라. 기억이 없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흐음. (시선만 움직여 야츠모를 보다가 다시 돌려 문을 바라본다.) 나가면 병원에 한번 들러 보는 게 어때? 아니, 아니지. 들러.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어본다.)
 
쿠로이키 야츠모:너도 같이? (침대에 그대로 걸터앉은 채...)
 
문 열고 나가려고 하면 잠겨서 열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당겨도 마찬가지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문을 잠시 노려보다가 돌아와서 침대에 그냥 드러누워버린다...) 야츠몬, 문열기. (포켓0마냥...)
 
쿠로이키 야츠모:... 갑니다요~ (한번에 일어나 문으로 다가간다. 익숙한 폼으로 문고리를 돌리고, 밀고, 당기고, 몸으로 강하게 부딪혀보기까지. 하지만...) 이야, 완전 갇혔는데?
(미련 없이 돌아와 똑같이 옆자리에 몸 던져 눕는다. 그 상태로 전등 빛이라도 피하듯 아예 한 팔로 눈가 가린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 그러니까, 안 열린다고?
(좋아, 여기 냉장고에 기름 있나?)
 
쿠로이키 야츠모:(아무것도 없을 냉장고를 향해 눈독 들이는 이치지쿠는 외면하고... 입 연다.) 모텔방에 문이 안열리고 두 사람이 갇혔다라. (헛웃음인지 모를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이거 그거 아니냐?
그거...(뜸 들인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거 뭐? (뜸에 짜증내듯 말하다가 문득 빤히 본다.)
 
쿠로이키 야츠모:(여전히 놀랍도록 평이한 어조로,) 그니까 그거, 섹스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방.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평이한 어조에 잘못 들었나 싶어 야츠모를 한번 보다가 팔이나 벤다.) 1번, 2번, 둘 다, 골라 보렴.
 
쿠로이키 야츠모:2번.
...둘 다는 또 뭐야? 그걸로 바꿀래.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빤히 보다 손가락 하나 세운다.) 네가 그런 서브컬쳐 지식을 알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는데, 아니면 이런 쪽으로만 조금 편향되어 있는 건가? 뭐 서른 좀 넘은 남성 종으로서는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손가락 하나 더 세우고.) 너 아* 아니었어?
 
쿠로이키 야츠모:...(팔 치우고 빤히 눈 마주친다.) 일단 첫째, (따라하듯 손가락 하나 세운다.) 아무리 그래도 알 건 다 안다. 채팅 치고 사이트도 둘러보는데, OO가 호락호락한 곳은 아니지?
둘. (역시나 하나 더 세운다.) 아닌데?
뭐... 내가 넌 줄 알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미소지으면서 손가락 하나 더 올린다.) 마지막 말은 왜 나오지?
 
쿠로이키 야츠모:틀린 말 했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네가 다 책임지겠다는 거?
 
쿠로이키 야츠모:뭐 그야....어? (휘둥그레 뜬 눈으로 멍청하게 쳐다본다.) ... ... 그렇게 되겠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언질을 받았다는 양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해? 해.
 
쿠로이키 야츠모:진심이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아예 대답도 안 하고 관찰하듯 빤히 본다.) 근데 너 서?
 
쿠로이키 야츠모:...진심이냐? (표정 미묘해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한다며? 안 서? 벌써 그런 시기야? (시선 내려감...)
 
쿠로이키 야츠모:허... (고개 절레절레 젓는다.) 그것도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상대 향해 뻗던 손이 어중간하게 허공에서 멎어버린다.) 아무리 봐도 네 쪽이 더 신기하잖냐. 그래서, 진심이냐니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사람은 돈이랑 성 관련해질 때가 제일 더러워지는 법이지. (한쪽 눈썹을 들고 바라본다. 그런데 아무튼 이쯤이면 '미쳤냐?' 하고 말하기 시작했을 텐데?) 그렇다면 어쩔 거니?
 
쿠로이키 야츠모:...잘 들어, (무언가 복잡한 표정.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가는 모습이 어쩐지 선글라스 너머로도 느껴진다면... 기분탓은 아닐 것이다.) 난 네게 사과를 해 둬야 해, 오오우나바라. 지금 이 상황을 꿈으로 상정하고 있었거든. 정말 내 꿈이라면, 그래... 네 답변도 내 의지에 따른 결과...그 비슷한 게 되어버리겠지? 아무튼. 뭐가 됐건 실례는 실례니까. 꿈이 아니라면...(이쯤에서 잠시 말 끊는다.)
칼에 맞을 각오라도 해야겠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 말을 듣자마자 이치지쿠는 입만 벌려서 미소를 띄운다. 아니, 내가 말한 건데? 같은 정정은 물론 안 했고, 말인즉 어쨌건 그동안 그쪽도 꿈을 꾸긴 했다는 말 아닌가. 너구나? 그럴 거 같기는 했는데, 이게 맞네. 다음 제물.) 다시 말하지만 너 역치는 이상한 주제에 지극히 상식적인 말들을 하네.
마지막으로 칼 맞은 날짜 기억하니?
 
쿠로이키 야츠모:미안, 안 나. (이쪽 답변은 심플하다.) 나름 생각 열심히 해봤다? 줄곧 말이야, 꽤 달콤한 꿈을 꾼 덕분에... 이건 이제 중요하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만. 나 무슨 소리 하고 있지? 벽 상대로 헛소리나 지껄이는 건 아니겠지? (이치지쿠 어깨에 손 얹는다.) 맞을 각오는 끝났는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달콤한 꿈이라, '당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은 무엇인가.' 말이지. (억양을 흉내내 말하곤 손을 뻗어 옷깃을 잡아당긴다. 얼굴을 맞대고,) 무슨 말을 하는지도 헷갈린다 할 정도면 꽤나 마음에 드는 꿈이었나 봐, 그렇지? 뭐였을까... (옷깃을 놓은 손이 짐짓 상냥하게 토닥이는 손짓으로 바뀐다.) 그럼 칼 맞을 각오는?
 
쿠로이키 야츠모:하하, 그건 좀 봐주라. 나 지금 상태가 좀 안 좋거든, 네가 알려달라고 하면 전부 말해야 할 판이라고. (조심스럽게 어깨부터 끌어안는 꼴이 상당히 우습다만, 아마 본인도 인지하고 있을 터. ) ...아,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남자는 처음이라... 이건 역시 네가 깔리는 흐름이지? 무슨 질문이야?)
 
(From JUNKRUSH): 질투, 야츠모를 믿지 못해서 화가 났다가도 이번에는 그런 그가 자신을 두고 갈까봐 두려운 감정이 앞섭니다. 상대가 다른데로 시선을 돌리고 자신에게 집중하지 않으면 초조합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상태가 안 좋다, 라... (이제야 인정하네. 비꼬듯 웃더니 조심스레 어깨를 끌어안는 팔을 문득 무표정하게 바라본다.) 그럼 나한테 뒤치닥꺼리를 시키겠다고. 네가 알아서 해.
(그러더니 가만히 있다가 고개를 갸우뚱하고 나지막히...) 근데 처음 아니라는 게 왜 갑자기 빡치지...
 
쿠로이키 야츠모:그건 그렇지~ 오히려 안심했어. 괜히 이것저것 고민하고 싶지 않고? ... (가운 너머로 등 쓸어내리던 손길이 이번에는 천 안쪽으로 들어온다. 정작 본인은 장갑 하나도 벗어두지를 않았으면서. 이래도 안 찔러? 그러다 잠시,)
...아하, 너 혹시 질투...그런 거 해? 정말? 네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장갑 벗어... (앞으로 넘어온 머리카락을 쓸어넘겨주듯 손으로 빗기다 콱 잡는다. 살짝 미소짓는다.) 지금 찔리기 싫으면...
나는 인간이야, 소년. 감정이 결여되었다는 판정도 받은 적 없지. 물론 그것도 나한테 있는 기능이야. (단 확정은 안 한다.) 언젠데?
 
쿠로이키 야츠모:(잡으면 잡히는대로 고개가 한쪽으로 쏠린다. 불평은 따로 뱉지 않는다. 곧이곧대로 이치지쿠의 등을 감싸안은 채, 그 등 뒤로 장갑 벗어서 적당히 시트에 던져버린다.) 역시 목숨은 조~금 아깝네, 그래서, 그거 진짜로 묻는 거? 있어봤자 한참 전이고 기억도 제대로 안 나거든, 대-충 20대 초반이었나? 한참 머리에 핏기 마르기 전 아냐? (둘러댄다. 실제로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오, 설마 진짜 아쉬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치지쿠는 빈 손을 뻗어 침대 옆 테이블의 칼을 잡고 잠시 역수로 돌린 뒤 서로의 얼굴 옆으로 박아넣었다.) 대신 지금을 마지막으로 할까? 낭만적이고 좋은 생각이지?
 
쿠로이키 야츠모:여긴 나가지도 못하고 이렇게 끝내는거야? 너무해~ ... (그렇게 말하고는 생각한다. 이대로면 러브호텔에서 XX중에 칼부림이 나 죽은 시체로 발견되는 건가... 아니, 이거 꿈이지. 그런 설정.) ...음. 뭐 마지막이야 그렇다 쳐. 내가 너 살리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해왔는데, 그동안. 좀 아까운데? 보상 받아야겠는데? (옆으로 찍힌 칼날 플어진 한 손으로 움켜쥔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치지쿠 씨는 친절하니까? 끝나고로 미뤄 줄게? 기쁘지? 마지막이-(설정상)-꿈에서도 보는 거라니 요즘에는 작품에서도 인용되지 않을 상황이지. (이내 시선이 손 따라 움직인다. 빙긋 웃는다.) 그나저나 보상이라...좋아, 뭔데? 말해 봐. (칼 쥔 야츠모 손 위로 덮듯이 잡는다.)
 
쿠로이키 야츠모:(칼날이 손을 파고들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상처 좀 크게 하나 늘어나는 것 뿐이니까. 익숙하기도 하고...) 그 정도는... 네가 직접 생각해줘야 하는 거 아냐? 꿈에서까지 마지막을 함께하는 상대가 직접 정하고 행해주는 보상이라, 오호라. 이건 '로맨틱'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딱히 몸을 크게 사리는 편도 아니면서 넌 왜 마조가 아니지? 그럼 편한데. 아니, 정말 말이야. 그래도 같은 사람이라고, 나 정도로 경멸할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 (손을 떼고 조금 묻은 피를 야츠모의 얼굴에 닦아주다가 그대로 가볍게 키스하고 '실로 속이 안 좋은' 얼굴과 가늠하기 어려운 표정, 미소로 변한다.) 그럼 입으로 해줘?
 
쿠로이키 야츠모:적당히 네가 경멸하면 좋아해주는 장난감을 원하는 건 아니지? 나는 지금도 마음에 드는데? 칼을 든 상대 앞에서 더이상 뭘 할 수 있겠어. (이어지는 짧은 입맞춤,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에 눈썹이 꿈틀거린다. 방금 그건 생각보다 강했다... 같은 생각을 하며, 그럼에도 부족하다는 감상을 속으로 남긴다던가.) 아하, 입으로도 처음 아냐? 자신 있나 봐~? (적게나마 남은 여유로 반격하기도 하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사람은 자유의지가 있어야지. 생각도 의지도 없는 사람은 솔직하게 말해서 울적해...손을 물어도 조금은 제멋대로인 개가 나은 법이라고, 이해해? 실제 개는 아무래도 좋지만. 하지만 편한 건 별개야. 칼도 있고 밟아도 괜찮고, (손을 떼고 말한다. "가능성 이야기지." 떨어진 손으로 바지에 손가락을 걸고 잡아당긴다.) 그래서 여기도 경험이 있으시다? 물고 있을 건 난데 왜 이렇게 용기가 가상한 말만 하지...
 
쿠로이키 야츠모:편리한 삶을 추구할 생각이었다면, 그 목적은 이미 달성 실패한 지 한참 되는 셈이라고. 재미는 있었겠네, 넌 그런 취향 없냐? (용기 가상한 소리 +1. 목만 까딱이더니 고개를 반쯤 들어 하반신의 상황을 확인한다. 얼마 안 가 팔꿈치를 세워 아예 상체만 조금 일으킨 꼴이 되었다.) 아- 아니, 나라도 그건 좀 무섭다?... 야, 제대로 해야지. 보상이라며. 죽어도 그런 꼴로 뒤지고 싶지는 않거든? (아래로 끌려가는 바지 보고 싱긋 웃어주신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동안의 일을 생각하면 전혀 없다고 하기도 어렵겠지? (고개를 까딱이고 부러 이 부근에서 활짝 웃어준다. 조금 날카로운 송곳니 끝이 선명했다...) 뭐어, 농담이야. 조금 수고를 자처한다고 마조일 리는 없지. 대부분은 그런 성향이 양쪽으로 있다고 하는데, 내 기본적인 감수성으로는 양쪽 어디도 아니야. 평범하게 바닐라겠지. 그런 넌 사디즘 성향은 좀 있어 보인다만? (이딴 걸 차분하게 분석하고 자빠졌다.) 게다가 기사에 나서 몇년 동안이나 화자될 텐데? 유명인사가 되는 거라고, 야츠모 군... ("뭐 됐어." 한쪽 입꼬리만 비틀어서 웃곤 잠깐 혀를 내밀고 입을 벌린다. 반쯤은 '메롱') 나머진 네가 벗어.
 
쿠로이키 야츠모:(잠시 척추를 타고 소름이 돋지만... 외면하기로 한다.) 보통은 그렇겠지만, 글쎄? 모르는 거 아냐? '처음'이시고? (원래 죽음을 앞둔 사람은 되려 용감해진다고 했던가. 아니면 이 상황이 현실감 없어 부릴 수 있는 객기인 걸까... 뭐가 됐던 주어진 상황은 어떻게든 즐겨야 좀 덜 억울하지. 팔꿈치 기댄 채로 어깨 으쓱인다.) 그래보여? 너한테 그런 소리를 듣다니 영광이네. 하, 그때는 잘 좀 부탁한다... (하반신에 걸쳐진 옷가지들을 '얼추' 내려둔다. 이걸로 충분하지 않나.) 작가님의 특별 인터뷰 같은 거 실어달라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 용기 가상한 소리 +2 뭐지? 하는 얼굴로 보다가 눈만 가늘게 뜬다. 곧 죽을 거니까 넘어간다는 것처럼...) 그래서, sm도 해 보고 싶다? 네가 정말이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는 줄은 몰랐는데. 뭐가 하고 싶어? 실은 옛날 직업이 은밀한 취미를 충족하던 일은 아니길 바라지. 자상은 말야, 역시 좀 별로란 말이지? (놀리는 듯한 어조로 말하곤 손을 뻗어 장난감 만지는 것처럼 야츠모의 것을 감싸 문질러본다.) '그 애는 첫사랑 전에는 참 오고가는 거 안 막더니...' (말하다가 한쪽 눈썹 들더니 이상한 침묵 한 번 있다. 손톱 끝으로 긁는다.)
 
쿠로이키 야츠모:아아~ 이거 참, 왜 이래? 나도 네 안에 내재되어 있을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말했을 뿐이라고? (속으로는 이치지쿠의 작은 자비에 내심 안심하던 참이었다. 언젠가의 그가 한 말과 같다. 어찌되었든 인간이란 생존욕구가 존재하는 법. 객기를 부릴 때 부리고 죽을 때 죽더라도 최대한 덜 아프고 싶달까...속 좋게 두어 번 눈 깜빡인다.) 잔뜩 속 긁으려고 들기는. 그래봤자- (여기까지. 이어지는 말에 이쪽도 엇갈려 침묵하고 만다. 재차 입을 떼려던 순간, '딱 신경에 거슬릴 정도로' 올라오는 자극에 마찬가지로 눈이 가늘어진다.)
완전 들으라고 한 소리지, 방금... 너... 안 막기는 무슨? (오른손으로 이치지쿠의 머리를 아주 가볍게 쥔다.) 넌 내가 무슨 감정으로 이렇게 구는지도 모르지? 알 턱이 없지, 그래.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긁으려고 해? 그건 평소 이야기고, 지금은...그렇지. 기분이 안 좋은 거야. 나도 가끔 그런 날이 있는 법이지. (손가락으로 끝만 둥글게 굴리다 말고, 머리가 잡혀 흘끔 보더니 빙긋 웃으며 속삭인다. "놔..." 피가 옅게 젖어와 반사적으로 한쪽 눈을 찡그린다. 짧은 소리죽인 웃음소리다.) 넌 알고 하는 말이야? 인간은 누구나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보충하기 위해서 간접경험을 바득바득 긁어내서 보충해도 실은 그 안을 다 짐작하기는 어렵지. 말해 봐, 그럼 난 왜 이러는가. (잠시 시시해 죽겠다는 눈으로 천장을 올려보다가,) 나쁘지 않은 백그라운드 사운드가 될 것 같은데 어떠니? (짧은 조소, 빈 손으로 피가 묻은 쪽 머리를 가볍게 넘기고 야츠모의 손을 가볍게 맞잡는다. 곧 입을 벌리고 고개를 숙인 채 삼키듯이 입에 넣는다.)
 
쿠로이키 야츠모:그렇겠지, 네 녀석도 인간이고... (신경질이라도 부리듯 머리를 잡은 손가락 끝에 힘이 실리나, 놓으라는 말 한 마디에 힘 없이 풀어진다. 이 뒤로는 조금씩 숨을 고르는 소리가 뒤섞인다.) 몰라, 모르지. 네가 날 모르는 만큼 나도 널 몰라, 그래서 노력하고 있잖아... 둘 다! (삼켜지기 시작하자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과 온도에 입꼬리 끝이 일그러지기도 잠시. 한숨 내쉬더니 그제야 눈앞을 가리던 선글라스를 왼손이 완전히 치운다.) 질투, 말고 또 뭐가 있는데... 제대로 네 감정 맞지?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도 지금 내가 왜 이러는지 짐작가는 구석이... 없지야 않지만, 뭐, 그거야. 예상보다 빨리 혼란이 찾아오고 말았다니까... (역시 누르고 싶다는 본능의 외침을 필사적으로 무시하던 참이다. 진작 잡혀버린 손이 움찔거린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대답은 웅얼거리듯 나온다. 그 상태와 들려온 말 중에 뭐가 신경에 거슬리는지 한번 노려보곤 입 안을 한번 빨아들였다가, 혀로 쓸어올리면서 마지막에 이빨로 긁으며 입을 뗀다. 심술이다.) ...사람은 문명을 얻고 육감을 놓쳤다고 하던데 너는 그 반대인가 봐? 짐작 가는 게 있다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나는 지금, 실로 드물게도, 네가 전혀 짐작이 안 되는데. 단세포인 탓인가? (이런 빈정거림은 어떤 의미로 긍정이고. 입 끝이 비틀렸다. 깍지 껴 잡은 손에 손톱을 세운다.) 뭐, 아무튼 좋아. 인정해 보자, 그래. 질투야. 그쪽이 자연스럽겠지. 그래서 질투면 어쩔 거야? (그리곤 '이제 대답 안 하겠다' 는 듯이 다시 삼키더니, 목 안으로 더 깊게 빨이들이며 혀로 옆을 감싼 채 움직인다. 생리적인 역함은 어쩔 수 없고.)
 
쿠로이키 야츠모:(하찮은 심술에도 어쩔 수 없이 몸이 반응하는 탓에 고개를 앞으로 바짝 숙인다. 잡힌 손에 되려 힘을 주자 상대의 손과 그 뼈마디가 제 손가락 마디 끝에서 느껴진다.) 네가 날 어떻게 취급하든... 그렇게 내놓은 결론이 단세포든 뭐든. 상관은 없는데, 너... (아야. 아프지도 않은 주제에 투정까지 부려본다. 어이, 아무리 그래도 손톱 자국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고... 여기까지 튀어나온 불평을 억누르고 예상보다 능숙하게 움직이는 정수리를 내려다보기도 하고.) 그야, 내 입장이나 기분을 묻는다면... 영광입니다? (답변은 당연히 돌아오지 않았고. 대신 목 안쪽의 뜨거움과 감촉에 재차 눈가를 찡그린다.) 질투인가... 질투? 그럼 나,도 뭐 하나 묻고 싶은 게 있거든. 이거 나름 질투... 비슷한 건데, 내가 넘겨짚어버린 문제지만, 혹시...
... 왜...이렇게 익숙하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고개가 멈칫하더니 천천히 시선 올려 노려본다. 입을 열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정답이다. 다시 한 번 입 안에서 혀를 굴리다가 결국 입을 떼고, 손을 뻗어 숙여진 야츠모의 목 뒤를 잡아 끌어내린다.) ......이 질문 뭘까나? 용기 너무 가상한데?
 
쿠로이키 야츠모:... 정당한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시선 외면한다.) 아니, 미안...하다고. 됐어, 방금 그건 무시해. 그것보다 조금만 더... (뻔뻔하기까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미안? 어느 게 미안한데? 뭐가 미안한데? 얘기해 볼래? (목 뒤를 손끝으로 문질러주면서 구슬리듯 말하다가 그대로 입가를 잡고 쭉 잡아당긴다.) 할 거면 들을 때 재밌을 거 같은 소릴 해, 알겠지?
 
쿠로이키 야츠모:(별수 없이 고개 끄덕인다.) ... ... ... 재미없었나? (있겠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럼 여기서 처음부터 지금까지 경험한 시기랑 횟수랑 상대 하나씩 프레젠테이션 해보던가... (놔주고 다시 고개 숙인다.)
 
쿠로이키 야츠모:... 에이, 여기 나가기 전에 끔살 당할 마음은 없다니까. (찔리는 게 있기는 한 모양.) 음~ 그건 확실히 재미 없겠네. 그런고로 집중은 이쪽에. (...) 그런데 말이지, 내가 슬슬 여러모로 한계라서, 미안~! 사과 한 번만 더 할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뒤통수 단번에 눌러버린다. 심술이라면 심술이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찔리는 게 있긴 한 모양이지, 하듯 한쪽 눈썹만 들어보다가 뒤통수가 갑자기 눌려 짧게 막힌 소리를 내뱉는다. 아니 이게 근데. 떨어졌던 손이 잡아 뜯을 것처럼 야츠모의 허리 옷자락을 잡아당긴다. 애석하게도 신체적인 사유로 그리 강하진 않다만!)
 
쿠로이키 야츠모:미안하다니까, 네 손에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이 정도는 좀 봐줘도 되지 않겠어? 아, 이거 좀... (옷자락 잡아당기는 손짓은 힐끔 확인하고는 바로 무시한다. 위협이 되지 않을 거라는 판단 하나는 참 빠르다. 정말이지 애석하게도.) 지금 딱, 괜찮...은데. (그나마 눈치를 챙겼는지 이어지는 추삽질은 그닥 과격하지 않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윽, 짧은 신음과 함께 머리가 같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엇박으로 구역질을 참듯 삼키다가 뱉으려고 혀로 밀었다가, 아예 잡은 옷자락을 비틀기 시작한다. 아슬하게 참는 듯 세운 이에 긁히기를 몇 번, 빨리 끝내려는 듯이 손을 아예 허리에 얹고 고개를 좀 더 깊이 파묻는다.)
 
쿠로이키 야츠모:(마냥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움직이기를 반복하더니 막바지에 와서야 입을 연다.) 이제 빼... (말을 마치기도 전에 눈을 마주치고, 그대로 묵묵히 속행한 끝에 목 깊숙이 파정하고 만다. 더욱 간결하게 말하자면 '저질렀다.' ... )
... ... (휘파람)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먼저 고개를 내밀어 놓고, 파정할 때에 다급히 고개를 뒤로 물리더니 욱...사정없이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한 손으로 가린다. 약간 삼켰고, 나머지는...) ...언제가 마지막이야? (조금 웅얼거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더니 조금 벌려 손 위로 반 정도 뱉어내곤 문득 큭큭, 웃기 시작한다. 기분이 나쁘다는 티를 역력히 내면서도 그걸 굳이 핥더니, 시트를 짚고 상체를 들어 입을 맞춰 '떠넘긴다'.)
 
쿠로이키 야츠모:나도 모르지... (딴청을 피우며 고개를 돌리려던 순간, 굳이 입 밖에 내어 그걸 또 다시 핥는 이치지쿠의 모습에 동작이 굳고, 직후 발생한 참상에 대해서는...) -웩, (급하게 몸 떨어뜨린 후 퉤, 뱉어낸다.) ... 이런 식으로 복수를 한다고? 내 기분은? 순정은?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떨어진 사이 자기 입에 남아 있던 것도 퉤, 뱉어내곤 입가를 소매로 닦아내고 나서야 다소 상쾌한 얼굴을 한다.) 순정...? 무슨 순정이랑 기분? 자기가 무슨 맛인지 정도는 경험으로 알아도 좋은 거 아닐까? 조금 정도는 괜찮잖아? (부러 끌어안듯이 팔을 걸치고 빙긋 웃는다.) 나는 삼켰다고...한번 더 할래?
 
쿠로이키 야츠모:하... (대놓고 '할 말을 잃었다' 는 얼굴. 이미 눈으로 항의중이다.) 너한테 그런 취미가 있다... 정도로 이해해도 불만 없지? 삼킨 건 몰랐는데, ... ... (고개를 들고 삐딱한 시선으로 끌어안아오는 상대를 내려다본다.) 한번 더? 어느 걸?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있겠니? (단번에 '뭔 헛소리야' 하는 얼굴로 바라본다.) 네가 순정 이야기를 하길래. 뭔 순정이 엎어졌길래? 그걸로 해.
 
쿠로이키 야츠모:아... (검지 하나 들어올리고, 입까지 벌린, 절대 명쾌한 해답은 내놓지 못할 멍청한 얼굴로 한참을 때우더니) ... 남자의 로망? 대충 그걸로 가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다시 한 번 '뭔 헛소리야?' 표정 리피트.) 괴상한 로망은 자주 들었다만 그런 광범위하기 짝이 없는 내용은 적당히 범주를 좁혀 말하지 그래.
 
쿠로이키 야츠모:(고개 뒤로 쭉 뺀다.) 말하기 싫어서 이러는 거잖아, 너 눈치 좋지? 그만 물어봐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혀를 찬다. 그래서 물어본 건데.) 고집만 좀 좋아서...
 
쿠로이키 야츠모:고집만, 뭐.
 
그때, 문 앞에서 사람의 말소리가 들려옵니다.
 
인기척에 돌아보는 순간 소리와 함께 시야가 까마득히 멀어집니다.
 
암전.
 
마치 잠에 빠져드는 것 처럼 눈이 감기고, 문이…
 
XRUSH
 
이치지쿠는 다시 한번 침대 위에서 눈을 뜹니다.
 
이 곳은 105호, 옆에는 야츠모가 자고 있습니다.
 
창 밖으로 비는 폭포처럼 쏟아집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56
판정결과: 실패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57
판정결과: 실패
 
JUNKRUSH:쿠로이키 야츠모의 꿈에 찾아간다, 찾아가지 않는다.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진짜 나한테 이런 선택지를 줘도 되는?)
(당연히 찾아가야지 뭔 꿈 꾸나 보자)
 
이치지쿠는 지하실에서 발견한 주문을 씁니다.
 
JUNKRUSH:5점의 이성과 5점의 마력을 소비합니다.
?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지능
기준치: 85/42/17
굴림: 100
판정결과: 대실패
 
...
 
이치지쿠가 정신을 차리면 주변에는 누군가에게 가장 행복한 상황이 펼쳐집니다.
 
(From JUNKRUSH): 익숙한 향기와 낯선 기운이 혼재하는 기이한 분위기 장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From JUNKRUSH): 온통 가운과 환자복 투성이인 흐릿한 인상들을 지나치고 나면, 문이 살짝 열린 병실이 눈에 들어온다.
 
(From JUNKRUSH): 그리고 그 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어째서인지 당신은 알고 있다.
 
(From JUNKRUSH): 잠시 후, 문이 활짝 열린다.
 
(From JUNKRUSH): 넓어진 틈에서 걸어나오는 인영은 하나가 아니라 둘.
 
(From JUNKRUSH): 한 명은 어쩌면 이 환영의 주인인 쿠로이키 야츠모, 다른 하나는 당신.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그래, 당신이다.
 
'둘'은 '이치지쿠'를 지나쳐 병원의 정문으로 향합니다.
 
문 옆의 통창으로 거리의 야경과 불빛을 바라보는 야츠모는 아마도 행복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겁니다.
 
JUNKRUSH:현실로 돌아가기 싫어하는 그를 빼내올 수 있는 방법은 그를 설득하여 스스로 꿈에서 깨게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선택은 자유입니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걸 보자마자 속이 뒤틀리는 걸 인지한다. 이건 이 곳 때문인가, 본심인가, 그런 건 덮어놓고 가운 주머니에 넣어놨던 칼을 잡는다. 제일 먼저 야츠모의 어깨를 가볍게 건드리며 인사한다.) 야아, 야츠모 군. 번번이 꿈은 즐거웠던가?
 
쿠로이키 야츠모:음? (건물 밖으로 향하려던 찰나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돌아본다.) 아, 너야? (인식이 흐려진 영향인지 제 옆에 이미 동일인물이 서있다는 자각은 아직 하지 못한 것 같다.) 꿈? 웬 꿈. 아직 잠도 못 깼냐? 병문안도 마쳤고, 돌아가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그건 네 얘기겠지, 낭만 순정 소년. 너야말로 이제 깰 때야. 그래, 돌아가자고? (그리곤 옆의 '이치지쿠'의 목을 칼로 깊게 찌른다.) 아직 전혀 행복하지 못한 현실로. 우선 하나로 치자.
 
쿠로이키 야츠모:(그제야 느릿하게 굴러가던 시선 너머 두개의 인영이 비친다. 전혀 반항하지 않는,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치지쿠'를 향해 뛰어가 받아든다.) ...너 뭐야?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이런 감은 좋은 편이잖아, 아닌가? (한쪽 눈썹만 든 채 바라보다 피가 묻은 칼을 적당히 흔든다.) 그게 흐려질 정도로 '여기가' 마음에 든다면, 마음에 안 들게 하는 수밖에 없지. ('이치지쿠'를 냉담하게 내려다본다. 싫은 기억이 떠오르는군! 곧 일변하여 미소.) 현실보다 꿈에서 살고 싶다는 사람은 산처럼 많이 봤지만. 네 행복의 근원은 저기야? (병원을 날카롭게 눈짓한다...)
 
쿠로이키 야츠모:그만해. ('저기'라는 단어와 상대의 눈짓으로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눈치챈다. 그 말대로 감은 좋은 편이니까, 일도 아니다. 하지만 달콤한 일상 끝에서 이런 상황을 알아채고 싶은 건 아니었고, 덕분에 표정이 차갑게 식는다.) ...지금 내가 꿈 속에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근거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상식적으로- (짧게 웃는다. 비웃음이다.) 내가 본인을 죽일 수는 없지. 안 그래? 다른 근거가 필요해? 뭐, 그럴 수도 있지. 사람마다 이해 속도는 각자 다른 법이니까 말이야. (특히 혀가 잘 돈다. 아주 짧게 침묵하고, '기분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니 황당하군!' 피에 젖은 칼을 야츠모의 손에 쥐여준다.) 만에 하나를 따져서 내가 죽을 일을 만들고 싶진 않으니 이렇게 하자고. 증거가 필요하면 이걸 쓰면 돼. (그리고 자기 목을 톡톡 가리킨다.)
 
쿠로이키 야츠모:말이 되는 소리를 해. 좋아, 말하는 꼴을 보니 알겠다, 너는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가 맞아. (칼은 내려두지 않는다.) 네 목을 치라는 건 아니지? 분명 목숨 소중히 간수하라고 했을 텐데. 특히 너는, 아니...누구든.
그런데 있잖냐, 내가 정말 허황된 꿈에 갇혔고, 현실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말이야, 네가 관여할 필요는 없다고 보거든. 이런 짓까지 하면서? ... 아님 뭐, 어디 멀리서 내가 어떻게 구나 구경이라도 한다던가. 그런 식 아냐?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꿈이라고 했잖아? 내 친절한 마음을 왜 이렇게 몰라줄까나...조금은 화풀이가 되게 해 주려는 배려가-... (하고 말을 잇던 입이 잠시 멈춘다. 그리고 짧은 침묵. 비틀려 올라갔던 입꼬리가 무표정하게 내려온다. 쥐여줬던 손을 그대로 내민 채다. 돌려달라는 듯.) ......그래서, 안 쓰겠다?
 
쿠로이키 야츠모:화풀이? 그래, 최대한 반응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도 맞고, 지금 굉장히 화가 나 있는 것도 맞지만. 나보다는 네 화풀이가 필요해 보인다? (어정쩡한 자세로 칼을 쥐던 손이 돌아가, 순식간에 날 부분이 아래를 향하도록 바로 잡는다. 그 칼날이 이치지쿠의 목 바로 앞에 위치하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는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무표정하게 바라보던 얼굴이 아주 천천히 사나워진다. 바람 새는 듯한 웃음소리다. 관찰하듯이 시선을 고정하고 한 발짝 다가간다.) 정말이지 운도 없지...옛날에 사라졌던 기록은 최악의 방식으로 돌아오질 않나, 귀찮은 일은 서로 얽혀 있질 않나, 그런데 며칠 사라졌던 동거인이 꿈에서 희희낙락 하는 걸 봐. 어쩜 이렇게 뜻대로 되는 게 없죠, 하고 짜증도 나지 않겠니?
 
쿠로이키 야츠모:(작은 한숨 소리.) ... 화 내는 거 맞잖아.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 (잠시 말이 없다.) ...내가?
 
쿠로이키 야츠모:네가. (칼 저 멀리 던져버린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내가 왜. (칼 떨어지는 소리에도 시선 돌리지 않고 노려보기만 한다.)
 
쿠로이키 야츠모:그걸 왜 나한테 묻지? (잠시 황당하다는 낯이 스쳐지나간다.)
네 말부터 정정해줄까? 행복의 근원은 꼭 하나로 정의되어야 할 필요도 없고, 정확히는, 한 사람으로... 이건 이제 됐어.
그리고... 맞아, 화를 낸다,라. 그러고보니 그런 말을 했던 것도 같은데? 네가 화내는 꼴을 보고야 말겠다고...였나? 그런 기억이 난다는 건, 여태 내가 여기서 누린 건 허상이라는 뜻이겠고.
그래도 여전히 이유는 모르겠거든. 그걸 모르면 의미가 없다니까. 알아내는 것도 겸해서... (노려보는 꼴 마주보고 앉았다.) 뭐 해? 돌아가자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불쾌하다는 듯이 찌푸려진 인상이 점점 더 깊어지다가, 어느 시점에서는 뭔가에 놀란 듯이 눈을 조금 크게 뜨고 바라본다. 마지막은 미심쩍기까지 한 표정이다.) ... ... ...돌아간다고? 이렇게 쉽게? 네가?
 
쿠로이키 야츠모:오히려 왜 내가 네 말을 안 들을 거라고 생각한 거지? 물론... (반쯤 품에 안겨 싸늘하게 식어가는 '이치지쿠 였던 것' 본다.) 이런 꼴 보게 만든 값은 치르게 할 작정인데.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왜냐하면 너는... (입을 열었다가 다문다. 말을 하자니 여기를 깨버리려던 인간이 할 감상은 아니다 싶어진 것이다. 자연스레 "소중한 건 소중히 하는 편이잖아, 넌. ...왜 똑똑해졌지?" 하는 미심쩍은 한탄만이 흘러나온다. 잠시 방어적인 태도로 팔짱을 낀다.) 엄밀히 말해서 그게 완전히 나라고는 할 수 없고...
 
쿠로이키 야츠모:(새어나오는 목소리를 자연스레 흘려들을까 하다가도, 첨언해본다.) 그건 맞지. 근데 넌, 내가 소중히 여기는 게 정확하게 뭔지 모르잖아. (평소처럼 으쓱인다.) 똑똑해졌다라, 하하... 이건 가서 한 대 맞는다. (먼저 등 돌리고 이제는 정말 '밖'으로 향한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안 때린다며? (실로 드문 일이다. 나올 말이 적고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 된 기분은. 팔짱을 낀 채 한참을 조용히 있다가 따라 '밖'으로 걸어간다.)
 
...
 
야츠모와 이치지쿠는 잠에서 깹니다.
 
불현듯 하얀 빛으로 시야의 모든 공간이 매워집니다.
 
시차를 두고 굉음이 들립니다.
 
파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창문 밖이 붉어집니다.
 
건물 어딘가에 불이 붙었습니다.
 
정신을 못차리면 야츠모가 먼저 이치지쿠의 손을 잡아 이끕니다.
 
어찌저찌 밖으로 나오면 이미 대피해있는 몇몇 투숙객들이 두 사람을 반깁니다.
 
쿠로이키 야츠모:이건 뭐... 그거네, 정말...
쓰레기 같은 감정 뿐이었어.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변함없이 입은 살아있다.) ...너 그렇게 복잡한 이야기도 할 줄 알던가?
 
쿠로이키 야츠모:... (말 없이 머리 쥐어박는다.)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악. 머리 부여잡고 웬일로 말수 적다.) ...거짓말쟁이!
 
쿠로이키 야츠모:너야말로!
 
온갖 더러운 감정을 쏟아냈습니다.
 
하면 안되는 말을 하거나 상처를 주고 받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되돌릴 수 없는 말들이 구겨져서 쓰레기가 된다고 하더라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그가 미워졌나요?
 
어느새 비는 그치고 불길도 잦아듭니다.
 
그리고 불길보다 새빨간 태양이 지평선 너머에서 떠오릅니다.
 
JUNKRUSH:달성 조건 : 야츠모를 꿈에서 구출하고 모텔에서 도망친다.
KPC, PC 생환
곧 구급차와 소방차가 찾아옵니다. 모텔은 전소되어 잿더미만 남습니다. 타겟의 육신을 잡아먹지 못한 파편은 다시금 잠에 빠집니다.
클리어 보수 이성치 회복 +1d6
 
JUNKRUSH:
 
오오우나바라 이치지쿠:
rolling 1d6
 
(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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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실화냐?